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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개봉한 중국영화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원작 <칠월과 안생>이 수록된 소설집이다. 중국소설 하면 장대한 시대극이나 풍자소설만을 연상하는 독자들에게는 낯설 수도 있는 청춘소설 10개가 실려 있다. 표제작 <칠월과 안생>은 110분짜리 장편영화의 원작이라고 하기에는 사실 매우 짧은 단편소설이다. 13살에 만나 서로를 선택하고, 영향을 주고, 또는 받으며 함께 자란 두 소녀의 짧은 단편을 영화는 매우 사려깊은 장편으로 완성했다. 영화에서 미처 그려지지 않아 궁금했던 인물의 전사를 원작에서 확인하긴 어렵다. 영화가 칠월과 안생, 두 여성의 감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면 소설은 그에 비해 사건의 전개나 설명이 불친절한 편이다. 하지만 그 불친절한 문장이 이 소설을 매우 감각적이고 세련되게 만든다. 작가 칭산은 중국에서 인터넷 소설로 인기를 얻었고, 안니바오베이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인터넷 스타 톱10’ 순위 1위에 오르기도
씨네21 추천도서 <칠월과 안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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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눈앞에서 죽는다. 옥상에서 떨어졌다. 자살이었다. 딸의 죽음 후 우울감에 시달리던 아내였다. 평범한, 아니 단란했던 가족의 중심은 딸이었다. 별을 좋아해서 천문학자를 꿈꾸던 어린 딸아이. 아빠에게 별자리를 알려주던 다정했던 딸이 죽은 후 이 가족은 붕괴되어버렸다. 아내마저 죽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아버지 우진에게 누군가가 쪽지를 남긴다. “진범은 따로 있다.” 이제 다시 살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또래 청소년들의 범죄로 가볍게 판결내려진 사건의 진범이 따로 있다니, 아버지는 딸의 진범을 직접 잡기 위해 추적을 시작한다.
죽은 아이, 붕괴된 가족, 청소년 범죄를 소재로 한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은 추적극이지만 사건 외면에 대한 접근보다는 인물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소설이다. 추리 장르의 긴박과 쾌감보다는 가족을 먼저 보낸 사람의 슬픔과 후회와 같은 애절한 감정이 이야기를 지배한다. 드라마 극본과 영화 각본을 비롯해 소설 <반가운 살인자> &l
씨네21 추천도서 <당신의 별이 사라지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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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이 넘은 뒤 희열이라고 부를 만한 도전이 인생에서 사라진 것 같다고 느끼는 한 남자가 있다. 그 문제를 동료(정신과의사)들에게 말했더니, 다들 말하기를 육체가 쇠퇴하듯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단다. 문제는 자살 욕구가 있음을 깨달으면서부터다. “외국에 가도, 불륜을 저질러도 만날 똑같은 기분입니다. 돈을 벌어 쓰는 것도 그렇죠. 분석을 받겠다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죄다 약에 취했거나, 절망에 빠졌거나, 만날 보던 얼굴들이고요. 제 일은 효과는 있지만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새로운 철학이라는 것도 결국 그게 그거고, 제가 자부심으로 삼았던 정신분석도 이 문제에는 별로 효과가 없는 것 같아요.” 그는 집의 창가에서 프로이트의 초상화를 보다가 주사위를 보고 생각한다. 그러고는 “주사위 윗면이 1이라면 알린을 강간하자”고 마음먹는다. 알린은 그와 함께 일하는 동료 정신과의사의 아내이자 그의 아내와도 절친한 사이다. 1은 강간, 다른 숫자는 침실. 그리고 주사위의 결과는 1. 여기서 결과에
