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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가장 자주 들었던 음악 중 하나를 검정치마가 만들었다. 열심히 공연장을 다녔고, 레코드숍에서 CD를 획득하는 성취감에 뿌듯해했던 시기였다(요즘 다시 부흥기처럼 보인다). 이 1인 밴드의 리더이자 핵심 구성원인 조휴일의 목소리는 흐느적거리지만 묘하게 사람의 마음을 홀렸다. 검정치마라는 이름도 그랬다.
그는 다작하는 음악가는 아니었다. 첫 음반 이후 세장의 정규앨범을 냈지만 공백 혹은 여백이 제법 길었다. 그래서 내게는 어느샌가 좀 잊힌 음악가였다. 올봄 발매한 3집 《Team Baby》를 들은 건 여름의 끝자락이었다. 인쇄 감리를 볼 일이 있어서 을지로 주변을 서성이던 밤, 일을 마치고 근처에 사무실이 있는 친구에게 커피를 사들고 갔다. 퇴근을 준비하는 꽤 늦은 시각, 스마트폰에 연결한 블루투스 스피커에서 커다란 음량으로 조휴일의 목소리가 나왔다. 1집과 2집 노래를 수없이 들었기에 대번 “새 음악이냐”고 물었다. “맞아요, 형.” 몇곡은 특히 기억이 남았는데, 가사까지
[마감인간의 music] 검정치마 《Team Baby》, 그리움과 강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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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은 삶을 반영하는 거울이다. 첫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넓고 깊은 정보를 상대에게 전달한다.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그 세월의 흔적, 삶의 형태들을 얼굴에 담아 전달하는 사람이 다름 아닌 배우다. 이창동 감독의 <박하사탕>(1999), <오아시스>(2002)를 통해 평범하지만 강렬한 삶을 담아냈던 설경구는 꽤 오랫동안 강철중의 얼굴로 살아왔다. 한국영화사를 뒤져봐도 기념비적인 캐릭터임에는 분명하지만 너무 오랫동안 강철중의 변주를 즐겼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그가 다시 새로운 얼굴들을 보여주고 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6)에서 ‘멋짐’을 뽐내며 순식간에 팬덤을 형성하더니 <살인자의 기억법>에서는 메소드 배우의 대명사였던 진가를 새삼 증명했다. 하늘로부터 받은 소명을 알게 된다는 50대의 입구에서 배우 설경구는 매 작품 새로운 얼굴로 발견되는 중이다.
-<살인자의 기억법>을 응원하기 위해
<살인자의 기억법> 배우 설경구 - 바뀌었다 또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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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맨> THE SNOWMAN
감독 토마스 알프레드슨 / 출연 마이클 파스빈더, 레베카 허드슨
요 네스뵈의 동명 추리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추운 겨울, 한 여성이 시신으로 발견된다. 형사 해리(마이클 파스빈더)는 이 사건이 연쇄살인의 시작이란 사실을 직감하고, 새로 부임한 동료 카트린(레베카 허드슨)과 함께 추적에 나선다. 해리가 미궁에 빠진 사이, 범인은 살인 현장에 눈사람 모양의 표식과 메시지를 남기며 해리를 놀린다. <렛미인>(2008),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2011)를 연출한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신작으로, 노르웨이의 설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잔혹극이다. 10월 13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스노맨>, 살인 현장에 남겨진 눈사람 모양의 표식과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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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에도 우세종이라는 게 있다. 아마도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히 만들어지는 서사 중 하나는 아마도 ‘파국서사’(catastrophic narrative)일 것이다. 파국서사란 현재의 문명이 몰락해가는 과정(아포칼립스) 혹은 문명 몰락 이후의 세상(포스트아포칼립스)을 다루는 서사를 통칭하는 말이다. 영미권에서 2001년 9·11 테러 이후 급증했던 이러한 경향이 전세계로 퍼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최근 몇년 사이 한국에서도 <서울>(손홍규), <날짜 없음>(장은진), <해가 지는 곳으로>(최진영) 등의 소설이 발간되었고, 지난해 개봉한 최초의 한국 좀비 블록버스터 <부산행>은 크게 흥행하기도 했다.
