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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일본인은, 역도산을 나가사키 출생의 일본인으로 알고 있다. 전후의 굴욕과 허탈감을, 가라테촙 한방으로 날려버린 위대한 영웅. 금발의 푸른 눈을 가진, 거대한 체격의 미국 프로레슬러를 무력으로 무너뜨린 역도산. 가장 야만적인 방법이지만, 일본인에게 힘을 주는 최고의 선물이었다. 당시 역도산은 천황 다음으로 유명한 일본인이었고, 무소불위의 영웅이었다.
하지만 역도산은 조선인이다. 아들조차 그 사실을 알지 못할 정도로, 역도산은 철저하게 자신의 정체성을 숨겼다. 그리고 승리만을 생각했다. 가장 야비한 방법으로, 가장 잔인한 수단으로 오로지 성공의 길만을 달려갔다. 스모에서 요코즈나가 될 수 없다면, 미국인의 스포츠 프로레슬링으로 세계 챔피언이 되어야만 했다. 하지만 1963년, 역도산은 허무하게 죽는다. 다음해인 1964년에 도쿄올림픽이 열렸고, 일본은 과거의 상처를 털어내고 다시 ‘문명’ 세계의 일원이 되었다. 위대했지만 ‘야만’적이었던 역도산의 죽음은, 새로운 일본의 입장에
숨겨진 역도산의 진실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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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타루> <철도원>으로 한국에 널리 알려졌고 <은하철도 999> <슬램덩크> <드래곤 볼>을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계의 전설 도에이 동화의 모태인 도에이 영화사. 도에이는 이규형 감독의 전언에 따르면 야쿠자영화만 4만여편을 소유한 일본 5대 메이저 중 하나다. <실미도>의 수입에 이어 의 투자에도 참여한 도에이의 실무자 슈헤이 구사나기 전무(사진)를 시사회가 끝난 뒤 마루노우치 빌딩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가 바라보는 한·일영화의 현재와 미래.
<DMZ, 비무장지대>에 투자한 동기는.
초기 투자를 결정할 시기부터 이 프로젝트를 알고 있었다. 이 감독이 비디오를 보여줬고 이 감독의 장점을 높이 샀다.
50%, 15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수치인가.
비즈니스상으로 그런 것은 비밀이다. 정확한 수치는 제시할 수 없다.
일본에서의 개봉시기는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는가.
내년 4∼5월 정도로
에 투자한 도에이사 슈헤이 구사나기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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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 혼과 커트 러셀이 21년간의 동거를 청산했다. 1983년 조너선 드미 감독의 <위험한 유혹>을 촬영하며 타오른 그들의 사랑이 아쉬운 막을 내린 것은 골디 혼의 새로운 열애 때문. 골디 혼은 인도 여행 중 전설적인 크리켓 선수 출신인 파키스탄의 정치가 임란 칸을 만나 늦은 사랑에 빠지고 만 것으로 알려졌다. 지인들의 말에 따르면 현재 새 영화 <스카이 하이>를 촬영 중인 커트 러셀은 분노와 충격으로 통제불능의 상태라고. “내 사랑 골디! 21년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골디 혼과 커트 러셀, 21년간의 동거를 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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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 휘날리며>의 강제규 감독이 할리우드 메이저 에이전시인 씨에에에이(CAA)와 계약을 체결해 할리우드 진출이 가시화 되고 있다. 할리우드는 배우뿐만이 아니라 감독과 스탭들도 모두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해 활동하는 제작시스템을 가지고 있어 이번 계약체결은 강제규 감독의 할리우드 진출에 큰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유명 메이저 에이전시와 계약을 체결하게 된 뒷배경은 <태극기 휘날리며>가 북미지역에서 개봉해 성공적인 평가를 받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트릭스> 시리즈의 제작자 조엘 실버는 “소규모의 예산으로 만든 훌륭한 작품”이라고 <태극기 휘날리며>를 추켜세웠고 <아이, 로봇>과 <페이첵>을 제작했던 데이비스 엔터테인먼트도 연출력에 후한 점수를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달뜬 분위기에서 <쉬리>와 <태극기 휘날리며>의 미국내 배급사 소니 콜롬비아가 400억 규모의 로맨스 공포영화 일정을 강제
강제규 감독, 할리우드 진출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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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카 후보에 일곱번이나 오르고, 마틴 스코시즈의 최근작 <애비에이터>(The Aviator)의 세트를 설계한 단테 페레티가 로마 영화의 집에서 지난 10월에 간담회를 가졌다. 영화의 집의 개관을 기념해 마련한 이 행사는 단테 페레티가 직접 그린 스케치가 함께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이번 간담회에는 영화의 집의 책임자 펠리스 라우다디오, 영화감독 프랑체스코 로시, 엘레타 출판사의 가브리엘레 루치를 비롯, 이탈리아 영화감독과 배우, 제작자들이 대거 참석해 그의 명성을 입증해주었다.
