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모폴리스>에 대한 꼼꼼한 통찰이 담긴 글들(김효선 “지금 여기는 지옥입니다”, 허문영 “한 자본가의 미학적 승리”, 김지미 “구원은 없어라”)을 읽었다. 그 통찰들을 능가하는 정치경제학적 분석을 할 자신은 없지만, 하나의 질문만은 덧붙일 필요를 느낀다. 이 영화를 감상하는 당신의 시선은 지금 영화 속 어느 자리에서 어느 곳을 향해 있는가? 영화를 보는 동안 이걸 묻지 않은 채, 관객인 우리가 마치 객관적인 자리에서 자본의 추상성, 권능, 환상을 보고 있다고 말해도 될 것인가. 혹은 이 영화를 자본주의에 대한 근심으로 읽어내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위의 질문을 경유하지 않고 이 영화가 형상화하는 자본주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초월적인 자리에서 그 자본의 매커니즘을 포착할 수 있다고 믿는 것과 유사한 착각일 수 있지 않은가.
허문영만이 이 영화에 대한 섬세한 비평의 결론에 이르러 ‘우리의 자리’를 의식하며 이렇게 말했다. “크로넨버그는 한 자본가의 미학적 승리를 묘사하며
[신 전영객잔] 출구를 마련하지 않은 악몽
-
<씨네21>도 이런 촬영은 처음이다. 표지를 장식한 디지털 캐릭터를 인터뷰할 수는 없는 노릇. <미스터 고>의 고릴라 링링(오른쪽) 대신 <씨네21> 스튜디오를 찾은 건, 그를 영입한 에이전트 성충수 역의 배우 성동일이었다.
도대체 옆에 있지도 않은 고릴라를 어떻게 바라보라고 주문해야 할지 손홍주 사진팀장이 고민하기도 전에, 성동일이 허공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이 배우가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촬영현장에서 가상의 고릴라와 함께 호흡하고 연기해왔다는 걸.
<미녀는 괴로워> <국가대표>에 이어 김용화 감독과 함께하는 세 번째 작품이지만, 오는 7월17일 개봉하는 <미스터 고>는 배우 성동일에게 다양한 이유로 더더욱 특별하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올여름 가장 뜨거운 블록버스터의 중심에 선 그를 만났다.
홈
신 스틸러에서 중심부로
“형, 미안해.” 김용화 감독은 성동일에게 사과의 말을 건넸다고 한다
[성동일] 독설의 신
-
시사 뒤 송대찬 프로듀서는 아는 프로듀서들한테 “감독들 눈높이를 이렇게 높여놓으면 이제 어떡하냐”는 원성을 들어야 했다. 감시자와 쫓기는 자의 시선을 매개로 영화의 주인공들은 강남 테헤란로, 이태원, 청계천, 여의도, 영등포, 종로 등의 대로를 종횡무진 활보한다. 한국영화에서 이 정도 스케일로 서울을 면밀하게 보여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감시자들>의 장점 중 8할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로케이션 뒤에는 송대찬 프로듀서의 주도면밀한 준비와 노력이 있었다. “어느 날 내 전화기에 저장된 연락처를 보니 죄다 경찰이더라.” 송대찬 프로듀서, 그에게서 <감시자들>의 숨막히는 촬영 뒷이야기를 들었다.
-유내해 감독의 원작 <천공의 눈>에서 감시반원들의 노하우를 중시했다면, <감시자들>에서는 디지털 기기, CCTV의 활용도가 더 높아진 모양새다.
