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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지의 제왕>의 영웅 아라곤, 비고 모르텐슨(46)은 유행이 지난 양복을 입고 인터뷰장에 들어왔다. 좁고 긴 칼라에 반듯한 네모형의 녹색 싱글 양복은 몇군데가 늘어나 있어 마련한 지 오래된 것 같았다. 아라곤의 검고 긴 머리 대신 갈색 단발머리를 한 모르텐슨은 막 상경한 카우보이처럼 소박해보였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면 그가 아라곤을 연기한 배우임을 알아채지 못할 것 같다.
85년 <도망자>의 농부 역으로 데뷔한 뒤 조연급에 머물다가 <반지의 제왕>으로 일약 스타가 된 그가 <반지의 제왕> 뒤 처음 선택한 주연작은 조 존스톤 감독의 <히달고>. 19세기 말 미국인으로서 아랍의 4800km 장거리 말달리기 대회에 출전한 프랭크 홉킨스라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다. 어머니가 아메리카 원주민인 혼혈의 홉킨스는 군집배원 시절에 운디드니의 인디언 학살을 목격한다. ‘히달고’라는 이름의 말과 짝을 이뤄 미국내 말달리기 대회마다 1등을 해온 그는
<히달고> 주연 맡은 비고 모르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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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개봉작이 없는 이번 주말은 움츠렸던 외화들이 간만에 '기를 펴는' 타이밍이다. <붙어야 산다>, <베로니카 게린>, <실종>, <스쿨오브락>, <브링 다운 더 하우스>, <타임라인>, <리지 맥과이어>, 까지 8편 모두가 외화다. 코미디부터 멜로, 액션, 드라마, 스릴러까지 장르도 다채롭다. <태극기 휘날리며>가 여전히 극장가를 주름잡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외화들이 얼마나 선전할지 김은형 기자를 따라 주말 극장가를 미리 가본다.
편집자 주
학교에 간 록커·허리붙은 쌍둥이 “누가 더 웃길까”
이번 주에는 코미디의 두 강적이 극장가에 뜬다. 젊은 코미디 배우 잭 블랙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스쿨 오브 락>과 화장실 유머의 시조로 추앙받는 패럴리 형제 감독의 <붙어야 산다>.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서 주인공과 감독으로 만났다가 이번에는 경쟁자로 만나게
[주말 극장가] 학교간 록커, 허리붙은 쌍둥이 "누가 더 웃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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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배우들이나 스태프에게 민폐를 끼칠까봐 걱정을 많이 했어요. 유동근 선배님과 함께 영화에 출연했던 차태현 형도 `그분이 얼마나 무서운데, 앞으로 연기하기 싫어질 것'이라며 겁을 주더라구요. 그런데 선배님과 조진규 감독님을 비롯해 모든 분들이 잘 대해주셨어요. NG도 별로 없었구요. 촬영 기간이 무척 행복했고 소중했기 때문에 흥행 결과와 상관없이 만족합니다."3월 12일 개봉 예정인 영화 `어깨동무'(제작 CK픽쳐스)에서 주인공을 맡은 그룹 NRG의 멤버 이성진(27)은 시사회가 끝나고 한참 시간이 흘렀는데도 `감격'이 채 가시지 않는지 흥분된 어조로 말문을 열었다.그는 동네 비디오 가게에서 무심코 테이프를 빌려왔다가 비리 증거물을 추적하는 조직폭력배 일당에게 붙잡혀 죽을 고생을 겪는 순진한 청년 나동무로 출연한다. 맞기도 많이 맞았고 물 고문까지 당했는가 하면 철로에 쇠사슬로 묶여 있다가 기차가 다가오자 오줌을 지리기까지 한다."찍을 때는 고생스러운 장면이 더 많았는데 영
[인터뷰] <어깨동무> 주연 이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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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유작이 된 <살로, 소돔의 120일>. 파졸리니는 이 영화 촬영을 끝내고 3주 뒤 , 그의 영화배경으로 여러 차례 등장했던 오스티아 해변에서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했다.파졸리니, 의문의 죽음시체에 난 상처 단독범행 의구심파시스트 테러 가능성 등 '배후설 제기누가 파졸리니를 죽였는가? 이탈리아 경찰이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의 살해를 17살 소년 피노 펠로시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지었음에도 불구하고 파졸리니의 죽음을 둘러싼 의구심은 점점 커져만 가고있다. 펠로시의 단독 범행으로 보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펠로시의 뒤에 ‘누군가’ 있다는, 이른바 배후설이 제기되고 있다.파졸리니는 1976년 11월2일, 로마 근교의 오스티아 해안에서 시체로 발견되었다. 그의 시신은 형체를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 만큼 처참하게 훼손되어 있었으며 가슴에는 자동차 바퀴가 지나간 흔적이 있었다. 이에 경찰은 파졸리니가 심하게 얻어맞은 뒤 자동차로 가
