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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고전 및 현대영화의 지속적인 시리즈.’ 크라이테리언 컬렉션 DVD의 모든 광고와 타이틀 패키지에 표기된 캐치프레이즈다. 이것은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의 특징을 가장 잘 함축하고 있는 표현이다. 컬렉터들로부터 최고의 DVD로 인정받는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알아보자. 또한 예술영화에서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저예산 B급 호러영화에 이르는 다양한 라이브러리를 구축하고 있는 크라이테리언의 색깔있는 12편의 타이틀을 발매 순서대로 소개한다.
DVD에 막 입문한 팬들이 커뮤니티 게시판 등지에 질문하는 내용들 가운데 가장 흔한 것이 바로 ‘크라이테리언이란 무엇인가’이다. 정말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은 무엇인가? 전세계 어디를 가더라도 LD와 DVD 제작업체로서 최고라는 평판을 받고 있는 그 이름. 그리고 그 이름표가 붙은 DVD는 일반 타이틀의 배에 가까운 가격이 책정되고, 많은 마니아들에게 그 이름이 새겨진 DVD 컬렉션을 자신의 진열장에 차곡차곡 채우는 공통된 꿈을
<씨네21> 설 특별 프로그램 [3] - DVD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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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듣기만 해도 가슴 설레는 단어다. 하지만 가족에 대한 의무감, 꽉 막힌 고속도로, 붐비는 인파, 바가지 요금 등 무거운 짐이 한둘이 아니다. 여기 이런 근심없이 최고의 편안한 자세로 오직 나만의 상상력까지 더해 떠나는 여행이 있다. 책과 함께 모든 짐을 버리고 가볍게 떠나보자. 서울 6백년 답사부터 유럽, 미국, 알프스 산맥까지.
1. 서울 도심 탐험
각종 연휴가 다가올 때마다 두려워진다. 집에만 있자니 지난해 그리고 지지난해 연휴 때도 봤던 TV 특집영화를 또 보게 될 것 같다. 불행히도 이 예감은 거의 매년 적중한다. 여행 떠나자니 막히는 길도 붐비는 인파도 싫다. 이럴 때 택해봄직한 타협책이 도시 탐험이다. <답사여행의 길잡이15: 서울>(한국문화유산답사회 엮음/ 돌베개 펴냄)이 길잡이 구실을 할 수 있다. 한강 유역과 백제, 서울 도성과 궁궐, 북한산, 근대 건축, 이렇게 4개 주제로 나누었다. 답사지마다 대중교통 노선은 물론 입장료나 관련 전화
<씨네21> 설 특별 프로그램 [2] -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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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보다 달콤한 설 연휴가 시작된다. 이번엔 화·수·목요일이 빨간 날. 스케줄 조절을 잘하면 일주일 쉬는 건 문제없을 터. 하지만 바쁜 일상에 또는 가벼운 주머니에 또는 눈에 밟히는 가족들 때문에 어떤 계획도 못 세웠다고요? 여기 돈도, 막히는 길도, 붐비는 인파도 걱정없는 <씨네21>의 특별 프로그램이 있다. 여행을 원하는 자, 책을 손에 들어라. 서울 도심부터 유럽, 미국, 알프스 산맥까지 간다. DVD를 즐겨본다면 DVD 타이틀의 명품, 크라이테리언 컬렉션을 찾아보자. 구하기는 힘들지만 크라이테리언의 명성은 알아두기만 해도 어디랴. 순정만화 팬이라면 80년대 김혜린, 김진, 신일숙, 강경옥으로 시작된 한국 순정만화의 역사를 되돌아보자. 명절이니만큼 그동안 무심했던 가족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 표현합시다. 가족용 비디오 게임을 하면서. 편집자
<씨네21> 설 특별 프로그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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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일이다. 카메오이긴 하지만 왜 이 영화에 개그맨 홍록기와 시트콤으로 낯익은 봉태규가 나오는 걸까. 또한 당대의 2인자 차 실장으로 분한 정원중조차 시트콤을 통해 각인된 연기자다. 게다가, <한겨레> 기자인 임범이 왜 전두환으로 나오는 걸까. <한겨레>는 전두환과 박정희가 적으로 삼았던 사람들이 만든 신문 아닌가. 10·26이라는 엄청난 역사적 사건을 그리면서 어쩌자고 이런 농담 같은 캐스팅을 했을까. 혹시 <그때 그 사람들>은 웃자고 만든 영화인가.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영화의 도입부는 이런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박정희. 그가 군사쿠데타 이후 18년째 정권을 유지해오던, 1979년 가을, 부산과 마산에는 학생과 시민들의 뜻밖에 대규모 시위가 있었습니다. 폭압적인 정권에 저항하며, 민주화를 요구했지만, 박정희 정권은 군대를 동원해 이를 간단히 진압해버렸습니다. 질식할 것만 같은 거짓 평온이 흐르고, 시민들은 한껏 웅크리고 살아갈 수
<그때 그 사람들>을 보는 시각들 [5] - 4인4색 감상 ④ 허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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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부터. 재미있냐 없냐로 물어볼 영화는 결코 아니다. 그리고 어떻게 봤는지, 가 아니라 어떻게 본 척해야 하는지가 문제인 영화 중 하나다. 표정관리 잘하셔야 되여, 당신의 무식이 드러나느냐 마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순간이니깐여, 뭐 이런 식으로 말이다.
