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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다큐멘터리가 진화하고 있다. <차마고도> <누들로드>에 이어 이젠 바다로 눈을 돌렸다. KBS 글로벌 대기획 <슈퍼피쉬> 5부작을 재구성한 극장판 <슈퍼피쉬: 끝없는 여정>은 10만년에 이르는 인간과 물고기의 생존 투쟁사를 다룬다. 지중해에서는 참치떼를 ‘죽음의 방’에 가둬 푸른 바다를 피로 물들이는 살육의 축제, ‘마탄자’를 벌인다. 라오스의 어부는 가족에게 먹일 한 마리의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하다는 콘파펭 폭포에 맨몸을 내맡기며, 아프리카 말리에선 1년에 단 하루, 4천명의 사람들이 모여 오직 15분간 허락된 민물 메기와의 전투를 치른다. 그 밖에 인류가 물고기를 보관하기 위해 고안해낸 각종 보관 방법까지도 아우른다.
보다 정확히 말할 필요가 있겠다. TV다큐멘터리의 진화는 단지 지켜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극적 장치들을 끌어와 마음껏 활용하고 있음을 뜻한다. <슈퍼피쉬: 끝없는 여정>에 빈번하게
숭고한 생명의 파동 <슈퍼피쉬: 끝없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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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토머스 앤더슨의 영화라는 점부터 짚고 가야 할 것 같다. <매그놀리아> <데어 윌 비 블러드> 등 감독의 전작처럼 <마스터>도 선악의 경계를 지우고 인간의 조건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인물들은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내면을 지녔으며 주제는 심오하나 명쾌하게 정리되지 않는다. 단, 취향이 맞는다면 예측불허의 항로를 개척하는 흥미진진한 경험을 하게 된다. 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던 프레디 퀠(와킨 피닉스)은 전쟁 후유증에 시달리지만 별 문제 없다고 생각하고 백화점 사진사로 취업한다. 새로운 생활에 적응한 것처럼 보이던 프레디는 얼마 가지 않아 공격적인 성격을 드러낸다. 알코올 중독인 그는 만취해서 떠돌다 우연히 호화 유람선에 탑승하게 되고 거기서 운명적인 ‘마스터’를 만난다. 추종자들에게 마스터로 불리는 랭카스터 도드 박사(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는 최면, 인터뷰, 인지행동 치료 등을 이용한 ‘코즈 요법’을 창안한 심리학자다.
프레디와 마스터는 처음부터 서
지표 없는 삶을 이끌어주는 인물 <마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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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마트 집 아들 형근(최시형)은 부모가 여행을 간 사이에 친구 동환(김동환)을 불러들인다. 둘은 단짝이다. 스무살이 되었지만 딱히 할 일이 없는 그들은 막연히 음악을 하겠다는 생각 정도만 갖고 있다. 어쨌든 지금의 생활로는 뭔가 좀 갑갑하니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부모에게서 독립하는 게 먼저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하지만 둘 다 독립할 만한 자금이 없다. 그러자 동환이 형근을 부추긴다. “네 방을 부모님 몰래 팔고 그 돈으로 너와 내가 다른 곳에 방을 얻어 함께 살자”고 한다. 월세와 전세의 차이도 잘 모르는 형근(과 동환)이 부모 몰래 자기 방을 팔고 남의 집에 다시 세들어 살려는 <경복>의 이야기는 그렇게 시작된다.
<경복>은 다수의 독립영화에 출연한 배우 유형근이 감독 최시형으로서 완성한 연출 데뷔작이다. 첫 장편이지만 2012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각종 독립영화제에서 각광받았다. 청춘영화의 주인공이 종종 피하지 못하고 겪게 되
청춘이라는 통과의례 <경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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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리(루니 마라)는 감옥에서 나오는 남편 마틴(채닝 테이텀)과 반가운 마음으로 재회한다. 사업하던 남편은 부당 내부거래 등의 죄목으로 감옥에 갔었고 그사이에 홀로 남았던 에밀리는 우울증으로 힘겨웠다. 남편의 복귀 이후에도 상황이 쉽게 좋아지지 않자 에밀리는 인근 정신과 의사 뱅크스(주드 로)를 찾아가 치료를 받는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큰 사건이 발생한다. 에밀리가 남편 마틴을 살해한 것이다. 그녀는 꿈을 꾸는 상태에서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한 것인데, 그런 치명적인 몽유병의 상태가 바로 뱅크스가 에밀리에게 처방해준 약의 부작용 중 하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살은 뱅크스쪽으로 옮겨간다. 뱅크스의 의료 과실에 온 초점이 맞춰지고 그는 경제적, 도덕적으로 파산 직전에 이른다. 하지만 뱅크스는 이 사건이 무언가 수상하다고 생각한다. 에밀리와 그녀의 예전 정신과 주치의 시버트(캐서린 제타존스)의 관계를 수상하게 여긴 그는 홀로 이 사건을 탐문한다.
