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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너가 사람을 만든다.”(Manners Maketh Man) 최근 이만큼 유행한 명대사가 있을까. 다소 침체기에 있던 액션 첩보물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은 매튜 본 감독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4)의 속편 <킹스맨: 골든 서클>이 드디어 국내 관객을 만난다. 다행히 콜린 퍼스가 연기하는 해리 요원은 돌아왔으나 전작과 비교해 돌아온 ‘킹스맨’에 대한 평가는 엇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위험한 신사들의 귀환을 알리는 <킹스맨: 골든 서클>의 모든 것을 A부터 Z까지 키워드로 분석해봤다.
A _미국 America
“우리는 1편에서 문화의 충돌을 탐구했다.” 콜린 퍼스의 말이다. 매튜 본이 창조한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이하 <시크릿 에이전트>)는 단지 스타일리시한 첩보영화이기만 한 작품은 아니었다. 영국의 뒷골목 소년 에그시(태런 에저턴)가 비밀첩보기관 킹스맨의 존재를 알게 되고, 킹스맨의 유능한 일원이자 멋
<킹스맨: 골든 서클>의 모든 것, A부터 Z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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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시봉>(2015) 이후 한동안 중국영화를 준비하던 김현석 감독은 <아이 캔 스피크>의 공동 제작사인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로부터 시나리오를 전달받는다. 거절할 이유나 댈 셈으로 시나리오를 읽어내려갔다는 감독은 결국 올해 1월 <아이 캔 스피크>에 합류해 옥분(나문희)과 민재(이제훈)를 만난다. <아이 캔 스피크>는 구청의 민원왕 나옥분 할머니가 가슴 깊이 묻어뒀던 과거의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 과정을 눈물과 콧물이 범벅이 되도록 찡하게 그려낸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다룬 상업영화로서 재미와 의미를 모두 잡는 데도 성공한다. 프리 프로덕션 과정부터 첫 기술시사를 마친 날까지, 8개월 동안 <아이 캔 스피크>와 더불어 살았던 김현석 감독이 영화만큼이나 담백한 필치로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과 현장의 대소사를 깨알같이 전해왔다. 지난주 인터뷰(1123호 씨네인터뷰 “배우들을 믿고, 그 장면의 진실함을 믿고 갔다”)를 가졌던 김현석 감독이
김현석 감독이 말하는 <아이 캔 스피크>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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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버려야 서울로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은 그럴듯하게 들렸다.” 김훈 작가의 <남한산성> 첫 문장은 이렇게 시작한다. 담담한 말 끝에 백성을 등지고 남한산성으로 피신해야 했던 임금의 급박한 발걸음, 초라한 인조의 뒷모습이 잡히는 듯하다. 1636년 인조 14년. 조선의 왕은 47일간 남한산성에 고립되었고, 청 태종에게 패배를 인정하는 의미의 절을 했다는 치욕의 역사로 후대에 회자된다. 하지만 그 결정을 어느 누가 패배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전쟁영화지만 사실상 육신의 전투가 아닌 말의 전쟁. 고립무원의 성 안에서는 ‘진짜 나라를 위한, 백성을 살리는’ 승리가 무엇인지에 관한 서로 다른 두 주장이 ‘목숨을 내걸고’ 맞부딪히고 있었다. 청과의 화친을 주장한 주화파 최명길(이병헌)과 당장 죽을지언정 타협하지 않으려는 척화파 김상헌(김윤석). 서로 다르지만 충성과 신념을 다한 말과 말이, 서로를 향한 칼처럼 부딪히며 만들어내는 긴장의 연속.