올해 예순한살의 단테 페레티는 지난 30년간 영화 세트 설계와 제작에 몸담으며, 이탈리아 영화사뿐 아니라 세계적인 영화 세트 건축가로서 주목받아온 인물이다. 파졸리니의 <메데아>는 그에게 영화의 길을 터주었고, 이렇게 시작된 인연은 <살로 소돔의 120일>까지 이어졌다. 그 이후 펠리니와도 <여자들의 도시>(La Citta` Delle Donne), <달의
[로마] “영화 세트 건축은 상상력에 좌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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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씨>의 주인공들은 횡설수설하고, 영화는 갈팡질팡한다. 영화는 혼란스럽지만, 단지 영화 탓만은 아니다. 불륜에 대한 우리의 말이 횡설수설하고, 마음이 갈팡질팡하기 때문이다. 불륜에 대한 이 시대의 태도는 엉거주춤하다. 인정할 수도, 부인할 수도 없으니 엉거주춤할 수밖에 없다. <주홍글씨>는 사랑과 결혼 사이에서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못하고 헤맨다. 그런 면에서 <주홍글씨>의 오락가락에는 리얼리티가 살아 있다. 영화는 쿨하지 않으면서 쿨한 척하는 시대를, 겉 다르고 속 다른 이 시대의 속물들을 까발린다.
비밀을 폭로하는 순간, 파국은 닥친다
어쩌면 우리는 ‘묻지 마’ 관광 중이다. 불행은 의심에서 시작된다.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묻지 말아야 할 것을 묻는 순간, 파국은 들이닥친다. 형사 기훈(한석규)은 아내 수현(엄지원)과 애인 가희(이은주) 사이에서 유능하고 행복하다. 사진관 여자 경희(성현아)도 여느 부부처럼 남편과 “문제가 있어
우리 시대의 불륜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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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관람하기 위해 극장에 들어서면, 어김없이 만날 수밖에 없는 각종 광고와 영화 예고편. 때로 무료한 시간을 때워주고, 때로 새 영화에 대한 정보도 제공해주는 이 영상물들의 소리 크기를 둘러싸고 관련 단체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논쟁은 스티븐 소더버그(사진)를 위시한 미국의 영화제작자들에게서 시작됐다. 광고 및 예고편의 큰소리를 견디지 못해 소리를 줄여달라는 관객의 요구를 받아들인 극장 관리자들이, 막상 본편 상영에 들어가면 다시 소리 크기를 원래 수준으로 돌려놓지 않는다는 것이 그들의 불만이다.
지난 10월 말, 스티븐 소더버그 등 할리우드의 유력 스튜디오 책임자들은 트레일러음향표준협회(TASA)의 모임에 참석하여 예고편과 광고 소리의 크기를 줄여줄 것을 촉구했다. 소더버그는 이 자리에서 미국영화협회(MPAA)와 제리 브룩하이머, 스콧 루딘, 마이클 베이 등 다른 제작자들의 서명이 첨부된 문서를 전달했다. 이에 대해 TASA는 85데시벨이라는 기준이 존재하는 예고편과
미국의 영화제작자들, 예고편 및 광고 소리 기준 낮춰달라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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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엔 아이디어가 너무 없다”
그녀는 목이 쉬어 있었다. 속삭여도 되겠냐고 부탁했다. 하지만 말을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갔다. 1980년대 중국에서 넘어온 이후, 1990년대 도저히 할리우드의 사고로는 만들 수 없었다던 중국 이민자들의 삶을 다룬 영화 <조이럭 클럽>으로 이름을 알렸던 재닛 양. 질문 하나에도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화답하는 그녀에게서 저널을 상대하는 능변의 기술을 갖춘 프로듀서의 일면을 엿본다. 지금 그녀는 자신이 영화를 시작하게 된 ‘열정의 기원’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한다.
