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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 시리즈: 7세, 14세, 21세, 28세, 35세, 42세> The UP Series: Seven Up, 7 Plus Seven, 21 Up, 28 Up, 35 Up, 42 Up1964∼98년감독 마이클 앱티드(<7살> 폴 아먼드)상영시간 576분화면포맷 1.33:1 스탠더드(<42세> 1.52:1 비아나모픽)음성포맷 DD 2.0 영어자막 없음출시사 퍼스트 런 피처스(미국)1964년 영국, 다양한 환경에서 선택된 20명의 아이들이 동물원에 모여 놀고 있다. 이중 14명이 <업 시리즈>에 참가했고, 시리즈는 4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진행된다. 그라나다TV에서 방영되는 <움직이는 세상>의 한 코너였던 <업 시리즈>는 계급과 사회구조가 개인의 미래에 끼치는 영향 그리고 다가올 영국의 모습을 진단하기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었다. 이후 7년 단위로 진행된 시리즈에서 14명의 주인공(<42세>에선 3명이 빠졌다)은
문화인류학의 거대한 실험장, <업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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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비> Вий/ Viy1967년감독 게오르기 크로파초프, 콘스탄친 예로쇼프상영시간 71분화면포맷 4:3 스탠더드음성포맷 DD 5.1자막 한국어, 러시아어, 영어출시사 스펙트럼(1장)<악령 비>는 <외투> <검찰관>으로 잘 알려진 니콜라이 고골리의 원작을 영화화한 보기 드문 러시아산 공포영화다. 오래전 <마녀 전설>이란 제목으로 비디오가 출시되기도 했던 이 영화는 그 희귀성 때문에라도 한번쯤 찾아서 볼 가치가 있다. DVD에는 희귀도로 따지면 더한 부록들이 수록되어 타이틀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 바로 3편의 초창기 러시아 공포영화로, 비록 단축된 하이라이트판이기는 하지만 당시 러시아 공포영화의 수준을 충분히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악령 비>와 마찬가지로 고골리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초상화>(1915, 맨 왼쪽)에서는 마치 사다코의 원형을 보는 듯한 소름끼치는 그림 속의 유령을
80년 전 러시아 무성호러 3편이 덤, <악령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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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꿈이었을까? 지나온 4년은 그저 악몽이었나?” <화씨 9/11>의 오프닝에서 말하던 마이클 무어의 독백이다. 그렇다. 모든 게 꿈이 되었다. 11월2일 이전 <화씨 9/11>를 본다는 것은 재미있는 영화 한편을 보는 것이었지만 지금 이 영화를 다시 본다는 것은 악몽 속에서 악몽을 꾸는 것이며 그걸 알면서도 깰 수 없음에 허탈해하는 것이다. 대선용 프로파간다 다큐를 만들면서까지 마이클 무어는 세상을 바꾸고자 하였건만 불에 타고 있는 자유와 진실은 4년 뒤에나 끌 수밖에 없게 되었다. 비행기 테러에 대한 보고서도 무시한 채 임기의 42%를 휴가로 써먹다가 9/11을 맞이하지만 자신의 가족에게 14억달러를 보내주던 사우디와의 관계 때문에 조기대응도 제대로 못하고, <킬 빌>의 브라이드와 <올드보이>의 이우진이 복수의 방법을 잘 가르쳐주었건만 엉뚱하게 이라크를 침략한 부시가 재선되었기 때문이다.
원작소설과 트뤼포의 영화 <화씨 4
부시의 악몽에도 희망을 가져야 하는 이유, <화씨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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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 아트하우스 아트큐브, 11월19일부터 일본 다큐멘터리 특별전 상영일본 대중영화 46편을 무더기로 소개한 메가박스일본영화제(11월10∼24일)에 이어, 일본 현대의 사회상을 스크린을 통해 전언하는 또 하나의 영화제가 열린다. 단, 이번에는 직접화법만 쓰는 영화들이다. 일주 아트하우스와 일본 국제교류기금은 11월19일부터 28일까지, 1930년대부터 1990년대에 걸쳐 만들어진 일본 다큐멘터리 16편을 한데 모아 상영한다. ‘일본 다큐멘터리 특별전-역동의 기록, 매혹의 필모그래피’라고 명명된 이번 행사에서 상영되는 작품들을 꿰뚫는 테마는, 일본이 체험한 전쟁과 산업화의 격동과 여파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그리고 각 영화가 주시하는 개인의 조건과 카메라의 앵글에 따라, 격동과 여파는 다양한 모습으로 기록된다. 필름은 때로 역사의 이행기를 만나 자신의 노동이 새로운 역사로 직결되는 모습을 목격하는 인간의 감격으로 요동치기도 하지만, 다큐멘터리스트들은 역사의 죄악과 오류가 남긴 낙진
매혹적인 일본 다큐 걸작과 만난다, 일본 다큐멘터리 특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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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도 역시 촬영을 맡았다. 두 사람의 친분관계를 모르는 건 아니지만 작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를 들려달라.
