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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증 3 : ‘그때 그 사람’ 으로 누가누가 나오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비롯해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차지철 경호실장, 김계원 비서실장, 최규하 국무총리, 정승화 육군참모총장, 심수봉과 여대생 신재순…. 과연 사건 속의 인물과 실제 배역은 어떻게 연결이 될까.
임상수 감독은 에서 핑크빛 팬티를 입고 고문을 당하면서도 한껏 카리스마를 발산하는 배우 백윤식을 눈여겨보고 아예 처음부터 시나리오를 그를 중심으로 써나갔다. ‘야수의 마음으로 유신의 심장을 쏘았다’는 그때 그 사람이야말로 이 영화의 드라마를 움직이는 주체다. 박 부장과 함께 영화를 이끌고 나가는 주 과장 역은 한석규다. 1997년 때부터 명필름과 연이 닿은 이 배우에 대해 제작사는 무한의 신뢰를 보낸다. 주변에서는 출연 제의에 대해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했으나 본인의 출연 의지가 강력해 작품에 참여했다는 후문이다. 머리를 짧게 깎고 출연한 그는 이 영화의 중후한 배역진 가운데 가장 젊고 날렵해 보인다. 박 부장의
<그때 그 사람들>의 진상 [2] - 소문과 진실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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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리에 촬영한 임상수의 네 번째 영화, 5가지 궁금증 풀어보기
문제적 영화 한편이 영화계를 술렁이게 하고 있다. 강제규&명필름이 제작하고 임상수 감독이 연출한 이다. 1월 하순 시사회, 2월 초 개봉 그리고 10·26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이 시대적 배경이라는 몇 가지 이야기를 빼면 자세히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호기심과 소문이 화학작용을 이루며 자가발전한 일부 신문 기사들이 12월21일 쏟아지고 이튿날 제작사가 기사 내용을 정정하는 보도자료를 보내는 작은 소란 속에, 베일 뒤에 숨었던 영화의 정체가 아주 조금이나마 옷자락을 내밀었다. 사건 당시 생존자와 유가족의 명예훼손, 나아가 혹시 있을지도 모를 법적인 공방을 미리 예단하는 이들도 있고 영화 내용 일부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생활과 일제시대에 대한 향수라는 억측도 있었다. 정작 이라는 노래는 영화 속에 없다거나, 영화 속에 나오는 노래는 엔카라는 소문도 돌았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지난 9월부터 12월 초까지 철저
<그때 그 사람들>의 진상 [1] - 소문과 진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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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 HD 영상물 제작 열풍 - “충무로와 방송사, 가까워지나?”
2003년 여름 전편을 HD로 사전제작한 MBC 대하드라마 <다모>의 성공은 ‘시도, 보험’ 정도로 여겨지던 방송사의 HD영상물 제작에 불을 댕겼다. 올해 들어 디지털방송에 대한 대비와 맞물리면서 HD는 스포츠, 다큐멘터리 등 전방위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다큐 <출가> <도자기>와 같은 작품들은 이러한 기술적 변화의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현재 방영 중인 <미안하다, 사랑한다> <해신>을 비롯하여 드라마시티, 베스트극장으로 대표되는 단막극 영역도 HD가 ENG를 밀어내고 안방 브라운관의 ‘고화질’ 시대 개막을 예고한다. 방송보다 접근은 늦었지만 영화도 상황은 마찬가지. 2004년 대표적인 슬리퍼 히트작인 <시실리 2Km>는 파나소닉의 HD카메라 베리캠으로 촬영된 작품이다. 부산영화제의 화제작 <여자, 정혜>도 HD영화. 봉만대 감독이
2004년 한국 영화계 10대 이슈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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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DVD 시장 잠식한 온라인 P2P 파일 공유 - “영화 다운로드, 대책 없나?”
