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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일 | 영화를 찍는다는 문제만 갖고 얘길 하면, 이제 대부분의 한국 감독들에게 60년대는 사회적 공간이거나 상상적 공간이지, 경험한 공간은 아닙니다. 감독님이 1960년대를 다룰 수 있는 마지막 세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하류인생>을 보러오는 관객은 텔레비전이나 자료로만 알고 있을 텐데, 감독님께서 이 젊은 세대를 설득하기 위해 배려한 부분들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임권택 | 이런 생각을 해요. 그 시대를 총체적으로 정리하는 것은 책으로도 충분한 거예요. 60년대라는 시대를 찍을 때, 고증하는 것이 중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고. 단지, 건달이든 누구든 실제의 삶을 영화 안에 드러내야 하기 때문에 리얼리티가 필요해진 거예요. 기왕이면 우리가 체험했던 실상, 그때의 생생한 모습을 충실히 함으로써 영화를 살아 있는 것으로 만들지 않겠는가 한 것이죠.
정성일 | 제가 <하류인생>에서 매우 신기하게 생각했던 점 중 하나는 <족보>
<하류인생> 혹은 임권택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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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 <하류인생>을 묻는 영화평론가 정성일에게 답하다
정성일 | 이렇게 시작을 하겠습니다. <취화선>을 만들고나서 이미 그때 <하류인생> 준비를 하고 계셨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하류인생>이 특별히 원작이 있는 것도 아닌데, 취화선 이후에 별 망설임 없이 바로 <하류인생>으로 넘어오게 된 것은 이 이야기에 끌리신 이유가 있으시기 때문인 것 같은데요, 아니면 <하류인생> 이전에 준비한 것이 있으셨는지요. 아니 따로 준비한 그런 거는 없었고, <하류인생>은 지금 영화로 드러난 그런 얘기가 아니어도 한번은 꼭 해야지 하던 건데, 가령 이태원 사장 얘기며, 정일성 감독 얘기며, 우리가 살아왔던 얘기들을 잡담 비슷하게 하면서, 쭉 생각해오던 끝이니까 바로 하게 된 거지. 영화를 해야지 하는 결정은 <취화선> 끝나면서 했고.
임권택 | 맨 처음에 이 영화의 제목을 감독님께서는 <사회적
<하류인생> 혹은 임권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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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하고 두려워했던 1960년대
왜 그러해야만 하는가? 내 질문은 여기서 시작한다. 생각해보니 신기하게도 임권택은 1971년 <잡초> 이후 두번 다시 1960년대를 다루는 영화를 만들지 않았다. 그 이후 49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멀리는 조선시대, 그러고난 다음 일제 강점하와 해방공간, 혹은 한국전쟁, 그러고나면 교묘하게도 언제나 그냥 동시대로 넘어왔다. 그가 현재와 맞닿아 있는 가장 가까운 과거까지 거슬러올라간 영화는 1970년대 그 어느 날 그렇게 무심코 시작하는 <창>뿐이다. 임권택은 그 시대를 하여튼 피하고 싶어했다. 어쩔 수 없이 영화 속에서 통과해야 할 때도 그것이 1960년대라는 그 어떤 지표도 지워버렸다(<아제아제 바라아제>). 그는 1960년대를 증오하거나, 혹은 두려워한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갑자기 그 시대 안으로 들어갔다. 이 말이 정확하다. 이 영화는 1960년대를 끌어안은 것이 아니라 다짜고짜 그 시대 안으로 들어간 것이다.