-2002년, <하이 크라임> 이후 아직까지 프로듀싱한 작품이 없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스튜디오가 제작편수는 줄이고, 편당 제작비는 늘려서, 쉽게 흥행을 예상할 수 있는 공식을 따르는 영화들 위주로 가다보니 인디영화들은 반대로 예산이 점점 더 작아지는 경향이 있다. 그런 상황 속에서 80년대 중국에서 할리우드로 온 이후, 처음으로 여
아메리칸필름마켓(AFM) 탐방기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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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공포영화들은 쉴 틈을 주지 않는다”
누구도 쉽게 예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주온>의 할리우드 리메이크작 <그러지>는 엄청난 흥행성공을 거뒀고, 이 영화의 프로듀싱에 참여한 신타로 시모사와는 얼굴 한번 보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다. 라디오 프로듀서도 겸하고 있다는 그는 저녁시간에만 만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출생했고, <슬래커즈>의 보조 프로듀서로서 이 일을 시작한 신타로 시모사와는, 집에 가는 길이니 태워다주겠노라고 할 만큼 친절했으며, 인터뷰 도중 샘 레이미 영화를 좋아하냐고 물을 만큼 열렬한 그의 추종자이고, <주온2>의 프로듀싱 작업에 참여할 예정이다.
-지난 2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라고 알고 있다. 이 정도 흥행을 예상했나.
=<인크레더블> 때문에 잘은 모르겠지만, 이번주(미국 시간 11월4일)에도 1700만달러 정도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 첫주 4천만달러, 둘쨋주 2240만달러, 그리고 이번 주중에는
아메리칸필름마켓(AFM) 탐방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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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본의 할리우드 진출 상황은? <샘의 호수> 공동투자 제작
11월4일 AFM 시작 이틀째 되던 날, LA 베벌리힐스에 자리한 매버릭엔터테인먼트 사무실을 찾았다. 거기에서 <샘의 호수> 프로듀서 중 에릭 톰슨, 송유진(캐시 유), 줄리안 창 졸킨을 만났다. <샘의 호수>는 한국 제작사가 할리우드의 독립영화사와 공동투자 제작하는 영화이다. 외국영화의 수입 및 국내영화의 해외 배급, 판권 세일즈를 주로 하던 미로비젼이 할리우드 소규모 영화사 닉낵과 함께 각각 40%씩 80%의 자본을 출자 제작하고, 한편으론 미로비젼의 국제부 이사인 송유진씨가 현지 LA에 별도 법인으로 설립한 영화사 40 CALIBER와 할리우드 독립프로덕션 회사 매버릭엔터테인먼트가 현지 업무를 공동 진행하고 있다.
“여기 와서 미로비젼 업무도 보고, 또 40 CALIBER 회사 창업도 하면서 해외쪽 사람을 많이 만나게 됐다. 올 2월에 열렸던 AFM에서 <큐브>
아메리칸필름마켓(AFM) 탐방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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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로 개최일정 바꾸며 역대 최대규모로 열린 아메리칸필름마켓을 가다
11월3일에서 10일까지 LA 샌타모니카에서는 세계 3대 마켓 중 하나인 아메리칸필름마켓(AFM)이 열렸다. 전세계의 영화업자들이 밀려드는 이곳에서 작은 할리우드의 모습과 집약된 세계 영화 경제의 정글을 마주하게 된다. 현지에서 본 ‘한국영화의 실적’과 ‘한국 제작사의 할리우드 진출 사례’와 ‘아시아, 또는 한국영화 리메이크 붐에 대한 반응’을 전하는 동시에 그곳에서 활동하는 아시아인 프로듀서 2색 인터뷰를 덧붙인다.
