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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천정명)는 맹하다 싶을 정도로 순진하고 소심한 남자다. 그는 샌드위치 가게에서 일하는 청순한 희주(김민정)를 보고 첫눈에 반한 뒤 끈질긴 구애 끝에 결혼에 성공한다. 둘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3년 뒤, 우연히 참석한 부부 동반 동창회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1등 상품에 욕심을 낸 희주가 갑자기 파격적인 섹시 댄스를 선보인 것이다. 게다가 이 날의 영상이 인터넷에 퍼지면서 영수는 더 큰 혼란에 빠진다. 알고보니 희주는 이십대 시절 ‘렉시’라는 이름으로 클럽계를 휩쓴 전설적 인물이었던 것. 과연 둘의 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을까, 그리고 희주의 정체는 무엇일까.
옛날에 ‘좀 놀았던’ 애인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코미디와 멜로로 풀어낸 <밤의 여왕>은 의심 많고 소심한 남자의 불안 해소용 드라마다. 영화는 클럽에서 놀았던 아내의 과거를 남편이 이혼을 생각할 정도의 심각한 흠집으로 그리지만 결과적으로 아내의 ‘흑역사’를 가정이라는 제도 속으로 통합시키며 어떻게든
‘좀 놀았던’ 애인을 대하는 방법 <밤의 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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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잘나가는 축구선수였던 조지(제라드 버틀러)는 은퇴 뒤 이런저런 사업으로 재산을 다 탕진하고 신용카드회사의 빚독촉 전화를 받는 신세다. 한창일 때는 가족의 소중함을 알지 못했던 그였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은 현재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어 이혼한 아내와 아들 곁으로 돌아와 살게 된다. 아들의 축구교실에 들렀다가 불성실한 코치 대신 아이들을 직접 지도하다가 그 모습에 반한 엄마들의 성화로 축구교실 코치까지 맡게 된다. 조지는 이미 초등학생이 된 아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허둥대고, 한번의 기회를 놓쳐버린 전부인에게도 다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지만 조지에 대한 관심이 지나친 학부모들(특히 엄마들의 육탄 공세)로 인해 일들이 꼬여만 간다.
<행복을 찾아서> <세븐 파운즈> 등을 통해서 가족과 사랑 등을 매우 보수적인 관점으로 풀어냈던 가브리엘 무치노는 이번 영화에서도 비슷한 흐름의 선택과 결정을 보여준다. 하나의 인간을 완성해주는 가장 의미 있는 울타리
무엇과도 견줄 수 없는 고귀한 것 <당신에게도 사랑이 다시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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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대표하는 무당이자 무형문화재 보유자인 만신 김금화의 삶을 그린 다큐멘터리 <비단꽃길>은 크게 두 가지 이야기를 다룬다. 하나는 전통 무속 신앙이자 종합예술로서의 굿의 가치에 대한 것이며, 또 하나는 ‘인간 김금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를 위해 영화는 김금화 만신을 길게 인터뷰하며 그 사이에 프랑스에서 열렸던 ‘굿 공연’을 틈틈이 보여준다. 이때 푸른 눈의 외국인들이 방울을 흔들며 굿을 하는 모습도 흥미롭지만 더 인상적인 것은 평소 보기 어려웠던 김금화 만신의 인간적인 모습들이다. “하늘과 땅의 매개자이자 중개자, 그렇게 끔찍한 것이 무당이오.” 십대 시절부터 한평생을 무당으로 살아온 김금화 만신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끔찍하다고 말한 것도 이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짐작할 수 있다. 어릴 때부터 이웃에게 벌어질 나쁜 일을 얘기해주다 친구를 잃었으며, 한국전쟁 시기 인민군에게 핍박받고 그 뒤 빨갱이라고 괴롭힘을 당한 뒤, 새마을운동 시기에는 다시 미신 타파라는 명분하
만신 김금화의 삶 <비단꽃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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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있어 사랑에 빠지는 데 적합한 ‘타이밍’이 있을까? 젊은 시절의 사랑은 풋풋하지만 경험이 없어 삐걱대고 불확실한 미래 때문에 불안해서 늘 촉박하다. 노년의 사랑은 경험과 시간은 축적되어 있지만 자칫 경박하다는 소리를 들을까 그 시도조차 자제되거나 사소한 감정 표현도 위축되기 마련이다. 우리는 늘 사랑을 갈구하고 욕망하지만 어떤 사랑도 완벽한 타이밍을 갖추고 진행되는 법은 없는 듯하다. 어쩌면 바로 그렇기 때문에 사랑은 늘 흥미진진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랑을 카피하다>에서 골동품의 진품과 가품이 가진 아우라와 진짜 사랑과 가짜 사랑의 모호한 경계를 견주어 보여주었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가 이번 영화에서는 그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결을 가진 사랑에 관한 고찰을 보여준다.
