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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가 ‘경로우대’로 영화를 보고, 배우 손숙이 명절 ‘독거 노인’ 관리를 받는다. 엊그제 취업을 고민하던 내 또래들은 하나둘 정년을 고민한다. 아, 세월은 이리 빠른데 (노동의) 하루는 왜 이리 길다냐.
우체국에 볼일 보러 갔다가 ‘G20 행사의 원할한 진행을 위해 한 시간 늦게 문 연다’는 안내문 앞에서 우두망찰 서 있었다. 우리 동네 우체국 직원 가운데 출근길 차를 몰고 코엑스 앞을 지나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의아했지만 덕분에 그들의 근무 시간이 한 시간 단축된다면 좋겠구나 싶으면서도 그래서 나의 일과가 미뤄진 것에 대해서는 참으로 난감했다. 비정상적으로 진행된 정상회담이 끝났으니 말인데, 다음에 이런 행사를 열 순번이 된다면 멀쩡한 도심 한가운데를 섬으로 만들 게 아니라 차라리 독도나 대마도 같은 곳에서 해주시기를, 그도 아니면 ‘오너’인 미국 대통령을 위해 미군기지에서 열 것을 당부드린다. 세계 경제를 말아먹은 금융 자본에 대한 규제와 그런 자본의 분탕질을 주
[오마이이슈] 글로벌 시민으로서, 가늘고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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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0일 목동 SBS에서 주말드라마 '시크릿가든' 제작 발표회가 열렸다.
"시크릿가든'은 백화점 사장인 김주원(현빈)과 스턴트우먼 길라임(하지원)의 영혼이 바뀌고 나서야 진정한 자아를 찾게 되는 두 주인공의 성장 드라마로 '파리의 연인''프라하의 연인'을 히트시킨 김은숙 작가, 신우철 감독의 작품으로 11월13일 오후 9시 50분 첫 방송 된다.
[시크릿가든]하지원,"남자 역할 오픈되고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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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 계신 시사중계석 독자 여러분! 한국의 지명박 선수가 국격드래프트를 선보이며 1등으로 체크기를 받았습니다. 한국이 당당히 1등을 차지하면서 소음이 완벽 차단된 삼성동 도심 서킷에서 열린 ‘쥐20 그랑프리’가 1박2일간의 일정을 모두 소화하고 폐막했습니다. 전세계에서 참가할 수 있는 선수는 단 20명. 그중에서 한국이 1등을 차지했습니다. 감격적인 순간입니다! 그동안 이 대회를 위해 기울인 노력은 다시 말씀드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았습니다. 이번 대회 주관 중계방송사인 KBS는 ‘쥐20’ 경기를 3300분 편성, 세계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씨네21>도 777호에서 이역만리 카자흐스탄에서 초빙한 보랏 리포터의 목소리로 이 대회의 성공 개최를 기원한 바 있습니다만… 그럼 최종 순위를 알려드립니다. 1등 한국의 지명박 선수, 2등 미국의 강남 오씨, 오한마(吳韓馬) 선수, 3등 지명박 선수의 이복형제인 이탈리아의 배명박 선수 등입니다. 이로써 대한민국의
[신두영의 시사중계석] 쥐20 그랑프리 폐막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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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좋았다. 극장이 좋았고, 그 안의 팝콘 냄새가 좋았고, 스크린 외의 모든 세상과 차단되는 일탈감이 좋았다. 영화 현장의 활기참이 좋았고, 현장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영화는 내 꿈이었고, 한때는 내 모든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빌딩 숲의 커리어우먼을 동경해서, 혹은 꿈을 꿈으로만 간직하기 위해서 등등 수만 가지 이유로 몇번이나 눈을 돌려 다른 일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언제나 한때의 시도에 그치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영화 공부를 하고 있거나 제작 현장에 있거나 관련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영화 주변에서 서성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영화제에서 일하며 영화를 떠나지 못하고 있다. 내가 일하는 CinDi(시네마디지털서울)영화제는 새로운 감독의 발견을 위해 올해부터 버터플라이 섹션을 신설했다. 버터플라이 출품작 공모 기간에는 하루에도 몇번씩 배달되는 포대 자루를 보면서 ‘저걸 다 언제 정리해?’하며 투덜대다가도 그 안에 담긴 땀과 열
