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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아리는 어째서 종아리일까. 종아리라고 발음할 때마다, 종아리라는 말을 들을 때에도, 종아리는 어째서 종아리일지 궁금하다. 알고 있는 말 같은데 발음하면 낯설다. 입이 동그랗게 모였다가 벌어졌다가 혀끝이 종아리를 흘려보낸다. 종아리, 종아리, 종아리, 단어는 계속 흐른다. 채호기 시인의 시 <얼음>의 한 대목. ‘물은 중얼거림이고, 얼음은 침묵이다. 단어는 얼음이고, 말은 물이다.’ 종아리라고 말할 때마다 종아리가 녹아서 펄떡거린다. 종아리라고 발음할 때마다 동그란 열매 같은 걸 떠올린다. 종아리의 ‘종’은 망울을 뜻하는 ‘종’일지도 모르겠다. 마늘 위로 치솟은 ‘마늘종’처럼 종아리는 몸의 가장 아래쪽에 매달린 인간의 열매일지도 모르겠다. 다리의 옛말이 ‘아리’이니까 다리에 매달린 열매, 동그랗고 탐스러운 인간의 열매가 종아리다. 아니다. 종아리는 뜻이 없어도 좋다. 종아리라고 발음하면 종아리가 드러난다. 유하 시인은 ‘구릿빛 종아리’를 노래했다. 장정일 시인은 ‘흘린 듯
[김중혁의 바디무비] 종아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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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는 아주 좋은 평론이 실렸더군요. 딱히 내가 어제보다 오늘 더 부패에 정통하게 된 것 같지는 않은데 말이죠. 기자는 험프리 보가트를 주연으로 염두에 둔다는데 나 또한 굉장히 좋아하는 배우예요.” 소설가 레이먼드 챈들러가 1939년 2월19일, 편집자 앨프리드 크노프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챈들러의 출간 목록을 찾아보니 여기서 말하는 책은 <빅 슬립>인 모양으로, 이 영화는 1946년에 하워드 혹스 연출, 험프리 보가트 주연으로 영화화되었다. 한국에서는 <명탐정 필립>이라고 소개되었던 그 영화다. <나는 어떻게 글을 쓰게 되었나>는 레이먼드 챈들러의 서간집인데, 오고간 편지 모두가 아니라 챈들러가 쓴 편지만을 묶었다. 편지글마다 애초의 편지에는 없었을 스포일러성의 제목이 붙었다는 점은 아쉽지만(마치 업무 메일 같아 보인다- 상대가 제목만 보고도 열어볼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게 해주는), 그 유혹하는 제목들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수다쟁이 챈들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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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C. 클라크와 더불어 20세기 중반 SF의 황금시대 대표 작가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스타십 트루퍼스>가 다시 출간되었다. 폴 버호벤 감독이 만든 1997년 영화로도 잘 알려진 작품이지만 소설이 가진 흥미로운 아이디어들은 이후 많은 SF소설과 영화들에서 차용되었다. 병역이 완전한 시민권을 담보하는 미래 사회에서 외계 종족과 싸우는 주인공들의 전투담이자 성장담. 휴고상 최우수장편상을 받았다.
[도서] 폴 버호벤 감독 영화의 원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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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천이 초기에 쓴 다섯편의 단편을 모아 작품을 쓴 때로부터 20여년이 지난 1984년에 출간한 책이다. “설사 말소된 수표라 하더라도, 이십년 전에 쓴 작품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게 자신에게 얼마나 큰 충격일지 여러분은 아마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고백을 비롯한 긴 작가 서문을 붙여서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 자신의 미흡했던 점, 등장인물의 생생한 형상화가 미흡한 점 등을 고백하고 있다.
