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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커피숍이나 할까?”라는 말이 많이 들리더니 “작은 책방이나 해볼까?”라는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나’라는 표현은 경험 없음만이 가능케 하는 무지의 언어. 구경꾼으로 있을 때는 좋아하는 커피를 만들고 좋아하는 책을 잔뜩 쌓아놓고 파는 일로 보이던 게, 현실이 되고 생업이 되면 달라진다. “퇴사 이후 이직이 아닌 독립을 선택한 나를 두고 주변에서는 한결같이 ‘용기’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때마다 나는 속으로 항변했다.”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는 여행책방 일단멈춤을 2년간 운영해보고 폐업한 경험을 담은 에세이다. 손님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책방의 주인. 허겁지겁 늦은 끼니를 때우고, 버티고 또 버티다 5분 거리의 이대역 화장실로 뛰어갔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월 순이익은 평균 60만~80만원 선에 그쳤다는 데 있었다. 책 판매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한 수입을 메우려 저녁마다 워크숍을 열면서 쉬지 않고 일했다. 적게 벌고 적게 일하려고 시작한 자영업자의 길은 보답받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창업 실패기인 동시에 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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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현상’이라는 용어가 있다고 한다. 1978년 조지아주립대학교의 심리학자 폴린 클랜스와 수잔 임스가 만든 말로, 이 현상은 성공한 사람들이 느끼는 세 가지 유형의 감정을 말한다. 첫째, 사람들이 자신의 성공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느낌, 둘째, 자신의 성취는 순전히 운이 좋은 덕택이라는 생각, 셋째, 자신이 일군 성공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 <직장살이의 기술>을 쓴 로스 매커먼이 가면현상에 주목한 이유는 그 자신의 이직 경험을 되돌아보면서였다. 그는 ‘항공사 잡지계의 <에스콰이어>’라는 사우스웨스트항공의 기내지 편집장으로 일하다가 <에스콰이어>에서 스카우트 제안을 받았다. 댈러스에 모든 기반을 두고 살아왔는데 뉴욕에서 큰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기회 앞에서 매커먼은 갈등했다. 사람들이 나를 사기꾼이라고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간의 성취는 운이 팔할이었는데, 그 사실이 들통나면 어쩌지?
결론부터 말하면 매커먼은 <에스콰이어>로
[다혜리의 요즘 뭐 읽어?] <직장살이의 기술>, 자신감 잃은 그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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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라는 단어마저 이젠 무덤덤하게 느껴질 만큼 영화 저널리즘의 영토는 조금씩 꾸준히 좁아지고 있다. 수많은 잡지가 생겼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해온 끝에 2017년 현재 한국의 영화주간지는 <씨네21> 홀로 남았다. 용케 생존했다고 스스로를 위안할 틈도 없이 앞으로의 방향을 모색해야 할 필요와 의무를 느낀다. 그건 비단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미국에서는 2007년부터 영화비평 담당기자들을 해고하는 일이 잦아졌고 영화와 잡지의 천국이라는 프랑스 역시 미디어환경의 변화에 맞춰 변화 중이다. 사람은 어려울 때면 자신의 고향을 돌아보기 마련이라던가. 해마다 반복되어 이제는 위기조차 무뎌져가는 이 순간, 문득 영화비평과 잡지의 원류라고 해도 좋을 <카이에 뒤 시네마>의 상황이 궁금해졌다. 마침 <카이에 뒤 시네마>의 평론가 뱅상 말로사가 특집기사 취재차 방한다는 소식을 듣고 만남을 청했다. 뱅상 말로사는 <카이에 뒤 시네마>에서 20년 가까운 세월을 버
<카이에 뒤 시네마> 평론가 뱅상 말로사 - 모두가 좋아하는 영화는 이상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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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레이디 버드>의 라이징 스타 티모시 샬라메가 우디 앨런의 신작 <어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출연료 전액을 성폭력 고발 캠페인 ‘미투 캠페인’에 기부했다. 우디 앨런은 현재 양녀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으며 그에 따라 신작 개봉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미투 캠페인’의 또 다른 결과로, 지난해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수상자인 케이시 애플렉이 3월 4일 열리는 제90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시상자로 참석하지 않는다. 과거 케이시 애플렉의 여성 스탭 성희롱 문제가 다시 대두되면서 시상식 불참을 결정했다.