[충무로 신세대 팔팔통신] 꿈의 언저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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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나탈리>에 대해 리뷰를 쓴 블로거들이 트위터를 통해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블로그를 관리하는 포털 사이트쪽에서 자신들이 쓴 리뷰를 지우고 있다는 것. 신고자로부터 ‘명예훼손에 따른 권리침해 신고가 들어왔다’는 게 포털 사이트가 밝힌 이유다. 신고자는 <나탈리>를 제작한 상상엔터테인먼트다. 조이씨네의 장병호 기자는 “사이트에 올린 기사를 블로그에 그대로 올렸을 뿐인데, 명예훼손이라고 신고가 들어왔다”며 “어떤 부분이 명예훼손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Ohaeng이란 아이디를 가진 블로거는 현재 DAUM쪽에 게시물 복원신청을 한 상태다. 그는 <씨네21>과의 트위터 인터뷰를 통해 “상상엔터테인먼트 이름으로 명예훼손을 제기했으니, 제작사의 명예에 관한 신고겠지만 제작사가 명예훼손을 따질 주체가 되는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상상엔터테인먼트쪽은 “악플들을 신고하는 과정에서 몇몇 일반 리뷰들이 포함됐다”는 입장이다. “평점 리뷰난을 통
<나탈리> 탈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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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시나리오를 보니 여백의 미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채울 부분이 있다고 판단해 복귀작으로 결정했습니다."공유가 3년만에 영화 '김종욱 찾기'로 연기에 복귀한다.그는 11일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김종욱 찾기' 제작보고회에서 "군에 있는 동안 연기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며 "어린 친구들과 뒤섞여 보낸 그 시간은 저에게 휴식 같은 시간이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2007년 MBC TV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인기를 끈 뒤 군대에 입대한 공유는 이 영화에서 남자주인공 한기준 역을 연기한다. 여주인공 서지우 역은 임수정이 맡았다.동명의 인기 창작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김종욱 찾기'는 인도 여행에서 처음 만난 첫사랑 김종욱을 잊지 못해 '첫사랑 찾기 주식회사'에 의뢰한 지우와 이 첫사랑을 찾아주려는 남자 기준 사이의 사랑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영화는 12월9일 개봉한다.공유는
<공유 "'여백의 미' 보고 출연 결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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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강동원ㆍ고수 주연의 영화 '초능력자'가 주말 예매 점유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11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초능력자'는 71.0%의 점유율을 기록, 2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던 '부당거래'(12.0%)를 큰 차이로 따돌리고 1위에 올랐다.할리우드 중견 배우 덴젤 워싱턴과 브루스 윌리스가 각각 주연으로 출연한 액션영화 '언스토퍼블'(4.6%)과 '레드'(3.7%)가 3위와 4위를 차지했다.임창정ㆍ엄지원 주연의 코미디 '불량남녀'는 2.4%의 점유율로 5위를 차지했고,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은 1.9%로 6위다. 3D 애니메이션 '가디언의 전설'은 1.6%로 7위.이밖에 '심야의 FM'(0.53%), '울지마 톤즈'(0.49%), '대지진'(0.39%)이 모두 1% 미만의 점유율로 10위 안에 들었다.이번 주 개봉작은 '초능력자' '언스토퍼블' '스즈미야 하루히의 소실' '이그잼' '세이브 어