비디오 시장이 고사하고 DVD 시장이 급격히 넓어질 것이라는 예상은 올해 반만 적중했다. 온라인 P2P 파일 공유와 교환, 여기에 더불어 해적판 DVD는 연 30%씩 성장하던 DVD 시장의 가파른 오름세를 멈추게 했고 잠재적 관객마저 잠식해버렸다. 국내영화 시장규모가 3460억원(2000년)에서 7839억원(2004년 추산)으로 2배 이상 넓어지는 동안 비디오와 DVD 시장은 같은 기간 대비 7832억원에서 7420억원으로 오히려 줄어들었다(<전자신문>, 문화관광부). 한국영상협회 김의수 온라인검색팀장은 2003년만 불법 동영상 파일로 300억원, 실질적으로는 1천억원 규모의 손실이 있었다고 말했다. <실미도>와 <태극기 휘날리며>를 본 사람만 무려 각각 600만명과 400만명에 달한다는 게 한국영상협회의 추산이니, 온라인상의 파일 교환은 더 넓어질 수 있었
2004년 한국 영화계 10대 이슈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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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의 문이 열리자마자 한국 영화계는 1천만 관객 시대라는 무지개 다리를 맞이했다. 하지만 그 다리 너머엔 황금궁전이 없었다. 관객 수, 스크린, 해외판매 등이 꾸준히 늘었고, 3대 영화제에서 ‘트리플 크라운’을 기록했으며, ‘욘사마’를 타고 한국 배우들이 일본에 상륙했지만, 입맛 까다로운 관객을 만족시키는 영화는 점점 줄어들었고, DVD 시장이 무너져내려 부가판권 수익에 대한 기대도 무망해졌으며, 원초적 욕구의 배설처로 관심을 모았던 제한상영관도 전멸했다. 기대와 절망, 상승과 추락, 환호와 야유가 교차했던 한국 영화계의 올 한해 10대 이슈를 뽑아봤다. /편집자
1. CJ의 독주와 극장자본의 힘 증가 - “CJ 독주냐? 3강 체제 구축이냐”
CJ엔터테인먼트가 프리머스를 인수하고 시네마서비스가 주춤거리는 사이 한국영화의 최대 산맥으로 우뚝 섰다. 이와 함께 오리온그룹의 쇼박스가 시네마서비스를 능가하는 성과를 이뤄 기존 CJ-시네마서비스의 2강구도에서 CJ-시네마서비스-
2004년 한국 영화계 10대 이슈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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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극장용 장편 감독작부터 7분짜리 뮤직비디오까지
1. <마녀배달부 키키>(魔女の宅急便, 1989)
마녀인 엄마와 인간 아빠 사이에서 태어난 키키는 13살이 되던 날 완전한 마녀가 되기 위해 바닷가 소도시로 수행을 떠난다. <마녀배달부 키키>는 마녀수련(우편배달부 일)에 돌입한 소녀 키키가 사춘기 소녀로서 당연히 겪을 만한 정체성 혼돈을 겪으면서 하나의 인간(마녀)으로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그린다. 가쿠노 에이코의 원작동화를 애니메이션화한 <마녀배달부 키키>는 원래 젊은 지브리 스탭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지던 작품이었으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미야자키 하야오가 감독까지 맡아 완성하게 되었다(이때 작화감독으로 참여했던 곤도 가쓰야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다시 작화감독을 맡으며 복귀한다). <이웃집 토토로>로 고조되어 있던 지브리의 흥행신화가 폭발하듯 시작된 첫 번째 박스오피스 성공작이었으며(총관객 246만명), 강하고
26개 키워드로 본 <하울의 움직이는 성>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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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st(탐색여행, 원정)
미야자키 작품들이 ‘탈일본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거기에는 여전히 일본적인 롤 플레잉 게임의 전형(주인공이 길을 떠나 한명한명 새로운 캐릭터들을 만나면서 목적을 향해 여행하거나 모험을 겪는 것)이 드리워져 있다. 이것은 하나의 캐릭터에 집중하기보다는 공동체적인 주인공의 경험을 중시하는 미야자키의 세계관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Retirement(은퇴)
미야자키 하야오는 <모노노케 히메>를 감독하면서 자신의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 이야기했고, <센과 치히로…> 역시 미야자키의 은퇴작으로 홍보되었다. 이에 대해 방한한 스즈키 도시오 PD(사진)는 “미야자키 감독은 ‘대체 관객이 얼마나 와줄 것인가’ 하는 기분으로 매 작품이 개봉할 때마다 ‘은퇴할 작정’이라고 말하지만, 손님이 많이 들게 되면 그런 겸허한 기분은 다 사라지고 다시 열심히 다음 작품을 준비하게 된다”고 웃으며 설명했다.
