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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말이 없다. 나무를 깎고 다듬고 매만질 때도. 한눈에 차 뒷바퀴에서 자신의 발꿈치까지의 길이를 알아맞힐 때도. 남자는 말이 없다. 손은 화석처럼 굽고 거칠다. 남자는 오래전에 자신의 아이를 잃었다. 아이는 무참하게 살해당했고, 아내와도 이혼한 그는 혼자 남았다. 무심히 그릇을 닦고 스스로를 위해 밥을 차리지만, 남자는 말이 없다. 말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남자는 소년원에서 아이들에게 목공 일을 가르친다. 아이들이라고는 하지만 누군가를 죽이고 무언가를 훔친 나쁜 아이들이다. 남자는 그들에게 비판도 훈계도 하지 않고 그저 나무 깎는 일을 가르친다. 그러나 이 남자 올리비에는 알고 있다. 아이들은 제 어깨죽지로 나무판 하나 제대로 들지 못한다.
장 피에르 다르덴과 장 뤽 다르덴 형제의 영화 <아들>은 관객에게 거대한 의문부호를 마음에 품고 아무런 단서없이 주인공을 따라갈 것을 원하는, 헌신과 사색의 깊이를 요구하는 그런 영화에 속한다. 우리는 올리비에가 무엇 때문에
미니멀리즘 화술의 기적, 다르덴 형제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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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달, <아들>을 보고 인간의 심리조작에 대해 생각하다이런 여자를 상상해보자. 어린 시절을 강남에서 유복하게 보내고 명문 여대에 입학해서 지금 3학년에 재학 중이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아버지 사업이 실패해서 등록금을 낼 수 없는 것은 물론, 날마다 집으로 찾아와 행패를 부리는 채권자들을 지켜봐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그냥 옆에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는 말에 학교를 그만두고 먼 친척이 운영하는 강남 룸살롱에 나가기 시작한다. 자신을 누구보다 사랑하는 아버지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성모 마리아를 경배하며 성장한 그녀로서는 술자리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이었다. 게다가, 절대로 매춘은 안 한다는 노선을 정한지라 수입도 생각보다 신통찮았다. 그만둘까, 매춘을 할까, 그냥 참고 지내볼까 고민하던 차에 40대의 중년 남자가 제안을 한다. “하룻밤 자면 10억원 주겠다.” 그는 강남의 늙은 오렌지였는데, 그녀가 본 남자 중에 가장 재수가 없는
용서도 실은 애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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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상자료원(원장 이효인)은 22일부터 6일간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영상자료원 시사실에서 '매혹과 혼돈의 시대'라는 제목으로 50년대 멜로영화전을 개최한다. 멜로영화는 50년대 후반에는 전체 영화의 50~77%를 차지할 정도로 당시 주류를 이루던 장르. 1950년대의 멜로드라마는 해방 전의 도덕적 굴레에서 벗어나 스스로의 인생을 주장하는 새로운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으며 욕망과 섹슈얼리티를 지닌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여성을 한국 영화에서 처음 드러내고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청춘 쌍곡선(김한일) ▲순애보(한형모) ▲모정(양주남) ▲자유결혼(이병일) ▲느티나무 있는 언덕(최훈) ▲촌색씨(박영환) ▲동심초(신상옥) ▲자매의 화원(신상옥) ▲비오는 날의 오후 세시(박종호) ▲여사장(한형모) ▲운명의 손(한형모) ▲지옥화(신상옥) ▲청춘쌍곡선(한형모) 등 13편이 선보인다.