프롤로그
25번째를 맞아 11월3일부터 10일까지 열린 (올 2월 열렸던 24회를 포함하여) AFM은 세계 3대 영화마켓 중 하나로 꼽힌다. 매년 2월 말에 열렸으며, 전세계 70개국 이상에서 7천명이 넘는 영화 비즈니스맨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매년 5월 말에 칸영화제와 함께 열리는 칸 마켓, 11월에 열리던 밀라노견본시(이하 MIFED)가 나머지 두 행사다. 그러나 AFM은 올 2월에 개최했던
아메리칸필름마켓(AFM) 탐방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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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조지 부시와 무관하다!”
오랜 영화작업과 막바지 홍보에 지친 듯, 올리버 스톤 감독은 무척이나 느긋한 분위기로 질문에 임했다. 그러나, 영화의 서구 중심적인 역사관에 대한 질문을 던지자 민감하고 장황하게 반응해, 현재의 국제정세와의 예상치 않은 연관성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비교적 비판적이라고 알려진 올리버 스톤 감독의 입장이 과연 그러한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영화에 단 두번 등장하는 남녀 사이의 러브신이 모두 폭력적이다.
=알렉산더와 록산느의 경우, 그들의 관계가 그처럼 강렬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필립스와 올림피아스의 경우는 알렉산더와 부모와의 갈등을 상징적을 보여주기 위해서 그 장면이 필요했다. 필립왕이 올림피아스 왕비를 죽이려고 했다는 직접적인 역사적 증거는 없지만 충분히 추론할 수는 있다. 필립왕이나 올림피아스 왕비나 역사적 자료로 볼 때, 알렉산더에게는 둘 다 너무 강하고 폭력적인 인물들이었다. 그리고 덧붙이자면, 그 당시 남자들은 훨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렉산더> 미리보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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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판 알렉산더 세계정복사
어린 시절 웬만한 집에 한질씩 있었던 <세계위인전집>의 ‘주인공’들을 새삼스레 기억한다. 위대한 인물들은 대개 과학자이거나 이른바 전쟁 영웅들이었다(가끔씩 음악가들도 있었다). ‘세계’라는 수식어가 무색하게 9할이 서구의 백인 남자 영웅이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서구의 역사는, 우리가 세계사라고 배우게 마련인, 영웅들의 끝없는 전진으로 이야기되어왔다. 25살의 나이에 그 당시 유럽인들에게 알려진 세계의 90%를 정복했다는 알렉산더야말로 그중 으뜸이다. 역사의 스펙터클과 영웅의 드라마만큼 할리우드가 사랑한 주제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지난 40년간 알렉산더가 영화화되지 않은 까닭은 무엇일까. 그리고 2004년 이 시점에 알렉산더가 스크린에 되살아온 것은 어떤 의미일까.
미국의 인터미디어, 프랑스의 파테 등 다국적 영화사가 참여해 3년에 걸쳐 제작한 <알렉산더>의 LA 언론 시사회를 다녀왔다. <플래툰> <JF
올리버 스톤 감독의 <알렉산더> 미리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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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엔 쥘 마레이, 왕가위, 장이모, 전수일, 떠 있는 것에 대한 미학
요즘 파리 오르세미술관에서는 프랑스의 학자 에티엔 쥘 마레이(1830∼1940) 전시가 열리고 있다. 그는 인체의 움직임 재현에 관한 연구로 영화선구자 중 한명이 됐다. 특히 그는 조트로프(이 발명품 이름이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스튜디오 이름이 된다)의 발명자인데 이 장치는 회전체 위에 올려진, 날고 있는 갈매기를 나타내는 열개의 조각을 일컫는다. 회전체를 빨리 돌게 하면 정확하게 진짜 새와 같은, 날개를 파닥이는 단 한 마리의 갈매기만 보이게 된다.
1899년과 1901년 사이에 마레이는 장애물에 대고 연기를 뿜어대는 기계를 발명해내고 유리판 위에 연속사진을 찍는다. 이 연속사진은 공기의 움직임을 잡아내고 공기의 저항성을 계산하기 위한 것이었다. 현재 오르세에서 전시하는 것이 바로 유령과도 같은 이 아름다운 이미지이다. 미술관은 그 밖에도 마레이의 기묘한 연기 송풍장치도 다시 만들었다. 우리 앞에서, 다소
[외신기자클럽] 당신의 눈 안으로 스며드는 연기 (+불어원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