[Up&DOWN] 티모시 샬라메, 우디 앨런의 신작 <어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출연료 전액 기부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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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 광풍과 이에 대한 정부 규제 이슈로 연일 금융계가 시끄럽다. 어쩌면 영화계에서도 이같은 뉴스를 접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미 비트코인이 기반으로 하고 있는 블록체인 기술이 영화계에 미칠 영향을 경제지에서 분석하고, 가상화폐 형태로 영화에 투자하는 일이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시장을 분권화함으로써 화폐 거래에 대한 신뢰를 쌓는 신기술이다. 가령 음악산업에서는, 그래미 어워드에서 수상하기도 했던 뮤지션 이모젠 힙이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매개체 없이 팬들과 직접 교류를 시도하고 있다. <포브스>는 최근 기사에서 “영화산업 역시 이런 혁신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 분석했다. 기존 영화산업에서는 작품이 관객에게 전해지기까지 감독, 제작 및 투자사, 극장 등 관계자가 수없이 많지만 거대 회사 중심으로 산업이 돌아간다. 이들이 작품에서 나오는 수익을 나눠 갖거나 작품에 대한 권리를 따지는 과정에서 다툼이 발생하기도 한다. 성별간 배우 개
가상화폐, 영화계에도 뛰어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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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다큐페스티발2018 자원활동가 ‘SIDOFIN’ 모집. 2월 18일(일) 밤 12시까지. 인디다큐페스티발 홈페이지(www.sidof.org)에서 지원서를 다운받아 이메일(sidof_@naver.com) 접수. 문의 02-362-3163, Email_ sidof_@naver.com.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초보영화프로젝트 27기’ 수강생을 모집한다. 2월 27일(화)~6월5일(화) 매주 화·금 오후 7시~밤 10시 진행. 3개월 동안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제작을 체계적으로 배우며 개인별 두편의 수료작을 완성한다. 수업은 다큐멘터리 <그리고 싶은 것>의 권효 감독이 함께한다. 수강 신청은 미디액트 홈페이지(www.mediact.org)에서 가능하다. 문의 02-3141-6300.
*2010년부터 큐레이터 제도를 운영하며 매년 봄 새로운 멤버를 맞이해온 아트하우스 모모가 제8기 큐레이터를 모집한다. 모모 큐레이터는 아트하우스 모모에서 주최하는 영화제 및 영화
인디다큐페스티발2018, 자원활동가 ‘SIDOFIN’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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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최대 수혜자는 해롱이 이규형이었다. 앞서 <비밀의 숲>에서 막판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윤 과장으로 등장했던 이규형은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제대로 홈런을 날렸다. 마약 복용으로 ‘감빵’에 들어온 ‘해롱이’ 유한양은 2상6방의 귀여운 트러블메이커다. 해롱이의 행동이 언제나 너그럽게 이해될 수 있었던 건 이규형의 뻔뻔한 희극 연기가 통했기 때문. 하지만 이규형은 “혼자서는 이만큼 사랑받는 캐릭터를 만들지 못했을 거”라며 대부분의 공을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에게 돌렸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의 해롱이 캐릭터 덕에 사람들이 전보다 친근하게 다가올 것 같다.
=‘와, 해롱이다’ 하면서 사인을 부탁하는 사람들도 있고 알아봐주는 분들도 꽤 생겼다. <비밀의 숲> 때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웃음)
-신원호 PD와 이우정 작가가 연극 <날 보러와요>, 뮤지컬 <팬레터>를 보
<슬기로운 감빵생활> 배우 이규형 - 자꾸 눈길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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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설 합본호를 만드는 기분은 묘하다. 뭔가 진짜 1년의 시작 같은 느낌이 들어 설레기도 하지만, 오래도록 준비한 영화 특집과 인터뷰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그만큼 우울하기도 하다. 이번호 또한 그러했다. 하지만 2018년이 다 가려면 앞으로 45권의 <씨네21>을 더 만들어야 한다. 이번에 다 담지 못한 내용들은 다음을 기약하기로 한다. 계속 관심 가져주시길.