마지막날 마지막회 <청춘쌍곡선>이 끝난 후에는 김홍준 감독이 이 영화를 주제로 만든
한국영상자료원, 멜로영화특별전 개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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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2003년 스크린쿼터 통계자료를 발표하며 "최근 몇년간 한국영화의무일수 준수극장이 99%에 이르고 허위공연 일수는 1일 미만으로 나타나 스크린쿼터가 완전히 정착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전국 1천17개 상영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상영신고를 기준으로 한 한국영화 평균 상영일수는 150.6일이었으며 실제상영을 기준으로 한 평균 상영일수도 150.5일로 별 차이가 없었다. 이는 2002년에 비해 3.3일 늘어난 것이다.전체 평균 상영일수(316.1일)에 대한 한국영화 상영일수의 점유율은 47.6%로 집계됐다. 평균 한국영화 상영일수도 평균 의무일수 92.8일에서 57.8일이나 초과한 것이다.허위상영신고도 평균 0.13일로 전년대비 0.21일 감소했고 스크린쿼터 미달 극장도 1개 줄어든 9개(0.9%)에 불과했다.스크린쿼터문화연대는 "2001년부터 2003년까지 한국영화 평균상영일수는 3∼4일씩 증가하고 있는 반면 평균의무일수는 2001년에서 2002년
전국 극장 스크린쿼터 준수율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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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흑백 117분감독 이성구출연 김지미, 신성일, 김진규, 윤인자EBS 3월7일(일) 밤11시오는 3월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그래서 이번달에는 ‘시대에 따른 영화 속 여성상의 변천’이라는 주제하에 1960년대의 여성영화들을 선정했다. 그 첫 번째 영화는 1960년대 모더니즘영화의 명장 이성구 감독의 <댁의 부인은 어떠십니까>이다.당신 부인이 지금 낯선 남자와 춤을 추고 있다면? <댁의 부인은 어떠십니까>는 행복한 가정의 한 주부가 우연히 댄스홀을 갔다가 한 청년을 만나게 되고, 둘의 위험한 만남이 계속되면서 남편이 이 사실을 눈치채게 되는… 그런 줄거리의 영화이다. 지금으로 보면 전혀 충격적이거나 새로울 것도 없는 이른 바 바람난 아줌마에 대한 이야기지만, 영화가 개봉된 군사정권하의 당시로는 노름, 제비족, 춤바람 등을 소재로 한 영화는 모두 검열과정에서 엄격한 통제를 받았던 시절이란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충격적이기까지 한 작품이다.이 영화에서
1960년대판 자유부인, <댁의 부인은 어떠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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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댑테이션> Adaptation 2000년감독 스파이크 존즈 출연 니콜라스 케이지MBC 3월7일(일) 밤 12시25분독창적인 코미디 <존 말코비치 되기>를 만든 스파이크 존즈 감독작. 영화각색 때문에 고군분투하는 어느 작가에 관한 영화다. 자신이 쓴 첫 작품 <존 말코비치 되기>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작가 찰리 카우프만은 알고 보면 콤플렉스로 똘똘 뭉친 남자다. 자신을 누군가 항상 비웃고 있다고 여긴다. 영화사는 수잔 올린이 쓴 베스트셀러의 각색을 카우프만에게 맡긴다. 진귀한 난초를 찾아 세계 오지를 헤매는 탐험가의 인생 역정을 담은 논픽션 소설. 하지만 찰리는 원작의 매력에 빠져들수록 그것을 각색하기가 힘들어진다.<가프> World According To Garp 1982년감독 조지 로이 힐 출연 로빈 윌리엄스EBS 3월6일(토) 밤 10시존 어빙의 원작소설을 각색한 작품. 블랙유머를 간직한 멜로드라마이자 유쾌한 코미디다. 등장하는 캐릭터
[주말TV] 어댑테이션 / 가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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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tese Falcon 1941년감독 존 휴스턴 출연 험프리 보가트TCM&클래식무비 3월2일(화) 저녁 8시‘필름누아르’를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영화학자들은 이 영화들을 장르 혹은 운동, 스타일 등으로 각기 다르게 정의한다. 하나의 완성된 장르로 확정짓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필름누아르영화를 굳이 설명한다면 1940년대 미국 할리우드에서 제작된 영화들이 이전 미국영화들에 비해 “극히 어둡고 불안정한” 분위기를 풍긴다는 것이다. <말타의 매>(1941)로부터 시작한 필름누아르(프랑스 영화학자들은 자신들 영화를 누아르의 효시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예컨대 마르셀 카르네의 작품)는 1940년대 할리우드를 강타한 일종의 흐름이라고 해석하는 것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이다.<말타의 매>의 이야기가 진행되는 방식은 이후 다른 누아르영화들에 많은 영향을 끼쳤고 독특한 캐릭터의 향연이 이채롭다. 탐정 사무소에 미모의 아가씨가 나타나 사건을 의뢰한다. 그