남자를 접대하는 바에서 일하는 아키코(다카나시 린)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을 알고자 하는 남자 친구 노리아키(가세 료) 때문에 늘 불안하다. 게다가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해서 대학생 신분을 유지하
인간이 그어놓은 감정의 경계 <사랑에 빠진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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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에서 정신지체 장애를 가진 아이들의 교사로 일하고 있는 테레사(마가레테 티에셀)는 사춘기에 접어든 딸을 친척집에 맡기고 케냐의 뭄바사 해변으로 꿈같은 휴가를 떠난다. 그러나 뭄바사는 사실 ‘슈가 마마’라 불리는 중년의 백인 여성들이 섹스 관광을 떠나는 곳이다. 테레사 역시 ‘간택’을 받기 위해 해안가를 배회하는 ‘비치 보이스’, 흑인 청년들을 만나게 되고 못 이기는 척 그들과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결국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허무뿐이다.
울리히 사이들의 <파라다이스 러브>는 잘 알려진 것처럼 ‘파라다이스 3부작’, 사랑(러브), 신념, 희망 중 첫 번째 작품이다. 이 세편의 영화에서 울리히 사이들은 느슨하게 이어진 세명의 여주인공들을 내세워 인생에서 ‘파라다이스’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것은 중년 여성의 섹스(혹은 사랑)이거나(<파라다이스 러브>), 삶의 목표를 잃어버린 이들의 종교에 대한 광신적인 믿음이기도 하고(<파라다이
‘파라다이스’는 과연 어디에 있는가 <파라다이스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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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두문자맨’이라는 욕쟁이 캐릭터로 한류스타로 급부상한 마준규(정경호)는 일본 활동 중 아이돌 여가수와의 애정행각이 파파라치에게 들통나면서 열애, 임신설 등으로 구설에 올라 급히 귀국 비행기를 탄다. 열성팬, 타 항공사 회장과 깐깐한 여비서, 닭살 신혼부부, 채식을 강요하는 스님, 수상한 양복맨까지, 동승한 퍼스트 클래스의 승객들은 안 그래도 심란한 마준규의 심사를 더욱 어지럽힌다. 기류 난조 때문에 롤러코스터처럼 오르락내리락하는 비행기와 더불어 마준규의 정신세계도 오락가락하면서 고단한, 그러나 코믹한 상황은 절정으로 치닫는다.
<롤러코스터>는 로맨틱코미디부터 정통 액션누아르까지 폭넓은 연기 활동을 보여줬던 배우 하정우의 감독 데뷔작이다. 토크쇼를 통해 말장난 개그에 대한 상당한 자부심과 집착을 보여왔던 그의 유머 코드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웃기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그의 바람이 잘 반영된 작품이다. 이 영화는 비행기 안의 승무원과 승객의 좌충우돌 코미디를 그
하정우식 항공 서비스 <롤러코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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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운슬러> The Counselor
감독 리들리 스콧 / 각본 코맥 매카시 / 출연 마이클 파스빈더, 페넬로페 크루즈, 카메론 디아즈, 하비에르 바르뎀, 브래드 피트 / 수입, 배급 이십세기 폭스코리아 / 개봉 11월14일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젊고 유능한 카운슬러(마이클 파스빈더)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어둡고 위험한 세계에 발을 들여놓는다. 순수하고 총명한 그의 약혼녀 로라(페넬로페 크루즈)도 유혹에 빠져드는 그를 막지 못한다. 지하범죄세계에 속해 있는 라이너(하비에르 바르뎀)는 카운슬러의 상황을 꿰뚫어보면서 숨통을 조여가고, 그의 치명적인 여자 친구 말키나(카메론 디아즈)는 한번 가지려고 마음먹은 것은 어떻게든 손에 넣기 위해 기회를 노리고 있다. 바람둥이 마약 중개인 웨스트레이(브래드 피트)는 위험한 세계에 발 담그려는 카운슬러에게 충고해주지만 무시당한다. 결국 이들의 선택에는 반드시 치러야 할 지옥 같은 대가가 기다리고 있다. <노인을 위한 나라
[Coming Soon] 반드시 치러야 할 지옥 같은 대가 <카운슬러> The Counsel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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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미디어’라는 말이 여전히 유효하다면 끊임없이 새로운 영상언어와 미학을 탐구하고 창조해내는 작가들의 노력 덕분일 것이다. 아마도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이하 네마프)은 그 노력의 최전선을 경험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일지도 모른다. 올해로 벌써 13회째를 맞는 네마프가 10월16일부터 25일까지 마포구청 대강당, 서울아트시네마, 미디어극장 아이공과 홍대 인근 대안문화 공간 및 거리 등에서 ‘대안YOUNG畵’라는 슬로건을 걸고 진행된다. 글로컬 구애전, 글로컬 초청전, 얼터너티브 장르, 작가특별전 등 총 6개 섹션으로 진행되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새로운 영상 글쓰기에 대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그 과정에서 영화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작품들을 소개한다.