파국서사가 우세종이 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서사가 기본적으로 현실과 미메시스의 관계를 맺고 있음을 상기해본다면, 파국서사의 유행은 세상 자체가 파국의 기미를 크게 보이고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대표적인 개념이 ‘인류
인류세 시대의 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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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시네마 365일 개봉관_ 롯데시네마 3개관(부천 신중동역, 안양일번가, 라페스타)
● G-시네마 동시 개봉관_ 고양영상미디어센터, 파주 헤이리시네마
● 상영시간_ 1일 2회 오전 10시~오후 1시 중 1회, 오후 6시~ 밤 9시 중 1회
● 9월 3주 개봉작_ <공범자들> <안녕 히어로>
<공범자들>
“요즘 뉴스 믿을 게 못 돼요, 왜 그런지 아세요?”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 보도로 MB 정부가 큰 타격을 입자 본격적인 언론 장악이 시작된다. 첫 타깃이 된 KBS가 권력에 의해 점차 무너지고, 2010년 ‘4대강 사업’의 실체를 고발한 MBC도 점령당한다. 결국 방송 검열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더이상 공영방송이 아닌 권력의 홍보 기지로 전락한 KBS와 MBC. 2014년 세월호 참사의 오보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진실마저 은폐하려 한다. 최승호 감독은 지난 10년 동안 공영방송을 망친 주범과
[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 경기도 다양성영화관 G-시네마 다양성영화 9월 개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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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어울림누리 안의 어울림미술관 옆에는 작은 영화관이 하나 있다. 고양 시민들을 위한 주요 문화체육 시설 중 하나인 어울림누리 안에 극장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시민도 있을 것이다. 고양영상미디어센터가 운영하는 어울림영화관은 화·수·목요일에는 무료 영화 상영을, 금·토요일에는 G-시네마로 다양성영화를 상영하는, 74석 규모의 어엿한 영화관이다.
어울림영화관이 G-시네마 상영관으로 선정되어 다양성영화를 상영한 것은 2013년부터다. 고양시 덕양구의 유일한 영화관이라 가족 관객과 40, 50대 여성 관객이 주요 타깃임에도 꾸준히 한국 독립영화와 다큐멘터리 등의 다양성영화를 상영하고 있다. 좀더 많은 다양성영화를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지만 상영관이 한관뿐이고, 좋은 영화를 오래 소개하고 싶은 마음에 한달에 한편의 영화를 선정해 금·토요일에 한정해 장기 상영 중이다.
9월에는 안재훈 감독의 한국 단편문학 시즌 두 번째 작품 <소나기>가 상영 중이다. 폭넓은 연령층의
[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 주말에 다양성영화 전용관 ‘G-시네마’ 운영하는 고양영상미디어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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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그의 음악은 길고 긴 투쟁의 현장에 열기를 불어넣었다. 광우병 촛불 시위(2008년),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콘서트(2009년) 무대에 올랐고 제작 난항을 겪던 영화 <26년>(2012)에 투자자로 참여해 힘을 더했으며 세월호 참사 추모곡 <가만히 있으라>(2015)를 내놓아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을 위로했고 공연 <한쪽 눈을 가리지 마세요>(2015)를 직접 열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지난겨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 국민들의 힘겨운 겨울나기에 든든한 힘을 보탰다. 그런 그가 얼마 전 싱글 앨범 <돈의 신>을 발표해 음원을 무료로 배포했다. <돈의 신>은 주진우 기자의 ‘MB 프로젝트’ 일환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풍자한 곡이다. 최근 들어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았던 이승환은 “주진우 기자의 취재와 그가 출연한 영화 <저수지 게임>을 응원하기 위해서 나오게 됐다
<돈의 신> 가수 이승환 - 적어도 정의롭게 살았다는 자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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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국립극단의 선택
국립극단이 선보이는 무대에는 남다른 신뢰감이 있다. 이번에 국립극단이 선택한 공연은 극단 이와삼의 <미국아버지>다. <햇빛샤워> <환도열차> 등으로 대한민국연극대상,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장우재가 연출을 맡았다. 마약에 찌들어 아들의 집에 얹혀사는 아버지. 평범하게 흘러가던 그의 인생은 아들이 이라크전에서 비롯된 테러에 휘말리며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9월 6일부터 2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열리며 티켓 가격은 2만~5만원, 예매 문의는 1644-2003 또는 www.ntck.or.kr에서 하면 된다.
