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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트리쉬(루이즈 롬바드)의 재혼 결혼식에서 자신을 둘러싼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하딘(히어로 파인스 티핀)은 괴로워한다. 그는 연인 테사(조세핀 랭퍼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홧김에 방화를 저지른다. 한편 오랜 기간 테사와 떨어져 지내던 그녀의 아버지가 갑자기 사망하며 테사의 삶에도 위기가 찾아온다. 아버지의 사망 이후 좀처럼 삶의 활로를 찾지 못하는 테사는 병원에서 자신의 몸이 임신이 어려운 상태임을 알게 된다. 자신과 하딘을 둘러싼 여러 문제에 지친 테사는 하딘과의 이별을 택하고 뉴욕행에 오른다. 한편 하딘은 중독 치료 모임에서 자신의 일기를 낭독하게 되고 우연히 기회가 닿아 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 <그 후>를 출간해 인기를 얻는다. 테사는 소설의 내용이 둘의 지난한 연애사임을 알게 된다.
<애프터: 에버 해피>는 2019년부터 이어 개봉한 <애프터>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며, 캐나다의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에 연재되었던 애나 토드의 동명
[리뷰] 당신과의 연애를 창작의 소재로 쓰는 남자는 피하세요, '애프터: 에버 해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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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단을 가리지 않고 돈이 필요한 형제에게 한번에 5천만원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돈이 숨겨져 있는 곳은 ‘썬더버드’라는 독특한 이름이 새겨진 아우디 A4. 문제는 빚쟁이들에게 쫓기는 태민(이명로)이 급한 불부터 끄기 위해 전당포에서 500만원을 받고 자동차 열쇠를 맡겼다는 것이다. 택시 운전을 하며 근근이 버텨가는 태균(서현우)은전당포를 털어 열쇠만 찾으면 돈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동생이 썩 미덥지 않다. 하지만 태민에게 빌려줬던 돈을 돌려받아야 자신의 빚도 갚을 수 있는 그는 어쩔 수 없이 동생의 작전에 함께하게 된다. 카지노에서 돈을 탕진하고 강원도 정선에 발이 묶여버린 태균에게도 별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태민의 여자 친구이자 카지노 딜러로 일한 경험이 있는 미영(이설)은 겉보기에 딱히 돈이 필요하진 않지만 썬더버드 찾기에 기꺼이 함께한다.
영화를 연출한 이재원 감독은 강원랜드가 위치한 정선군 사북읍 지역에 관한 기사를 읽고 <썬더버드>의 시나
[리뷰] 서현우, 누아르도 가능한 배우, '썬더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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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변신 설화의 모티프를 안고서 <프린세스 아야>는 판타지 뮤지컬의 세계로 뛰어들었다. 연리지 왕국의 아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동물로 변해버리는 피를 갖고 태어나는데, 이는 인간의 파괴 행위로 위협받게 된 동물들의 원한 때문이다. 저주에 걸린 아이들은 처음엔 다시 사람으로 돌아오지만 변신이 반복될수록 어느새 몸의 일부가 동물인 채로 살아가게 된다. 연리지의 공주 아야(백아연)의 운명도 예외는 아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적국과의 정략결혼을 결심한 아야에겐 바타르의 왕자 바리(박진영)와 변화하는 자신의 몸을 동시에 알아가는 탐색의 시간이 아직 낯설기만 하다. 닥쳐온 전쟁의 음모, 자주 되풀이되는 변신의 굴레 속에서 영화는 공주와 왕자의 관계를 풋풋한 10대의 우정 혹은 로맨스로 맑게 채색한다.
서로 다른 나무가 한 그루로 합쳐진 모습을 의미하는 ‘연리지’라는 이름처럼 <프린세스 아야>에서는 사람과 동물, 아군과 적군이 금세 접합을 이룬다. 방심하면 양손
[리뷰] 이상한 나, 낯선 타인을 끌어안는 노래, '프린세스 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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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이 지는 밤>은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는 버스를 타고 막 무주에 도착한 해숙(김금순)의 행적을 따라간다. 꾀죄죄한 차림새로 음산한 소리를 중얼거리는 해숙의 정체는 묘연하다. 해숙은 한 폐가에 도착하고, 머지않아 그 폐허가 해숙과 죽은 딸 영선(안소희)이 살던 집이며 해숙이 무당이라는 사실이 드러난다. 해숙이 혼령을 부르는 의식을 치르자 집 어딘가에 고여 있던 영선의 유령이 나타난다. 해숙과 영선은 무당과 유령이라는 경계의 존재들로서, 미처 애도되지 못한 상실처럼 폐허 속에 잔존하며 산 자와 죽은 자 사이의 영역을 내보인다.