일단 설 연휴 개봉영화들을 모아봤다. 최근 한국영화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배우와 감독의 교체 없이 3편까지 이어지고 있는 시리즈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개봉 2월 8일)의 김석윤 감독을 인터뷰했고, <마이 제너레이션>(2003)과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2006)를 통해 <씨네21>이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있던 노동석 감독이 거의 10년 만에 만든 <골든슬럼버>(개봉 2월 14일)의 강동원을 만나 표지 촬영을 했고, 고 김주혁의 출연작인 조근현 감독
[주성철 편집장] <씨네21>과 함께 즐거운 설 연휴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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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랭크업필름
한국판 에린 브로코비치 <강남아줌마>(가제)를 준비하고 있다. 2003년 혈액제제(혈우병 치료약)와 관련한 에이즈 감염 실화 사건을 바탕으로 한 법정 드라마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에 맞서, 혈우병 치료제로 인해 에이즈에 집단감염된 환우들의 집단소송을 10년 동안 무료 변론해 거대 제약회사에 첫 패배를 안긴 여변호사 이야기다.
CJ E&M
지난해 5월 터키 법인 CJ엔터테인먼트 터키를 설립한 뒤 투자·배급작 다섯편을 내놨는데 다섯편의 터키 영화시장 점유율이 31%를 차지했다. 다섯편 중 <아일레 아라슨다>와 <욜 아르카다심> 두편이 지난해 터키에서 개봉한 영화 중 흥행 순위 3위와 6위를 각각 차지했다. 현재 <스파이> <수상한 그녀> 등 한국영화의 터키판 제작을 논의 중이다.
한국영상자료원
‘시네마테크 KOFA가 주목한 2017년한국영화’ 10편이 발표됐다. <1987> <군함도&
‘시네마테크 KOFA가 주목한 2017년한국영화’ 10편 발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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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이 2년 만에 돌아왔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월 31일 임시총회를 열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전양준 전 부산국제영화제 부집행위원장을 집행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의 임기는 각각 4년과 3년이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과 최근 공개된 김희범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작성한 문건에서 밝혀졌듯이,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은 ‘이명박근혜’정권이 자행한 블랙리스트 사건의 최대 피해자 중 한명이다. 지난 두 정권에서 감사원 감사, 부산시의 행동지도점검, 검찰 기소를 차례로 당하다가 지난 2016년 2월 임기 만료로 집행위원장에서 자동 해촉돼 20년 동안 일군 부산국제영화제를 어쩔 수 없이 떠나야 했다. 최근 김 전 차관의 문건을 통해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가 서병수 부산시장에게 이 전 집행위원장에 대한 인사조치를 요구했고, 서 시장이 협조하겠다는 뜻을 청와대에 전달했다는 정황이 사실로
이용관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사장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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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생긴 능력이기 때문일까. <염력>에서 석헌(류승룡)이 염력을 쓰는 자세가 어째 좀 몸에 안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다. 초능력을 쓸 때마다 몸도 덩달아 움직이는 품새가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중독성이 강하다. 안무가 전영은 어디서도 보지 못한 이 자세를 인형뽑기 게임에서 착안했다. “석헌은 원래 초능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사람들이 인형뽑기를 할 때 집게의 위치나 각도를 잘 맞추지 못하면 몸도 집게를 따라 움직이지 않나. 석헌이 컨테이너를 움직이는 장면에서 그런 자세로 초능력을 쓰면 되겠다 싶었다”는 게 전영의 설명이다. 이 아이디어는 그가 “좋아하는 만화 <원펀맨>의 사이타마 캐릭터가 공격하는 자세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기도 하다. 연상호 감독은 “그 동작 하나 때문에 관객이 천명은 더 들겠다”고 무척 만족해했다. ‘컨테이너 박스를 옮긴다’ 정도로 표현된 시나리오의 지문에 ‘(석헌의) 다리가 움직이고, 혀가 나온다’는 식의 구체적인 행동이 추가됐다.