필름누아르의 쾌감, <말타의 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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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국제화 시대를 맞이하면서 영어경쟁력은 국가경쟁력의 지표가 되었다. 심지어 우리는 ‘국제화 시대’를 간판으로 내걸기 전부터 외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발판으로 영어교육을 해왔고 그 덕분에 영어의 중요성은 입을 막 떼기 시작하는 유아를 포함하여 전 국민이 공감하는 바이다.교육방송의 영어교육 전문프로그램이 아니어도 매주 민병철, 이보영, 이근철 등 권위있는 명강사가 출연해서 영어의 달인이 되기까지 자신의 에피소드를 이야기하고 누구나 웃으면서 또 웃기면서 영어학습의 비법을 배워보는 오락성의 프로를 보자 있자니 끈질긴 국제화 시대로의 진입욕을 온몸으로 느끼는 것 같아 화끈거렸다. 우리 영어실력의 향상을 위해 초빙된 것은 국내의 명강사들만이 아니었다. ‘미친 영어’ 열풍을 드넓은 중국 대륙에 휘몰아치게 한 리양 선생까지 기꺼운 마음으로 출연해서 열강을 해주었다. 그의 진단은 어쩌면 너무도 정확해서 뼈에 사무치는 것이었다. “아시안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끄러움입니다. 부끄러워하는 이유는 영
머나먼 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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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대장금>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한다면 장금이 역할은 누가? 네티즌들은 르네 젤위거가 적격이라고 꼽았다. 영화 주간지 씨네21은 인터넷 홈페이지(http://www.cine21.co.kr)에서 "드라마 <대장금>을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 한다면 장금이 역에 가장 어울리는 배우는?"이라는 주제로 폴을 실시했는데 924명의 응모자 중 30% 이상(285명)이 르네 젤위거를 장금이라 불렀다.
"냉철하면서도 지적인 이미지가 가장 잘 어울린다"(kkc1118님), "르네 젤위거는 변신의 귀재다. 똑부러지게 잘 할꺼다."(stalker11님), "르네 젤위거가 딱 맞는 이미지와 연기력을 갖췄다"(doolyk님) 등이 선정 요인. 똑 부러지는 이미지에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 여우 조연상 수상 경력이 네티즌들에게 크게 어필한 듯하다.
르네 젤위거 다음으로는 위노라 라이더(23%), 니콜 키드먼(15%), 줄리아 로버츠(14%), 리즈 위더스푼(13%) 등이 고른 호응
르네 젤위거, 제가 장금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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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수나 무기수에게 감형이나 사면을 조건으로 불가능한 작전에 가담하게 만든다. 이것은 관객 1천만을 돌파한 <실미도>의 내용이다. 로버트 올드리치 감독이 1967년에 만든 <더티 더즌>의 내용도 위와 같다. 차이가 있다면 <실미도>는 민간인 죄수가 그 대상이라면, <더티 더즌>은 군 형무소에 갇혀 있는 죄수들이라는 것이다. <실미도>의 안성기처럼, <더티 더즌>에서 죄수들을 모으고 훈련시키는 역할은 리 마빈이 맡고 있다. 12명의 죄수들은 모두 사형을 앞두고 있거나 몇 십년의 강제노역 판결을 받은 상태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다른 선택은 없어 보인다. 결국 훈련을 받고 작전에 참가하게 되는데, 그 과정은 <실미도>와는 완전 딴판이다. 그들이 훈련받고 있는 광경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예비군 훈련장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된다. 군기는 전혀 없고 훈련은 놀면서 받고 있다. 그리고 그들의 지휘관인 리 마빈도 군
