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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근깨에다 빼빼 마른 빨강머리의 영국 남부 중산층 소년. 에디 레드메인의 외모는 뭐라 이의를 달기 힘들 만큼 영국적이다. 성은 또 어떻고. 레드메인이라니. 이런 요상한 성은 미국이나 캐나다에서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가장 영국적인 패션 브랜드 버버리가 한때 에디 레드메인을 모델로 내세웠던 이유를 굳이 설명할 필요가 있을까. 82년생인 레드메인의 성장 과정 역시 아주 전형적이다. 사립교 이튼 출신에다가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예술사를 전공했고, 대학 시절에 이미 런던 최고의 극장인 팔라디움에서 셰익스피어극을 공연했다. 레드메인의 요상한 이름이 본격적으로 할리우드에 알려지기 시작한 건 로버트 드 니로가 연출한 <굿 셰퍼드>부터다. “드 니로 영화라고는 <미트 페어런츠>밖에 몰랐죠. 요즘은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는 질문에 <라이온 킹>보다는 나은 이름을 댈 수 있도록 노력 중이에요.”
레드메인은 <엘리자베스> <골든 에이지> <
[에디 레드메인] 야망 따윈 필요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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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미를 사랑니로 기억했다. 스크린 속 그녀는 항상 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상황에 둔한 듯 방황했다. 사방에 벽을 두른 듯 혼자였고 동시에 끊임없이 흔들렸다. 그 불안한 정서가 관객의 마음도 움직였다. 그녀는 좀처럼 잡아 세울 수 없는 그림이었다. 그래서 <10억>과 <차우>는 의외였다. 서바이벌 게임과 멧돼지 사냥 설정은 정유미에게 모험극처럼 보였다. 누구보다 바쁜 2008년과 2009년을 보내면서 그녀는 어떤 기억을 들춰낸 걸까. 그리고 어떤 기억을 쓰려 하는 걸까. 그저 대중적인 행보라 말하기엔 아쉬운 구석이 많다. 이젠 그녀를 무어라 부르게 될까.
-2008년과 2009년 매우 바빴을 것 같아요. 일단 작품 순서를 좀 정리해보고 싶은데요.
=지난해 초에 <그녀들의 방>을 찍었고요. 그리고 <오이시맨> 3회차 찍고. 다음에 <차우>. 그리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찍고, <첩첩산중> 찍고. 정성일 선생
[정유미] “연기… 아직은 모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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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총에는 캐릭터가 있다" _퍼버스 역의 크리스천 베일 인터뷰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합류하게 되었나.
=세 캐릭터에 끌렸다. 하나는 존 딜린저, 내가 맡은 멜빈 퍼버스, 그리고 마이클 만. 마이클 만은 배우와의 의사소통에 누구보다도 철저하고 탁월한 감독이다. 모든 것을 철저하게 파헤치기 때문에 분명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그리고 언제나 배우와 함께한다. 그는 뭐랄까, 누구보다도 뛰어난 탐정 기질을 가진 사람이다.
-많은 영화에서 총을 다루는 장면을 연기했다.
=서부극을 한 경험이 있어 익숙한 편이다. 옛날 총에는 캐릭터가 있는 것 같다. 오늘날의 무기는 그 가공할 만한 위력만큼이나 총과 총 쏘는 사람 사이가 단절된 반면에 이 당시에는 좀더 그 현실적인 무게, 그 냄새가 느껴진다고 할까.
-퍼버스는 딜린저에 집착한다. 왜였을 것 같나.
=글쎄. 퍼버스가 집착한 존재는 후버였다고 생각한다. 그 후버가 딜린저에 집착했고. 퍼버스가 개인적으로 원한을 가졌던 상대는 친한 동료
<퍼블릭 에너미> 크리스천 베일, 마리온 코티아르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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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을 1933년으로! _감독 마이클 만 인터뷰
-대공황 시기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성기였다. 특별히 참고로 한 사진이나 회화 스타일이 있는가.