1부에서 무주가 죽음과 삶을 매개하는 초현실의 시공간이었다면, 2부의 무주는 떠남과 돌아옴이 분주히 교차하는 마을 공동체다. 그 중심에는 민재(강진아)가 있다. 민재는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지만 무주로 돌아와 혼자가 된 엄마와 함께 살며 담담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죽음을 비롯한 어떤 ‘떠남’들이 일상에 숨길 수 없는 자국을 남긴다.
[리뷰] 유령은 남아 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현상된다는 것, '달이 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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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조>가 스크린 데뷔작이지만 윤아는 소녀시대로 무대에 선 2007년부터 연기를 시작했다. 올해 <공조2: 인터내셔날>(이하 <공조2>)과 드라마 <빅마우스>에서 드러난 존재감은 비단 15년의 시간에서 나오는 노련함만이 아니다. 데뷔 이듬해 178부작 일일연속극 <너는 내 운명>의 주연을 시작으로 윤아는 다양한 장르에 뛰어들어 필요한 경험치를 쌓았다. 소녀시대의 윤아가 앨범 컨셉을 바꿔가며 다양한 매력을 드러내는 동안 스크린 속 윤아는 자기만의 인상을 선명하게 그렸다. 그는 781만명을 동원한 <공조>와 942만명을 동원한 <엑시트>를 통해 자신이 배우로서 어떤 강점과 매력이 있는지 대중에게 각인시켰고 여전히 자기다움을 탐구하는 중이다. 어떻게 보이는지 알고, 어떻게 드러내야 할지도 아는 이 지혜로운 아티스트는 자신이 선택한 방향으로 계속 나아가고 있다.
- 8월에 소녀시대 15주년 기념 앨범을 발매했고
‘공조2: 인터내셔날’ ‘빅마우스’ 배우 임윤아, 가수 15년, 배우 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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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 시절이 영영 끝나지 않을 것 같다는 고통스러운 예감에도 불구하고, 그때 나는 무척이다 행복했다는 생각이 든다.”(<어린 시절>) “일상이라는 게 계속되기나 할까? 온 세계가 불타고 있는데 비고 F.가 나와 결혼해줄까? 히틀러의 사악한 그림자가 덴마크에 드리울까?” (<청춘>) “나는 달라지겠다고 약속했고, 그런 다음에는 그 약속을 깼다.”(의존)
내면의 불안이 어디로부터 기원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삶 전체에 어떤 의미로 작용하는지를 회고록의 형식으로 써낸 토베 디틀레우센의 회고록은, 읽는 내내 “소설이 아니고?”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과격하게 솔직하다. 자기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역사를 재구축하는 작업은 작가가 60살의 나이로 죽기 몇년 전에 이루어졌는데, 고통스럽지 않은 순간들이 안긴 고통과 고통스러운 순간들이 남긴 기쁨을 절묘하게 포착해 보여준다. 지금으로부터 거의 100년 전 덴마크의 어떤 가정 내부에서 시작한 이야기는, 몇번의 결혼
씨네21 추천도서 - <어린 시절-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청춘-코펜하겐 삼부작 제2권>, <의존-코펜하겐 삼부작 제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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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땐 누구나 최악이 된다’보다 더 설득력 있는 언어가 있다면 ‘사랑할 땐 누구나 시인이 된다’일 것이다. 아니, 사랑할 때에는 평소에 무심히 넘기던 시조차도 사랑의 밀어처럼 여겨진다. 진은영 시인이 10년 만에 낸 시집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는 지금 사랑에 빠진 이라면 애틋하게 매만지며 읽을 시집이다. 해설을 쓴 신형철 평론가는 진은영 시인을 가리켜 ‘사람들이 시인 진은영을 어떻게 떠올리는지 다 알지 못하지만 그가 무엇보다 사랑의 시인이었다는 것을 잊지 말기로 하자’라고 쓴다. 시작만큼은 모두가 들어봤을 그 유명한 ‘만일 네가 나의 애인이라면/ 너는 참 좋을 텐데’(<시인의 사랑>)를 떠올려보라. 심지어 이번 시집 첫장을 열면 선언처럼 출현하는 시인의 말은 이렇게 쓰여 있다. “한 사람을 조금 덜 외롭게 해보려고/ 애쓰던 시간들이 흘러갔다.” 사랑이 연인에게 국한되는 물질이 아니라면, 진은영은 언제나 사랑의 시인이었음이 틀림없다. 시집의
