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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는 ‘블리치 바이 패스’가 처음 시도됐던 한국영화다. 컬러 사진의 현상 과정에서 표백(Bleach) 과정을 건너뛰어(by pass) 은입자를 세탁하지 않고 남겨두는 현상 기법이다. 누아르 장르의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콘트라스트를 증가시켜 그림자를 어둡게 하거나 이미지의 채도를 낮추기 위한 목적으로 종종 쓰인다. 하이라이트 조명을 기준 광량보다 4스톱 이상 노출해 세팅해야 하는 까닭에 “보통 영화보다 손이 많이 가서 힘들었다”고 신상열 조명감독은 당시를 회상했다.
첫 만남
“당시 29살이었다. 신경만 조명감독의 조명부 퍼스트였다. 그때만 하더라도 촬영지로서 부산은 자주 가는 동네가 아니었다. 그래서 곽경택 감독님의 부산 사투리가 외계어로 들리더라. 감독님께서 무언가를 물어보시면 못 알아듣고 ‘네, 네’ 라고 대답했었다.”
12년 전 추억
“<친구>는 현장편집이 처음 도입된 영화이기도 하다. 찍은 걸 그 자리에서 모니터를 통해 확인하는 게 그때는
조명 세팅하랴, 연기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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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은 은기 역을 맡은 정호빈을 주목해달라고 당부했다. 은기? 준석이 동수를 감시하기 위해 심어둔 프락치. “하와이로 가라”는 준석(유오성)의 충고를 무시하고 나이트클럽에서 나와 차에 타던 동수(장동건)의 뒤를 덮치는 인물이다. 장동건이 등장할 때마다 간간이 카메라에 걸렸던 <친구> 때와 달리 <친구2>의 은기는 17년 만에 감옥에서 출소한 준석을 경계하는 조직의 부회장으로 비중이 커졌다.
첫 만남
“<친구> 오디션 마지막 날, 마지막 순서였다. 자유 연기로 짧은 검법을 보여드렸다. 그때 검도를 하고 있을 때라 진검을 가지고 갔었다. 오디션장을 나와 복도를 걸어가고 있는데 뒤에서 누가 내 이름을 막 부르더라. 감독님이셨다. 내 손을 딱 잡으시더니 ‘네가 할 역할이 있다’고 하시더라. 무슨 역할인지 물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감사합니다’라고 했지. 그때 32살이었다.”
12년 전 추억
“국제나이트클럽 앞에서 동수가 죽는 신 찍을 때가 가
“나? 곽 감독님의 히든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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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친구2> 촬영현장을 찾았을 때 곽경택 감독은 <친구2>에 임하는 각오로 “기대감 반, 부담감 반”이라는 표현을 썼다. 기대감이라면 자신의 영화의 뿌리인 <친구>의 후광을 업을 수 있다는 것이고, 부담감이라면 <친구>가 무려 820만여명의 관객을 불러모은 흥행영화라는 사실일 것이다. 11월14일 개봉을 앞두고 정신없이 홍보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곽경택 감독은 현재 어떤 마음일까.
-기자시사회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청문회에 온 기분”이라고 말했다.
=과연 어떤 질타나 취조 같은 질문이 나올까. 아무리 잘 만들어도 <친구>와 비교될 수밖에 없으니까. 무슨 얘기라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의미로 그렇게 말했다.
-<친구2>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무엇인가.
=<미운오리새끼>가 끝난 뒤 또 다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친구>의 속편 아이디어가 떠오
관객 500만이 심리적인 마지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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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은 자신의 배우와 스탭들을 ‘식구’라고 부른다.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장에 모이면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같은 인사보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냐” 같은 인사를 더 많이 한다. <친구2>의 박영진 총괄 프로듀서와 김병인 프로듀서는 <챔피언>(2002)부터 지금까지 10년 넘게 곽경택 감독을 보좌해온 핵심 참모다. <친구> 때 충무로에 처음으로 현장 편집을 도입했던 박광일 편집기사는 곽경택 감독의 오랜 동료이자 친구로 <친구2>에서도 현장 편집과 본편 편집을 맡았다. 윤주환 촬영감독과 신상열 조명감독은 사수였던 황기석 촬영감독과 신경만 조명감독 아래에서 <친구>에 참여한 바 있다. <친구>로 의상실장에 입봉했던 옥수경 의상실장은 12년 만에 곽경택 감독을 만났다. <친구>에서 은기 역을 맡았던 정호빈은 유오성과 함께 <친구2>에도 등장하는 배우다.