행주, 넉살, 우원재 다시 보고 싶어?
행주가 우원재와 넉살을 이기고 <쇼미더머니6>의 우승자가 됐다. 패자는 없었다. 우원재는 결승 무대에서 공개되지 않은 <시차>로 음원차트 1위를 달리고 있고, 넉살은 막이 내려도 오래 남을 호감 이미지와 탄탄한 랩 실력을 제대로 알렸으니 됐다. 이제 대결은
[culture highway] 하반기 국립극단의 선택 <미국아버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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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영도에 변화의 바람이 휘몰아친다. 일제강점기, 일본이 침략을 목적으로 건설했던 영도다리 주변은 전쟁통을 겪으며 피난민들이 모여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장소로 자리잡았다. 다리 주변에 신통하기로 소문난 점쟁이들이 모여 터를 잡으며 상실감에 빠진 사람들의 미래를 점치기 시작하자 ‘점바치골목’이란 동네 별칭도 생겨났다. 그 뒤로 수십년간 터를 잡고 살아온 노인들에게 어느 날 갑자기 영도대교 복원 개통과 더불어 주변 지역 개발 명목으로 퇴거 명령이 떨어진다. 마침 그 당시 영도 주변 풍경을 카메라에 담던 김영조 감독은 영도가 개발되기 시작하자 풍경이 아닌 사람을 찍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 <그럼에도 불구하고>의 주인공들은 영도다리 주변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사람들이다. 집을 잃은 점집 할머니들, 조선소에서 근무하다 직장을 잃은 용접공, 청각을 잃고 평생 물질만 하며 살아온 해녀 할머니 등이 교대로 카메라 앞에 선다. 영도 사람들은 삶의 목적을 뺏겼지만 낙담하지 않고 내일을 모색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도다리 주변에서 수십년간 살아온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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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에 사는 곰 형제 브라이어(홍진욱)와 브램블(박상훈)에게는 오랜 앙숙인 벌목꾼 로거빅(윤세웅)이 있다. 로거빅은 숲의 나무를 베어가는 요주의 인간으로, 브라이어 형제를 포함한 숲속 동물들은 그에게 맞서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려고 한다. 이들의 관계는 로거빅이 해고 통보를 받고 새 직장을 구하면서 달라진다. 벌목꾼이었던 그가 산림감시원으로 일하게 된 것이다. 하루아침에 적에서 동지가 된 로거빅과 동물들은 숲에서 많은 양의 나무가 잘려나간 광경을 목격한다. 로거빅은 이것이 사람이 아닌 기계의 짓이라 이야기하고, 그의 예측대로 나무를 베는 거대 로봇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부니베어> 시리즈는 2012년부터 중국의 200여개 TV채널에서 방영되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이번 영화는 한국에서 개봉하는 네 번째 극장판으로, 벌목꾼 인간과 곰 형제의 갈등이란 기존 구도를 벗어나 이들이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해 뭉친다는 설정을 택했다. 이런 변화를 통해 새롭게 지적하는 것은 대량
<부니베어: 나무 도둑의 습격> 우정과 신뢰, 자연의 소중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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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택기(양익준)는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치는 일로 생계를 유지하며 제주에서 사는 시인이다. 그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투박스럽게밖에 사랑을 드러내지 못하는 아내(전혜진)는 아이를 갖고 싶지만 ‘무기력한 정자’를 가진 택기에겐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집 근처에 도넛 가게가 생기고 택기는 그곳에서 일하는 소년(정가람)에게 특별한 감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수년 전, 제주에 홀로 이주한 김양희 감독은 자신의 외롭지만 행복한 제주에서의 일상과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한 시인의 이야기를 엮어 자신의 장편 데뷔작을 만들었다. 느리게 진행되는 영화는 택기가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까지 제주의 아름다운 풍광과 시인이 읽어 내려가는 시의 구절들로 가득하다. 이 느슨한 진행에 리듬감을 주는 것은 여리고 순수한 남편에 비해 억세고 ‘세속적’인 아내가 던지는 직선적인 대사와 도발적인 행동이다.