[도서] 작가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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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가 지난해 발표한 장편소설이다. 어려서는 쌍둥이처럼 붙어 지냈지만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 판이하게 다른 삶을 선택하는 두 형제, 수바시와 우다얀, 그리고 그들 사이의 한 여인 가우리에 대한 이야기를 그렸다. 소설 초반 저지대의 풍경을 묘사한 대목은 마치 두 형제의 미래를 암시하는 듯 강렬하다. 1970년대부터의 인도 정치사의 격변이 70여년의 세월을 두고 펼쳐진다.
[도서] 두 형제 사이의 한 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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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코뮌이 처절하게 박살난 이래로 ‘아래로부터의 혁명’이라는 구호는 선거철에 휘날리는 깃발 이상이 된 적이 없다. 하지만 완전한 자치를 이루며 살아가는 마을이 있다면 어떨까. <우리는 이상한 마을에 산다>는 책의 주인공인 스페인 마을 공동체 마리날레다가 바로 그곳이다. 책의 서두는 비장하다. 건설경기 붐을 타고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뒤 종래는 막대한 실업자와 자살자들의 연쇄를 낳고 만 스페인 경제의 현실을 묘사한다. 하지만 인구 2700명의 도시 마리날레다는 바깥세상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중이다. 대안공동체라기보다는 유토피아라고 자칭하는 이곳은 급진적인 아나키즘이 현실화된 땅이다.
마리날레다는 아무도 굶어죽지 않는 곳이 되었지만 동시에 아무도 명품백을 갖지 않는 동네가 되었다. 집 걱정을 하는 사람은 없지만 집을 소유할 수도 없다. 고립과 자율. 하지만 마을 전체에 무료 무선 인터넷이 깔리면서 달라진 것도 있다. 대도시와 다른 나라가 줄 수 있는 가능성에
[도서] 부디 멈추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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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열한 번째 여행을 시작한 ‘월드시네마’의 지도가 예년에 비해 풍성해졌다. 감독의 이름과 영화의 명성보다는 각별한 영화적 순간을 만들어낸 영화들과 국내에서 처음 상영되는 작품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영화사에서 빠지지 않는 대가들의 숨어 있는 보물과 같은 영화들, 미지의 영토에서 온 매혹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특히 할리우드 시스템이 정착되는 1920년대부터 변혁의 시기인 1970년대까지 제작된 영화들의 목록이 흥미롭다. 그 시작은 뛰어난 무성영화 두편이다. 킹 비더의 이름을 각인시킨 <빅 퍼레이드>(1925)는 1차 세계대전에 대한 진지한 접근과 스펙터클하게 직조된 전쟁 장면의 위용뿐 아니라 가슴을 저미는 사랑, 출신 배경이 다른 세 젊은이의 전우애 등 소소한 일상을 묘사하는 장면에서 빛나는 영화적 순간을 만들어낸다. <시티 걸>(1930)은 F. W. 무르나우가 할리우드의 산업 시스템에서 만들어낸 마지막 작품으로, 캐릭터로서의 카메라가 서사와 함께
[영화제] 위대한 영화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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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저 앤 로사> Ginger & Rosa
감독 샐리 포터 / 출연 엘르 패닝, 앨리스 잉글러트, 아네트 베닝, 크리스티나 핸드릭스 / 수입, 배급 그린나래미디어 / 개봉예정 5월15일
1945년 히로시마에 핵폭탄이 떨어진 그날, 한날한시에 태어난 진저(엘르 패닝)와 로사(앨리스 잉글러트)는 영원한 우정을 약속한다. 재즈의 낭만과 전쟁의 불안이 공존하는 시대. 핵무기 반대와 같은 사회운동에 매진하는 진저와 달리 로사는 10대 소녀의 낭만적인 사랑을 꿈꾸지만 로사가 선택한 남자가 두 사람을 운명의 갈림길 앞으로 데려간다. 1960년대의 런던을 배경으로 불안한 정치상황과 소녀의 성장통을 그린 이 영화는 <올란도>(1993), <탱고 레슨>(1997)으로 유명한 샐리 포터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할리우드의 차세대 스타 엘르 패닝의 성숙한 감정 연기가 돋보이는 가운데, <피아노>(1993)를 연출한 제인 캠피온 감독의 딸 앨리스 잉글러트도
[Coming Soon] 1960년대의 런던 <진저 앤 로사> Ginger & Ro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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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피스>는 <아키라> <스팀보이> 등으로 잘 알려진 일본 애니메이션의 거장 오토모 가쓰히로가 만화가 시절 그린 단편 <쇼트피스>에서 제목을 가져왔다. <메모리즈>의 모리모토 고지 감독의 오프닝 애니메이션에 이어 각기 다른 네명의 감독이 저마다의 이야기, 다른 시대적 배경과 작화를 선보이며 만들어낸 옴니버스식 애니메이션이다. <쇼트피스>의 네 작품은 하나의 주제의식을 갖고 만들어진 건 아니지만 일본의 과거와 미래, 일본의 민담과 민화, 공상 과학적 상상력을 오가며 기이한 분위기를 뿜는 게 공통적이다.