<하류인생> 혹은 임권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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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의 아흔아홉 번째 영화 <하류인생>
<취화선> 이후 만들어진 임권택 감독의 아흔아홉 번째 영화 <하류인생>은 돌아보지 않는다. 그의 전작들에 연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인장처럼 사용됐던 형식들에도 매달리지 않는다. 그는 또다시 새로움을 추구한다. 언제나 임권택 감독의 세계 안에서 영화와 예술의 본질을 헤아려보는 영화평론가 정성일은 진심으로 이 너비를 해석하고 질문하면서 뒤쫓으려 한다. 정성들여 마련한 서문과 인터뷰를 통해 거장의 ‘지금’ 거처에 발을 디뎌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편집자
정성일/ 영화평론가나는 궁금했다. <취화선>을 만든 다음에 무슨 영화를 만들 수 있을까? 그건 어떤 한계에 도전하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임권택은 거기서 어떤 결론에 도달했다. 장승업의 삶을 통해 그 자신이 봉착한 예술적 괴로움과 여기에 이른 자신의 기나긴 시행착오를 더할 수 없이 고통스럽게 펼쳐놓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가 혜원 김홍도나 추사 김
<하류인생> 혹은 임권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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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최다부문 노미네이트 기록제57회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인 <올드보이>가 제41회 대종상영화제에도 최다부문 노미네이트를 기록했다. 대종상영화제 집행위원회(위원장 신우철)가 24일 발표한 부문별 후보 명단에 따르면 <올드보이>는 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노른자위 부문을 비롯해 총 20개 중 11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도 작품상ㆍ감독상과 함께 여우주연상 후보에 전도연과 이미숙이 나란히 오르는 등 10개 부문 노미네이트를 기록해 다관왕을 노리게 됐다. 한국영화 사상 최대 흥행기록을 세운 <태극기 휘날리며>는 9개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작품상 후보에서 탈락하는 이변을 낳았다.<태극기 휘날리며>와 함께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실미도>는 작품상과 감독상을 포함해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아라한-장풍대작전>과 <장화, 홍련>은 각각 8개 부문,
대종상영화제 부문별 후보작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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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회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제작 쇼이스트ㆍ에그필름)가 6월 1일 전국 56개 스크린에서 재개봉된다. <올드보이>는 지난해 11월 21일 개봉해 320만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지난 2월 비디오로도 출시돼 4주 연속 대여순위 정상(씨네타운 집계)에 오르는 등 극장가와 비디오 대여점에서 동반 인기를 누렸다.비디오까지 출시된 영화가 극장에서 재개봉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것. 쇼이스트는 "칸 영화제 수상을 기념해 극장에서 관람할 기회를 놓쳤던 관객에게 다시 볼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인터넷영화관 씨네웰컴(www.cinewel.com)도 6월 3일 온라인 VOD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5월 31일 오후 10시와 12시 30분 <올드보이>의 온라인 무료시사회를 개최한다. 관람자간 채팅을 통해 영화를 보면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며 30자평을 올린 관객을 대상으로 경품 이벤트도 펼친다. 31일 오전까지 시사회
