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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상반기의 힙합 노래’로 <N분의 1>을 꼽겠다고 하니 주변에서 볼멘소리를 하는 게 들린다. “이 노랜 너무 유명하잖아. 음악 별로 안 들었구나? 뻔한 걸 뽑으면 어떡해.” 물론 이 노래가 유명한 건 알고 있다. 얼마 전에 끝난 <쇼미더머니6>에서 가장 인기를 끈 노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누구나 아는 것을 가지고 누구도 할 수 없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진정한 통찰이라는 걸 넌 끝내 모르겠지.
<N분의 1>은 흡사 제이 콜의 <Note To Self>를 연상시킨다. 제이 콜은 이 노래에서 동료 래퍼들을 향해 이렇게 말한다. “15년 전에 우린 형들을 보면서 저렇게 되고 싶다고 했지. 그런데 지금 우리가 그 자리에 올라와 있잖아. 그러니까 이 모든 건 사랑이라는 걸 보여줘야지. 사람들은 우리가 서로 디스하고 싸우길 원해. 하지만 우린 그렇게 하지 않을 거야. 우린 계속 같이 갈 거야.” 에이셉 로키의 다큐멘터리에도 비슷한 대사가 나온다. “요즘 젊은 래퍼들이
[마감인간의 music] 넉살·한해·조우찬·라이노 <N분의 1>, 2017년 상반기의 힙합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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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가장 따뜻한 감정을 동력으로 삼는 인간적인 소동극. 거기에 슴슴하지만 불편하지 않은 유머. <YMCA 야구단>(2002), <광식이 동생 광태>(2005), <스카우트>(2007), <시라노; 연애조작단>(2010), <쎄시봉>(2015)까지, 김현석 감독의 작품이 품고 있는 요소들이다. 김현석 감독이 <쎄시봉> 이후 2년6개월 만에 선보이는 <아이 캔 스피크>에도 김현석 감독 특유의 유머와 화법과 인간애가 담겨 있다. <아이 캔 스피크>는 시장에서 옷수선 가게를 하는 민원왕 나옥분(나문희)이 구청 공무원 박민재(이제훈)에게 악착같이 영어를 배우면서, 오랫동안 가슴에 담아왔던 말을 세상에 전하는 이야기다. 알려졌다시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극영화지만, 웃으면서 (사실은 꽤 많이 울게 되지만) 아픈 과거에 접속하게 하는 휴먼 코미디다. 직접 쓴 각본은 아니지만 김현석 감
<아이 캔 스피크> 김현석 감독, "배우들을 믿고, 그 장면의 진실함을 믿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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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코> COCO
감독 리 언크리치 목소리 / 출연 앤서니 곤살레스, 벤자민 브랫
멕시코에 사는 흥 많은 소년 미구엘. 자신의 우상 크루즈처럼 훌륭한 뮤지션을 꿈꾸지만 미구엘의 집안은 음악을 금지한다. 미구엘은 크루즈와 자신의 연결고리를 찾다 죽은 자들의 세계에 들어가고, 이곳에서 죽은 가족들의 영혼을 만난다. 미구엘은 집안의 역사에 숨은 비밀을 밝히고, 음악의 기쁨을 가족에게 돌려주려 한다. 멕시코의 명절 ‘죽음의 날’을 소재로 한 픽사의 신작으로, 화려한 이벤트가 벌어지는 죽음의 세계를 배경으로 뮤지컬의 요소를 가미한 신나는 애니메이션이다. 11월 22일 북미 개봉예정.
[WHAT'S UP] <코코>, 멕시코의 명절 ‘죽음의 날’을 소재로 한 픽사의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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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상호 감독의 영화 <부산행>(2016)이 일본에서 개봉해서 인기를 끄는 모양이다. 감독의 전작을 단편까지 모두 챙겨본 팬으로서 말하자면, <부산행>은 <서울역>(2016)하고 같이 봐야 하는 영화다. 감독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선악으로 나누지 않는다. 그가 그려내는 비극적 사건들은 사회구조에 따른 상황의 산물이지만 선을 넘어가는 순간에 생겨난 결정적인 파국은 개인의 선택에 따른 결과다. 따라서 그의 영화에서는 아무도 쉽게 면죄부를 얻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선악을 분명히 나눈 <부산행>은 무척 의외였고, <서울역>을 보고 난 다음에는 이 사고실험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졌다.