첫 번째는 <코이센트>의 연출가인 모리타 슈헤이 감독의 <구십구>. 숲속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가 허름한 사당에 묵으며 겪는 하룻밤의 기담이다. 일본의 민간신앙으로 신이나 정령이 깃든 오래된 물건을 총칭하는 ‘쓰쿠모가미’에서 비롯된 이야기로 낡은 사물이 나그네의 손재주로 새롭게 탄생한다는 내용이다.
네명의 감독이 만든 옴니버스식 애니메이션 <쇼트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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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여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를 강타한다. 놀란(폴 워커)은 조산기가 있는 아내 애비게일(제네시스 로드리게즈)과 함께 병원을 찾는다. 잠시 뒤 놀란은 태어난 아기가 딸이고, 아내는 과다출혈로 사망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심지어 아기는 너무 일찍 태어난 탓에 최소 48시간 동안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어야 한다. 사람들은 허리케인을 피해 다른 곳으로 대피하고, 놀란은 아기와 함께 전력이 끊긴 병원에 고립되는데 설상가상으로 아기의 인공호흡기는 3분마다 한번씩 수동으로 충전해줘야만 하는 상황이다.
<아워즈>는 폴 워커가 홀로 움직이고 독백하면서 끌어가는 영화다. 사이사이에 삽입된 뉴스 클립과 플래시백은 상황의 긴장감을 증폭시키거나 놀란의 고립감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나이트메어>(2010)와 <더 씽>(2011)의 각본을 썼던 에릭 헤이저러의 감독 데뷔작인 <아워즈>는 무난하긴 하나, 재난영화치고 지나치게 별일이 안 생
폴 워커의 유작 <아워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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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학기 한국예술종합학교의 재학생들과 학교를 갓 졸업한 졸업생 11명이 7개 팀을 구성해 학교 주변의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찾아가 10주간의 예술교육을 진행한다. 미술원, 음악원, 무용원, 영상원 등 다양한 전공의 젊은 예술가 선생들은 각자의 기획안을 가지고 학생들과 소통하면서 프로젝트를 완성해나간다. 학생들과 시장에 가서 일상의 물건을 상상력을 통해 그들의 놀이동산으로 디자인화하기도 하고 쓰레기 매립장에 가서 버려진 물건들을 위해 제사를 지내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하고 재한 몽골학교에 가서 몽골 학생들과 영상작업을 하기도 한다. 미래의 예술가들은 공동체 속 어린아이들과 함께 즐거운 예술 활동을 하면서 예술의 가치를 경험해나간다.