루니 마라, 채닝 테이텀, 주
세련된 호흡을 갖춘 스릴러 <사이드 이펙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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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3년, 늙은 인디언이 1869년 벌어졌던 서부의 모험 이야기를 소년에게 들려주며 <론 레인저>는 시작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이상한 분장을 한 인디언 톤토(조니 뎁)와 어리숙해 보이는 신참내기 지방 검사 존(아미 해머)으로 둘은 악명 높은 살인마 부치 캐번디쉬를 잡겠다는 공통 목표를 갖고 있다. 하지만 부치 일당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고, 이 악당을 힘들게 쫓는 동안 각 인물의 전사가 하나둘씩 펼쳐진다. 그리고 그 사이에 고어 버빈스키의 전매특허인 화끈하고 유머러스한 액션이 끼어든다.
이렇게 간단히 정리하면 <론 레인저>는 제리 브룩하이머와 고어 버빈스키, 조니 뎁이 만든 ‘깔끔한’ 여름용 블록버스터로 보인다. 자연스레 서부를 배경으로 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를 상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론 레인저>는 마음 편하게 즐기기 어려운 영화다. 일단 이야기의 곁가지가 많다. 여기엔 악당에 대한 복수와 론
서부를 배경으로 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론 레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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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등인 네가) 1등 하려면 66명을 죽이면 돼.” <명왕성>은 이 농담 같은 극중 대사의 논리를 그대로 실천하는 영화다. 숲속에서 교복을 입은 유진(성준)의 시체가 발견되고 경찰은 살인용의자로 유진과 같은 반 학생인 준(이다윗)을 불러들인다. 그런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도 전에 준은 직접 만든 사제폭탄으로 인질극을 벌인다. 그리고 영화는 이 충격적이 사건 뒤에 전교 10등 안에 드는 아이들만을 모은 진학반과 ‘토끼 사냥’이라는 비밀서클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과연 아이들은 이곳에서 어떤 짓을 저지른 걸까, 그리고 유진을 죽인 사람은 정말 준인 걸까.
<명왕성>은 입시전쟁에 내몰린 아이들과 그 과정에서 피폐해진 삶에 문제제기를 하려고 극단적인 설정을 과감히 끌어들인다. 고등학생들이 스스로 비밀서클을 만들어 기득권을 지키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영화의 아이들은 통과의례 삼아 살아 있는 토끼의 피를 나눠 마시고, 마음에 안 드는 아이를 괴롭히고
입시전쟁에 내몰린 아이들 <명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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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월드워Z> 좀비다!!
[정훈이 만화] <월드워Z> 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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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 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2
감독 코디 캐머런, 크리스 피언 / 출연 빌 헤이더, 안나 패리스, 닐 패트릭 해리스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주인공 플린트와 친구들은 거대한 음식들의 습격으로 폐허가 된 마을을 떠나야만 했다. ‘슈퍼음식복제기’가 돌연변이 음식괴물들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게 되고 다시 마을로 되돌아가 음식괴물의 위협으로부터 세계를 구한다는 이야기. 올가을 미국에서 3D로 개봉한다.
[WHAT'S UP]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2> Cloudy with a Chance of Meatball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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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 마찬가지 상황이겠지만, 일본에서는 1990년대 후반 이후 멀티플렉스가 증가하면서 전통적인 극장들이 잇따라 문을 닫았다. 그런 상황에서 스크린 수가 하나 또는 두개인 ‘미니 시어터’들은 살아남기 위해, 멀티플렉스에서는 하기 어려운 여러 기획을 구상해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으려 한다. 지난 6월 오사카 스카이빌딩에 있는 미니 시어터 ‘시네 리브르 우메다’에서는 ‘좀비 올림픽’이라는 이벤트가 개최됐다.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일본에서 제작한 좀비영화 네편을 모아 6월15일부터 28일까지 2주에 걸쳐 상영하는 행사였다. 메달은 없었지만 올림픽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다양한 라인업이었다.