=양날의 칼이다. 자칫 잘못하면 휴대폰 내비게이션, 아이패드 같은 걸로 다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된
[송대찬] 서울 점거 촬영, 다시는 못한다는 각오로 찍었다
-
색기라는 것은 나 같은 범인에게는 유니콘과 같아서 그 존재에 대해 들어도 보고 읽어도 보았으나 몸으로 실체를 확인한 적은 없는 어떤 것이다. 색기에 대해 처음 들은 것은 대학 때였는데, 상경대쪽에 유명한 남학생이 하나 있었다. 어느 나라인가의 교포였는데 나보다 한 학번 위고 일단 괜찮게 생겼지만 연예인을 갖다댈 만한 꽃미남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런데 소문이 돌기로는 그 애가 연상녀 킬러였다(고 한다). 부모가 외국에 있어서 그애 혼자 서울 생활을 한 지 3년인가 되었는데, 그때 같이 살던 여자가 세 번째 동거녀인가 그랬다(고 한다). 이 이야기의 가장 웃긴 대목은, 그 이야기를 하던 나와 친구들 모두 그 남자애를 한번 구경해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는 것일 거다. 연상녀들을 압도한다는 그것은 대체 무엇일까. 잘생긴 것도 아니라는데 대체 뭐지? 그 이야기는 결국 ‘(얼굴이나 한번)보고 싶다’에서 ‘자보고 싶다’로 흘렀고 둘 다 불발에 그쳤다. 그때 그 대화가 생각난 것은 오쿠다 히데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있지, 걔 얘기 들었어?
-
-
<아키라 AKIRA>가 정식으로 국내에 발간되었다. “너무 재미있어 속상하게 하고, 정말 감동적이어서 마음을 뒤흔드는 작품들 사이에서 아키라는 언제나 조용히 바라보게 만드는 작품이다”라는 만화가 윤태호의 말처럼, 1982년 연재를 시작한 뒤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진 이 작품 속의 디스토피아, 그리고 사이버펑크의 세계는 시간이 지났어도 수명을 다하지 않고 힘을 갖고 있다. 주말을 통째로 바쳐도 좋을 만큼 재미있는 만화.
[도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힘을 갖고 있는 세계
-
히치콕 감독의 <이창>에서, 주인공이 타인의 삶을 엿볼 기회는 창문 앞에 놓인 망원경에 눈을 가져다대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트러스트 유어 아이즈>에서는 다르다. 편집증에 사로잡힌 토마스는 스트리트뷰 프로그램에 빠져 지낸다. 그러다 뉴욕의 스트리트뷰에서 창문을 통해 한 여자가 살해당하는 것 같은 이미지를 목격한다. 스트리트뷰 사진들의 사생활 침해 논란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이 소설의 서스펜스가 한층 가깝게 와닿을 것이다.
[도서] 스트리트뷰 사진들의 사생활 침해 논란
-
<접속>에서부터 <공동경비구역 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건축학개론>과 같은 영화들을 제작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첫 책을 냈다. 루게릭병으로 세상을 떠난 엄마에 대해, 그녀만의 언어로 풀어낸다. 투병 중이던 어머니의 몸을 기억하는 일, 몸 밖으로 빠져나오지 못하던 어머니의 언어를 읽어내던 일, 그리고 이제 어머니가 떠난 빈자리에서 안타까운 마음으로 추억을 더듬는 일이 책 읽는 사람의 마음을 울린다.
[도서] 어머니가 떠난 빈자리
-
누구나 이런 상상을 해봤을 것 같다. 꿈의 라이브러리 말이다. 원하는 작품들을 한데 모아놓을 수 있다면, 그 영화박물관은, 그 도서관은, 그 미술관은 어떤 공간이며 그곳의 입주자들은 어떤 작품들이 될 것인가. 이탈리아의 예술평론가 필리페 다베리오는 상상박물관을 짓는 지적유희로 한권의 책을 써냈다. 원하는 그림들을 호명해 한자리에 모아놓고 방의 유형에 따라 분류했다. 안티카메라, 생각하는 방, 도서관, 놀이방, 부엌, 침실, 음악실, 예배당과 정원… 지하부터 꼭대기층에 이르는 건물 한채가 거대한 화폭이 된다.