전투로 볼 때는 ‘지는 싸움’을
황동혁 감독에게 듣는 <남한산성> 제작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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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바뀌기 전부터 극장가는 미리 가을을 준비하고 있었다. <군함도> <택시운전사> 등 이슈를 몰고 다니던 여름 극장가의 열기를 뒤로하고 추석 시즌을 맞이한 영화들이 베일을 벗었다. 일찌감치 개봉을 한 한국영화 <아이 캔 스피크>와 10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남한산성> 그리고 개봉을 맞아 배우들이 한국을 찾은 <킹스맨: 골든 서클>, 35년 만에 돌아온 <블레이드 러너 2049>가 올가을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쳤다. 위안부 문제라는 다소 무거운 소재를 상업영화 틀 안에서 감동적으로 풀어낸 <아이 캔 스피크>의 김현석 감독은 <씨네21>에 직접 쓴 제작기를 보내왔으며, 이병헌·김윤석·박해일·고수·박희순의 만남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고 있는 <남한산성>의 황동혁 감독을 이화정 기자가 먼저 만나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묻고 정리했다. <킹스맨: 골든 서클>과 <블레이드 러
<남한산성> <아이 캔 스피크> 감독 제작기와 <킹스맨: 골든 서클> <블레이드 러너 2049> 미리보기 & 다시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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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에도’ 문성근이 총대를 멨다. 그는 이명박 정권의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 82명을 대표해 민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겨울 한국 사회를 수놓은 촛불집회를 통해 “내가 움직여야 세상이 바뀐다”는 진리를 깨닫고 “피해자들이 고소를 하면 사건의 전모를 밝히는 데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으로 고심 끝에 내린 결정이다. 그는 문화·예술인 82명의 전화번호를 일일이 수소문해 함께하자는 문자를 보냈다. 박찬욱, 김미화, 이외수, 김여진, 문소리, 김규리, 명계남 등 스무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하기로 했다. 검찰조사를 받은 다음날인 9월 19일 오후 일산에서 문성근을 만났다.
-7시간 동안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쟁점이 무엇이었나.
=주로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검찰에 전달한 자료(‘MB 정부 시기의 문화·연예계 정부 비판세력 퇴출건’)를 중심으로 조사가 이루어졌다. 내 경우에는 조사 범위가 2011년으로 한정돼 있었다. 또 하나, 국정원이 블랙
문성근 단독 인터뷰 - “영화인, 블랙리스트 고발 함께해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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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딘 스탠턴과 M. 에멧 월시가 조연으로 나오는 영화는 대체로 나쁠 일이 없다.”(영화평론가 고 로저 에버트) 어떤 영화에서든 묵묵하게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배우 해리 딘 스탠턴이 지난 9월 15일(미국 현지시각) 자연사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91살. 연기 생활 60여년간 그는 100편이 넘는 영화와 50편이 넘는 TV시리즈에 출연했다. 리들리 스콧의 <에이리언>(1979), 존 휴스턴의 <와이즈 블러드>(1979), 존 카펜터의 <뉴욕 탈출>(1981) 등 지금까지 회자되는 많은 고전에서 그의 얼굴을 심심찮게 만날 수 있다. <광란의 사랑>(1990), <트윈 픽스>(1990) 등의 컬트영화에서 빛을 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의 경력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첫 주연작이기도 했던 빔 벤더스 감독의 <파리, 텍사스>(1984)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해리 딘 스탠턴은 가족을 버리고 떠났던 트래비스의 진한 상실
해리 딘 스탠턴, 프랭크 빈센트 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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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아시아 최고 수준의 다큐멘터리가 공개되는 아시아 다큐멘터리 프로젝트 마켓 인천다큐멘터리포트가 9월 11일(월)~10월 11일(수) 한달간 행사 참가신청을 진행한다. 한국 및 아시아 다큐멘터리 피칭, 비즈토크 등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참가신청이 필수다. 자세한 사항은 인천다큐멘터리포트 공식 홈페이지(www.idocs-port.org) 참가신청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032-435-7172.
*11월 2일부터 8일까지 열리는 2017 서울프라이드영화제와 11월 11일에 열리는 프라이드페어에서 활동할 자원활동가를 모집한다. 자원활동가는 영화 상영관(CGV명동역점 씨네라이브러리) 및 각 행사장과 DDP 디자인나눔관에서 활동하게 된다. 자원활동가 지원 신청 링크(http://works.do/G68XiL) 접속 후 작성, 제출. 문의 이메일(office@spff.kr), 카카오톡(prideff).