배가 불룩 나온 수줍은 시인 역에 <똥파리>의 양익준 감독이라니, 연출자의 캐스
<시인의 사랑> 지금, 이 감정은 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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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라는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이 영화는 2015년 개봉했던 영화 <귀향>에서 미처 끝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엮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귀향>에서 다 담지 못했던 소녀들의 에피소드와 순이 역을 연기했던 배우 박지희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나눔의 집’ 역사관을 방문하고 그들을 위로하기 위한 노래를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실제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이 교차 편집된다. 잠에서 깨 평범한 일상을 누리는 소녀 박지희의 ‘현재’와 그녀가 연기했던 위안부 소녀 순이의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과거’가 병치되면서, 영화는 순이가 누렸어야 할 당연한 일상도 그러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잃어버린 ‘삶’의 시간을 되돌리기 위해서 우리가 그 시간을 기억해야 한다고,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여기에 더해지는 것은 그 시간을 온몸으로 견뎌낸 위안부 할머니들의 증언이다. 극으로 차마 재현하지 못한 이야기들이 이제는 부서질 듯 쇠약해져버린
<귀향: 끝나지 않은 이야기>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진정한 ‘귀향’은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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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앤설 엘고트)는 탈출 전문 드라이버다. 은행 강도 등 범죄의 설계자인 박사(케빈 스페이스)에게 약점이 잡혀 일을 하고 있지만 손을 씻고 새로운 생활을 꿈꾼다. 어린 시절 교통사고를 당해 청력에 이상이 생긴 베이비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안정을 유지한다. 어느 날 자주 가는 식당에서 종업원인 데보라(릴리 제임스)를 만나 마음을 나누는 베이비. 하지만 마지막인 줄 알았던 범죄는 그의 발목을 놓아주지 않고 배츠(제이미 폭스), 버디(존 햄), 달링(에이사 곤살레스)과 함께 최후의 한탕을 준비한다.
<베이비 드라이버>는 에드거 라이트의 재능이 할리우드에 첫발을 디딘 결과물이다. ‘모든 리듬이 액션이 된다’는 홍보문구는 영화의 핵심을 정확히 짚고있다. 일종의 넌버벌 뮤지컬이라고 해도 좋을 이 영화는 케이퍼 무비, 낭만적인 로맨스, 카체이싱 드라이버 영화 등 다양한 재료들을 콜라보하지만 핵심에는 음악이 있다. 에드거 라이트의 플레이리스트라고 해도 좋을 30여곡의 노
<베이비 드라이버> 모든 리듬이 액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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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라는 것과 늙는 것의 경계는 애매하다. 소년과 어른의 경계도 애매하다. 현실과 동화도 마찬가지다. 어떤 이야기를 동화 같다고 표현할 때는 대체로 동심에 기반을 둔 착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성장의 기쁨은 눈물과 함께 오는 법이고 동화의 밝고 화사함은 그보다 짙은 어둠과 우울을 바탕으로 한다. <몬스터 콜>은 깊은 어둠을 향해 자맥질치는 만큼 묵직하게 가슴을 울리는 영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
12살 소년 코너(루이스 맥두걸)는 벌써부터 삶이 버겁다. 학교에서는 투명인간 취급을 받고 집에서는 투병 중인 엄마를 보살펴야 한다. 반복되는 악몽에 잠을 이루지 못하던 코너는 엄마와 함께 영화 <킹콩>을 보면서 거대 괴수에 빠진다. 어느 날 오전 12시7분 창가의 나무가 몬스터로 변해서 코너를 찾아온다. 몬스터는 코너에게 세 가지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말하고 이야기가 끝날 때 코너에게 네 번째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부탁한다.
동화 속의
<몬스터 콜> 어른들을 위한 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