씨네21 추천도서 <다이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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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픽션(굳이 분류하자면 인문 에세이쯤 되겠다)인 이 책의 출발은 조금 충격적이다. 친구와 전화 통화 중에 “죽고 싶다”고 한 저자의 집에 경찰이 출동하고, 제사 크리스핀은 경찰에게 자신이 지금 얼마나 멀쩡한지를 설명한다. 실은 전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내 인생은 정말로 내 것인가, 아니면 남이 나를 위해 골라준 것인가? 이 모든 게 정말 나답긴 한가? 이런 질문들이 내 존재를 잠식해나갔고 마침내 나의 성채는 몇번이고 절망으로 붕괴했다. 나는 이년에 한번씩 정확히 똑같은 지점으로 돌아와 다시 지어나가다가 그 성이 파도 한번에 쓸려나가는 걸 보고 망연자실하기를 반복했다. 달리 사는 방법을 몰랐기 때문이다.”(11쪽) 이런 생각들이 뒤섞인 서른이라니, 이건 내 얘기잖아! 사실 ‘서른에 우울증을 겪은 저자가 유럽으로 떠나 존경했던 명사들의 공간들을 찾아다닌다’는 줄거리에는 별 매력을 못 느꼈다. 누구나 바닥으로 떨어졌다고 느낄 때가 있지만, 누구나 유럽의 각 도시로 훌쩍 떠날 수는 없
씨네21 추천도서 <죽은 숙녀들의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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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쓴 자신의 소설들을 읽는 일에는 어느 정도 용기가 필요했지만 그것은 참 이상하고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다.” 오정희 작가의 문학 50년을 맞이해 출간된 전작 개정판 <오정희 컬렉션>에 실린 ‘작가의 말’에서 오정희는 위와 같이 썼다.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그의 글을 오랜만에 다시 읽는 국문과 출신 독자에게도 어느 만큼은 용기가 필요했다. 갓 대학에 입학한 10여년 전, 합평 시간이었다. 신입생다운 패기와 미문을 쓰고 싶은 욕망이 잔뜩 묻어나는 문체, 소설인지 싸이월드 일기장인지 모호한 여학생의 첫 단편소설을 한 남자 선배가 이렇게 평했다. “네가 오정희를 좋아하는 건 알겠지만, 이건 오정희도 뭣도 아니야. 여류 소설 그만 보고 서사 강한 걸 많이 봐라.” 여성 작가들은 서사가 약한 자기고백적인 사소설을 많이 쓴다는 편견이 그 속에 있었다. 신입생이 19살, 그 선배 나이도 고작 스물대여섯이었으니 어린 문청들 사이에 있을 법한 흔해빠진 에피소드다. 아마도 그
씨네21 추천도서 <오정희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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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METOO) 운동은 해외만이 아니라 한국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이 운동은 해외에서 시작된 전세계적인 어떤 흐름이며, 한국은 단지 그 영향을 받았을 뿐이라고. 그간 한국 여성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고 말하는 글을 봤다. 남성이 쓴 글이었다. 모르는 말씀, 서지현 창원지방검찰청 통영지청 검사가 피해 사실을 폭로하는 인터뷰를 하기 전에도 한국 여성들은 계속 말을 하고 있었다. 말하는 입이 있으되 들어주는 귀들이 없었을 뿐이다. 2월의 책을 모아놓고 보니 우연찮게도 하나의 해시태그로 묶이는 걸 알 수 있었다. #여성의 말들 #여성의 목소리 #미투. 어떤 여성은 체제 내에서의 고독을 말했고, 어떤 여성은 가부장제의 억압을 반대했으며, 또 어떤 여성은 왜 어머니는 야망을 가지면 안 되냐고 목소리를 냈다. 1968년부터 일관되게 한국 여성들의 이야기를 써오고 있는 오정희 작가의 작품 활동 50주년의 총체인 <오정희 컬렉션>과 지금은 죽고 없는, 하지만 살아 있는 내내 인정받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이 추천하는 2월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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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당하는 아이를 유괴해 그 아이의 엄마가 되기로 결심한 임시교사 이야기. 일본 <NTV>의 2010년작 <마더>에서 7살 소녀 레나(아시다 마나)는 천사처럼 환한 미소로 웃는 아이였다. 몸과 마음의 상처를 감추는 레나의 미소가 애달픈 한편으론, 드라마가 고난 속에서도 웃음과 밝은 성품을 잃지 않는 아이를 그리는 점이 힘겹기도 했다. 레나는 미소 짓지 않으면 사랑받을 수 없다는, 일본 사회가 여자아이에게 주입하는 메시지를 빨리 깨친 아이일지도 모르겠다. 일본 원작을 리메이크한 tvN <마더>의 혜나(허율)는 원작의 레나보다 그늘이 짙다. 빤하게 보는 눈치가 어른들이 귀엽게 여기는 아이의 모습과 거리가 있고, 수첩에 ‘좋아하는 것’들을 적어놓은 목록도 차이가 있다. 레나가 적어놓은 음료 ‘크림소다’는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이지만 혜나의 수첩 속에는 아이를 오래 방치했던 엄마가 아침에 마시다 남은 것을 건네주던 ‘카페라떼’가 적혀 있다.