=영화 전반에 일괄되게 적용하려고 했던 스타일은 따로 없다. 굳이 들자면, 에드워드 호퍼의 회화 정도. 그가 빈 공간을 화면에 배치하는 방식은 시적이다. 그래서 캐릭터들이 공중전화에서 전화를 하는 장면들을 구상할 때 호퍼의 구성을 염두에 두고 찍었다. 우연히도 우리가 시카고에 있을 때, 호퍼 전시회가 열려서 조니 뎁, 크리스천 베일과 함께 몇 시간씩 그림을 보면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당신의 영화에는 총이 자주 등장한다. <퍼블릭 에너미>에서 총은 무엇을 의미하나.
=먼저 총은 당대의 가장 앞서가는 기술을 상징한다. 가장 좋은 무기를 가졌던 사람들은 존 딜린저 같은 범법자들이다. 경찰들에 제대로 된 무기나 심지어는 자동차도 제공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완전 무장한 이들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머신건이
<퍼블릭 에너미> 마이클 만 감독, 조니 뎁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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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만 감독의 신작 <퍼블릭 에너미>는 브라이언 버로의 베스트셀러인 동명의 논픽션을 영화화한 것이다. 1930년대 초 대공황기의 전설적인 은행강도 존 딜린저(조니 뎁)와 그를 쫓는 FBI 요원 멜빈 퍼버스(크리스천 베일)의 추격전을 다룬 갱스터 스릴러물이다. 야심만만한 FBI 국장인 에드거 후버(빌리 크루덥)에 의해 ‘퍼블릭 에너미 No.1’이 되어 쫓기게 된 존 딜린저는 1934년 7월22일 클라크 게이블의 <맨하탄 멜로드라마>를 보고 나온 시카고의 바이오그래프 극장 앞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쓰러질 때까지 각종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며 당시 정부와 은행에 불만이 가득했던 대중에 현대판 로빈 후드로서 인기를 끌었다. 그의 사체를 보기 위해 몰려든 군중이 2천여명이었다는 데서 그 유명세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은행을 털지만, 인질로 잡아둔 여성에게 ‘추우면 안되지’라며 자신의 코트를 걸쳐준 일화나 체포된 상태에서도 지방 검사의 어깨에 손을 올린 채 미
<퍼블릭 에너미> 낭만적 은행강도를 향한 열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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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중학교 진학을 앞둔 기수(조문국)는 책벌레로 통한다. 하지만 아버지(전무송)는 농사꾼은 농사만 잘 지으면 된다며 아들의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다. 그즈음 학교에서는 기수 담임선생(박철민)과 특별 초빙된 또 다른 선생 미란(박탐희)의 주도로 아동극을 준비한다. 그러던 어느 날, 방과 뒤 늘 늦게 귀가하는 기수를 나무라던 아버지는 참다 못해 직접 학교에 들이닥쳐 한바탕 난리를 친다. 그렇게 해서 선생들도 연극을 포기하지만 기수와 반 아이들은 다시 연극 연습을 시작하고, 드디어 공연 당일 아버지는 마지못해 가족들과 연극 공연장을 찾는다.
위인전 <시바이쩌>를 읽으며 소 누렁이를 돌보던 기수는 그만 친구들과 놀기 위해 그 자리를 뜬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걱정이 된 아버지가 직접 누렁이를 데리러 간다. “누렁아 니가 우리집 농사 다 지어불었는디. 내 맘 알제?”라는 대사와 함께. 경제적으로 황량하던 70년대 농촌을 배경으로 한 <아부지>를 <
요즘 보기 드문 순수 무공해 영화 <아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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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하네다발 호놀룰루행 비행기. 국제선을 처음 경험하는 승무원 에츠코(아야세 하루카)는 흥분 반 긴장 반이다. 기장 승격을 앞둔 부기장 스즈키(다나베 세이치)는 훈련에서의 실패가 자꾸 밟힌다. 이들의 불안을 부추기기라도 하듯 비행기는 이륙하면서 새와 부딪힌다. 그리고 닥치는 기계 이상과 기상 악화. 결국 비행기는 하네다로 돌아가기로 한다.