영화사 신문 제32호 (1975∼1976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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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기네스 펠트로(31)는 영국의 록그룹 `콜드플레이'의 보컬주자 크리스 마틴(26)과의 사이에서 태어날 자신의 아이를 스페인에서 키울 계획이라고 말했다. 영국의 타블로이드판 신문 `선'은 25일 펠트로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친구들로부터 받은 스페인 땅에 저택을 지을 계획이라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두 사람은 애초 올 여름 자신들의 아기가 태어날 경우 영국에서 아이를 기를 예정이었으나 펠트로는 스페인 중부 부에나벤투라 인근이 가족들에게 완벽한 곳이라고 결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펠트로는 "영국에서 우리 아이를 기를 계획이었지만 이제 스페인에 땅을 갖게 됐다"면서 "크리스는 훌륭한 아빠가 될 것이며, 우린 항상 아기 얘기로 친구들을 괴롭히고 있다"고 즐거워 했다.
기네스 팰트로, 스페인서 아기 양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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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미처럼 밀려들던 피난민
빠져나가기 위해 아우성치는 피난민들 사이로 보이는 육중한 증기기관차의 외형은, 무기력한 군중과 대비되어 더욱 강조된다.
이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기관차 모형을 실제 크기로 제작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의 기관차는 완벽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제작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사람들의 움직임이 디테일하게 보여져야 할 전경에 3량만을 제작하고, 나머지 후경에 보이는 부분과 실린 탱크, 사람들은 모두 CG로 그려넣은 것이다.
4. 아이스케키 먹던 그 종로통
50년의 종로 한복판을 재현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 드라마 <야인시대>의 세트장. 여기에 당시의 건물들을 고증하여 만들어진 3D 모델들을 덧붙이고, 안 어울리게 높은 건물들은 높이를 낮추었다.
이 장면은 전반적으로 CG가 크게 부각되지 않는 대신 당시의 소품과 의상을 세심하게 배치하여 분위기를 살리는 컨셉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디지털
<태극기 휘날리며>의 CG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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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렇게 많은 사람을 다 불러모았단 말이지?” 오랜만에 극장 나들이에 나선 장년층은 <태극기 휘날리며>의 군중장면을 보고서 ‘경기’를 일으킬 법하다. 실제 이 장면들은 인사이트 비주얼이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페이크다. CG를 담당한 강종익 감독은 한국전쟁의 스케일을 보여준 중공군의 개입장면에 애착이 가장 많이 가지만 처음에 등장하는 종로거리 역시 뿌듯하다고 한다. 크게 신경쓰지 않으면 CG인지 모를 정도지만 도입부의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충분히 전달하는 데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라고. 최고를 보여주겠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빠듯했던 일정 때문에 서둘러 마무리했던 장면들은 여전히 마음에 걸리나, 당시의 조건으로서 최선을 다한 작업이기에 후회는 없다고 한다. CG가 쓰인 주요 장면들의 제작과정을 소개한다.
