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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크리스마스는 어떤 의미인가.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는 ‘크리스마스란 선물을 주고받고,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멋있게 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란 가족과 이웃에 대한, 그들을 위한 것이며, 이들과 함께 나눈 아름다운 순간들을 기억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할리우드는 수없이 많은 크리스마스영화를 만들어왔다. 이중에는 세대를 초월해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는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이 기억 속에서 잊혀져간다. 그렇다면 <크리스마스 건너뛰기>는 어디에 포함될까. 추수감사절을 겨냥해 11월24일 미 전역에 개봉된 이 영화는 내용 면에서나 구성원 면에서도 상투적으로 만들어진 홀리데이영화는 아니다.
우선 이 작품은 <레인메이커> <펠리칸 브리프> 등 법정소설과 영화로 잘 알려진 존 그리샴의 원작소설 <크리스마스 건너뛰기>(Skipping Christmas)를 바탕으로 했다. 판권을 획득한
[현지보고] 크리스마스 동화, <크리스마스 건너뛰기> 뉴욕 시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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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라운드 · 체중+프로레슬링 vs 설경구
“가라! 누구든 씹어먹을 것 같으니까…”
전설의 프로레슬러 역도산의 몸을 만드는 것은, <공공의 적>에서처럼 나태한 생활과 과식을 비결로 뒤룩뒤룩 살을 찌우면 되는 것과 차원이 달랐다. 거대하지만 운동으로 다져진 몸을 만들기 위해 한시라도 근력운동을 쉴 수가 없었고, 보라매공원을 홀로 달리며 일면식도 없는 사자(使者)와 싸워나가야 했다. “뭐 로봇도 아니고 하루종일 운동만 하지는 않았어요. 놀고 싶으면 놀고 어떤 날은 하루종일 탁구만 치기도 했다니까. 사람들한테, 사실 이거 탁구영화야, 하면서.” (웃음) 하지만 본격적으로 레슬링 훈련에 들어가자 낙법에 누르기에 멍이 가실 날이 없었다. “어이, 나 죽겠네”라는 말이 입에 붙어서 어느 누가 말을 걸어와도 일단 “어이… 나 죽겠네”부터 시작했다. <오아시스>에서 설경구는 “재수없을 만큼” 삐쩍 마르게 만들어버렸던 이창동 감독이 태산만한 덩치로 바뀐 설경구를 보고
설경구는 어떻게 역도산이 되었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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力道山. 한 고개라면 넘겠다. 둘이라도 넘어볼 만하다. 하지만 이 산으로 가는 길은 한두 고개를 넘는다고 될 일이 아니었다. 역도산. 조선이름 김신락, 17살에 현해탄을 건너와 ‘조센진’이라는 과거를 지우고 일본 최고의 프로레슬러이자 전후 일본의 영웅이 되었던 사나이. 100kg에 가까운 거대한 몸 만들기, 카메라 트릭이 허용되지 않는 프로레슬링 훈련, 영화 전체에 깔리는 일본어 대사 소화, 그리고 실존 인물이라는 부담감까지. 산 넘고, 물 건너서, 바다 건너서, 이 험난한 지옥의 라운드를 거쳐 설경구는 어떻게 역도산이 되었나. 아니 역도산은 어떻게 이 괴물 같은 배우의 몸을 통해 부활했나.