Steam Punk(스
26개 키워드로 본 <하울의 움직이는 성>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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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초 SF 화가들의 일러스트레이션. 지브리는 19~20세기 초에 서구인들이 상상했던 비행도구들의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는다.
Flight(비행)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들에 대한 글에서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표현은 ‘비행의 쾌감’이다.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것처럼 날아다니는 날틀과 추락에 대한 두려움 없이 비상하고 하강하는 역동감을 즐기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하야오의 작품들을 대변하는 이미지다. 다만 <센과 치히로…>에서는 <바람계곡의…>나 <천공의…>의 날틀이나 <마녀배달부 키키>의 빗자루 등 인간을 태울 만한 도구없이 용(하쿠)에 의해 비행이 행해지는 초자연적인 방식으로 변모했고, <하울의…>에서 괴조(怪鳥)로 변신해 날아다니는 하울의 모습 역시 그 연장선에 있다. 다만 <하울의…>에서는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지 않아 매너리즘에 빠진 듯해 보이기는 하지만 <천공의…>나 <바람계곡의…>
26개 키워드로 본 <하울의 움직이는 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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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9번째 장편애니메이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18살 소녀 소피가 황무지 마녀의 저주로 90살 노파로 변하고, 젊은 마법사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 청소부로 취직하면서 시작된다. 소피, 마법사 견습생 마르클과 저주에 걸린 허수아비, 불의 악마 캘시퍼로 구성된 대안가족은 괴조(怪鳥)로 변신해 전쟁터에 뛰어들어야 하는 ‘집주인’ 하울의 운명에 얽혀들고, 그 운명론적 모험 속에서 소피는 90살의 지혜를 익히며 성숙해간다. 이것은 언뜻 익숙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모험담이다. 하지만 그 모험담은 예전과는 조금 다른 듯도 하다. 주인공들은 이제 종종 변덕을 부리거나 우울해하고, 마법의 힘으로 외모를 바꾸거나 세상을 움직이려 들며, 그들을 품고 가는 이야기는 가끔 엉뚱한 곳으로 새어나가버린 다음 느긋하게 한참을 머물다가 본궤도로 돌아온다.
미야자키는 이제 “살아라!”(<모노노케 히메>)라고 부르짖지도 않고 “네 이름을 소중히 여기며 살라”(<
26개 키워드로 본 <하울의 움직이는 성>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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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편에서 브래드에게 짝을 찾아주기로 약속했었다”
조지 클루니 일당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간 뒤라 그런지 한결 느슨해진 두 번째 기자회견. 아무래도 화제의 초점은 새로운 커플로 등장한 캐서린 제타 존스와 브래드 피트에게 모아졌고, 영화의 유일한 악당 앤디 가르시아는 다소 의기소침한 모습. 민감한 이슈들과 제작 전반에 관한 질문들을 솜씨 좋게 처리한 프로듀서 제인 와인트롭의 기지에도 불구하고 두 번째 그룹의 유머는 조지 클루니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전해야겠다.
-주드 로가 가장 섹시한 남성으로 뽑힌 것에 대해 당신이 상당히 열받았다고 조지 클루니가 말하더라.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브래드 피트 l 뭐 나보다는 맷이 신경을 상당히 썼지. 리스트에 오르려고 뒤에서 물밑 작업도 많이 했고. (웃음) 아마 맷도 내년에는 순위가 좀더 올라가지 않을까. 주드 로야 누가 봐도 멋진 남자다.
-영화 속 연인인 커플 관계를 연기하는 데 특별히 신경쓴 점은 없었나.
브래드 피트 l 기본적으로 대
미리 만난 <오션스 트웰브> [3] - 배우 인터뷰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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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연기라기보다 우리가 놀던 모습 그대로다”
유례없이 200여명의 미국 내 기자들과 해외 기자단이 공동으로 참여한 <오션스 트웰브> 기자회견장은 서로 질세라 경쟁이라도 하는 듯한 배우들의 입담 경연장이었다.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돈 치들이 한팀을 이룬 첫 번째 기자회견, 정신없이 오고가는 농담과 진담을 도저히! 다 옮길 수 없음이 유감일 따름이다. 하지만 각종 음향효과 제공까지 서슴지 않은 맷 데이먼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기선은 역시 ‘미스터 오션’, 조지 클루니가 제압했다. 이 모든 판을 짜고 기자회견장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들으면 유감스럽겠지만, 누가 봐도 이건 정말 배우들의 영화다.