<세계>는 2, 3년 전부터 지아장커와 해오던 이야기다. <세계>는 산시성 바깥으로 벗어나 만든 영화이고, 지하영화가 아닌 최초의 지상영화라는 점에서 실험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다. 하나는 전작과 달리 어떤 모색이 있었는지, 또 하나는 중국시장에서 이 영화가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질지, 중국 관객은 어떤 태도로 이 영화를 수용하게 될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촬영감독으로서 추구한 비주얼 컨셉은 무엇이었나.
지아장커가 원하는 바를 뒷받침할 수 있는 데 신경을 썼다. 포맷상으로는 시네마스코프를 사용했다. 오랫동안 많은 작품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굳이 따로 비주얼 컨셉을 정해둘 필요는 없었다. 그와는 영화적 이념들이 같고, 그래서 신뢰가 있다. 그렇다고 그와 작업하는 것만은 아니다. 고든 챈의 <A1>이라는 홍콩 상업영화도 찍
중국 지하전영의 대표 주자 - 유릭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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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당신을 따라다니던 중국 언론들을 볼 수 있었다. 지하전영의 존재를 부정하던 중국이 이젠 달라졌구나 싶었는데.
2년 전에 <임소요>를 들고 칸에 갔을 때는 중국 언론들이 나서서 공격적으로 기사를 썼다. 기자회견 때는 <CCTV> 기자가 많은 젊은이들이 미국에서 유학하고 있을 만큼 중국이 부유해졌다며 내 영화가 거짓이라고 해서, 가슴에 손얹고 누가 거짓말하는지 생각해보라면서 싸우기까지 했다. 그때에 비하면 적의가 많이 누그러진 것 같다. 정부 아래 있는 언론매체들까지 왔으니까.
<세계>는 어떻게 구상하게 됐나.
<플랫폼>을 찍고 나서였던가. 고향의 사촌동생이 베이징 생활을 부러워하며 그곳 생활이 어떤지 물은 적이 있는데 말로는 표현 못하겠더라. 다만 베이징에 관한 영화를 언젠가 찍어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플랫폼> <임소요>에 나오는 여배우 자오타오에게서 세계공원에 관한 이야길
중국 지하전영의 대표 주자 - 지아장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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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의 미래는 있는가, 라는 거창한 질문을 굳이 던질 필요는 없었다. 지난 10월31일 폐막한 제2회 아시아나단편영화제는 그야말로 중국영화 잔치였다. 821편의 출품작 중 250여편이, 본선 진출작 62편을 포함해 90여편의 상영작 중 20여편이 중국영화였다. 이 사실만으로, 용암처럼 흘러내릴 중국영화의 저력을 예감할 수 있었다.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지아장커와 초청감독으로 방한한 유릭와이는 빡빡한 영화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이처럼 활기 넘치는 중국영화의 현재에 대해 언급할 수 있는 자리는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은 정부의 규제에 묶여(중국 정부는 올해 6월 디지털로 제작된 작품들에 대한 심의와 규제를 내용으로 한 조례를 마련했다) 정작 상영은 불가능한 현실에 비판을 가하면서도 물밀 듯 쏟아져 나오는 작품들을 근거로 미래를 낙관했다. 중요한 건 그들은 여전히 싸우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스스로 제안한 아시아 독립영화의 발전에 관한 라운드 테이블에서 그들은 중국 정부의 현 정책이
중국 지하전영의 대표 주자 지아장커와 유릭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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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6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에 의해 발표된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The Strange Case of Dr. Jekyll and Mr. Hyde)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정갈한 도덕적 태도와 높은 명망을 지닌 한 남자가 어떤 약품의 도움으로 억눌려 있던 악의 자아로 변신하게 된다는 테마는 100년이 지난 오늘에도 새로운 흥분을 자아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다채로운 재능의 그래픽 아티스트 로렌초 마토티와 시나리오 작가 제리 크람스키가 함께 만든 만화 <지킬과 하이드>가 그 훌륭한 예다.세기말 태생으로 어마어마한 신분과 재산을 상속받은 ‘나’에겐 찬란한 미래가 보장되어 있었다. 다만 내 안의 지칠 줄 모르는 활기와 쾌활한 성격은 대중 앞에 근엄한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또 다른 욕구와 맞서고 있었다. 어릴 적부터 기쁨을 감추기 시작한 나는 어느 순간 스스로가 심각한 이중생활 속에 갇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서로