주류질서에서 성공한 성년의 남자주인공과 비주류 하층계급 미성년 여자주인공에게 좀비 바이러스라는 동일한 사회적 조건이 실행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부산행>의 남주인공은 자신의 성공만을 위해 내달리는 냉혹한 펀드매니저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피해와 가해의 디스토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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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사랑>은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시인 택기(양익준), 그런 철없는 남편을 부양하며 적극적으로 현실을 살아내는 아내(전혜진), 무욕의 택기에게 특별한 감정을 안겨주는 소년(정가람)의 삼각관계를 그린다. 희극과 비극을 능란하게 오가는 이 작품은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이며 일찌감치 주목받았다. 김양희 감독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인 삶의 일면을 날카롭게 포착해낸다. 무엇보다 서사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영화 고유의 분위기를 지켜낸 점이 인상적이다. 제주도에 살고 있는 김양희 감독을 서울에서 만났다. 데뷔작 <시인의 사랑>은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에도 초청받았다.
-6년 전 생활 터전을 제주도로 옮겼다. 오늘도 제주에서 올라왔다고.
=제주 생활 6년차다. 사는 곳은 애월이고 서귀포에서 헌책방을 하고 있다. 원래는 작업실로 쓰던 사무실인데 작업이 뜸해지면서 책방으로 꾸몄다. 3개월 전에 책방 문을 열었는데 하루에
<시인의 사랑> 김양희 감독 - 삶이 영화와 맞닿으면 좋은 이야기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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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시네마 365일 개봉관_ 롯데시네마 3개관(부천 신중동역, 안양일번가, 라페스타)
● G-시네마 동시 개봉관_ 고양영상미디어센터, 파주 헤이리시네마
● 상영시간_ 1일2회 오전 10시∼오후 1시 중 1회, 오후 6시~밤 9시 중 1회
● 9월 3주 개봉작_ <더 테이블>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소나기>
<더 테이블>
하나의 카페, 하나의 테이블에서 하루동안 머물다 간 네개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 네 가지 에피소드 모두 온전히 두 인물의 대사와 표정에 의지해서 진행되기에 관객은 주어진 정보만으로 여러 상황을 상상하게 된다. 정유미, 정은채, 한예리, 임수정 등 네 여배우의 각자 다른 매력이 돋보인다.
<밤섬해적단 서울불바다>
북한을 장난감처럼 갖고 놀던 진짜 멍청이들. 밤섬해적단의 데뷔 앨범은 국가보안법 재판에 회부되고 드러머는 증인으로 법정에 선다. 이들에게 과연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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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다양성영화 G-시네마] 경기도 다양성영화관 G-시네마 다양성영화 9월 개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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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린치의 모든 것
영화감독들의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세계를 아우르는 기획전이 열린다. <데이빗 린치 특별전-ALL ABOUT David Lynch>가 9월 21일부터 전국 10개 CGV아트하우스에서 순회상영된다. 린치의 데뷔작 <이레이저 헤드>부터 최근 미드로 화제가 되고 있는 <트윈 픽스>의 극장판, 칸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린치의 대표작 <멀홀랜드 드라이브>와 데이비드 보위, 마릴린 맨슨 등이 O.S.T에 참여해 화제가 된 <로스트 하이웨이> 등 린치가 연출한 네편의 극영화와 예술가로서 그의 삶을 조명한 신작 다큐멘터리 <데이빗 린치: 아트 라이프>까지 총 다섯편의 영화가 관객을 만날 예정이다. 자세한 정보는 CGV 홈페이지 참조.
