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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인보우팩토리가 수입 안 하면 누가 수입해.” <로렐>(2015), <라잇 온 미>(2012), <호수의 이방인>(2013), <로빈슨 주교의 두 가지 사랑>(2013)과 같은 퀴어영화들을 수입해 개봉하다보니 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는 종종 이런 얘기를 듣곤 한다. 그 책임감과 의무감이 뭐라고 로뱅 캉피요 감독의 <120BPM>도 사들였다. <120BPM>은 1980년대 말, 1990년대 초, 에이즈 감염인들의 권리 보장을 위해 도발적 운동을 펼쳤던 액트업 파리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김승환 대표의 인생 파트너이자 영화적 동지인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 및 감독 그리고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에서 활동하며 다큐멘터리 <종로의 기적>(2010)과 <공동정범>(2016)을 만든 이혁상 감독. 이렇게 세 사람이 청년필름 사무실에 오전부터 둘러앉았다. 2013년 공개 결혼식을 올려 국내
<120BPM>, 김조광수 감독·김승환 레인보우팩토리 대표·이혁상 감독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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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신작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3월 22일 개봉한다. 9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색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영화가 원작을 넘어서는 보기 드문 사례이자, 당대 이탈리안 시네마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는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의 존재를 전세계 관객에게 입증하는 영화가 될 것이다. <아이 엠 러브> <비거 스플래쉬>를 잇는 ‘욕망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이 영화가 다루고자 하는 욕망에 대해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찬탈자가 왔네.” 1983년 이탈리아 근교의 어느 여름 별장, 소년이 나지막이 속삭인다. 그의 이름은 엘리오(티모시 샬라메). 고고학자이자 역사학자인 엘리오의 아버지 펄먼 교수(마이클 스털버그)는 매년 여름 한명의 젊은 학자를 별장으로 초대해 그들의 책 출간 준비를 돕는다. 그해 여름 손님은 24살의 미국 청년 올리버(아미 해머). 엘리오는 늘 그랬듯 자신의 방을 올리버에게 내어준다. 하지만 그는 아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루카 구아다니노 감독의 욕망 3부작 중 마지막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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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3월은 홀리 축제로 문을 열었다. ‘색의 축제’ 홀리에서 사람들은 얼굴과 몸에 다채로운 색의 물감을 뿌리는데, 최근의 발리우드 극장가 역시 그처럼 다양한 장르와 소재의 영화로 가득하다. 독보적인 블록버스터는 없지만 특별한 반찬 없이도 진수성찬이라고 할까. 먼저 <패드맨>은 소재부터 독특한 영화다. 지저분한 천을 생리대로 쓰는 아내를 보고 저렴한 생리대 개발에 매진한 인물의 입지전적인 성공 실화를 다뤘다. 터부시할 만한 소재를 코믹하게 풀어냈다. 보건 문제뿐만 아니라 서민은 감당하기 어려운 생필품 보급의 일면을 반영해 시사하는 바가 있다. 이 이야기를 소화해낼 배우는 다름 아닌 악사르 쿠마르다. 그의 배우 인생은 언뜻 얇고 긴 듯하지만 그 활약상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된다. 폭발적인 유명세는 아니라도 꾸준한 활동으로 차곡차곡 필모그래피를 쌓아왔고, 최근엔 작품마다 성공을 거두고 있다. 작은 영화로도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데 일가견이 있다. 미국엔 슈
[델리] 3월 발리우드, 미스터리 공포물 <파리>와 코미디 <소누 케 티투 키 스위티>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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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목가적인 풍경을 헤집어 흩뜨리는 데 마틴 맥도나만큼 뛰어난 재능을 보여주는 감독은 없었던 것 같다. <킬러들의 도시>(2008)에서 벨기에의 중세도시 브루게를 난장판으로 만들었던 그는, 전작인 <세븐 싸이코 패스>(2012)에 이르러 사이코패스의 얼굴을 할리우드의 작가 세계와 겹쳐놓았다. 어쩌면 역설적인 이유 때문에 조용하고 틀에 박힌 배경을 선호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번 영화 <쓰리 빌보드>에서도 아름다운 미주리주의 작은 마을은 완전히 파괴되고 헤집어진다. 마크 트웨인의 소설을 통해 각인됐던 미국 중서부의 풍요로운 자연풍광은 이 작품을 거쳐 ‘끔찍한 사건으로 딸을 잃은 어머니의 복수극’이 펼쳐지는 배경이 된다.