비행기가 뜬다. 격납고에선 엔진 최종 점검을 하고 관전탑에선 비행기와의 통신 상황을 체크한다. 공항 데스크에선 넘치는 이코노미 클래스 승객을 조절하며 조종실에선 날씨와 활주로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비행 플랜을 짠다. 공항 밖도 바쁘다. 조류 담당자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 새와 부딪히지 않도록 공포탄을 쏘고 비행 사진을 찍는 카메라맨은 항공기의 시간표를 확인하며 셔터를 누른다. 직접적인 관계자는 아니지만 엮여드는 사람도 있다. 비행기 오타쿠들은 탑승 예정이 없음에도 공항 라운지에 앉아 승무원, 비행기 감상을 하며, 초등학교 선생님은 아
균형감있는 비행기 실내극 <해피 플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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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공룡 발톱의 화석을 가진 친구가 샘이 난 진구(김정아)는 “공룡 화석”을 찾겠다고 큰소리치는데, 우연히 알 모양의 화석을 발견한다. 도라에몽(문남숙)의 ‘타임 보자기’로 부화시킨 알에서 태어난 생물은 귀여운 아기공룡. 아기공룡 ‘피스케’(김성연)는 진구의 소중한 친구가 되고 엄청난 크기로 자라난다. 진구와 도라에몽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피스케를 백악기로 돌려보내려고 하지만 잘못된 장소에 도착하는 등 실수 연발이다. 게다가 사악한 공룡사냥꾼 ‘검은 마스크’(임경명)가 피스케를 노리고 그 뒤를 쫓아온다. 설상가상으로 타임머신도 고장난다.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공룡대탐험>은 세련된 CG캐릭터도 없고 실재감은커녕 입체감도 없지만, 기본에 충실한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이다. ‘어려움에 처한 진구를 도라에몽이 도와준다’는 TV시리즈의 기본 얼개는 그대로지만, 107분이라는 넉넉한 상영시간에 어울리게 다양한 흥밋거리가 더해졌다. 도라에몽의 앞주머니에서 끝없이 나
기본에 충실한 사랑스러운 애니메이션 <극장판 도라에몽: 진구의 공룡대탐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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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nopsis 지리산 어귀의 마을 삼매리에서 참혹한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삼매리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전문 사냥꾼 천일만(장항선)은 손녀가 머리만 남은 변사체로 발견되자 이것이 거대한 식인 멧돼지의 짓임을 짐작한다. 이장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은 도시 사람들을 위한 주말농장 사업에 방해가 될까봐 식인 멧돼지의 존재를 은폐하려 하지만, 결국 멧돼지는 무참하게 마을회관의 사람들을 덮치고 만다. 천일만, 서울에서 교통경찰을 하다 삼매리로 부임한 김 순경(엄태웅), 살인사건 담당인 신 형사(박혁권), 서울에서 온 유명 사냥꾼 백 포수(윤제문), 동물 생태연구가 변수련(정유미)은 우여곡절 끝에 한팀을 이뤄 깊은 산속으로 들어선다.
<차우>는 괴물영화다. 수많은 할리우드 괴물영화 선배들의 유산을 끌어모은 장르영화다. 이 장르의 팬이라면 <조스> <엘리게이터> <쥬라기 공원>(특히 2편!) 같은 영화들의 간접적인 인용을 끝없이 발견할 수 있을 거다.
CG는 함량 미달, 코미디는 제값 <차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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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여년간 나는 며칠씩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에서 보내곤 했다. 영화제 안의 작은 영화제라 명명된 ‘버라이어티 비평가들의 선택’이라는 섹션을 운영하기 위해서였다. 카를로비 바리 영화제는 공산체제아래서 시작해 소비에트 연방의 주된 행사로 모스크바영화제와 번갈아가며 열렸던 역사를 지닌 체코의 영화제다. 요즘 카를로비 바리는 프라하 북서쪽에서 90분가량 떨어진 작은 온천 도시에서 열리는 젊고 신나는 행사로 변신해 해마다 휴가철 관광객과 젊은이들 그리고 광천수로 건강을 회복하려는 나이 든 사람들로 북적댄다.