*제15회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에서 10월 10일까지 온라인 홍보단
충무로뮤지컬영화제 제작지원프로그램 ‘Talent M&M’, 2018년 뮤지컬영화 기획안 공모 시작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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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스맨>의 세계에 좋은 아버지, 나쁜 아버지가 있다면 에이전트 위스키(페드로 파스칼)는 나쁜 아버지로 분류될 것이 분명한 인물이다. 위험한 긴장감이 감도는 이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는 미국 배우 페드로 파스칼이다. 칠레 산티아고에서 태어난 올해 42살의 이 배우는 <킹스맨: 골든 서클>에서 영국식 매너로 충만했던 <킹스맨>의 세계에 테스토스테론을 주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가 연기하는 에이전트 위스키는 킹스맨의 ‘미국 사촌’ 스테이츠맨의 일급 요원이다. “한눈에도 까불다가는 큰 코 다칠 사람처럼 보여야 한다는 것.” 이것이 위스키라는 캐릭터에 대한 매튜 본과 페드로 파스칼의 공통된 결론이었다. 물론 위험해 보이는 남자가 되기 위한 길은 쉽지 않았다. 카우보이 스턴트 전문가에게 채찍과 올가미, 총을 사용하는 법을 제대로 배워야 했고, 빠르게 회전하는 곤돌라 속에 들어가 균형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하기도 했다. 하지만 4년 전까지만 해도 TV의
<킹스맨: 골든 서클> 페드로 파스칼 - 기회를 잡아챈 사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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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스틸리 댄쯤 되는 줄 알아?” 존 카니의 <싱 스트리트>(2016)에서 주인공 코너(퍼디아 월시 필로)를 위시한 소년들은 디페시 모드 운운하며 ‘미래파’를 지향하는 가운데 ‘싱 스트리트’라는 이름의 밴드를 결성한다. 이후 코너가 첫 번째 연습곡을 형 브랜든(잭 레이너)에게 들려주자, 형은 못마땅한 얼굴로 “섹스 피스톨스가 어떻게 연주하는지 알아? 배워서 음악을 하는 거 같아? 너희가 추구하는 건 다 속임수야”라며 “음악은 결코 배워서 하는 게 아니”라고 충고한다. 여기서 섹스 피스톨스에 이어 언급되는 스틸리 댄은 ‘연주 기술’의 제왕으로 묘사된다. 음악이란 게 단지 연주 기술만으로 잘할 수 있는 거라면, 스틸리 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난 다음에 떠들란 얘기다.
그런데 정작 개봉된 영화의 자막에서 스틸리 댄은 번역조차 되지 않았다. 이름의 ‘steely’를 ‘steal’로 간주한 것인지 도둑이 어쩌고하는 자막을 읽었던 것 같기도 한데, 하여간 그들이 혹시나 유명
[주성철 편집장] 즐거운 추석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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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격자>(감독 조규장·출연 이성민, 김상호, 진경, 곽시양·배급 NEW)가 9월 23일 크랭크인했다. 아파트 한복판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현장을 목격한 상훈(이성민)이 범인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2018년 개봉예정.
파인하우스필름
이창동 감독의 8년 만의 신작 <버닝>에 스티븐 연이 합류한다. 이로써 영화의 세 인물 종수(유아인), 벤(스티븐 연), 해미(전종서)의 캐스팅이 완성됐다. 9월 11일 첫 촬영을 시작한 <버닝>은 내년 상반기 개봉예정이다.
오퍼스픽쳐스, 필름케이
박보영, 김영광이 주연을 맡은 <너의 결혼식>이 지난 9월 18일 촬영을 시작했다. 이 작품은 고교 시절 처음 만나 사회 초년생이 되기까지 두 남녀의 쉽지 않은 첫사랑과 성장을 조명한 영화로, 2018년 극장에서 첫선을 보일 계획이다.