영화는 프로젝트의 시작부터 7월 결과 발표회까지의 과정을 카메라에 담아낸다. 영화적 완성도에서는 아쉬운 점들이 많이 보인다. 정해진 시간 안에 각 팀들의 과정을 다 담으려다 보니 다큐멘터리보다는 프로젝트가 끝난 뒤 결과를 보고하는 보고서가 되어버
예술의 가치를 경험하다 <카토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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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살, 십년째 사시 공부를 하고 있다면 아마도 이런 짐작을 하리라. 더벅머리에 후줄근한 티셔츠를 꿰차고, 병든 부모님 한분쯤 계시고, 철없는 동생은 용돈 달라고 징징대고, 이게 우리의 통념이다. 하지만 이제 시대가 변해 이런 모습이 예전만큼 흔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유산을 짊어진 고시생 한정도(정겨운)는 아직도 이런 몰골이다. 지지리 공부를 못하던 정도가 공부에 도가 튼 것은 전적으로 사교육 덕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사교육을 전파하기 위해 방문한 여교사들의 풍만한 육체 덕이라고 해야 옳을 것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든가, 여하튼 정도는 서울대에 당당히 입학했다. <이쁜 것들이 되어라>는 현재의 평범한 가장 한정도의 과거사를 보여주는 영화다. 그러다보니 영화의 상당 부분이 과거 회상이다.
여기서 <용의주도 미스 신>이 떠오른다. 정도에게도 사시 합격할 날만을 고대하며 뒷바라지하는 속물 여자친구가 있다. 부잣집 딸 진경(이지연)은 아르마
말처럼 쉽지 않은 문제 <이쁜 것들이 되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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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행을묘정리의궤>는 정조 즉위 20년, 왕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의 회갑을 맞아 왕족과 수행원을 비롯한 6천여명의 사람들이 서울에서 수원을 오가며 벌인 8일간의 축제를 기록한 인쇄본이다. 이 의궤는 2011년 프랑스로부터 145년 만에 반환되면서 알려졌다. <의궤, 8일간의 축제>라는 이름의 3부작 다큐멘터리가 2013년 10월10일부터 방영된 바 있으며, 개봉작은 이를 재구성한 것이다. 기존 내레이션을 담당했던 배우 이성민 대신 여진구를 내레이터로 기용해 좀더 친절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살렸다. 목판화나 금속활자를 그래픽으로 되살린 화면과 이를 설명하는 내레이션, 그리고 배우들에 의한 재연 드라마가 다큐멘터리를 이끄는 두축이다. 역사적인 사료에만 기대지 않고 카메라워크나 미장센 등 나름의 미학을 표방하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재연 드라마와 그래픽 부분이 서로 잘 붙지 않는 것은 아쉽다. 방대한 자료를 펼치다보니 어디에도 방점이 찍히지 않는 것도 그렇다. 8이
8일간의 축제를 기록한 8권의 책 <의궤, 8일간의 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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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크게 선사, 중세, 근대, 미래 시대의 네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다. 선사시대, 고양이 오기는 바퀴벌레 삼총사 때문에 불을 꺼트려 화산으로 불을 구하러 간다. 중세시대 때 오기 왕자는 칼싸움과 말타기 대신 자수와 기타 치기를 좋아하는 여성스러운 왕자이지만 올리비아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1900년을 몇 시간 앞둔 근대시대에는 명탐정 잭의 파트너로 변신한다. 그리고 미래에선 제다이로 변신해 매번 자신을 곤경에 빠뜨리는 바퀴벌레 악동들과 광선검 대결을 펼친다.
<오기와 악동들 더 무비>는 1998년 프랑스의 고몽사가 만들어 전세계에서 사랑을 받은 애니메이션 <오기와 악동들>의 탄생 15주년을 기념해 만든 극장판 애니메이션이다. 최근 사랑을 받고 있는 <라바>처럼 <오기와 악동들 더 무비>도 대사가 없다. 대사가 필요하면 말풍선을 만들어 그 안에다 이미지를 넣어 보여주는 방식이다. 한국 개봉판에서는 어린이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성
탄생 15주년 기념 애니메이션 <오기와 악동들 더 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