이때 깨달았다.
[TVIEW] <마더> 다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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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 디어> The Killing of a Sacred Deer
감독 요르고스 란티모스 / 출연 콜린 파렐, 니콜 키드먼, 배리 케오간, 래피 캐시디, 서니 설직, 알리시아 실버스톤, 빌 캠프 수입 오드 / 개봉 3월 예정
어느 날 미스터리한 소년의 방문과 함께 인간과 짐승의 경계에서 이상한 퇴행을 겪게 되는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줄 소개만 들어도 단박에 <더 랍스터>(2015)를 연출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스타일이 짙게 밴 영화라는 것을 알겠다. 그의 신작 <킬링 디어>는 고대 그리스 비극으로 알려진 에우리피데스가 쓴 희곡 <아울리스의 이피게네이아>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심리호러영화다. 영화의 원제에 해당하는 ‘신성한 사슴의 살해’는 아가멤논왕이 전쟁의 승리를 위해서 자신의 딸 이피게네이아를 희생시키기로 하는 순간, 죽은 줄 알았던 딸 대신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사슴의 형상으로 변해버리는 희곡 속 장면에서
[Coming Soon] <킬링 디어>, 어느 날 미스터리한 소년의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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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기왕성한 젊은 배우 셋을 한꺼번에 만났는데, 셋 다 성격이 차분한 경우는 또 처음이었다. 영화제작사에서 마련했다는 <궁합> 체육대회 이야기를 꺼내봤지만 그날 축구 경기에서 가장 활약한 배우는 이 자리에 없는 최우식이었다. “오늘 보니 성격이 비슷한 점이 많아서 굉장히 반갑다”며 강민혁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조복래가 인생을 몇년 더 산 선배로서 말했다. “아마 몇년 더 지나면 너도 농담을 잘하게 될 거다. 그런데 사람의 본질은 결국 변하지 않더라. (웃음)” 정말이지 뼛속까지 조용할 것 같은 이 배우들. 하지만 계속 지켜보니 조금씩 돌출되는 매력이 안에 있었다.
지난해 연우진은 <내성적인 보스> <7일의 왕비> <이판사판> 등 무려 세편의 미니시리즈 주연을 맡았다. “사람들 앞에서는 조용조용한 것처럼 보여도, 안에는 파이팅 넘치는 기질이 있는 편이다. 일부러 속에 비축해두다가, 작품을 할 때 에너지로 전환시키는 게 아닐까.” 그런 그에게
<궁합> 연우진·강민혁·조복래 - 진지한 남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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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연배우와 캐릭터의 ‘궁합’이 첫눈에 딱 맞는 영화가 얼마나 될까. <궁합>은 흉년으로 나라가 기울기 시작하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계속되는 가뭄의 해결책이라 여기는 부마 책봉에 사활을 건 왕(김상경) 때문에 졸지에 혼인을 앞두게 된 옹주와 어명을 받고 부마와 옹주의 궁합을 봐야 하는 역술가의 부마 찾기 소동을 그린 코미디영화다. 시나리오를 읽은 이승기는 이끌리듯 조선 최고의 젊은 역술가 서도윤 역에, 심은경은 어려서부터 박색이라 구박받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자신만의 사랑을 갈구하는 송화 옹주 역에 빠져들었다. “공들여 찍으면 책이 가진 최소한의 재미만큼은 전달할 수 있겠다”는 이승기의 확신과 “내가 직접 말하고 싶었던 대사들이 있었고 사랑에 대한 담담한 표현, 사극에 대한 갈증, 당시 연기에 대한 열망 등을 원 없이 풀어내보고 싶었다”는 심은경의 염원을 두고 궁합을 본다면 누구든 헤어지라는 소리는 절대 하지 못할 것 같다.