드라마투르기를 따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단 한번도 맥도나의 영화에서 주요 캐릭터들이 감정에 휩싸여 불타오르거나, 관객이 이입할 만큼 자신의 내면을 정확하게 드러낸 적은 없었다. 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연기
<쓰리 빌보드>의 마틴 맥도나 감독이 비극을 변주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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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입술을 열면>은 장마다 시 제목에 특이한 기호들이 붙어 있다. 그것은 별이기도 하고, 꽃일 때도 있고 십자가, 술병, 눈송이이기도 하다. 컨트롤과 F10을 눌렀을 때 나열되는 특수기호 이상의 기호들이 시의 이름 앞에 매달려 있다. 이는 시 바깥의 각주와도 연결되어 있는데 시어를 설명하는 각주가 아니라 시 바깥에서 다른 화자가 시에 대해 말하는 것처럼 읽힌다. 영화에서 디졸브 기법이라고 할 법한 장면전환기법을 시에도 적용한 것이다.
내가 요즘 읽었던 시들은 시 안에서 시의 이야기를 소화한다. 시어에는 주인공이 있고 그것에는 한편의 서사가 있었다. 그러나 김현의 <입술을 열면>에 수록된 시들은 다르다. 그들은 앞과 뒤의 문단이 서로 다른 장면처럼 보이기도 하고, 유기되어 있지 않은 것처럼도 읽힌다. 하지만 한편을 어렵사리 다 품에 안았을 때에는 우리가 이미지처럼 보이는 시를, 시가 된 삶을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나는 김현의 시를
씨네21 추천도서 <입술을 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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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국적 무기회사가 이탈리아 피렌체 공장 폐쇄를 결정한다. 미국 본사가 내린 공장 폐쇄 결정을 공장장과 유럽 지역 본부장, 일부 팀장들만이 알고 있다. 공장 직원들의 물리적 저항을 최소화하고, 노조와의 마찰을 줄이며 순조롭게 공장을 폐쇄시키기 위해 비밀스러운 계획이 실행되는데, 이름하여 ‘마카로니 프로젝트’다. 수천명이 직장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 회사가 관심 있는 것은 오로지 계획대로 해고를 처리해 회사의 이미지 실추를 최소화하는 것뿐이다. 기업의 대량 해고 문제를 소설로 그릴 때 회사를 악이자 가해자로, 노동자를 선한 피해자로 단순화하기 쉬운데 <마카로니 프로젝트>는 생존 앞에서는 실익을 향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양면성을 실감나게 그린다. 복잡한 신자유주의의 세계 안에서 흑백의 논리는 적용되지 않는다. 직장을 잃게 되는 상황에서는 누구나 나와 내 가족의 상황을 상위에 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고를 통보하는 인사팀장이나 노동자들의 폭력적인 상황에 대비해 도망칠 루트를 살피
씨네21 추천도서 <마카로니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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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을 했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은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마흔여덟, 다다시는 이혼 후 15년을 산 아파트를 나와 오래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한다. 사는 내내 취향과 성향이 달라 삐걱댔던 아내와의 이혼은 그에게 홀가분함을 주고, 22살 아들은 독립해 외국에서 유학 중이니 부양의 의무도 끝났다. 로망이었던 낡고 오래된 일본식 가옥으로 이사한 그의 일상은 아주 천천히 흘러간다. 집주인인 소노다는 미국으로 떠나면서 세입자인 그에게 두 가지 조건을 내건다. 첫째, 집을 고치더라도 틀은 손대지 않기, 둘째, 매일 찾아오는 고양이 후미의 밥을 챙겨주기. “그리고 집을 수리한다면 메일로 사진을 보내주면 좋겠어요”라는 말도 덧붙인다. 내키는 대로 먹고, 자고, 책을 읽고 생활할 수 있는 마흔여덟 혼자남의 생활은 담백하고 간결하기만 하다. 그런 그에게 회사 동료는 “자네는 우아하군”이라고 말한다. 그게 무슨 소리냐는 다다시의 질문에 “아직 40대잖나. 월급은