양수리 영화촬영소에 만들어진 사각의 링으로 어슬렁어슬렁 설경구가 걸어온다. 숙련된 프로레슬링 선수들도 하루에 20분 이상 안 한다는 레슬링 경기를 3분이 넘게 몇번씩 해댔던 전날의 촬영. 뼛속까지 파고드는 고통을 겨우 소주로 달래고 잠이 들었던 참이다. 하지만 카메라 롤링이 시작되자 “아~~
설경구는 어떻게 역도산이 되었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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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들러 리스트’가 애초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책이 미국에서 출간돼 논란이 일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쉰들러 리스트>로 영화화했던 독일 사업가 오스카 쉰들러는 2차대전 당시 나치로부터 유태인 1000여명의 목숨을 구한 선행으로 널리 알려졌다. 문제의 책 『오스카 쉰들러: 알려지지 않은 그의 삶과 진실』은 미국 엘론 대학 교수이자 홀로코스트 역사학자 데이비드 M. 크로가 쓴 전기다. 저자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 쉰들러는 그 유태인 명단과 거의 관련이 없다. 유태인들이 안전한 곳으로 대피할 당시 쉰들러는 관료들에게 뇌물을 준 죄로 감옥에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총 9개의 리스트가 있었지만, 그중 대다수 유태인들은 쉰들러가 잘 알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결국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쉰들러를 너무 미화한 셈인데 스필버그쪽도 이런 새로운 주장에 대해 “쉰들러는 아직 베일에 가려진 인물이므로 이런 주장에 제기되는 것이 그리 놀랍
쉰들러 리스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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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영화사이트 FILM THREAT(www.filmthreat.com)는 올해 가장 주가가 하락한 50인(Frigid 50)을 선정, 발표했다. 대망의 1위는 부시 비판 다큐멘터리 <화씨 9/11>의 감독 마이클 무어가 차지했다. 선정 이유는 부시 대통령의 재선을 막는데 실패했기 때문. 이 사이트는 <화씨 9/11>이 가져온 두 가지 효과 중 하나가 민주당 성향의 미국인들이 투표하도록 독려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나머지 미국인들이 부시를 재당선 시키도록 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리고 “여태까지 마이클 무어가 지지한 대선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었다. 다음 선거에는 공화당을 지지해보라”는 비아냥과 함께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슈퍼 사이즈 미>의 똑똑한 연출력을 배우라”는 충고까지 덧붙였다.
2위에는 할리 베리가 뽑혔다. 2002년에 수상한 오스카 여우주연상이 무색할 정도로 실망스러운 행보(<고티카><캣우먼>)를 보여주고 있
올해 가장 썰렁한 인물은 마이클 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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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에서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 몰라, 눈을 감고 가만히 있었어요. 누나가 다가오면서 우선 입술을 맞췄고, ‘떨지 말고 입을 살짝 벌려봐’ 하더라고요.” “남자가 연상이면 여자를 힘으로 밀죠. 여자 같은 경우는 자연스럽게 ….” “그러니까 (남자의) 힘의 문제다 그거죠?”
지상파 방송의 프로그램에서 이런 말들이 가감없이 쏟아져 나왔다. 저질스런 대화와 여성 비하적, 성폭력적인 발언으로 많은 시청자들이 불쾌감을 느꼈으나, 출연한 연예인들은 개인적인 모임인 듯 거침없는 모습이었다. 지난 29일 밤 11시께 에스비에스에서 방송된 〈야심만만 만명에게 물었습니다〉에서 벌어진 일이다. 최근 에스비에스 〈일요일이 좋다〉의 ‘당연하지’ 게임이 외모 비하, 언어폭력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 더해, 에스비에스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률만을 의식하면서 선정성 측면에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날 〈야심만만〉에서는 사회자로 출연한 강호동, 박수홍과 패널로 나온 김성
SBS <야심만만> 이대로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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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이맘때쯤 할리우드는 가장 자아도취적인 기간, 바로 아카데미상 시상식에 이르는 기간에 접어든다. 업계 전문지 광고에 거대한 금액이 지출되며, LA와 뉴욕에서 런던까지 시사실 예약들이 꽉꽉 찬다. 이런 모든 대소동에 작은 사이드쇼가 되는 것은 최우수 외국어영화 부문이다. 아카데미상이 그저 지역 행사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려는 할리우드의 상징적 시도다(사실 지역 행사지만, 이건 나중에 더 얘기하겠다). 아카데미 시상식이 생긴 지 20년 만인 1947년에서야 이 부문이 처음 도입됐다. 첫 수상작은 이탈리아 감독 비토리오 데 시카의 네오리얼리즘 걸작 <구두닦이>(Shoeshine Boys)였다.