두 사람의 준비 자세에 이어 그들이 연기하게 될
<궁합> 이승기·심은경 - 힘을 빼니 보이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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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합>의 배우들이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 모인 날, 취재하는 틈틈이 명리학을 공부해온 임수연 기자가 배우들의 사주를 적어왔다. 역시 배우는 배우인지라 대부분 미래가 밝고 또 예능의 끼를 타고난 사주를 지니고 있었지만, 사주를 근거로 사람의 길흉화복을 들여다보는 명리학의 기본은 주어진 환경에 따라 미래를 개척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는 데 있음을 배우들도 잘 알고 있었다. 심은경, 이승기, 연우진, 조복래, 강민혁이 참여한 영화 <궁합> 역시 주어진 사주대로 살 것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사랑을 찾아 나서라고 말하는 영화다. 왕의 어명과 사주에 맞춰 부마를 간택해야 하는 송화 옹주와 역술가 도윤, 그리고 두 사람이 찾아 나서는 수많은 부마들을 통해서 자신에게 딱 어울리는 사랑, 즉 최고의 궁합이 무엇인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 다섯 배우들이 함께 만들어갈 코미디와 로맨스와 감동의 ‘궁합’, 벌써부터 기대된다.
<궁합> 심은경·이승기·연우진·조복래·강민혁 - 환상의 연기 궁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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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리 맨> Early Man
감독 닉 파크 목소리 / 출연 에디 레드메인, 톰 히들스턴
클레이애니메이션의 명가인 영국 아드만 스튜디오가 선사시대를 택했다. 감독 역시 <월레스와 그로밋> <치킨 런>의 닉 파크다. 청동기가 보급되고 부족간 싸움 속에서 이웃 마을의 폭군(톰 히들스턴)에 대항해 마을을 지키려는 소년 더그(에디 레드메인)의 분투기를 다룬다. 점토 캐릭터들의 정감을 이어받은 더벅머리 소년과 매머드, 공룡 등 거대한 동물들의 익살스런 귀여움이 주무기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8.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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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닌텐도사의 인기 게임 <슈퍼 마리오>가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다.
<미니언즈> <슈퍼배드>를 만든 일루미네이션 스튜디오와 닌텐도가 공동 제작한다. 마리오 캐릭터를 디자인한 미야모토 시게루와 일루미네이션 대표 크리스 멜라단드리도 공동 프로듀서로 손잡는다.
-셀레나 고메즈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주연작 <닥터 두리틀의 여행>에 합류한다.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의사로 나오며, 셀레나 고메즈를 비롯해 톰 홀랜드, 에마 톰슨, 레이프 파인스 등이 동물들의 목소리 연기를 맡는다.
-옥타비아 스펜서가 신흥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의 공포영화 <마>(Ma)에 출연한다.
<마>의 연출을 맡은 테이트 테일러 감독과 옥타비아 스펜서는 <헬프>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테일러 감독은 옥타비아 스펜서의 역할에 대해 그녀가 이제껏 연기한 적 없는 아주 복잡한 캐릭터라고 설명했다. 줄리엣 루이스와
셀레나 고메즈, <닥터 두리틀의 여행> 합류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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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울 펙 감독의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2016)는 미국의 흑인 작가 제임스 볼드윈이 쓴 미완의 에세이 <리멤버 디스 하우스>를 각본의 토대로 삼은 다큐멘터리다. 영화를 가득 채우는 것은 흑인 민권운동과 미국의 (차별의) 역사에 대한 볼드윈의 깊은 통찰이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나면 제임스 볼드윈에 대해 한없이 궁금해진다.
제임스 볼드윈과 흑인 민권운동가들
1963년, 미국흑인지위향상협회(NAACP) 소속 시민운동가 메드가 에버스가 살해당했다. 말콤 X는 1965년에, 마틴 루터 킹은 1968년에 살해당했다. 5년 사이 벌어진 세명의 흑인 민권운동가의 죽음(정확히는 암살)은 미국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볼드윈 역시 미완의 에세이 <리멤버 디스 하우스>에서 세 사람의 삶과 죽음을 연결지으려 했다. 볼드윈은 NAACP 회원도 아니었고 블랙 모슬렘도 아니었고 따라서 스스로 “나는 블랙팬서가 될 수 없었다”고 고백하지만, 이들을 누구보다
<아이 엠 낫 유어 니그로>의 제임스 볼드윈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