칸 영화제 수상작 <올드보이> 재개봉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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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동래구 부산전자공업고등학교. 정문에서부터 건물 몇채가 겹겹이 서 있을 만큼 교정이 크다. 그러나 <우리 형> 촬영장소는 이 넓은 교정의 맨 뒤 구석. 작은 창고 하나가 나무들과 철조망으로 둘러싸여 있는 그 좁은 공터 안에 배우와 스탭들이 몰려 들어가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 모니터 및 사운드 장비가 놓여 있다. 이제 종현(원빈)과 쫄바지(김태욱)가 미령이란 여학생 때문에 한판 뜰 참이다. 영화에서 몇번 없는 액션신인데다 정확히 동작을 계산하지 않는 ‘막싸움’이다보니 신재명 무술감독이 특히 긴장해 있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작업했던 그는 이런 ‘막싸움’을 지도할 때마다 행여 누가 다칠까 노심초사하느라 “피가 마른다”고 한다. 이런 순간에 서울에서 몰려든 취재진들 때문에 슛 들어갈 찰나를 놓친 스탭들. 어수선한 공기를 가까스로 정리하고 누군가 외친다. “슛 들어가겠습니다!” 그 순간 이 흘러나온다. 교정 스피커에서다. “6교시 마치는 시간입니다.” 현장은
“고마해라. 아 죽겠다” <우리 형>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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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없는 한 해가 될까 우려하던 할리우드 영화계가 드림웍스가 배급한 <슈렉(Shrek) 2>의 화려한 데뷔로 일단 한 숨을 돌렸다. 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영화 <슈렉 2>는 23일 캘리포니아 엔시노에 기반을 둔 미국 영화흥행집계 전문업체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의 잠정 집계 결과 21일 이후 주말 사흘간 미국과 캐나다 개봉관에서 모두 1억430만달러의 흥행을 기록, 예상대로 정상에 올랐다.<슈렉 2>의 이같은 입장수입은 지난 2002년 <스파이더 맨>이 거뒀던 개봉 첫 주 1억1천480만달러에 버금가는 대박. 지난해 <니모를 찾아서>가 7천20만달러의 입장수입을 올린 것과 비교할 때 만화영화로서는 개봉 첫 주 최고의 흥행 성적이다. 슈렉은 또 지난 19일 북미지역 4천163개 개봉관에서 닷새동안 모두 1억2천530만달러의 수입을 기록,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이 기록한 1억2천410만달러를 능가했다.3년 전
<슈렉 2> 북미 박스오피스 1위 대박 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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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뉴욕에서 개봉해 평론가들의 호평을 받았으나, 흥행으로 이어지지 못해 아쉬움을 남기고 있다. 지난 5월7일 뉴욕 상영을 시작한 <오아시스>는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상영되고 있는 맨해튼의 독립영화 상영관인 링컨 플라자 시네마와 안젤리카 시어터에서 개봉됐다.
<뉴욕타임스>의 영화평론가 스티븐 홀든은 <오아시스>를 ‘주목할 만한’(remarkable) 작품이라고 했고, 주연을 맡은 설경구와 문소리가 ‘놀랄 만한’(extraordinary) 연기를 보여줬다고 평했다. 홀든은 “<오아시스>는 일반 영화에서 장애인들을 센티멘털하거나 순하고 착하게만 다뤄왔던 관습을 벗겨버렸다”며 “도망치거나 부드럽거나 달콤하게 이야기를 바꾸는 대신, 이 작품은 고립돼 있던 주인공들이 이를 극복하게 하는 것은 물론 이와 함께 우리가 가지고 있던 편견과 좌절감도 극복하게 한다”고 평했다.
[뉴욕] <오아시스>의 맨해튼 상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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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필자는 처음으로 칸영화제에 갔다. 경쟁부문에 한국영화가 두편이나 오른 이번 영화제에 한국영화 팬들은 볼거리가 많았다. 크로아제트 거리에는 <올드보이>의 대형 포스터가 걸렸고 홍상수 감독의 이름이 표지에 실린 <카이에 뒤 시네마>가 쌓여 있었다.
주 경쟁부문에 대조적인 스타일을 가진 한국영화 두편이 진출한 것이 특히 좋다고 생각됐다. 일반 관객들은 <올드보이>에 강한 반응을 나타낸 반면, 많은 전문- 특히 프랑스- 평론가들은 냉담한 반응이었다(이 영화의 상영회는 한국영화를 처음 접하는 많은 관객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한국영화의 첫인상은 폭력 묘사라는 사실을 다시금 입증해주기도 했다. 필자는 <올드보이>뿐만 아니라 가벼운 코미디를 대했을 때도 외국인들의 이런 반응을 자주 보았다).
