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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능?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든다! 그게 서커스예요. 그런데 기자 아저씨들은 왜 똑같은 걸 매일 물어봐요?” 영화가 시작되면, 단발머리의 중국 소녀 웨이웨이(서교)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이렇게 말한다. 어쩌면 이것은 <미스터 고>를 만들기로 결심한 김용화 감독이 소녀의 목소리를 빌려 전하고 싶은 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1천여컷 분량의 ‘야구’ 하는 CG 고릴라, 그를 풀 3D 영상에 담아내겠다는 선택. 4년 전만 해도 <미스터 고>라는 프로젝트는 한국 영화계의 가장 예측 불가능하고 위험한 곡예처럼 느껴졌다. 감독조차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다”고 말했던 <미스터 고>가 오랜 산통 끝에 드디어 거대한 막을 열어젖혔다. 7월8일 언론시사회에서 공개된 이 영화는 한국 최초로 등판한 디지털 주연배우를 앞세워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미스터 고> 이후 충무로의 그 어떤 영화인도 기술적인 도전에 있어 ‘불가능
기대하라! 리얼리티 그 이상의 비주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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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8일 월요일, 오후 2시경 출산. 산모 건강. 아기 몸무게 300kg…? 덱스터 디지털에서 배양되던 디지털 고릴라가 7월8일 <미스터 고>의 언론시사회를 통해 드디어 세상 밖으로 나왔다. 4년간의 산통 끝에 한국 영화계가 낳은 이 고릴라는 할리우드의 숙련된 디지털 기술과 비교하더라도 유려한 퀄리티를 자랑하고, 가장 유명한 유인원인 콩(<킹콩>)과 시저(<혹성탈출: 진화의 시작)보다 훨씬 사랑스럽고 귀여운 정서를 타고났다.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변방국인 한국 출신의 스탭 400여명이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4년간 키워낸 디지털 고릴라의 실체와 김용화 감독의 전작 <국가대표> <미녀는 괴로워>를 계승하는 것 같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른 정서를 선보이는 <미스터 고>의 면모를 지금이야말로 파헤쳐볼 때다.
고릴라보다 더 고릴라 같은 디지털 3D 고릴라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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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즈 다이어리] <퍼시픽 림> 소년의 꿈
[헌즈 다이어리] <퍼시픽 림> 소년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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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짝사랑하던 변호사에게 눈물의 키스를 하고 훌쩍 떠났던 소년이 1년 뒤, 사체 손괴와 은닉 혐의를 받는 피고인이 되어 돌아왔다. 기억을 잃고, 타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신비한 능력도 사라진 소년 박수하(이종석)는 자신이 정말 죄를 저지른 게 아닐까 두려워한다. 정황도 범행동기도 증거품도 증인도 불리한 사건. 게다가 피고인이 죄를 부인할 의지도 없으니 변론을 맡은 장혜성(이보영)은 난감하기 그지없다. 지난 기억이 없는 수하에게 혜성은 그저 국선전담 변호사일 뿐이고 “아무도 내 편 안 들어줄 때,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다.
SBS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10회, 국선전담 변호사의 의미를 담은 수하의 말에 마음이 울컥한 한편으론 어쩐지 지나치게 감상적인 정의가 아닌가 싶어 한발 물러서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째서일까. 아마 평소 변호사를 비롯한 법조인에게 품은 인상이나 기대가 ‘내 말, 나의 진실을 믿어주는 공명정대한 사람’에 가까웠기 때문이겠지
[유선주의 TVIEW] 내 편 들어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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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리 부는 아저씨, 아니 청년들이다. <피리부는 사나이>의 한 대목처럼 트럼펫 소리에 홀린 문 노인이 신나게 연주 중인 밴드의 뒤를 졸졸 따라가고 있다. 모두가 쿵짝쿵짝 한껏 흥이 났다.
제주의 뜨거운 햇볕에 그을린 팔을 척척 걷어붙인 채로 카리스마 넘치게 현장을 호령하던 오멸 감독. 그에게 <하늘의 황금마차>는 카메라 앞에서 자유롭게 노는 배우들을 악기 삼아 자연스러운 하모니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다.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자칫하면 영화 촬영현장이 아니라 홍대의 어느 야외무대로 착각할 뻔했다! 한적한 협재해수욕장이 킹스턴 루디스카의 신나는 연주 덕에 시끌벅적하다.
문 노인을 연기한 배우 문석범. <어이그, 저 귓것> <지슬: 끝나지 않은 세월2>에도 출연했다. <하늘의 황금마차>에선 말썽쟁이 ‘귓것 하르방’을 연기하지만 실제로는 제주 고유의 노동요에 조예가 깊은 전문 소리꾼이다.