1. 중공군의 바다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표현하는 것이 목표. 300명 정도의 실제 인물들을 두번에 걸쳐 찍은 뒤 한 화면에 합성하고, 원경에는 스스로 지형지물을 판
<태극기 휘날리며>의 CG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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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실미도>가 관객 1천만명을 돌파했다. <실미도>를 안 봤으면 간첩이란 말도 나오는데 게으름을 피우며 아직 영화를 보지 않았으니 꼼짝없이 간첩의 반열에 오르게 생겼다. 빨리 자수하여 광명을 찾아야지 생각하다가도 “아니지, 대한민국 국민 중에 <실미도> 안 본 사람이 3천만명도 넘잖아” 하며 느긋한 마음을 품어본다. 사람들의 반응도 갖가지이다. 국가주의를 비판했다는 감독의 의도에 충실하게 국가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는가 하면, “그때 김일성 목을 따왔어야 하는 건데…” 하며 엉뚱하게 아쉬워하는 사람들도 꽤 되나보다. 뒤의 반응을 보인 사람들은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가 해임되지 않았더라면 통일이 되었을 텐데” 하고 아쉬워하던 사람들의 후예인가보다. 맥아더가 원자폭탄을 한두발이 아니라 26발을, 그것도 ‘1차’로 투하해보자고 제안했다가 잘렸다는 사실은 그들에게는 중요치 않다.이라크 파병의 시대에 <실미도>가 대박을 친 것을 보노라면 현대사를
실미도, 그 악마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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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인간의 역사와 함께 진화한다. 비와 바람을 막아주고 먹고 자고 생활하는 ‘장소’에서 시작되어서 점차 다양한 기능을 갖춘 ‘장치’로 발전하고 있다. 단순한 광물과 목재와 철물들로 만들어진 무기질의 건축물에 전기가 들어오면서부터 집은 혈관이 생기고, 심장을 갖추고, 체온을 지니고 호흡하는 생명력을 갖기 시작한다. 그리하여 인간의 생활을 보호하는 외부적 기능에서, 인간의 생활을 적극적으로 돕는 신체확장의 의미로까지 진화해왔다. 집은 생활 속에 자리한 가장 거대한 기계장치이다. 전기는 생명이다. 전기가 단순한 기계장치를 작동하는 차원에서 정보를 제어하는 수준으로 발전하면, 굴삭기 같은 단순한 기계가 지능을 가진 지능적 로봇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늘의 우리의 집은 홈 네트워크(Home Network) 시대의 개막을 부르짖으며 새로운 차원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각 방들과 부엌과 거실 등 분할된 개별적 공간에 분리되어 있는 가족간의 정보를 교환할 수 있으며, 집 밖에
[김형태의 생각도감] 집12 - [홈 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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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는 <씨네21>을 통해 뭔가를 계속해서 내보내는 이들 중에서 제일 행복한 사람인 듯싶다. 사실 난 <씨네21>에서 뒤쪽에 있는 그의 만화만 볼 때가 많다. 처음 보면 재미있다. 그러나 한번 더 보면 읽을 게 많다. 그의 만화는 여러 겹으로 되어 있다. 그걸 다 까보는 게 만만치 않다. 유토피아 디스토피아나 이창에 피어린 절규가 실리고 예리한 통찰이 오르내려도 ‘그런갑다’ 할 뿐이다. 정훈이 만화 따라가려면 멀었다. 왜 그럴까? 그는 자신에게 주어진 두 페이지를 완전히 장악하고 있기 때문 아닐까?나는 이창의 원고를 워드 프로세서에 타이핑하여 편집자에게 보낸다. 가끔 문장을 비상식적으로 잘라보기도 하고, 길게 늘려보기도 하고, 발음이 비슷한 단어들을 군데군데 집어넣어 일종의 운율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부사어나 형용사로 말장난을 하기도 하고, 제목을 이리저리 비틀어보기도 하고, 글 첫머리와 끝마침을 대응시켜보기도 하고, 별별 난리를 쳐도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도
정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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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탤런트 이승연씨의 곤욕이 크다. 누드 상품을 만들면서 일제 종군위안부 컨셉을 차용하는 바람에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다. “연예인 생명은 끝장”이라는 말이 점잖은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으니 사고를 크게 치긴 친 모양이다. 일부 여성 연예인들이 승부수로 구사하는 누드 동영상은 육체를 엿보게 해주고 돈을 버는 오래된 책략이라는 측면과, 젊은 육체의 화사한 매력을 주저없이 내보이며 가볍게 향유하는 새로운 시대의 덕을 이중으로 보는 아이템이다. 거기에 누군가가 이런 머리를 보탰을 것이다. 대박 나는 영화를 보면 민족의 아픔을 이야기하잖아? 벗은 몸과 민족이라. 위안부가 딱이네. 역사의식이 가미된 엔터테인먼트!그런데 이 대목이 패착이다.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가 전쟁과 분단 후유증, 부도덕한 군사정권 등 한국 현대사의 깊은 상처들을 건드리며 집단적인 해원을 유도하고 있긴 하나, 매우 영리하게 계산된 눈높이와 감성 코드를 유지하고 있다. 종군위