그 이후로 가장 많이 수상한 나라는 이탈리아와 프랑스로, 각국이 오스카상 한 다스 정도씩 타갔으며, 부문은 거의 독점적으로 유럽영화에 의해 지배돼왔다.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수상한 나라는 일본으로, 1951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으로 시작했다. 그러나 일
[외신기자클럽] 실속없는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영화상, (+영어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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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신작 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이하 <하울>)이 일본 열도를 강타하고 있다. 지난 11월 20일 448개관에서 개봉된 <하울>은 개봉 9일만에 3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2주차에도 여전히 일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켰다. 이런 대기록을 볼 때 전작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가지고 있던 일본 흥행 1위 기록도 무리없이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배급사 도호는 최종 스코어 목표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세운 2304만명보다 훨씬 웃도는 4000만명으로 잡고 있다. 관객과 평단의 반응도 놀라우리만치 전폭적인 지지상황이라 도호의 이런 목표가 배짱예측만은 아닌듯 하다. 영화팬들은 표를 사기 위해 심야까지 기다리고 있고 요미우리 신문사는 <하울>을 지지하는 CF까지 만들어서 방송할 정도로 지금 일본 극장가는 <하울> 한편으로 광적인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런 폭발적인 흥행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일본 강타중, <누구나 비밀은 있다>는 4위 데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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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00여명의 지원자를 뚫고 <여고괴담4 : 목소리>에 캐스팅된 새로운 호러퀀은 누구일까? 바로 김옥빈(18), 서지혜(20), 차예련(19)이 그 주인공들이다. 네이버 얼짱으로 유명한 김옥빈은 알 수 없는 그림자에 죽음을 당한 후 목소리만 남아 학교를 떠도는 '영언' 역으로,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으로 스타덤에 오른 서지혜는 단짝친구 영언이 죽은 후 그 목소리를 듣게 되는 교내 방송반 아나운서 '선민' 역을 맡는다. CF로 얼굴이 알려진 차예련은 귀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신비로운 여고생 '초아’역을 맡았다.
그동안 <여고괴담> 시리즈는 박한별, 송지효, 김민선, 최강희 등 신인배우의 등용문으로 자리잡았다. 이미 <여고괴담>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선배들의 뒤를 이어 4대 호러퀸이 된 이들은 3개월에 걸쳐 1, 2차 예선과 1박 2일간의 최종 오디션, 네티즌 투표 등의 치열한 심사를 거쳐 캐스팅되었다. 그만큼 영화에 임하는 이들
<여고괴담4 : 목소리> 캐스팅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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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3일 개봉한 <브리짓 존스의 일기: 열정과 애정>은 개봉 첫주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대중적인 인기몰이에 성공한 듯 보인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제작 초기에 미 텍사스 출신의 여배우 르네 젤위거가 영국의 싱글 여성을 제대로 연기할 수 있을까로 일었던 논란은 이미 첫편에서 르네 젤위거가 선보인 뛰어난 연기 덕에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더이상 그녀의 국적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사람이 없으니 말이다. 그러면 영국 영화계에서 현재, 르네 젤위거 같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대서양 양쪽을 오가며,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여배우는 누구일까?
대중적인 면에서는 키라 나이틀리 같은 배우에게 뒤지지만, 탁월한 연기력 면에서는 누구보다 주목받고 있는 배우가 사만사 모튼이다. 사만사 모튼은 1999년 우디 앨런의 <스윗 앤 로다운>, 같은 해에 미국에서 만들어진 <지저스 선> 등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것을 비롯해, 2002년에는 스티븐
[런던] 예언자 아가사, 떴구나 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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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를 마감하는 독립영화축제 서울독립영화제2004가 12월10일부터 17일까지 용산CGV 2개관에서 열린다. 1975년 한국청소년영화제로 시작하여, 금관단편영화제, 한국청소년단편영화제, 한국독립단편영화제 등의 이름을 거쳐 지금에 이른 서울독립영화제는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한다. 슬로건은 Never Mind. 예나 지금이나 척박한 독립영화의 현실 속에서, 함부로 희망을 말할 수는 없지만 괜한 근심도 않겠다는 절박한 외침이라고.