“우리가 우리를 뭐라고 부르는 줄
[씨네스코프] 밴드와 제주 그리고 인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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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후반, 초등학생이었던 나는 몇달 동안 토요일마다 강시영화를 한편씩 봤다. 강시영화가 그토록 재미있었던가 하면, 아니다. 내가 다니던 보습학원 원장이 강시영화 마니아였을 뿐이다. 다른 학원이 쉬는 토요일에 ‘특별 시청각 교육 프로그램’을 개설한 그는 아이들이 강시처럼 콩콩 뛰어 집으로 돌아가는 모습을 흐뭇하게 지켜보곤 했다. 중국어 학원도 아니었는데, 그는 도대체 뭘 교육하고 싶었던 걸까.
요즘 아이들은 강시가 뭔지 아는지 모르겠다. 강시란 쉽게 말해 중국의 좀비다. 강시에게 물린 사람은 강시가 된다. 중국인들은 객사한 원혼이 떠돌지 않도록 고향으로 데려왔는데, 장거리 수송이 힘들다보니 도사를 고용해 되살아난 시체가 제 발로 뛰어오도록 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죽어서도 고생, 승천하다 말고 힘들어서 원혼이 되겠다). <강시선생> <헬로강시> <영환도사>…. 내용도 출연진도 비슷했던 이 영화들을 토요일마다 보면서 나는 진짜 강시가 나타날
[김정원의 피카추] 서바이벌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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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시스코 데 고야의 <거인>(1808∼12. 고야의 제자 작품이라는 주장도 있다)은 일본 애니메이션 <진격의 거인> 방영에 이어 <퍼시픽 림>이 개봉하면서 부쩍 눈에 밟히는 그림이다. 도시를 부수는 거대 로봇과 괴수야 여름마다 보는 화상들이지만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 특유의 짐승 냄새나는 스펙터클은 고야가 그린 몇몇 무서운 그림의 직계로 보인다.
6/17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이 출연한 팟캐스트 <필름메이커와의 만남>(Meet the Filmmaker)을 듣다 귀를 쫑긋했다. <코스모폴리스> 개봉 즈음인 2012년 8월 크로넨버그 감독과 주연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함께 뉴욕 증권거래소를 찾아 개장을 알리는 종을 울렸다는 일화가 언급된 대목이었다. “유령이 세계를 홀리고 있다. 자본주의의 유령이”라는 슬로건으로 시작하는 영화로서 확실히 특이한 홍보 이벤트 아닌가. 나와 비슷한 의아함을 표하는 사회자에게 크로넨버그 감독은 &l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보여주지 않는 그래서 알게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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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잘하는 사람은 뒷설거지할 것이 별로 없다. 후딱후딱 도구들을 씻고 정리해가며 음식을 하기 때문이다. 살림 잘하는 사람의 기준도 평소 부엌이 얼마나 깨끗하냐는 것이다. 설거지통에 씻을 그릇이 잔뜩 담겨있으면 때가 되어도 밥하기 참 싫다.
4대강 사업이 사실상 대운하를 위한 사업이었고 그 통에 짬짜미 비리도 유발됐다는 요지의 감사원 보고서가 나오자마자 박근혜 대통령의 ‘입’인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은 “국가에 엄청난 손해를 입힌, 국민을 속인 일”이라며, “잘못된 부분은 사실대로 알리고 바로잡고 고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거이거 너무 표정관리 안되시잖아. 너무 추상 같으시잖아. 국정원 댓글공작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으로 전 정권과 사실상 짬짜미를 벌여온 처지에 보는 사람 민망하게시리…. 쉿.
청와대의 불호령과 달리 사람들은 그리 놀라지 않는다. 그 뻔한 걸 왜 감사원(과 박근혜정권)만 이제 알았느냐는 반응이 더 많을 것이다. 앞에서는 대운하 포기한다고 해놓고 뒤로는 자연형
[김소희의 오마이 이슈] 예, 바로잡고 고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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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히어로들에겐 자신과 충돌해야 하는 순간이 반드시 온다.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과 셰인 블랙의 ‘아이언맨’이 그랬듯이 말이다. 이번엔 울버린의 차례다. <더 울버린>의 휴 잭맨은 이번 영화에서 최초로 죽을 기회를 얻는다. 영원히 상처입지 않고, 결코 죽을 수 없는 존재였던 그가 평범한 인간이 될 기회를 얻어 마침내 죽음과 직면하게 됐을 때, 영생과 불멸의 형벌 속에 몸부림치던 그가 마침내 고통의 사슬을 끊어낼 수 있게 됐을 때, 울버린은 어떤 제스처로 그 순간을 맞이하게 될까.