글자, 신체와 만나다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가 주관하는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타이포잔치 2017’이 열린다. 올해 축제는 ‘몸’을 주제로 신체의 움직임과 문자
[culture highway] 데이비드 린치의 모든 것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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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만 봐도 알아볼 수 있어. 그놈도 날 알아봤을까.” <살인자의 기억법>의 병수(설경구)는 우연히 마주친 연쇄살인범 태주(김남길)를 단번에 알아본다. 아마도 짐작건대 서로가 서로를 알아보지 않았을까. 이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니까 말이다. 살인범의 눈빛이 따로 있는지는 알 길이 없지만 잊지 못할 강렬한 눈빛에 관해서라면 진즉부터 정평이 나 있는 두 배우다. 특히 김남길은 <강철중: 공공의 적1-1>(2008)에서 강철중(설경구)에 맞서는 조직폭력배의 행동대장 문수 역을 맡아 강렬한 눈빛 연기를 선보인 바 있다. 극중 강철중의 상대역은 거성그룹 이원솔(정재영)이었지만 실질적으로 영화 내내 대립각을 세우는 건 김남길의 몫이었다. 거슬러 올라가면 김남길이 대중의 머릿속에 각인된 건 드라마 <선덕여왕>(2009)의 비담 때부터다. 여리고 순수한 얼굴과 단칼에 적을 베어버리는 검객의 잔혹한 눈빛을 한몸에 지닌 아이러니한 분위기는 이후 김남길의 트레이드마
<강철중: 공공의 적1-1> 김남길 - 날것의 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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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을 키우는 심정은 누구나 같겠지만, 누구나 같을 수는 없다. 아이들은 그저 ‘통칭’할 수 있는 동일성의 무리가 아니라, 이루 간파하기 어려운 개별자들이다. 같은 유전자를 물려받은 형제자매조차도 다르다. 너무 다르다. 4남매로 클 때는 몰랐는데, 아이들을 18년째 키우면서 그 사실을 절감하고 있다.
부모를 바라보는 심정은 누구나 같겠지만, 누구나 같을 수는 없다. 부모 또한 그 집단성만으로 호명될 수 없다. 개별자인 자식이 개별자인 부모를 바라보는 마음의 조합은 삼라만상만큼이나 다채로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수십년째 ‘자식노릇’하며, 곁의 친구들을 지켜보며 절감하고 있다.
사람이므로 심성이라는 게 있을 것이다. 심성은 부모자식 관계에 형식미를 부여한다. 인내가 있다. 어쩌면 이 관계는 인내로 시작해 인내로 끝나는지 모른다. 허나 심성의 발현도 끈질긴 인내도 물적 토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처한 환경은 이 관계의 낭만을 현실로 끌어 올린다/내린다.
몇년 전이었을까. 해고노
[노순택의 사진의 털] 해고의 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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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댄스부의 목표는 미국이다!” 치어댄스부에 들어간 후쿠이고교 신입생 히카리(히로세 스즈)에게 뜻밖의 목표가 주어진다. 사오토메 선생(아마미 유키)은 후쿠이고교를 전국 대회에서 우승시켜 치어댄스의 본고장 전미 대회에 나가게 할 셈이다. 이에 따라 짝사랑 상대인 축구부원 코스케 앞에서 예쁜 옷을 입고 응원하고 싶었던 히카리의 단순한 계획은 뜻밖의 강행군으로 변모한다. 가는 사람 안 막는다는 사오토메 선생의 방침에 따라 오합지졸만 남은 가운데, 유일한 희망인 아야노(나카조 아야미)의 리드에 따라 이들은 치어댄스의 재미를 알아 간다. 그러나 처음 나간 전국 대회에서 보기 좋게 탈락하고, 학교에서는 치어댄스부를 없애려 한다. 히카리와 아야노는 상심한 멤버들을 불러모아 교장 앞에서 우승을 약속한다. 사오토메 선생은 치어댄스부의 이름을 제트(JETS)로 바꾸고 새 각오를 다진다.