씨네21 추천도서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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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나빠지는 세상 앞에서 우리는 무력하지만, 그래도 입술을 열어 인간의 의미를 말하고 오늘의 우아함을 고민한다. 3월의 북엔즈에는 소설을 읽는 시간이 곧 치유처럼 느껴지는 일본 소설과 픽션이 아닌 다큐로 다가오는 한국 소설, 그리고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지워가며 삶의 고됨과 그럼에도 아름다울 수 있는 인간에 대해 말하는 시집 한권을 가져왔다. <우아한지 어떤지 모르는>은 제목과는 달리 우아한 여백이 돋보이는 일본 소설이다. 마쓰이에 마사시의 전작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의 연장선에서 오래되고 낡은 일본식 가옥에 혼자 사는 남자의 느린 일상이 천천히 흘러간다. 소설가 김솔의 장편소설 <마카로니 프로젝트>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공장이 폐쇄되는 과정에서 사측과 노동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와 함께 개개인의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과정도 보여준다. 누구나의 이야기가 될 수 있는 해고 문제를 심리묘사를 통해 치밀하면서도 힘 있게 끌고나간다. 김현 시인의 <
씨네21 추천도서 - <씨네21> 3월의 추천서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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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도 연애도 인생계획에 넣지 않았던 외주 프로덕션 PD 한승주(유이)는 방송사 특채를 앞두고 몸과 마음에 크나큰 위기를 맞는다. 취재 때문에 며칠 서울을 떠나 있는 동안 숙박공유사이트를 통해 집을 빌려줬던 여성이 승주의 방에서 살해당했고, 엄마보다 더 의지하던 고모는 고독사나 다름없이 세상을 떠났다. 연달아 터진 사건으로 극도의 불안을 느낀 승주는 독립적이고 당찬 자신의 원래 모습을 회복할 때까지 동거인을 들일 결심을 한다. 산골 오지에 사는 순박한 남자 오작두(김강우)에게 데릴사위 같은 남편이 돼달라고 제안한 것. 그래서 제목이 <데릴남편 오작두>(MBC)다.
흔한 계약결혼 로맨스로 가볍게 즐길 수 있으면 좋으련만 승주가 남자를 필요로 하게 되는 과정은 비혼 여성에 대한 압박으로 가득하다. 당치 않은 상대와 중매를 서려고 35살인 승주를 깎아내리는 식당 주인이 있는가 하면, 아래층 세입자는 남편이 승주의 집에 몰래카메라를 설치했다가 경찰에 잡혔는데도 “여자 혼자 사
[TVIEW] <데릴남편 오작두> 언발에 오줌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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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 더 선샤인 인> Let the Sunshine In
제작 올리비에 델보 / 감독 클레르 드니 / 출연 줄리엣 비노쉬, 제라드 드파르디외 자비에 보부아, 필리프 카터린느, 조시앙 발라스코 / 수입 씨네블루밍 / 공동제공·배급 (주)씨네룩스 / 개봉 4월
섹슈얼리티와 욕망의 문제를 관능적으로 다뤄왔던 클레르 드니가 뜻밖의 장르를 선보인다. 자그마치 로맨틱 코미디다. 파리의 아티스트 이자벨(줄리엣 비노쉬)은 남편과 이혼한 후 진정한 사랑의 실체를, 특별한 사람과의 관계를 갈구한다. 은행가부터 직업배우, 마지막에 등장하는 점쟁이까지 다양한 군상의 남자를 만나지만 그들과의 인연은 원래 기대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끝맺음 된다. 섹스 때문이든 정서적 교감의 문제든 이자벨과 남자들의 관계는 내내 덜컹거린다. <렛 더 선샤인 인>을 이끄는 것은 주로 남녀의 끊임없는 대화 장면이다. 클레르 드니와 로맨틱 코미디의 조합도 생소하지만 대화의 형태에 영화의 성패를 건다는