씨네21 추천도서 -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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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비극을 기반으로 꾸며낸 이야기.” 다이애나 스펜서를 주인공으로 한 영화 <스펜서>는 위의 자막과 함께 막을 올린다. 조이스 캐럴 오츠의 소설 <블론드>를 한줄로 정의한다면 이와 같을 것이다. 매릴린이면서 매릴린이 아니었던, 노마 진의 비극을 기반으로 꾸며낸 이야기. 넷플릭스 <블론드>의 원작이기도 한 오츠의 소설이 출간된 것은 2000년이고, 20주년을 기념하는 개정판 출간과 동시에 영화의 예고편이 공개되었다. 10월 넷플릭스 공개 예정인 이 영화의 예고편은 책 2권 중 ‘전직 운동선수와 블론드 배우-데이트’ 챕터에 실린 마릴린의 전남편 조 디마지오의 질문으로 시작된다. “어떻게 시작했어요?” 노마 진이었던 여성에게 이것은 어떻게 매릴린이 되었느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매릴린은 상대의 질문에 내재된 의미를 알면서도 되묻는다. 무엇을 말이에요? 여기에 디마지오는 덧붙인다. “영화 말이에요.” 하지만 매릴린이 영화배우 커리어를 어떻게 시작했는지는 &
씨네21 추천도서 - <블론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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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의 사랑, 그것도 이혼 혹은 이혼에 맞먹는 위기를 경험한 어른들의 사랑은 어떨까. <일주일>은 이 질문에 충실히 답한다. 젊은 시절 사랑이 뭔지 잘 몰라서, 사랑이 아닌데 사랑이라고 착각하고 결혼했다가 그만둔 사람들은 이제 어떤 사람이 딱 맞는지, 어떤 감정이 사랑인지 안다. 그리고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안다.
딸을 키우며 싱글맘으로 사는 작가 하도연은 행사를 갔다가 국회의원 진유철을 만난다. 사실 그들은 <비포 선셋> 시리즈의 주인공들처럼 2년 전 이스탄불 여행에서 만나 일주일 동안 사랑을 나누었으나 연락처 하나 묻지 않고 헤어진 사이다. 일상을 두고 휴식을 위해 떠난 여행이었던 만큼 그냥 추억으로 묻어두려 했는데 우연히 다시 만나게 된 두 사람은 이제 머뭇거림 없이 서로를 향해 직진한다. 유철 또한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도연은 마음의 부담을 내려놓게 되고, 둘의 연애가 유철의 정치적 이미지를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를 내면
씨네21 추천도서 - <일주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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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릴러 소설이나 드라마에 익숙한 독자라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도 시작이 전형적이고 예측 가능하다고 여길 것이다. 유년 시절 만난 사랑을 어른이 되기까지 지켜온 어느 커플은 결혼에 성공하고 12살 때 첫 키스를 나눈 으슥한 호숫가로 돌아온다. 이 낭만적이고 달콤한 분위기는 소설의 장르에 어울리게 곧 깨진다. 정체 모를 누군가가 그들의 행복을 박살내고 만다. 이 비극으로 아내를 잃고 8년 동안 간신히 삶을 지탱해온 벡은 현재 의사로서 의료보호 대상자인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10대 임신부나 마약 거래가 즐비한 구역의 환자가 벡의 담당이다. 그런 그에게, 간신히 마련한 일상의 평화가 깨지는 일이 발생한다. 의문의 메일이 도착하고, 보안관이 느닷없이 찾아와 벡을 아내 살인범으로 몰아가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예상된다. 아, 주인공은 죄가 없는데 살인 혐의를 받고 고생하게 될 것이고, 한두번은 경찰이나 형사와 마찰을 빚겠고, 과거의 비극을 다시 파헤치게 되겠구나,
씨네21 추천도서 -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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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에게도 말하지 마_할런 코벤 지음
일주일_김려령 지음
블론드_조이스 캐럴 오츠 지음
나는 오래된 거리처럼 너를 사랑하고_진은영 지음
어린 시절-코펜하겐 삼부작 제1권, 청춘-코펜하겐 삼부작 제2권, 의존-코펜하겐 삼부작 제3권_토베 디틀레우센 지음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9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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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리코리쉬 피자>
남녀주인공의 치기어린 투닥거림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 여자주인공과 똑 닮은 실제 자매들이 나온다는 점과 유명 배우들이 카메오로 등장하는 걸 보는 것도 흥미롭다.