친구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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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재 tvN 편성기획국장은 최근 본부장으로 승진을 했다. 개국 7주년을 맞이한 tvN의 조타수 역할을 맡은 지 무려 6년, 그간의 성과를 인정받아 드디어 본격적으로 다음 목표를 향해 도약할 준비를 마쳤다. 예능, 드라마 가릴 것 없이 tvN의 콘텐츠를 도맡아 관리해오던 그에게 그간의 결과물에 대한 정리와 앞으로 tvN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물어봤다.
-축하한다.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의 시청률도 성공적이고 tvN 드라마의 전성기가 오는 것 같다.
=아직 한참 멀었다. 이제 겨우 가시적인 성과가 하나둘 보이기 시작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듯 기회가 곧 위기이기도 하다. 잘된다 싶을 때가 가장 신중해야 할 시기다.
-케이블 방송 중 이만큼 확실하게 자리잡은 채널도 없지 않나.
=어느 정도 안정화된 건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 목표하는 것에 비하자면 여전히 준비 단계다. 국내 시장에 머물 생각은 없다. 국내를 기반으로 아시
“케이블의 장벽 극복하는 킬러 콘텐츠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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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의 1990년대 이야기는 MBC 드라마 <마지막 승부>의 화면으로 시작된다. 성나정(고아라) 가족들은 주연배우 장동건의 농구 실력에 대해 왈가왈부하기도 하고 다슬이(심은하)에 대해 애정을 고백하기도 하며 다함께 왁자지껄 마지막회를 지켜본다. 온 식구가 TV 앞에 둘러앉아 드라마에 대해 수다 떠는 모습은 <응답하라 1994>에서도, 그 전작인 <응답하라 1997>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장면이다. 만화, 게임, 대중가요, 영화, 스포츠 등 많은 장르가 인기를 누렸던 1990년대 대중문화 황금기 안에서도 드라마는 늘 중심에 있었다.
현재의 드라마 환경에서 <응답하라> 시리즈가 환기하는 제일 중요한 의미는 바로 그 드라마의 근본적 가치에 대한 것이다. 때로는 등장인물의 대사 한마디로 설레고 흥분하게 만들고, 때로는 위로와 휴식이 되어주는, 세대, 성별, 출신 지역에 상관없이 모두를 하나로 불러모으는 공감의 장. ‘욕
지각변동은 이미 진행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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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역에서 연대 근방 하숙집까지 택시(!)를 탄 ‘삼천포’(김성균)가 종로를 지나 서울역의 야경을 스치면서도 택시기사에게 뭐라 항의도 못하던 그 시각. 하숙생을 기다리다 지친 성나정(고아라)의 가족들이 보던 텔레비전에도 홍식(한석규)의 꾐에 넘어가 갓 상경한 춘섭(최민식)의 긴장한 표정이 겹친다.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94>에는 MBC <서울의 달> 외에도 <마지막 승부> <사랑을 그대 품안에> 등의 드라마가 자주 노출된다. 나정의 엄마(이일화)가 잠시 KBS <한명회>를 언급했지만, 당시의 유행과 정서를 이야기할 때 주로 부름받는 건 MBC 드라마였다. 1991년 SBS의 개국에 MBC는 고 김종학 PD와 송지나 작가 콤비의 <여명의 눈동자>로 맞섰고, 일본 버블경제 시절의 트렌디 드라마를 이식한 <질투>에 이어 신데렐라 드라마의 조상 격인 <사랑을 그대 품안에>로 스타 차인표를 배출하기까
지상파의 고민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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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역사에서 의미있는 발자국을 찍은 작품 10편과 또 한폭의 역사를 만들어 갈 2편(<응답하라 1994> <빠스껫 볼>)을 추렸다. 시청률과 파급효과가 정비례하는 것은 아니나 한눈에 계보를 파악하기엔 도움이 될 것 같다. tvN 7년 역사를 빛낸 <막돼먹은 영애씨> <노란복수초> <응답하라 1997>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등 개국공신 4편엔 특별히 약간의 설명도 덧붙였다. 다시 한번 복습해도 아깝지 않을 ‘레전드 드라마’다.