[Coming Soon] <렛 더 선샤인 인>, 남녀의 끊임없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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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구>라는 영화로 이루어진 만남이지만, 배우 이순재는 자신의 60여년 연기사를 정확한 기억력으로 들추어내며 원로배우가 들려줄 수 있는 귀한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대화는 정치, 사회, 역사, 문화를 폭넓게 오갔다. 어떤 맥락의 대화에서도 배우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이 또렷이 읽혔다. 그 자부심과 책임감은 곧잘 후배들에 대한 쓴소리로, 개성을 잃어버린 고만고만한 한국영화에 대한 아쉬움의 토로로 이어졌다. 그에게 연기는 오락도 아니고 돈벌이의 수단도 아니다. 오롯이 예술이다. 그러니 그 예술을 탐구하는 자세에 타협은 없다. <덕구>에서 어린 손자, 손녀를 돌보는 시골의 늙은 할아버지 ‘덕구 할배’를 연기하는 일도 언제나 그렇듯 그에게 새로움을 창조하는 작업이었다. 이순재의 거칠한 맨 얼굴과 아이들의 천진한 얼굴에 눈물이 맺히는 장면을 볼 땐 크게 심호흡이라도 해야 하는데, 그 순간에도 절제를 아는 대배우의 연기는 감탄을 절로 불러일으킨다.
-오늘(3월 6일) &
<덕구> 이순재, "배우는 자기가 다 울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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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딩 유어 피트> Finding Your Feet
감독 리처드 론크레인 / 출연 이멜다 스탠턴, 티모시 스폴, 셀리아 아임리, 데이비드 헤이먼
자신의 은퇴 축하 파티에서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산드라는 이 뻔한 비극에서 재빨리 탈출하는 편을 택한다. 관계가 소원했던 언니 재키의 낡은 아파트에 찾아가 무작정 숙식을 청한 그녀는 새로운 계급과 문화의 매력에 금세 눈뜬다. 재키의 권유로 댄스 교실에 합류하면서 산드라의 뻣뻣한 영혼이 일렁이기 시작하고, 영화는 장년기에 다시 만나는 자유와 활기를 포착한다.
[해외 박스오피스] 영국 2018.3.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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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의 안서현이 할리우드영화 <웨이브스>에 출연한다.
<웨이브스>는 도산 안창호의 딸이자 미 해군 최초의 여성 포격술 장교인 안수산 여사의 일대기를 그리는 작품. 안서현은 안수산 여사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
-크리스틴 위그가 <원더우먼2>에서 빌런 치타 역을 맡는다.
1편에 이어 2편의 연출을 맡은 패티 젠킨스 감독이 직접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크리스틴 위그가 원더우먼의 숙적 치타로 등장한다고 캐스팅 확정 소식을 알렸다. 영화는 2019년 개봉예정이다.
-<나이트 크롤러>의 배우 제이크 질렌홀과 댄 길로이 감독이 제목 미정의 넷플릭스 영화로 다시 뭉친다.
부유한 예술가와 예술품 수집가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호러 스릴러 영화다. 제이크 질렌홀 외에 르네 루소, 토니 콜레트, 톰 스터리지, 존 말코비치 등이 출연한다.
크리스틴 위그, <원더우먼2> 빌런 치타 역 캐스팅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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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훈이 만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한 남자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입니다
[정훈이 만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한 남자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