<아직 멀었다는 말>
어렵지 않지만 담담하게 마음을 울리는 문체로 쓰여 있다. 쓸쓸한 삶의 단면들을 보여주지만 다 읽고 나면 이상하게 위로받는 기분이 든다.
김사월
김사월님의 노래는 한번 들으면 계속 귀에 맴도는 어렵지 않은 멜로디와 시적인 가사가 어우러져 마치 어른을 위한 동화를 읽는 것 같다.
<퀸스 갬빗>
체스를 몰라도 재밌게 볼 수 있는 드라마. 영상미도 훌륭하고 주인공 안야 테일러조이의 매력적인 비주얼과 연기가 인상적이다.
<나의 문어 선생님>
문어와 인간의 교감이 가능하
[LIST] 배우 하윤경의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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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로투스>
웨이브
겉으로 완벽해 보이는 하와이 고급 리조트 화이트 로투스의 내부는 실상 개판 오분 전이다. 임신 사실을 숨기고 취업한 수습 직원은 사무실에서 출산을 하고 시한폭탄 같은 리조트의 하루하루에 지친 매니저 아먼드는 술과 약에 의존한다. 실의에 빠져 리조트를 찾은 타냐는 스파숍 직원 벨린다와 사업을 도모하지만 둘의 이상은 조금씩 어긋나고, 신혼여행 중인 레이철은 완고한 남편 셰인을 보며 앞으로의 결혼 생활에 불안을 느낀다. <화이트 로투스>는 다양한 사람이 모일 수밖에 없는 리조트의 속성을 효과적으로 활용해 인간 군상의 실체를 풍자하며 계급 갈등, 인종차별, 여성 혐오, 세대 담론 등 동시대 미국 사회에 산재한 사회문제를 첨예하게 드러낸다. 제74회 에미상에서 10관왕을 차지했다.
<돕식: 약물의 늪>
디즈니+
1996년 제약회사 퍼듀 파마는 마약성 진통제인 옥시콘틴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이들은 산재가 많은 1차 산업
[리뷰 스트리밍] '화이트 로투스'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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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딱 반한 캐릭터를 만나면 어떻게 구상이 시작되었을까 상상한다. tvN <작은 아씨들>에서 경영관리 업무가 프로그램으로 대체되는 세상을 미리 준비하던 오키드 건설 14층 경리팀장 진화영(추자현)의 시작점은 ‘경리업무 확 줄이는~’ 광고가 나오던 컴컴한 극장 안이 아니었을까. 보통은 경리직의 고용불안을 잠깐 떠올려도 영화 시작하면서 싹 잊을 텐데, 정서경 작가는 ‘미래에서 온 경리’로 구체화하고 있었을지도!
화영은 13층 왕따 오인주(김고은)가 “숫자가 하는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경리”가 되도록 뭐든 가르쳐줬다. 자살로 처리된 화영은 뉴스에서 ‘자존감이 상당히 낮았던 사람’으로 추정되는데, 근거는 쇼핑과 성형이었다. 인주네 막내 인혜(박지후)는 친구의 귀족적인 콧대가 성형이란 걸 알아도 여전히 그 코를 닮고 싶다. 유사한 행위인데 왜 경멸과 선망으로 갈릴까? 둘째 인경(남지현)이 풀고 싶은 숙제는 “왜 어떤 사람들은 열심히 사는데도 가난하고 어떤 사람들은 쉽게 부자일까
[유선주의 드라마톡] '작은 아씨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