해마다 나는 <버라이어티> 평론가들이 선정한 10편의 유럽영화들-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했거나 다른 영화제에서 말도 안되게 거부된 영화들- 을 조율해왔다. 대개 감독의 첫 번째나 두 번째 영화를 선호하지만 좋은 영화거나 관객이 지겨워 눈물을 흘릴 정도의 영화가 아니라면 상업영화든 아트영화든 차별하지 않는다. 올해 우리 행사의 폐막작은 헝가리의 복고 뮤지컬 <메
[외신기자클럽] 영화제의 기본 정신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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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5일 일요일 오전, 문자가 왔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문순 의원실에서 날린 문자다. “독립영화지원 영비법 개정안 보도자료 발송.” 최문순 의원은 지난 5월13일, ‘독립영화, 법적 지위를 묻다’란 주제의 토론회를 열었다. 이번에 만든 영비법 개정안은 그 결과물이다. 개정안의 내용은 토론회의 제목과 같았다. 일단 영화 및 비디오물의 진흥에 관한 법률에 ‘독립영화’를 명시한다는 것. 영화발전기금의 20%를 독립영화의 보호·진흥을 위한 사업에 지원한다는 것. 대가를 받지 아니하고 상영하는 소형·단편·독립영화나 전용상영관에서 상영하는 영화 또는 이의 비디오물에 대해서는 등급분류 예외를 인정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독립영화인들은 개정안의 논의 초기부터 참여했다. 시발은 역시 <워낭소리>다. 청와대가 보겠다고 나섰고, 이어 국회에서는 여러 당들이 상영회의 주체가 되겠다며 달려들었다. 인디스토리의 고영재 프로듀서에 따르면 그중 최문순 의원이 개정안 논의를
[강병진의 영화 판.판.판] 독립영화 법제화의 명과 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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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요. 가슴이 아프더라도….’
고 마이클 잭슨의 추모공연에서 브룩 실즈가 낭독한 추도사 중 한 구절. 생전에 마이클 잭슨이 가장 좋아했던 곡이라고 밝힌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에 나오는 <스마일>의 가사다. 그러나 아직은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려야 할 때인가 보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7월7일 진행된 장례식과 대규모 추모 공연을 끝으로 그의 몸은 사라졌지만, 전세계 팬들은 그의 노래를 들으며 그를 마음으로는 아직 떠나보내지 못하는 것 같다.
‘I’ll be there.’
[shoot] 당신은 웃으라 말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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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요시노 이발관> 청와대 면접 맞춤 머리 스타일?
[정훈이 만화] <요시노 이발관> 청와대 면접 맞춤 머리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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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오스트리아다. 카자흐스탄의 킹카 ‘보랏’으로 웃음과 논쟁을 동시에 몰고왔던, 사샤 코언 배런이 오스트리아 출신의 동성애자 패션쇼 디렉터로 출연하는 <브루노>가 북미 박스오피스의 정상을 차지했다. <브루노>는 배런이 영국에서 진행해온 TV쇼 <알리 G>의 컨셉을 극장판으로 옮긴 영화로, 첫주 성적은 북미 3040만달러, 그 외 지역에서 2500만달러를 벌어들여 세계수입 5500만달러로 마감을 했다. MTV 시상식에 난입하고, 누드로 남성지 <GQ>의 표지모델로 나서는 등 개봉 전부터 그야말로 몸을 던진 마케팅이 있었지만, 말하는 로봇도, 공룡도 없는 <브루노>의 1위 탈환은 어째뜬 신기한 뉴스다. 그러나 개봉일이었던 금요일 뒤로 극장수입의 낙폭이 커 다음 주까지 정상을 지킬지는 무리수.
개봉 3주만에 미국 내 총수입 3억3920만달러를 달성한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은 지난 주부터 거센 기세로 밀고 들어온
오스트리아 킹카 <브루노>, 북미 박스오피스 1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