표현주의 미술로 다시 태어난 괴물, <지킬과 하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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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니 스타가 되어 있더라’는 말은 자본주의 대중문화의 한 단면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인간사 어디 로또복권 같기만 하겠는가. 미국 록 밴드 R.E.M.은, 시소로 말하자면 ‘한방에 뜬’ 스타들의 반대편에 앉아 있다고 말할 수 있다. 1980년 결성된 R.E.M.은 꾸준히 대학가와 클럽을 중심으로 공연하고 인디 레이블을 통해 음반을 발매하며 인디 신의 스타로 발돋움하여 메이저 레이블과 계약을 맺고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이상적 경로’를 보여준 밴드다. 1990년대 초반 국제적인 ‘거물’이 된 동시에 후배들로부터 ‘얼터너티브의 원조’이자 모범적인 선배 밴드로 존경받는 ‘해피엔딩’을 누리기도 하고.
하지만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도 있는 법. 1990년대 후반부터 음반에 대한 호응이 감소하고 1997년에는 드러머 빌 베리가 밴드를 그만두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그럼에도 남은 이들만으로, 언제나 그랬듯 부단한 음악적 여정을 유지해온 R.E.M.이 통산 13집인 <
느리고 차분해진 ‘얼터너티브의 원조’, 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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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가 이겼다. 믿을 수 없지만, 믿고 싶지 않지만 그렇다. 영화 시나리오로 치면 최악이다. 거의 스너프필름 수준이다. 목을 따고 시체를 절단하는 끔찍한 살인을 저질러도 스너프필름에선 결코 악당이 처벌받지 않는다. 전세계가 악당으로 지목한 부시가, 이라크에서 수십만, 수백만명을 살해하고 아이들을 불구로 만든 전쟁광 부시가 다시 4년간 미국 대통령이 된다는 이 결말은 스너프필름보다 더하다. 미국은 지금 스너프필름의 살인자에게 앞으로 4년간 맘껏 활보해도 좋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상상만 해도 구역질이 날 것 같다.
미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언론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판세를 갈라놓은 것은 백인 개신교 신자란다. 한적한 시골에 살면서 주일이면 교회에 나가고 가족과 바비큐 파티를 벌이는 가정, 그들에게 이라크인의 죽음은 그리 중요한 사건이 아니었으리라. 생각해보니 나도 이런 친구들을 만난 적이 있다. 미군 부대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얼마간 오해나 편견이 개입될 여지가 있지만 내
갓 블레스 아메리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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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비포 선라이즈>를 관람한 것은 지금으로부터 9년 전. 나는 고등학생이었고, 꿈 많은 고등학생에게 그 영화는 손에 잡힐 듯한 근미래였다. 아무리 짧은 국내 여행길에서도 나만의 <비포 선라이즈>에 대한 갈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로부터 5년 뒤. 부산영화제 폐막식에서 <화양연화>를 봤다. 양조위와 장만옥의 완벽한 자태에 감복하는 한편, 차마 말할 수 없는 기억을 봉인하고 돌아서는 차우의 어깨가 안쓰러웠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극적인 화양연화가 조만간 나에게도 찾아올 것이라는 근거없는 믿음도 있었던 것 같다. 다시 4년 뒤. 9년 전 고등학생이었고, 4년 전에는 대학생이었으며, 이제는 (불쌍하게도, 보고 싶은 영화를 시사회 때 제대로 챙겨보지도 못하는) 영화잡지 기자가 된 나는 어느 일요일 오후 집을 나섰다. <비포 선셋>과 <2046>을 연달아 관람한다는 무모한 계획을 가지고 극장으로 향하던 그 길. 여태껏 배낭여행 한번 떠나