<목격자> 조규장 감독, 9월 23일 크랭크인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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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국정원 블랙리스트까지 조사 대상으로 확대하겠다.” 지난 9월 18일 서울 종로구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산하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이하 진상조사위)가 1차 대국민 경과 보고를 열었다. 진상조사위 진상조사소위원장인 조영선 변호사는 “위원회의 조사 대상이 되는 사건들은 박근혜 정권 때 발생된 사건들이 많지만, 최근 이명박 정권의 국정원 블랙리스트가 공개된 뒤로 당시 사건에 대한 제보와 조사 신청 접수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개별 사건의 발생 시기나 특정사건에 대한 정책 계획 및 결정 등이 이루어진 시기에 특별히 제한을 두지 않는 것이 진상조사위의 설립 목적과 취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진상조사위의 이원재 제도개선소위원장 겸 대변인 또한 “원칙상 조사 범위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MB 블랙리스트도 조사 대상이 된다”며 “현장의 피해 사례를 조사하는 건 검찰 수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블랙리스트 진상조사위, 이명박 정부까지 확대 조사 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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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가 트리플로 돌아가다가 한번에 전복되는 ‘불가능해 보이는’ 그림. 원신연 감독이 <살인자의 기억법>에서 김민수 무술감독에게 요구한 가장 중요한 액션 신은 바로 김병수(설경구)의 기억을 망가뜨린 17년 전의 차량 전복사고 장면이었다. 눈이 쌓인 한겨울의 뚝방길, 김병수의 두뇌에 각인된 그날의 사고는 영화의 베스트컷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효과적으로 구현된다. “차량 전복 신이야 경험이 많다. 그런데 단 한번의 기회에, 세번 돌아서 정면으로 착지한다는 건 타이밍과 계산이 정확해야 하는 싸움이었다.” “마치 CG를 쓴 것 같은” 이 장면은 김민수 무술감독과 서울액션스쿨 팀원들, 그리고 설경구 대역으로 차량에 탑승한 권귀덕 무술감독이 장비 없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김병수가 혈기왕성한 청년 민태주(김남길)와 엉켜 붙는 장면도 영화에서 중점을 둔 액션이었다. “UFC 경기에서 서로 붙어서 하는 컨셉을 기본으로 했다.” 손의 힘 하나로 연쇄살인을 해온 김병수의 기술과,
<살인자의 기억법> 김민수 무술감독 - 현혹하기보다는 드라마에 호응하는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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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속 미식 장면들
얼마 전 일본에서 <구루메 만화의 역사>란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루메는 프랑스 말 ‘Gourmet’의 일본어 발음으로 미식가란 뜻이다. ‘구루메 만화’를 우리말로 옮기자면 ‘요리만화’ 정도가 될 것이다. 아직 한국에 정식발매되지 않았으니 그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일본 요리만화들이 총망라되어 있는 흥미진진한 책일 거라 짐작한다.
내가 처음 일본 요리만화를 본 것은 70년대 중반 <소년 점프>에서였다. 초밥요리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였는데, 그 당시 초밥은 커녕 생선회도 구경을 못한 나로서는 그 만화를 건성으로 볼 수밖에 없었고 지금은 제목도, 내용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세월이 흘러 대학생이었던 80년대 초. 만홧가게에서 무척 재미있는 만화를 보았는데 무협극화를 주로 그렸던 이재학이 그린, 무림의 고수가 주인공이 아닌 중원의 요리 고수들이 주인공인 만화였다. 아직도 기억나는 것은 주인공이 주방장의 자리
[뒷골목 만화방] <와카코와 술> 신큐 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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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무려 4편의 스티븐 킹 원작 소설이 미국에서 영상화됐다. 6월에 방영한 드라마 <더 미스트>를 시작으로, 8월에는 영화 <다크타워: 희망의 탑>이 개봉했고 또 다른 드라마 <미스터 메르세데스> 역시 비슷한 시기에 방영을 시작했다. 그리고 바로 이 영화 <그것>의 개봉 소식이 들려왔다. 원작에 대한 팬덤이 강한 데다, 이미 두 차례나 영상화된 작품이라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여러 선입견이 포함될 수밖에 없다. 나는, 원작자가 안드레스 무시에티 감독의 이번 작품에 만족감을 표했다는 소식을 듣고서 영화를 접했다. 스티븐 킹이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1980) 각색을 신랄하게 비판했으며, 그 작품을 싫어한 나머지 심지어 동명의 TV시리즈를 만들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아니, 어쩌면 잭 니콜슨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가 <배트맨>(1989)에서 보여주었던 미친 광대의 이미지가 ‘그것’의 외양과 겹쳐졌다.
비극이나 파괴가 아닌 성장의 공포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