전쟁과 군대의 어리석음을 비웃어주마, <더티 더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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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작가 역을 맡은 코언 형제에게 익숙해져 있다. 그럴 때 그들은 1970년대 미국 작가 노선의 후예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간혹 시대를 건너 장르의 거장들이 활약하던 시절로 떠나기도 하는데, <참을 수 없는 사랑>이 그런 경우다. 둘은 기존 작업방식과는 달리 타인의 원작을 각색했으며, 제작과정에서도 스튜디오의 요구가 상당수 작용했음이 짐작된다. 그래서 그런지 <참을 수 없는 사랑>에는 과거 스튜디오 시절의 기성품, 정확하게는 스크루볼코미디의 터치가 넘쳐흐른다. 그들의 작품 중에서 순수한 의미의 오락물로서 가장 두드러지게 기능하는 예라 하겠다. 그런데 이 영화의 많은 공로는 두 주연배우에게 돌려야 할 것 같다. 두 배우는 고상한 척하는 게 넘치다 못해 종종 천박함에 이르는 캐릭터를 연기하지만, 우리는 결국 그들을 사랑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된다. <참을 수 없는 사랑>에서 조지 클루니와 캐서린 제타 존스는 단지 눈을 못 떼게 하는 매력만 보여주
정말 참을 수 없다, 그와 그녀, <참을 수 없는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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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첫 감독 작품(<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이나 지브리 스튜디오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첫 작품(<천공의 성 라퓨타>)은 아니지만, 지브리 스튜디오의 출발점이자 원형으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고 있는 작품이다.미야자키가 오랫동안 애니메이션화를 기획했던 <전국마성>과 <롤프>의 이미지를 통합해 만들어낸 이 작품에는 자연과의 일체감이라는 미야자키의 이념뿐만 아니라 그가 창조해낸 지극히 독창적인 세계관 속의 다양한 생물과 메커닉들이 시각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특히 히로인인 나우시카와 비행장면의 묘사는 미야자키의 이후 작품들의 근본 이미지가 되었다.
일본에서 ‘지브리가 가득’ 시리즈로 발매되었던 초기의 DVD들이 LD와 별 차이가 없는 화질을 보여주었던 것과는 대조적으로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는 일본에서 3년에 걸쳐 발매되었던 ‘지브리가 가득’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했던 가장 최근
지브리 스튜디오의 원형,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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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키가 다시 한번 링 위의 투혼을 꿈꾼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리얼리티 프로그램 <콘텐더>의 제작을 맡게 되었다. <콘텐더>는 복싱 무경험자들을 대전시켜 마지막 한명의 챔피언을 뽑아 100만달러의 상금과 함께 프로 권투선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안겨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는 언제든지 링에 뛰어올라가 지원자들의 스파링 상대를 할 의향도 있다고 밝혔는데. 헝그리 복서들에게 기회를 열어주고 싶다는 늙은 배우의 타오르는 젊음에 경의를. 주지사 선거에 뛰어들지 않은 명석함에 안심을. 다만 나이를 고려해서 무리한 스파링은 좀 피하는 게 좋을 듯.
TV판 록키에 도전, <콘텐더> 제작하는 실베스터 스탤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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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라 크로프트, 새로운 임무는 아테네올림픽의 성화 봉송이다. 유엔 난민기구의 민간대사로 일해오며 평소 국제기구에 대한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아왔던 공로를 인정받아 성화 봉송 주자로 선정된 안젤리나 졸리는, 아테네올림픽 개막 하루 전인 8월12일 최종주자들의 일원으로 그리스의 벌판을 달릴 예정이다.
몸에 달라붙는 까만 가죽 반바지 차림은 아니더라도 멋진 트랙슈트 차림의 그녀 모습에 성화는 활활 제대로 타오를 듯. 다만 도로를 지나다닐 운전자들은 돌아보다가 사고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할 듯.
안젤리나 졸리, 아테네올림픽 성화 봉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