309편의 영화 중에서 예심을 통과한 47편의 본선진출작들을 살펴보면 장편부문에서는 다큐멘터리(<진실의 문> <길동무>)의 강세가, 중편에서는 실험성(<세개의 멜로>)의 약진이 눈에 띈다. 언제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단편부문은 총 27편이 상영되는데, 예년과 마찬가지로 일관된 흐름을 읽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지난 한해 동안 여러 영화제들에서 호평받았던 영화들이 주를 이뤄왔던 서울독립영화제이지만 올해는 16편의 프리미어 상영작
서울독립영화제2004 12월10일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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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치가 돌아왔다. 2001년 극장 개봉에 앞서, 불법 동영상과 입소문으로 무섭게 퍼져나갔던 <소림축구>의 열풍을 뒤로하고, 그가 돌아왔다. <소림축구>가 홍콩 영화사상 최고의 흥행 기록을 세운 것은 물론, 미라맥스를 통해 미국 극장가에도 진출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호응을 얻은 덕에 그는 새 영화 <쿵푸 허슬>을 소니와 콜럼비아의 아시아 프로덕션, 차이나필름 그룹의 지원을 받아 제작 연출했다. 물론 그가 주연배우도 겸했다. 언제나처럼 그는 ‘안티 히어로’다. 생각없고, 대책없는.
1940년대 광둥, 검은 옷을 입고 도끼를 휘두르는 잔인무도한 갱단이 지역을 주름잡고 있다. 할 줄 아는 일도, 하고 싶은 일도 없는 청년 싱(주성치)에겐 소원이 하나 있으니, 바로 이 갱단의 일원이 되는 것이다. 왜? 폼나니까! 우연히 흘러들어온 허름한 동네에서 일명 ‘돼지우리’로 통하는 아파트에 다다른 싱은 재미삼아 동네 사람의 돈을 뺏는데, 곧 상대를 잘못 골랐다는 걸
주성치표 라이브 액션 쿵푸 카툰, 해외신작 <쿵푸 허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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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 신인배우들 연기 방해하기… “감독님, 나중에 두고봐요”
거의 대부분이 신인인 우리 배우들은, 자신이 보았던 다른 배우의 표정을 종종 흉내내곤 한다. 마음속에서는 캐릭터의 감정에 의해 연기를 하지만 머리에서 한번 걸러지면서 기억 속에 가장 좋았던 어떤 배우를 따라하는 것이다. 나는 때때로 잔뜩 감정에 몰입해 있는 배우들의 상태를 파괴하기 위해 애쓰곤 한다. 열심히 준비한 어떤 것들을 한순간 농담처럼 지워버리게 하고, 어리둥절한 채 다시 캐릭터에 집중하게 한다. 그런 이유로, 현장에서 배우의 집중을 방해하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다. 카메라 앞에서 긴장한 채 대사를 준비하는 준기에게 다가가 수다를 떨고 말도 안 되는 농담을 한다. 민정이는 좀 다르다. 테크닉에 익숙하고 표현력이 좋은 민정이의 경우엔 의외의 모습을 자꾸 요구하게 된다. 방법은 마찬가지다. 무척이나 상식적이고 모범생인 민정이는 무척 성숙(?)된 의식을 가지고 있다. 현장에서 민정이의 별명은
80년대 청춘과 21세기 청춘의 만남, <발레교습소> 제작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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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1월, 윤계상 캐스팅…“자존심을 걸겠습니다!”
처음부터 이 영화는 주인공부터 신인이 될 확률이 많다고 생각했다. 열아홉살을 연기할 남자배우를 생각해보면, 감독이 무조건 믿고 동지처럼 기댈 수 있는 배우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는 몇몇 배우들은 이미 열아홉의 연기를 보여주었거나 혹은 관객이 열아홉이라고 믿어주지 않을 정도로 나이를 먹었다. 몇년 전, 가수 윤계상의 사진을 몇장 나에게 보여주며 “한국영화에서 필요로 할 만한 얼굴이다. 뭔가 잘 풀리지 않는 소년과 긴장한 청년의 얼굴이 함께 있는, 이런 얼굴이 참 좋다”고 말하던 신혜은의 지적처럼 계상이의 얼굴에선 청년과 소년의 이미지가 함께 떠오른다. 그리고 오늘 그를 만났다.
처음 만난 계상이는 검은 머리에 짧은 커트를 하고 온몸을 긴장한 채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얌전히 앉아 있었다(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나한테 좋게 보이고 싶어 머리도 검게 염색했다고 한다. 이제 와서 말이
80년대 청춘과 21세기 청춘의 만남, <발레교습소> 제작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