우선 영국 대표로 나선 영화는 <콜린>의 마크 프라이스가 제작 총지휘를 맡은 <비포 돈>이다. 식어버린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시골에 온 한 부부가 좀비들에게 습격당하는 내용이다. 캐나다 대표는 캐시 워커 감독의 영화 <리틀 비트 좀비>. 결혼을 일주일 앞두고 여행을
[오사카] 이기는 좀비 우리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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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웹툰 담당 <더 웹툰: 예고살인>(2013)
콘티 작업 <전우치>(2009), <불신지옥>(2009), <해운대>(2009), <박쥐>(2009),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2009)
“어릴 때부터 생각했다. 어른들도 잘하는 게 없으면서 우리 보고 잘하라 마라야. 어른이 되고 나서도 그 생각은 변함없다.” 아니, ‘우리’라니. ‘사춘기 소년스러운’ 이 난데없는 멘트는 뭔가. “시공간을 잊을 만한 흡인력있는 만화, 말 그대로 ‘타임머신’을 만드는 만화가가 꿈”이라는 전복적인 청년. <더 웹툰: 예고살인>(이하 <더 웹툰>) 속 웹툰 이미지를 담당한 김대일 작가다.
<더 웹툰> 제작진은 웹툰 작업을 위해선 영화연출에 대한 이해가 있으면서도 만화 이미지가 실사 이미지와 중첩됐을 때 사실적으로 어우러질 수 있는 그림체를 가진 작가가 필요했다. 만화가 데뷔를 준비
[STAFF 37.5] 그저 재밌는 일을 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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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
2013 영화 <더 웹툰: 예고살인>
2013 드라마 <더 바이러스>
2011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2010 드라마 <국가가 부른다>
2010 드라마 <파스타>
2009 시트콤 <태희 혜교 지현이>
2009 드라마 <아이리스>
2008 영화 <쌍화점>
꽃미남은 죽었다. 영화 <쌍화점>의 꽃 같은 친위대 병사도, 드라마 <파스타>의 멀끔한 해외파 요리사도,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의 수려한 선비 성삼문도 모두 죽었다. 우리가 익히 알던 현우의 이미지가 죽었다는 얘기다. <더 웹툰: 예고살인>의 처자식 딸린 신참 형사 영수로 돌아온 현우는 제법 독이 올랐다. “내겐 다른 모습도 있다고 항상 생각했는데 마침 영수를 만났다. 어떻게 하면 내 이미지에 좀더 반전을 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현우에게
[who are you] 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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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file
2013 영화 <감시자들>
“하루 종일 네 생각뿐이야∼.” 영화 <감시자들>을 본 관객이라면 자연스레 2pm의 노래 <하.니.뿐.>을 흥얼거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쟁쟁한 영화계 선배들 사이에서도 눌리지 않고, 이준호는 ‘다람쥐’처럼 재빠르게 움직이며 영화에 자신의 자취를 남겼다. “레퍼런스로 삼은 모델은 없다”고 자신있게 말했지만 “캐릭터를 만들기 위한 준비”는 상당했다. “누군가를 감시하면서 주변 사물을 놓치지 않고 감지해내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사물을 볼 때마다 곁눈질로 본다든가, 테이블에 있는 물건을 집을 때도 (일어서서 앞을 본 채로 스치듯 스윽 움직여 휴대폰을 집으며) 이렇게 혼자 연습했다. (웃음)” 짧은 장면에 자기 표정을 심는 내공도 제법이다. 잡아먹을 듯 카메라를 캐치해내는 ‘매의 눈’은 수년간의 가수 활동 덕이기도 하지만 끊임없이 감독을 귀찮게 하며 모니터링을 반복한 결과다. 누군가는 분명 “또 아이돌이야?” 하며 부
[who are you] 이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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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종사’ 전문 감독이자, 홍콩 무협영화의 진정한 레전드 유가량이 지난 6월25일, 백혈병으로 투병 중 향년 75살로 세상을 떴다. 홍콩 무협영화를 얘기할 때, 장철과 호금전은 누구나 알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뒤를 이은 유가량에 대해서는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르겠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2>(2004)에서 더 브라이드(우마 서먼)에게 무술을 가르치던 백발의 스승 페이메이를 연기한 유가휘의 큰형이자, 그와 함께 <소림삼십육방>(1978) 등을 만들며 이른바 ‘소림사 영화’의 전통을 구축한 사람이라고 하면 어떤가. 물론 <신타>(1975)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기 이전 장철 영화의 고정 무술감독으로 활동했다.
데이비드 보드웰의 홍콩영화 연구서 <플래닛 홍콩>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제8장 ‘쿵후 마스터 3인’라는 부분에서 장철, 호금전과 더불어 유가량을 당당히 독립적으로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1935년 광둥에서 태어난 유가량은
[obituary] 무협의 혼이 잠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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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핀> Josephine
감독 아그네스 오바디아 / 출연 마릴로 베리, 메디 네부, 샤를리에 뒤퐁
29살 조세핀은 브래드 피트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다. 매사에 소심한 그녀가 꿈에 그리던 남자를 찾아 나서는 줄거리의 코미디영화다. 프랑스 일러스트레이터 페넬로프 바지우가 그린 만화책이 원작이다.
[해외 박스오피스] 프랑스 2013.6.2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