<주말영화> '초능력자' 예매율 압도적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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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원빈 주연의 '아저씨'가 제31회 청룡영화상에서 최우수작품상 등 9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11일 영화제사무국에 따르면 '아저씨'는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남우주연상 등 9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아저씨'는 622만명을 동원, 올해 개봉한 영화 가운데 최다 관객을 기록 중이다.강우석 감독의 '이끼'도 최우수작품상, 남우주연상 등 7개 부문을 노리게 됐으며 '전우치' '악마를 보았다' '의형제' '방자전'이 6개 부문에, '하녀'는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올해 각종 국내외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이창동 감독의 '시'는 감독 본인이 작품 출품을 고사함에 따라 여우주연상 부문(윤정희)을 제외하고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고 사무국은 전했다.제31회 청룡영화상은 오는 26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열린다.buff27@yna.co.kr(끝)<연합뉴스 긴급속보를 SMS로! SKT 사용자는 무료 체험!><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아저씨' 청룡영화상 9개 부문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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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인 허문영 시네마테크 부산 원장은 지난해 <주먹이 운다>를 시네마테크 부산에서 상영한 뒤 “개봉 당시에는 몰랐는데 다시 보니 굉장했다. 클라이맥스에선 눈물이 났다. <주먹이 운다>는 너무 일찍 세상에 나온 영화가 아닐까?”라고 말했다. 흔히 류승완이 과대평가된 감독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과소평가된 감독에 가깝다. 그는 흥행에 크게 성공한 적도, 국제영화제에서 각광받은 적도 없다. 불운하게도 그는 장르영화의 전범으로도, 작가영화의 색깔로도 조금씩 부족한 영화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르영화의 자장 안에서 작업했지만 그의 영화가 장르영화의 규칙을 제대로 지킨 적은 없다. 그의 영화에서 인물들은 영웅이 되기에는 어딘가 빠진다. 게다가 류승완은 1970년대의 뉴할리우드영화의 특질이었던 작품의 불균질성을 당당하게 내세운다. 어떤 대목에서든 류승완의 영화는 과잉으로 치닫고 대개는 그것을 봉합하지 않은 채 과잉 그 자체로 내러티브의 흐름 옆에 놔둔다. 서사가 멈
[영화읽기] 이제 그의 주인공도 행복해지면 안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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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봉된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대부1>과 <대부2>를 보았다, 알고 있다. 이미 오래전 걸작 반열에 오른 작품에 대해, 지금 와서 더이상 할 말이 남아 있을까. 게다가 무려 30여년이 흐른 영화를 동시대 안으로 끌어와 말한다는 것은 온당한 일일까. <대부> 시리즈가 지금 우리에게 주는 매혹은 어떤 새로운 경지의 깨달음이 아니라, 온전히 영화만이 선사해줄 수 있는 감흥에 대한 그리움과 기대에 있을 것이다. 물론 그 기대는 충족되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화를 보고나서 지금까지 뇌리를 맴도는 건 감흥의 경험이 아니라, 다소 난감한 고민, 아니 질문이다(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으로 다시 본 두편의 <대부>가 새삼스레 안긴 생각에 관한 글이므로, 종결편인 <대부3>를 여기서 본격적으로 논의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순한 범주화에 양해를 구하고 말하자면, <대부> 시리즈는 아버지-아들의 서사 혹은 역사, 그리고 복수(reveng
[전영객잔] 아! 이 거대한 질문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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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떠남을 전제로 쉽게 질문을 던진다. 여행을 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어? 여기가 아니라 다른 곳에 살게 된다면 어디가 좋겠어? 노래방에서 첫곡을 고르지 못해 노래책을 뒤적이는 나이지만, 이런 유의 질문에는 의외로 일관성있게 대답해왔다. 파리! 엄청나게 나쁜 기억이 없다면, 여자들에게 파리는 그 존재만으로 설명이 되는 도시다. 동일 순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뉴욕을 사랑해 마지않던 캐리 브래드쇼(<섹스&시티>)도 파리로 떠나자는 연인의 제안에 설렘 가득 안고 가방을 꾸렸듯이 말이다.