반면, 홍상수 감독의 영화는 평론가들(특히 프랑스 평론가들)의 환영을 받았으나 일부 관람객에게 혼란스러움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전체적인 반응은 두 영화
[외신기자클럽] 칸에서 보는 한국, 그리고 일본과의 관계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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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의 서양식 교회건물인 중림동 약현성당은 첫사랑을 추억하기에 모자람이 없는 장소였다. 스테인드 글라스와 점토로 만든 액자, 경건한 제단이 감싸주었던 첫사랑. 지니(김선아)는 스무살에 처음 좋아한 남자 구현(이현우)을 이 성당과 함께 떠올린다. 5월10일 현장을 공개한 〈S 다이어리〉는 이날 지니가 몰래 구현의 가방에 자기 목걸이와 같은 모양의 마스코트가 달린 휴대폰 줄을 매다는 장면을 촬영했다. 뚜벅뚜벅 걸어다니기만 했던 이현우와 달리 김선아의 촬영은 매우 고됐다. 구현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무릎으로 성당 바닥을 기어야 했기 때문이다. 무릎 부분에 천을 대고 촬영을 마친 김선아는 세 남자를 거치는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지난 연애를 떠올렸고, 내가 추억에 집착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말했다.〈S 다이어리〉는 2002년 싸이더스HQ 시놉시스 공모전에서 <전도연의 섹스 다이어리>라는 제목으로 수상한 시놉시스가 원안인 영화다. 스물아홉의 출판사 직원 지니는 뭐든 꼼꼼하
내 모든 사랑을 적은 다이어리, 〈S 다이어리〉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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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때 보다 화려한 경쟁작들과 파격적인 수상결과로 전세계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제57회 칸영화제가 지난 23일 저녁(현지시간) 폐막식을 가졌다. 한국영화 <올드보이>가 심사위원대상, 남여주연상을 각각 일본배우, 홍콩배우가 수상하는 등 전반적으로 아시아 영화가 눈에 띄는 약진을 보였다. 아쉬움과 환호가 겹쳐진 영화제 폐막식 현장에서 <씨네21> 손홍주 기자가 직접 사진을 보내왔다. (편집자 주)
[칸2004] 폐막식 현장 생생 포토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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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 영화제에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을 맹렬히 비난한 마이클 무어 감독(사진)의 다큐멘터리 영화 <화씨 9/11>에 최고의 상인 황금종려상이주어진 데 대해 미국 주요 신문들은 일제히 부시 정부에 큰 정치적 충격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워싱턴 포스트는 "무어 감독에게 이번 수상은 예술적 승리 이상을 의미한다. 이는 백악관을 겨냥한 정치적 수류탄이나 다름없다"고 논평했다. 뉴욕타임스도 "무어 감독이 그 곳에서 정치적 폭탄을 터뜨렸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화씨 9/11>은 곧 온 동네 영화관에 배급돼 큰 수입을 올릴 것이다. 그러므로 국내 배급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이제 접어도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무어 감독은 시사회에 앞서 당초 국내 상영관 배급 계약을 협상중이던 디즈니사가 정치적 압력 때문에 협상을 중단하는 바람에 아직까지 미국내 상영관을 찾지 못했다고 밝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뉴욕타임스는 "디즈니사는 대가급 선동가이자 자기선전가인 무어
"<화씨 9/11> 수상은 정치적 수류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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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영화제에서 <올드 보이>가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함으로써 한국영화는 세계 영화의 중심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됐다. 심사위원대상은 2002년 임권택 감독이 <취화선>으로 받은 감독상보다 한 단계 위에 있는 상이다. 또 경쟁작들의 수준이 예년보다 높았고,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화씨 9/11>이 영화적 완성도보다 부시 가문과 이라크전을 다뤘다는 소재의 민감함에서 주목을 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작품성에서 <올드 보이>가 최고의 평가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듯하다.
임권택 감독을 비롯해 <오아시스>의 이창동 감독이 2002년 베니스영화제에서, <사마리아>의 김기덕 감독이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는 등 한국 영화는 세계 3대영화제 감독상을 고루 받았지만 박찬욱 감독은 그보다 높은 상을 받음으로써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을 한 계단 더 높인 셈이다.
작가주의 영화보다 장르 영화에 가까운 <올드 보이&g
[칸 2004] <올드 보이> 칸 수상…사실상 작품성 최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