박물관에 들어가 가장 먼저 보이는 공간인 안티카메라가 출발점이다. 영어로는 홀이라고 번역되는 안티카메라는 만남의 공간과 동선의 중심 역할을 한다. 직각으로 되어 있는 계단 아래에는 둥그런 그림 하나가 어울리지 않을까. 다베리오가 이 자리에 선택한 그림은 미켈란젤로의 작품 중 유일하게 이동 가능한 작품인 <톤토 도니>다. 이 그림의 여주인공 격인 인물은 작품을 위탁하
[도서] 바티칸이 따로 없네
-
“물고기 다큐멘터리계의 <킬 빌>, 물고기 올 노출 3D 리얼 다큐.” <슈퍼피쉬: 끝없는 여정>의 연출자 송웅달 PD가 영화에 대해 농담으로 붙여본 수식어다. 2012년 여름 KBS1에서 방영된 5부작 다큐멘터리 <슈퍼피쉬>는 제작비 20억원으로, 2년 동안 24개국을 돌며 촬영을 진행한 ‘대작’이다. 다큐멘터리로선 이례적으로 최고 시청률 13.8%를 기록하며 이미 검증도 받았다. 이번엔 아이맥스와 3D 기술을 덧입혀 극장 개봉을 앞두고 있다.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장면을 스크린에서 다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송웅달 PD는 2005년에 제작한 <사랑> 3부작으로도 유명하다. 이번에는 물고기를 향한 그의 사랑 고백을 들어봤다.
-물고기를 소재로 다큐멘터리를 기획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6시 내고향>을 연출하며 물고기가 나오는 아이템의 시청률이 높은 것을 발견했다. 이유를 고민해보니 현대인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수렵활동
[flash on] ‘생선’ 아니죠, ‘물고기’죠
-
“13년 전 남동철 기자와 인터뷰한 게 마지막인 것 같은데….” 남기웅 감독은 인터뷰 장소에 들어서자마자 <씨네21>과 인터뷰한 추억을 떠올렸다. 2000년 그가 내놓은 데뷔작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는 긴 제목만큼이나 과감한 실험정신이 돋보였고, 에너지가 넘치는 작품이다. 남기웅 감독은 이후 <우렁각시>(2002),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2005) 같은 영화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다가 TV용 영화 <이브의 유혹: 키스>(2007) 이후 지금까지 6년 동안 작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새로운 형식에 도전하고 개성을 드러내는 데 중점을 두던 전작과 달리 6년 만에 내놓은 <콩가네>(7월11일 극장 개봉)는 남기웅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이 반영된 가족드라마다.
-촬영한 지 꽤 됐다고 들었다.
=지난해 12월24일에서 25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끝났다. 고생들 했지.
[flash on] 콩가루 집안 잔혹사
-
유튜브에서는 루니 마라가 출연한 <뉴욕타임스>의 광고 영상 ‘Touch of Evil’을 볼 수 있다. 공간 배경이 무중력의 세계인 듯 침대에서 일어난 루니 마라에게 저절로 가죽 부츠가 신겨지고 바지가 입혀진다. 카메라 앞으로 유영하듯 걸어가면 그의 머리에 모자가 날아와 얹히고, 오른손에는 지팡이가 날아와 쥐어진다. 루니 마라가 자신의 손에 있던 ‘악마의 눈썹’을 한쪽 눈에 붙이고 카메라를 쳐다보는 내용의 짧은 영상이다. 이 광고는 루니 마라의 두 가지 매력을 보여주는 것 같다. 하나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통 알 수 없으면서도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수수께끼 같은 표정이 묘하고 강렬하다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눈썹 하나 붙였을 뿐인데 무표정에서 ‘악마’ 같은 표정으로 뛰어넘는 변신 능력이 인상적이라는 것. 마치 <소셜 네트워크>(2010)에서 연기한 당돌한 여대생 에리카에서 <밀레니엄: 여자를 증오한 남자들>(이하 <밀레니엄>, 2011)의