먼저 글로컬 구애전의 영화부문에서는 총 47개국 814편의 출품작 중 37편의 장/단편영화가 선정되었다. 우선 5편의 장편 중 두편의 한국영화가 눈에 띈다. HIV/AIDS 바이러스에 감염된 남자의 사랑을 담은 노
[영화제] 새로움의 최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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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아무 생각 없는데, 생각 많은 진지한 청년처럼 보이는 것 같아 민망하다.”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한겨레>에 쓰고 있는 칼럼에 대해 묻자 그녀는 눈길을 피했다. 문단의 ‘앙팡 테리블’이란 별명에 대해서도 난색을 표했다. “그런 찬사를 듣기에는 별로 무서운 짓을 한 적도 없는데, 거품인 것 같다.” 하지만 이제 겨우 서른에 벌써 등단 9년째인 그녀가 이 사회를 향해 돌직구를 마구 날려온 20대 대표작가 중 한명임을 부정할 이는 없을 듯하다. 그녀의 다섯 번째 장편소설 <천국에서>도 특유의 수다스러움으로 이 시대를 사는 청춘들의 지옥도를 그려내고 있다. 태풍 다나스로 서울 하늘마저 어둑했던 오후, 그녀를 만나 함께 이 지옥 속을 헤매어보았다.
-<천국에서>는 언제 처음 구상한 소설인가.
=2007년쯤 여행소설을 쓰고 싶었다. 그래서 열심히 여행을 다녔는데 다니다보니 재미가 없어지더라. 그래서 여행을 비판하는 글을 썼나보다.(웃음)
-구상이
[trans x cross] 절망을 말하기란 얼마나 쉬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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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서세리 데스 오브 찰리 컨트리맨> The Necessary Death of Charlie Countryman
감독 프레드릭 본드 / 출연 샤이어 라버프, 매즈 미켈슨, 에반 레이첼 우드, 루퍼트 그린트
<네서세리 데스 오브 찰리 컨트리맨>의 예고편이 공개됐다.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찰리 컨트리맨이 갱단 보스의 여자와 사랑에 빠져 갱단의 표적이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샤이어 라버프와 더불어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론을 맡았던 루퍼트 그린트의 연기 변신이 기대되는 작품이다.
[WHAT'S UP] <네서세리 데스 오브 찰리 컨트리맨> The Necessary Death of Charlie Country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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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재정 위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베니스의 선택이 흥미롭다. 지난 9월 초에 열린 제70회 베니스영화제는 이탈리아 영화감독 지안프란코 로시와 그리스 영화감독 알렉산드로스 아브라나스가 각각 황금사자상과 은사자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차지했다. 그리스는 최근 몇년간 심각한 경제 위기로 영화산업 투자가 위축된 대표적인 나라이고, 이탈리아 역시 경기 침체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런 가운데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됐으니, 두 나라의 영화계는 오랜만에 경사를 맞은 듯 행복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유럽영화 두편이 베니스영화제 주요 부문의 상을 수상한 건 베니스영화제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지만 유럽 재정 위기가 장기화하면서 경기 침체로 경색되어 있는 이탈리아 영화계와 그리스 영화계에 큰 힘을 실어준 것은 분명하다.
지안프란코 로시가 만든 <성스러운 도로>(Sacro GRA)의 황금사자상 수상은, 이탈리아로서는 1998년 잔니 아멜리오 감독이 <그렇게 웃던 그들&
[로마] 제가 최초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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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적인걸2: 신도해왕의 비밀> 우리의 적인걸?
[정훈이 만화] <적인걸2: 신도해왕의 비밀> 우리의 적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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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lmography
<소원>(2013), <건축학개론>(2012) 각색, <우리 이웃의 범죄>(2010) 윤색, <우리집에 왜왔니>(2009), <헨젤과 그레텔>(2007) 각색, <안녕! 유에프오>(2004), <MBC 베스트극장-눈물보다 아름다운 유산>(2002), <인디안 썸머>(2001)
“왜 다시 이 얘길 끄집어내 상처를 주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 그 말의 행간을 살피자면, 분명 우리 혹은 누군가가 당사자에게 한번 상처를 줬으니 두번은 상처받게 하지 말자는 뜻이 아닐까. 그럼 두번 상처주지 않는 걸로 답하면 되지 않을까.” 실제 존재했던, 지금도 완전히 끝나지 않은 비극을 스크린으로 옮겨오기까지 작가에겐 분명 많은 고뇌와 한숨이 있었으리라. 김지혜 작가가 처음 <소원>의 각색을 맡게 됐을 때 <소원>은 아빠(설경구)의 영화였다. 작가는 왜 아무도 당사
[STAFF 37.5] 꼭 필요한 만큼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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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존> Don Jon
감독 조셉 고든 레빗 / 출연 조셉 고든 레빗, 스칼렛 요한슨, 브리 라슨, 줄리언 무어
돈 존은 희대의 바람둥이 돈 주앙을 현대식으로 재해석한 인물이다. 매일 포르노에 빠져 사는 돈 존이 첫눈에 반한 여자와 사귀게 되어 포르노를 끊는다는 이야기. 조셉 고든 레빗이 연출, 각본, 주연을 맡은 영화로 개봉 이틀 만에 제작비 600만달러를 회수하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해외 박스오피스] 미국 2013.1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