그의 또 다른 자아, 울버린
휴 잭맨의 커리어에서 울버린을 빼고 논할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휴 잭맨에게 울버린은 21세기와 함께 찾아왔다. 그의 배우 인생에 있어 밀레니엄을 맞이한 셈이다. 2000년, 브라이언 싱어의 <엑스맨>에서 그는 마블 시리즈의 사연 많은 히어로로 다시 태어났다. 호주 출신의 무명배우 휴 잭맨이 길고 날카로운 강철 손톱과 늑대의 눈, 아다만티움
[휴 잭맨] 젠틀맨 그러나 길들여지지 않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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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엔 가세 료다.” 홍상수 감독의 신작에 참여한 스탭들이 어느 광고 문구를 빌려와 하는 농담이다. 같이 있으면 편안하고 힘이 나는 사람이라는 뜻일 거다. 그 농담을 전해들은 그는 그냥 씩 웃기만 했다. 홍상수 감독과 가세 료가 만난 건 지난해 일본에서다. 홍상수 감독은 가세 료의 첫인상에 관해 이렇게 묘사한 적이 있다. “내 영화를 좋아한다고 들었지만 어떤 배우인지는 잘 몰랐다. 출연에 관해서도 아무 생각이 없었고 그냥 만나기로 했다. 그런데 그가 로비로 들어와 내쪽으로 걸어올 때 쪼가 없는 그 얼굴이 한눈에 마음에 들었다.” 촬영 중에도 감독이 배우를 아끼고 배우가 감독을 따르는 모습은 역력했다고 스탭들은 말한다. 그렇게 하여 벌써 닮은 것인가. 가세 료는 ‘귀엽다’는 홍상수식 형용사를 사용하며 인터뷰의 첫 대답을 열었다. 6월 말에 시작하여 2주 동안 촬영했던 홍상수 감독의 열여섯 번째 장편 프로젝트는 7월10일에 모든 일정을 마쳤다. 그날 낮에 가세 료를 만났다.
-이번
[가세 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한번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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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세살의 남자아이가 있다. 이름은 카메론 콜리. 그에게는 한살 더 먹은, 형제보다 더 가까운 앤디라는 친구가 있다. 둘은 깨어 있는 모든 시간을 함께 붙어 다닐 만큼 친하지만, 카메론에게는 어려서 앤디가 얼어붙은 호수에 빠졌을 때 구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겁에 질려 달아난 어두운 기억이 있다.
어느 날 두 아이는 숲에 놀러가서 여자 얘기를 한다. 한살 더 먹은 앤디는 발기된 성기를 꺼내서 자랑삼아 보여주고 카메론은 경탄스럽게 만져보다가 그만 사정을 시키고 만다. 시시덕거리며 뛰어가던 아이들은 험상궂은 남자에게 뒷덜미를 잡힌다. 무슨 짓을 했느냐고 추궁하는 남자 앞에서 아이들은 겁에 질리고, 남자는 앤디를 넘어뜨리고 성폭행을 한다. 울면서 도망가던 카메론은, 그러나 이번에는 용기를 내서 나뭇가지를 주워들고 돌아온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남자가 정신을 잃자 밑에서 빠져나온 앤디는 나뭇가지를 받아서 다시금 여러 차례 머리통을 내리갈긴다. 남자가 죽자 카메론은 경찰에 신고하자고 하지만 결
[금태섭의 서재에서 잠들다] 2인칭을 사용하는 살인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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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보면 문맥 속에서 한참을 더듬다 얻어걸리는 것 말고 개념어에 대한 자신있는 정의가 없었구나 깨닫게 될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인문학 유행의 시대에, 기초체력을 다지는 기분으로 읽어보면 좋을 책. 사디즘과 마조히즘, 윤리와 도덕의 차이, 포스트모더니즘과 모더니즘, 기표와 기의…. 같은 책과 사유를 만나고도 잡초로 인식할 것인가 꽃밭으로 인식할 것인가는 바로 이런 개념어에 대한 정립이 잘되어 있는가와 연관된다.
[도서] 개념어에 대한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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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시인), 송호창(국회의원), 박찬일(요리사), 반이정(미술평론가) 등. 각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온 이 시대 명사 7인의 에세이 모음집. 필자마다 7편씩 총 49편의 에세이를 실었다. 각자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에서 시작해, 일상과 나이듦 등 여러 화제를 오가며 자신의 목소리를 들려주어서 좋다. 어쩌다보니 필자들이 모두 남자여서, 섹스와 결혼에 대한 생각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도서] 이 시대 명사 7인의 에세이 모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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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망하다는 이유로 하자 있는 물건을 교환하거나 환불받는 대신 꾹 참고 써본 적 있는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 <웬만해선 그녀의 컴플레인을 막을 수 없다>는 부당한 상황에 대해 똑 부러지게 따지는 법을 알려준다. AS 된다고 말해놓고 매대 상품은 안된다는 백화점 브랜드, 보름도 지나지 않았는데 구독 해지가 안된다는 학습지 회사 등,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노하우가 담겼다.
[도서] 부당한 상황에 대해 똑 부러지게 따지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