<하이에나> 16부작 / 수목 밤 11시 / 2006.10.11~11.30
‘여자들이 알고 싶어 하는 남자들의 모든 것’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한국 남자 버전의 <섹스 앤 더 시티>. 케이블 최초의 자체 제작 드라마로 tvN의 드라마 역사를 열어젖혔다.
<막돼먹은 영애씨> 16부작 / 금 밤 11시 / 2007.4.20~8.4
연출 정환석,
영애씨, 당신이 진정한 개국공신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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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 이후 딱 1년 만이다. 준비 기간이 넉넉지 않았을텐데.
=나는 회사원이다. 하라면 해야 한다. (웃음) 그렇다고 할 이야기도 없는데 억지로 시작한 건 아니다. 제작 시기 문제야 온전히 혼자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었지만 ‘촌놈들의 서울 상경기’란 이야기 자체는 <응칠> 때부터 해보고 싶은 소재였다. 그래도 솔직히 이렇게 빡빡하고 힘든 일정일 줄은 몰랐다. (웃음)
-기본적인 틀은 <응칠> 때와 거의 유사하다.
=나는 사실 빠순이 문화도 전혀 모르는 영역이었다. 그런 게 있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실상 아는 건 없는. 이번 전국 촌놈들의 상경기도 마찬가지다. 서울 태생인 나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였지만 작가들과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는 중에 내가 왜 이걸 몰랐지, 싶을 만큼 재밌고 친근하더라. 모르는 사람은 신선하고 아는 사람은 공감할 수 있는 소재라는 점에서 <응칠>과 비슷하다. 모두가 알
“이야기가 먼저고 장르는 다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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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는 빙그레가 듣고 있던 이어폰 한쪽을 슬쩍 가져가 귀에 꽂고는 말한다. “야, 가지가지 한다. 김광석이네? 참 좋은 가수였는데.” 그때 갑자기 한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야, 김광석 아직 안 죽었다~!” 스탭들은 촬영을 멈춘 채 일제히 키득거리고 쓰레기 역의 배우 정우는 머쓱한 미소를 짓는다. <응답하라 1994>(이하 <응사>) 촬영 현장에서는 모든 스탭들이 스크립터가 된다. 1994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인 만큼 90년대의 정서를 고스란히 재현하는 게 드라마의 핵심이며, 때문에 전체 배경부터 사소한 소품 하나까지 꼼꼼한 체크는 필수다. 재미있는 건 이런 체크가 현장에서도 수시로, 그리고 즉각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스탭들은 현장에서 의견을 내는 것에 그다지 거리낌이 없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와중에도 틈틈이 의견을 제시하고 수정할 부분이 있으면 화면에 바로 반영한다. 긴장감이 없는 것도 아니고 빡빡한 일정에 피로한 기색도 역력하지만 그 와중에도 다
살아남으려는 자가 만든 새로운 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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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는 이번에도 여지없이 우리를 설레게 하고 있다. 5%가 넘은 시청률만으로는 이 드라마의 파급력을 측정할 수 없다. 1화가 끝날 때마다 기사와 반응들이 쏟아져 나오고 1990년대를 아는 사람, 모르는 사람 할 것 없이 신촌하숙촌 청춘들이 펼치는 풋풋한 추억 속으로 젖어든다. 이 드라마는 분명 별종이다. 그저 잘 만든 인기 드라마 한편을 넘어 여타 다른 드라마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낯설고도 익숙한 존재들. 화제의 중심에 놓인 <응답하라 1994>를 비롯해 벌써부터 올해 최고의 드라마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는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음악과의 참신한 접목이 돋보였던 <몬스타> 등 최근 TV드라마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tvN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너흰 어느 별에서 왔니?