[루니 마라] 악마와의 키스
-
<숨바꼭질>
제작 스튜디오 드림캡쳐 / 감독, 각본 허정 / 출연 손현주, 문정희, 전미선 / 배급 NEW / 개봉 8월14일
숨바꼭질 괴담, 혹은 초인종 괴담. 한번쯤 들어봤을 거다. 도둑이 쉽게 집을 털기 위해 초인종 옆에 몰래 표식을 새겨놓는다고 한다. 누군가가 내 집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만큼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닿는 공포도 없다. <숨바꼭질>은 요즘 성행하는 이같은 도시괴담을 활용해 만든 스릴러영화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던 성공한 사업가 성수(손현주)는 어느 날 형의 실종 소식을 듣게 된다. 형의 아파트를 찾아간 그는 그곳에서 집 안을 훔쳐보는 낯선 존재 때문에 불안에 떨고 있는 주희(문정희) 가족을 만나게 된다. 아파트 곳곳에서 초인종 옆에 새겨진 의문의 부호와 맞닥뜨리게 된 그는, 이후 자신의 아파트에도 똑같은 암호가 새겨진 걸 발견한다. 허정 감독의 장편 데뷔작. 드라마 <추적자 THE CHASER>에서 고군분투하는 가장의 모습을 선보
[Coming Soon] 누군가가 내 집을 지켜보고 있다 <숨바꼭질>
-
로마의 장군 마르티우스(레이프 파인즈)는 볼스키족과 벌인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고 코리올리 지역을 공격하면서 용맹을 떨치며 코리올라누스라는 이름을 얻는다. 불스키족의 아우피디우스(제라드 버틀러)는 마르티우스와 어깨를 겨누는 맹장이지만 매번 그와의 전투에서 패배한다. 마르티우스는 금의환향하고 그의 공을 높이 산 원로원은 그를 집정관에 추대하려고 한다. 하지만 귀족인 마르티우스는 평민들을 업신여기며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 독단적이고 호전적인 성격에 말투도 험하다. 그를 시기하는 호민관들은 평민을 뒤에서 조종하고 결국 마르티우스는 로마에서 추방당한다.
영화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코리올라누스>를 현대로 가져와 각색한다. 원로원, 호민관, 계급 등 원작의 설정과 상황은 그대로 가지고 오지만 그들은 현대의 옷을 입고 마차와 칼 대신 자동차를 타고 총을 쏜다. 하지만 정확히 언제인지 어느 나라인지 규정할 수 없으며 따라서 영화의 공간은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을 수 있는 공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각색하다 <코리올라누스: 세기의 라이벌>
-
아버지가 출소하면서 벌어지는 가족 감금 소동극이다. 장백호(김병옥)는 쓸쓸히 교도소를 나와 씁쓸한 표정으로 집으로 향한다. 그는 수감 중 조리사로 일하며 모은 돈으로 국숫집을 내서 마음잡고 살아볼 계획이다. 그러나 피 같은 자신의 돈 500만원이 든 통장이 없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가족의 소행이라 단정한 그는 분노한다. 환대까지는 기대도 안 했지만 가족이 자신을 배신하리라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아내와 아이들은 모두 발뺌하고 장백호는 이들을 창고에 가둔다. 과연 누구의 소행인지 추궁하는 과정에서 가족의 비밀이 하나씩 폭로된다. 마트에서 일하는 아내는 동네 자동차 정비공과 바람이 났고, 지역 방송국 아나운서인 큰딸은 아지트를 마련해놓고 이중생활을 즐기며, 연예인이 되려는 작은딸은 요일별로 다른 애인을 만나고 있다. 아직 고등학생인 아들은 뭘 하는지 모르지만 수시로 학교를 빼먹고 놀다 온다.
가족은 서로 의심하며 장백호에게 고자질을 한다. 이중생활이든 농땡이든 다 돈이 들 수
가족 감금 소동극 <콩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