헛다리 짚은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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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망설임, 환상적인
감독인 소피아 코폴라는 <인디와이어>와 인터뷰를 하면서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의 몇 장면들을 가벼운 영화 카메라로 조명을 하지 않은 채 다큐멘터리처럼 찍었다고 말한다. <인디와이어>가 그럼 왜 디지털카메라를 쓰지 그랬느냐고 하자, 소피아 코폴라는 이 영화가 ‘사랑과 기억’에 관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재미있는 대답이다. 이유는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오히려 역설적으로 사랑과 기억에 못 미치는 경험의 생성, 그 과정을 영화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계 체험이라기보다는 어떤 체험을 한계, 그 정점까지 끌어올리지 못하게 하는 망설임이라는 애매모호하고 흐릿한 정서의 영역을 미묘하게 건드리고 있는 것이다.
말, 억양, 몸짓, 그 모든 것을 포함하는 기호가 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로 건너갈 때, 어떠한 의미의 상실도 없었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는 순간 중의 하나는 사랑을 시작했으면 하는 때다. 섹스는 아직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를 해석하는 두 가지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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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이 강금실 법무장관과 대표적 시민운동가인 박원순 변호사를 인기 드라마 <대장금>에 카메오로 출연시키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문화방송 고위 관계자는 25일 “강 장관과 박 변호사에게 대장금 출연섭외를 하고 있다”며 “강 장관은 의녀대장, 박 변호사는 궁중 별감 직책을 맡길지 다각도로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이 출연하게 되면 <대장금> 마지막 2회분(3월 15·16일치) 가운데 1회분에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방송사는 이들 말고도 현명관 전경련 부회장을 비롯해, 일반인도 각 회당 6∼7명씩 출연시키기로 하고, 26일부터 3월4일까지 인터넷을 통해 참가자를 모을 방침이다.
일반인은 경매를 통해 배역을 ‘낙찰’한다. 단역이나마 인기 드라마의 극중 배역을 공개 경매하기는 방송사상 처음으로, 최초 5만원에서 시작한다. 상품 내용이 재미있다. 얼굴과 가슴까지 나오는 바스트샷은 모집 인원이 3∼4명, 그보다 얼굴이 작게 나올 수밖에 없는 2·3샷(2∼3명이
문화방송, <대장금> 까메오 출연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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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을 보고 ‘행복하게 늙어가기’를 고민하다90년대 이후 화장품 업계의 대박 상품은 단연 링클케어 제품이다. 10년 전만 해도 주름살 개선 화장품은 엄마들의 전유물이었다. “여자 나이 20살부터 노화는 시작됩니다!” 이 뒷골 당기는 광고 카피에 충격 먹은 나는 친구에게 물었다. “아이크림을 벌써부터 발라야 해?” 나의 아둔함을 향해 날아온 메가톤급 어퍼컷, “아직도 아이크림 없단 말야?” 스무살 이전까진 어른되기에 골몰하다가 스무살 이후에는 늙음에 대한 공포로 ‘여생’을 점철해야 하다니. 미래를 향한 투자를 위해 지불되는 건 화폐만이 아니다. ‘퓨처 인베스트먼트’를 위해 희생되는 지금, 이곳. 노화방지 프로그램을 철저히 실천할 성실함이 없는 난, 30대의 행복, 40대의 행복, 50대의 행복을 한컷한컷 만끽하는 쏠쏠함에 곁눈질이 간다.영화 <사랑할 때 버려야 할 아까운 것들>의 코믹로맨스보다 눈에 띈 것은 ‘나이 든 여자
주름살? 신경 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