억수로 까리뽕삼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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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래비티>의 초반에 이상한 장면이 등장한다. 탐사선의 우주허블망원경을 수리하던 여성 우주비행사 라이언 스톤(샌드라 불럭)은 위성 파편들의 습격으로 우주 공간에 내동댕이 쳐진다. 지지할 곳도 탐사선과의 연결선도 모두 잃어버린 그녀의 몸은 텅 빈 우주 공간에서 빙글빙글 돌며 어둠이 깃든 지구 반대편 상공으로 빨려들어간다. 동료 맷 코왈스키(조지 클루니)와의 통신도 이제 끊겼다. 이곳은 지구의 600km 상공, 중력도 소리를 전달할 매개체도 없고 영하 100도를 넘나드는, 생명이 살 수 없는 공간이다. 그녀는 죽음의 문턱에 있다.
카메라는 라이언의 주변을 돌며, 방향도 속도도 짐작할 수 없이 어둠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그녀의 육체와 함께 조난의 움직임을 체화한다. 그러다 한순간, 라이언을 가까이서 지켜보던 카메라는 그녀의 헬멧에 점점 가까워지더니 헬멧 안으로 들어가 그녀의 눈이 된다. 이제 스크린에서 우리가 보는 것은 속절없이 유영하는 그녀의 육체가 아니라 그녀의 눈
[신 전영객잔] 무중력의 카메라, 외설적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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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2001)는 2000년대 초반 한국 영화계의 최대 흥행작 중 한편이었다. 이 영화는 각종 유행어를 낳았고 향수를 자아냈다. 동수(장동건)와 준석(유오성)이라는 두 주인공도 자주 회자되었다. <주유소 습격사건>(1999) 등으로 자신의 입지를 다졌던 유오성은 <친구>를 계기로 일약 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 뒤로 유오성은 오랜 시간 정체해야만 했다. 적어도 영화배우로서는 뚜렷한 대표작 없이 10여년을 보냈다. 그렇게 먼 길을 돌아 <친구2>에 다시 출연한 지금, 그는 다시 준석이 되어 있다. 그의 소회가 궁금했다.
-이 시리즈는 “<친구2>로 끝나야 한다”고 단호하게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친구3>에 관한 계획을 묻기에 그렇게 답한 것일 뿐 다른 뜻은 없었다. <친구>라는 귀중한 원석이 있기에 여기까지 온 게 사실이지만, <친구2>를 지나고, 나중에 또 어떻게 구현될지 그건 모르는 일이
[유오성] ‘어른’이 된 준석이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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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 누드, 자연, 환상, 자유…. 라이언 맥긴리의 사진에는 그런 것들이 어김없이 담겨 있다. 2003년, 25살 나이에 휘트니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 최연소 작가로 유명세를 얻은 그는 청춘의 속살을 가장 적나라하고도 아름답게 담아내는 작가로 꼽힌다. 그는 취미로 파티에서 함께 놀던 친구들을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찍어대다가 사진의 길에 들어섰다고 한다. 10년 사이 모델이나 배우를 더 많이 찍게 되고, 연출에 익숙해지고, 필름이나 디지털카메라를 쓰게 됐지만, 마법과도 같은 생동감을 품은 그의 누드 사진들은 여전하다. 대림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라이언 맥긴리-청춘, 그 찬란한 기록>전을 기념해 서울을 찾은 그가 가장 자주 쓴 단어도 ‘마법’이다. 그가 말한, 마법으로서의 사진술에 관해 여기 옮겨 적는다.
-모델이나 피사체를 선택할 때 어떤 점을 중요하게 생각하나.
=예술가들을 가장 선호한다. 내 작품세계를 잘 이해하고, 누드 촬영에도 관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trans x cross] 자유로운 영혼의 마법 같은 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