안무
<염력> 안무가 전영 - 대본에 없던 지문을 만드는 동작 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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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는 성지다. 성베드로 대성당을 비롯한 수많은 교회들, 지하 무덤들(Catacombs) 그리고 기독교인들을 죽였던 콜로세움 같은 순교지들이 성지 로마의 역사를 한눈에 알게 한다. 그 가운데 바티칸은 성지 로마의 중심이다. 베드로 성당, 베드로 광장, 사도 궁전, 바티칸 미술관 등이 몰려 있어 연중 내내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아마 누구라도 (종교에 관계없이) 원형의 베드로 광장에 들어서면 어머니의 품 같은 아늑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것 같다. 광장을 내려다보며 베드로 성당이 긴 팔을 둥글게 벌려 이곳에 들어서는 모든 사람들을 안아주는 형상을 띠고 있어서다. 베드로 성당 하나만으로도 로마는 가톨릭의 성지답다. 당연히 바티칸은 수많은 영화에 등장한다. 하지만 늘 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는 건 아니다.
로셀리니, 바티칸의 희망을 보다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무방비 도시>(1945)가 발표되며, 네오리얼리즘과 함께 파시즘에 대항하던 이탈리아의 레지스탕스도 유명
[트립 투 이탈리아] 바티칸과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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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경찰의 진압 작전이 성공했더라면. 경찰이 며칠 만이라도 농성 상황을 지켜보고 협상을 시도했더라면. 최소한의 현장 정보를 확보한 뒤 작전을 짰더라면. 투입될 특공대원들에게 작전 지점을 그린 예상 도면이 쥐여졌더라면. 퇴로를 사전에 확보해놓았더라면. 당초 계획대로 크레인 2대를 동원해 효율적인 작전을 폈더라면. 경찰 수뇌부에 유증기로 인한 화재를 걱정한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더라면.
가정은 없다. 2009년 1월 20일 경찰은 용산 철거민들이 망루 농성을 시작한 지 25시간 만에 진압 작전을 실시했다. 2006년 오산 세교지구만 해도 54일간의 농성 이후 진압이 시작됐다. 크레인이 1대만 도착했는데 작전은 강행됐다. 특공대원들에게 현장 상황을 브리핑할 시간은 없었다. 토끼몰이식 진압은 농성자들을 망루 내부 꼭대기층까지 몰아갔다. 그리고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화재. 망루 안에 몰려 있던 농성자 5명과 경찰 1명이 숨졌고 24명이 다쳤다.
상식을 저버린 야만의 날
가정을
규명된 진실만이 관계를 회복시킬 수 있다고 <공동정범>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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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존은 올해 가장 기대되는 신인 중 하나다. 2016년 데뷔작 《(O)》로 언더그라운드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다졌고 지난 1월 16일 발표한 차기작 《jon1》 역시 훌륭한 완성도를 갖추고 있다. 음원 사이트의 댓글을 보면 “너무너무 좋다”는 격찬과 감동의 ‘ㅜㅜ’ 이모티콘이 가득하다. 스타 탄생 스토리는 이렇게 시작하지 않을까.
오존의 매력은 요즘 말로 ‘감성 터지는’ 몽롱함에 있다. 존 메이어와 언니네 이발관을 좋아하는 취향의 소유자에 걸맞게 심플한 기타 팝을 들려주는데, 리버브나 공간계를 잘 연출해 부유하는 아름다움이 꽉 차 있다. 공간감을 부풀리면 원음의 꼬리와 잔향이 증가해 여운도 길어진다. 《jon1》은 단순한 소리가 멀리 퍼질 때의 아름다움을 훌륭히 활용하고 있다.
요즘은 이런 ‘심플 앤 몽롱’ 사운드 컨셉이 각광받는다. 특히 알앤비로 눈을 돌리면 딘의 〈인스타그램〉, 지코의 〈She’s A Baby〉 등 숱한 히트곡을 찾을 수 있다. 일렉트릭 피아노의 심플한 사용
[마감인간의 music] 오존 《jon1》, 취향 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