<스윙걸즈>(2004)나 <린다 린다 린다>(2005)를 잇는 여고생들의 유쾌한 성장기다
<치어댄스> “치어댄스부의 목표는 미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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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실존했던 영국의 천재 탐험가 퍼시 포셋의 실화를 바탕으로 미국 작가 데이비드 그랜이 쓴 동명의 논픽션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아마존의 알려지지 않은 문명 도시 Z를 찾기 위해 영국 포병대 출신 탐험가 포셋 대령이 평생 다섯 차례나 탐험을 강행했던 일화를 영화화했다. 군생활 당시, 출신 환경 때문에 진급에 문제가 있었던 포셋 대령은 왕립 지리학회로부터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받는다. 아마존 밀림을 측량해 지도를 만들어오면 승진을 시켜주겠다는 것. 성공 확률이 희박한 탐험이었지만 포셋 대령은 멋지게 성공해서 무사 귀환하고 덤으로 미지의 도시 흔적을 발견한다. 학회를 비롯한 유럽 전역은 고무와 천연자원으로 가득한 아마존의 엘도라도의 존재 여부를 두고 논쟁을 벌인다. 그사이 미국 등 경쟁 국가들이 먼저 탐험가를 파견해 페루의 마추픽추 등 새로운 문명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포셋 대령은 경험 많은 동료들과 다시 한번 탐험대를 꾸려 아마존으로 향한다. 거듭되는 실패
<잃어버린 도시Z> 아마존의 알려지지 않은 문명 도시 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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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누군가의 죽음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감독은 불길한 느낌의 사운드를 먼저 들려준다. 이윽고 한 여자가 등장하고 호텔로 들어가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한다. 그녀는 승률 100%의 변호사 버지니아(안나 와게너)다. 촉망받는 사업가인 주인공 아드리안(마리오 카사스)은 내연 관계인 사진작가 로라(바바라 레니)를 살해한 용의자로 몰리자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한다. 호텔에 묵고 있는 아드리안을 찾아온 그녀는 검사가 증인을 찾았고 3시간 후에 법정에서 재진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녀는 초시계를 꺼내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다. 그는 그녀에게 로라가 살해당한 그날의 상황을 진술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녀는 배심원들에게 무죄판결을 받고 싶으면 사실을 말하라고 그를 추궁한다. 진술의 허점을 찾아내서 사건을 재구성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비저블 게스트>의 오리올 파울로 감독은 3시간이라는 제한된 시간을 설정한다. 이는 아드리안이 누명을
<인비저블 게스트> “그는 무죄일까? 유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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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니아 내전 중 어느 산골 마을의 우물에 거구의 시체가 빠져 있다. 국제구호단체 요원들은 식수원을 오염에서 막기 위해 시체를 건져내려 하지만 이들에겐 시체를 건져낼 밧줄이 없다. 유엔에 지원 요청을 해보지만 유엔은 내전에 개입하는 것처럼 보일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어떤 도움도 주지 않는다. 이 사태를 그저 두고 볼 수만은 없는 구호단체요원들은 밧줄을 구하기 위해 하루 동안의 원정을 떠난다.
보스니아 내전을 배경으로 함에도 영화는 시종일관 유머러스하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 빅터 프랭클이 ‘유머는 수용자들의 자기 보존을 위한 도구였다’고 말했듯, 주인공들은 전쟁의 참상과 거리를 두고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농담을 이용한다. 예를 들어, 주인공들은 지뢰 앞에서 꼼짝없이 발이 묶였을 때에도 “피자를 배달시켜 먹자”며 너스레를 떤다. 인물들은 참상과 거리를 유지하기에 감정에 깊이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관객도 감상에 빠지기보다는 영화의 환유적 요소들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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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퍼펙트 데이> 전쟁의 참상과 거리를 두고 자신을 보존하기 위해 농담을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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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흔히 보던 ‘출생의 비밀’을 생활형 이야기로 전환한다면. <이웃집 스타>는 톱스타의 자리에 오른 여배우 혜미(한채영)와 그녀의 이웃집에 사는 친딸 소은(진지희)의 기막힌 사연을 코믹 드라마로 풀어낸다. 남이 보자면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할 연예 스캔들이지만 비밀을 간직한 이 가족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티격태격, 여느 집과 다를 바가 없다. 혜미는 딸을 뭣도 모르는 ‘중딩’이라 무시하고, 딸은 연예계 스타로 철없는 엄마를 ‘주책맞다’고 놀려댄다. 불안불안하게 이어지던 일상이 스캔들이 되는 건, 혜미가 하필 소은의 우상인 아이돌 ‘갓지훈’과 공식적 연인임을 밝히면서부터다.
소은이 평범한 엄마가 아닌 연예인의 숨겨진 딸임이 밝혀지기까지, 혜미와 소은의 일상, 그리고 소은과 주변 단짝 친구들과의 관계, 사춘기 소녀의 고민 등이 소소한 재미를 안겨준다. 하지만 ‘어린 남자’와 연애하는 ‘파렴치한’으로 혜미가 여론의 지탄을 받자 소은이 “연애는 둘이 했는데 너무 한혜미만
<이웃집 스타> 이웃집에 스타가? 아니 엄마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