그리고 여기, 파리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세 여자가 있다. 시트콤 <핫 인 클리블랜드>의 주인공들이다. 일일드라마에 27년간 출연했으나 쇼가 취소되면서 캐스팅 콜만 기다리는 신세가 된 여배우 빅토리아(웬디 말릭), 연예인 전문 스타일리스트 조이(제인 리브스), 그리고 <여자가 죽기 전에 꼭 해야 하는 200가지>라는 자기개발서를 출판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안현진의 미드앤더시티] 촌스럽고 정다운… 어떤 ‘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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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300>에는 이른바 ‘스파르타의 유머’가 등장한다. 가령 페르시아 군대가 “우리의 화살이 하늘을 뒤덮을 것”이라고 협박하자, 스파르타의 용사들은 짧게 “그럼 시원한 그늘 아래서 싸울 수 있겠군”이라 대꾸한다. 영화에선 제대로 묘사가 안됐지만, 레오니다스가 항복을 받으러 온 페르시아의 사신들을 발로 차 우물에 처넣는 장면도 실은 이와 관련이 있다. 당시 페르시아 사신들은 고대 관습에 따라 복종의 상징으로 스파르타의 흙과 물을 바치라고 요구했다. 스파르타 사람들이 이들을 우물에 빠뜨린 것은 전형적인 스파르타식 유머의 연출이었다. “(우물 바닥에 떨어져) 직접 파 가라.”
스파르타식 축약어법
농담을 할 때만이 아니라 스파르타인은 평소에도 말수가 적었다. 테르모필의 협곡을 막고 있는 스파르타의 용사들에게 페르시아의 왕 케르케스는 “무기를 내놓으면 목숨을 살려주겠다”고 말한다. 이 제안에 레오니다스가 보낸 답변은 딱 두 마디. “몰론 라베.”(Μολων λ
[진중권의 아이콘] 말 한마디로 세상을 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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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주 전 한 모임에서 받은 질문. “당신이 만드는 작은 단편들마다 ‘두근두근’이라는 수식이 앞에 붙는데 그렇다면 당신에게 ‘두근두근’이란 무엇입니까?” 관객과의 대화에서 종종 나오는 주문- 모두 익히 알고 쓰는 어휘를 새삼 정의하길 바라는- 이다. 대개는 연애, 영화, 독립, 정치 등등의 보통명사를 고유한 방식으로 서술해달라는 주문을 받곤 하는데, 나라고 고유할 게 뭐 있을까. 그냥 그 시간 그 장소의 지형지물과 분위기를 적당히 인용 또는 응용해 웬만한 말장난을 내밀면- 가령, 자리가 절반 정도 차 있는 극장에서 “사랑은 시네마테크의 객석이죠, 군데군데 비어 있지만 그 사이를 분명 메우고 있는 얼굴과 사연들” 요런 식으로- 청중도 하하호호 할인해주고, 나도 빙긋빙긋 자족하며 문답은 적당히 마무리. 그런데 제시어의 품사가 바뀐 것만으로 적이 당황스럽다. 두근두근…. 그러게, 뭘 그렇게 두근두근거리며 살았다고 그 4음절을 앞에 죄 붙였지? 만든 순서대로, 두근두근 배창호, 두근두근 시
[윤성호의 '할 수 있는 자가 구하라'] 마법의 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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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페스티발>에서 성동일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시나리오 리딩을 하던 날 그가 감독에게 말했고, 이해영 감독 또한 수긍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은, 지금까지 관객의 혼을 빼놓았던 무기들을 내려놓겠다는 의미였다. 감칠맛 나는 사투리 연기도, 보는 이를 신명나게 만들던 애드리브도, 표정연기도 없다. <추노>의 천지호나 <도망자 Plan B>의 나까무라 황처럼 무게도 잡지 않는다. 심지어 대사도 거의 없다. 얼굴까지 가면으로 숨겼다. “묘했다. 한번도 가본 적이 없던 나라에 여행을 가거나, 한번도 타보지 않은 배를 타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편할 수가 없더라. (웃음)”
성동일이 연기한 인물은 철물점을 운영하며 보일러 수리공으로 일하는 기봉이다. 기봉은 동네 한복집 주인인 순심(심혜진)의 사디스트적인 욕망을 분출시키고, 순심을 통해 남몰래 감춰놓은 마조히스트적 근성을 드러낸다. 이때부터 기봉의 테마는 ‘복종
[성동일] 가면 뒤, 인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