<비포 선셋>과 <2046>을 한꺼번에 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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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 하면 대개 검투사를 떠올린다. 영화 <글래디에이터> 때문일 게다. 하지만 <벤허>나 <쿼바디스> 같은 옛날 영화를 본 이들은 ‘콜로세움’에서 기독교 순교자들을 떠올릴 것이다. 로마는 동방에서 온 이 괴상한 종교의 추종자들을 맹수에게 던져주었으나, AD 313년에 결국 이 종교의 힘에 굴복하고 만다. 로마의 황제가 기독교를 국교로 공인함으로써, 갈릴리 지방에서 발생한 유대교의 한 종파는 일약 세계 종교로 비약한다.이 모두가 순교자 덕분이다. 예수 자신이 순교자였다. 베드로를 비롯해 그를 따르던 사도들도 대부분 순교했다. 사도들이 전파하고 다니던 복음을 들은 초기 기독교인들 역시 제 눈으로 보지 못한 채 유대 촌 동네의 어느 청년을 위해 기꺼이 죽을 준비가 되어 있었다. 종교의 올바름은 이렇게 머리 좋은 사람들에 의해 ‘논증’되는 것이 아니라 죽음 속으로 몸을 던지는 사람들에 의해 ‘증거’되는 것이다.칼 마르크스의 말대로 역사는 종종 두번 반
여러분, 믿∼슘미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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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조급하게 만드는 것들이 있다. 분명히 나는 태어날 때부터 급하거나 안절부절못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나도 느긋하고 여유있는 작태에 어른들이 놀라곤 했다.엄마- 넌 태어나자마자도 주변을 확인하고 여기가 어딘지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다 살핀 뒤에 울기 시작했다. 니가 다른 태아들보다 3분 정도 늦게 우는 바람에 우린 목청없는 아이를 낳은 줄 알고 기겁을 했었지….자라면서도 그랬다. 학교의 등교시간이 내겐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3교시가 끝날 때쯤 들어가도 그다지 조바심나지 않았다. 1, 2교시에 배운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거야란 예측과 더불어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잘 버티는 맷집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그랬다. 언제나 여유가 있었고 여백이 넘치는 생활이었다. 난 언제나 삶에 여유가 있었고…. 그것은 다른 인생들과 구별되는 아주 착하고도 영특한 습성이다. 그러던 내가 어느 순간부터 이렇게 급해졌다. 식당에 가서 첫마디가 “뭐가 빨리 되요?”, 촬영장에 가서도 “대사
나를 조급하게 만드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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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휘황찬란한 것들이 한참 동안 다채롭고도 풍성하게 스크린에 명멸했던 것 같기는 한데, 돌이켜보면 구체적으로 뭐가 명멸해 지나갔는지는 거의 머릿속에 남기지 않음으로써, 관객에게 ‘내 머릿속의 지우개’라는 말의 진정한 의미를 일깨워주고 있는 영화 <레지던트 이블2>….
언뜻 그 제목만으로는 의료계에 첫발을 내디딘 인턴들의 애환과 설움을 그린 영화라는 착오를 불러일으킬 법도 한 이 영문 모를 영화가 출현하게 된 원인과 영문과 까닭에 대해 현재까지 다음과 같은 가설들이 제시되고 있다.
① 조폐공사 개입설: 신용카드 거래의 일반화와 전자결제 시스템의 확대로 인해 현금거래가 급속히 위축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로 인해 존폐위기에 빠진 조폐공사가, 난국 돌파를 위한 최후의 방책으로 ‘안 되면 현찰로 처바르기 시스템’의 적극적 홍보를 위해 이 영화의 제작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설.
② 자금 은폐은닉설: 그러나 당 영화에는 돈으로 깔았음이 틀림없음에도 도대체 아무런 감흥도 일어나지 않
너 게임이야, 영화야? 소속이 뭐야! <레지던트 이블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