-유럽이 라스베이거스보다 더 쿨했나. 하다못해 선글라스나 양복 스타일이라도.
조지 클루니 l 호텔이 쿨했다.
맷 데이먼 l (여전히 이상한 목소리) 감독이 콜하면 우리는 응할 뿐이지.
돈 치들 l 맷 말대로 감독이 톤을 정했다. 대충 안전하게
미리 만난 <오션스 트웰브> [2] - 배우 인터뷰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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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시한 도적들이 돌아왔다!
<비포 선라이즈>도 <비포 선셋>으로 돌아오는 세상이지만, <오션스 일레븐>만큼은 <오션스 트웰브>가 되어 돌아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왜냐고? 3년 전 조지 클루니와 일당의 <오션스 일레븐>은 누가 뭐래도 꿈같은 딱 한번의 파티, 일생 단 한번뿐인 한탕과 같은 영화였기 때문이다. 장담하지만 1960년 오리지널 <오션스 일레븐>을 만든 랫 팩 스타들에게 물어도 같은 의견일 것이다. 그런데 이들은 기어이 한탕을 더 뛰고 말았다. 이유도 더없이 상식적이다. 지난번 훔친 돈을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3년 전의 대형사고로 고향에서는 얼굴이 팔려 유럽으로 무대를 옮긴 이들의 두 번째 범죄를 내년 1월7일 국내 개봉에 앞서 팜스프링스 시사회에서 엿보았다. 그리고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돈 치들, 캐서린 제타 존스, 앤디 가르시아를 만났다. 뻑적지근한 한건 뒤의 뒤풀이가 흔히 그렇듯,
미리 만난 <오션스 트웰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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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매우 사적이고 주관적인 2004 베스트10 / 정성일
<철서구> 왕빙
나의 올해의 영화. 이제 폐광이 된 마을에서도 살아가야 한다. 단 한대의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왕빙은 그들의 삶의 리듬 안으로 들어간다. 9시간에 걸친 (상영)시간의 ‘심금을 울리는’ 영화적 체험.
<열대병> 아핏차풍 위라세타쿤
영화를 반으로 접은 다음 앞과 뒤의 순서를 바꾼다. 거의 젖어들어가는 듯한 숨결로 꿈을 꾸는 정글 속에서의 몽환적 세계. 나는 부산영화제에서 이 영화의 표를 그만 구하지 못했다. 거의 죽어버릴 듯한 심정으로 웹사이트를 뒤지던 나에게 표를 팔겠다고 나선 분께 다시 한번 감사, 꾸벅.
<2046> 왕가위
이 영화가 그저 그렇다고? 천만의 말씀.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말하는 당신은 <아비정전>의 실수를 되풀이하는 중이다.
<카페 뤼미에르> 허우샤오시엔
오즈에게 보내는 허우샤오시엔의 마음의 뜻이 담겨 있는 영화
2004년 송년특집 편집위원 3인 좌담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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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성을 보여주는 디지털 장편의 매력
허문영 l 디지털 장편은 예전에는 이야기 매체로 일정한 결함이 있는 듯했으나 올해는 완결된 구조의 영화들이 나왔다. 그중 <마이 제너레이션> <양아치어조> <신성일의 행방불명>의 세 영화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감독이 지닌 영화 매체에 대한 관심과 세계관을 끌어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 <양아치어조>는 비교적 관습적인 이야기 방식을 채택하면서도 자기 번민의 감독적 독백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사건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신성일…>은 감독의 개성에 걸맞게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고도의 우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놀라웠다. 전체적으로 디지털 장편에 대한 기대나 호감은 그것이 지닌 물질적 제약 때문에 오히려 주류영화들보다 등장하는 인물도, 공간도 함께 살고 있다는 영화의 동시대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롯된다.
정성일 l 그것과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시실리 2km>의 성
2004년 송년특집 편집위원 3인 좌담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