그때 그 사람들의 시대는 지금 우리의 뿌리다. 손쉬운 순서에 따라서 사람들은 열매를 먼저 먹고, 그 다음에 잎을 먹고, 그 다음에 줄기를 먹는다. 뿌리는? 몸에 어지간히 좋다고들 해싸서 떼돈주고 먹든가 아님 먹을 게 없어서 어거지로 먹든가 둘 중 하나다. 10·26은 독한 뿌리에 속한다. 그때 그 시대를 살았거나, 안 살았거나 간에, 여전히 냄새 독한 뿌리를 누군들 제대로 즐기기는 어렵다. 그러므로 나는 이 영화를, 제대로 즐기기 어려운 소재를 제대로 즐기기 어렵게 만든 영화라고 푼다. 누구는 임상수 감독을 천재라 하고, 누구는 ‘독하다’고 하지만, 그를 잘 알지도 못하고 친하지도 않은 나로서는, 이런 싸가지 없는 결론부터
<그때 그 사람들>을 보는 시각들 [4] - 4인4색 감상 ③ 최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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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 사람은 왜 그랬을까?
임상수 말이다. 어느 날 10·26을 얼빵이들의 소동극으로 꾸리기로 결심한 임상수 말이다.
나도… 임상수가 만든 <그때 그 사람들>처럼, 임상수를 깔짝거리고 싶다. 재밌겠다.
어느 날 임상수의 시야에 10·26이 걸려들었다. 그때 쓰여진 임상수의 낙서다.
첫째 재밌겠다, 그냥. 그냥 막. 둘째 재밌자면 쿨해야 한다. 쿨은 내 거다. 셋째 쿨한 나의 입장에서, 역사적 사건이 엄숙한 결단에서 나올 거란 건 환상이다. 어쩌다보니 똥 같은 상황이 된 거다. 자료봐라. 진짜루…. 다섯째 그때 그 사건의 현장에서 그 사람들도 뻔하다. 인간들 다 그렇다. 그냥 밥먹고 똥싸다가 넘어졌는데 그게 역사가 된 거다. 여섯째 근데… 지들이 알아서 웃기고 자빠진 것들도 있지만, 영문도 모르고 뒤엉킨 사람들도 있다. 좀 억울하겠다. 이건 좀 달래줄라구…. 영화 만들면서 보자. 어떻게 되겠지, 뭐. 일곱째 중요한 역사이고 재밌어야 되니까 당
<그때 그 사람들>을 보는 시각들 [3] - 4인4색 감상 ② 인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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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 케슬러의 <한낮의 어둠>은 구소련에서 한 트로츠키주의자가 숙청당하는 얘기를 통해 스탈린 체제의 폭력성을 고발한 소설이다. 여기에서 케슬러는 스탈린 체제의 본질을 짧은 우화를 통해 고발한다. 어느 날 스탈린이 부하들을 모아놓고 닭을 한 마리 가져오라고 지시한다. 느닷없이 납치당해온 닭은 공포에 질려 책상 밑으로 도망가기에 급급하다. 모이를 던져줘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스탈린이 닭을 잡아 난폭하게 털을 뽑아버리고 닭을 놓아주자 닭은 모이를 주지 않아도 스탈린의 발뒤꿈치만 졸졸 따라다녔다. 스탈린은 이렇게 통치하라고 말한다.
자연 상태에서 동물은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적을 보면 일단 도망간다. 그러나, 도망갈 길이 없으면 악다구니를 쓰며 달려든다. 어차피 잡혀먹힐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망갈 길은 없지만 최소한 목숨 부지가 가능한 인간은 다른 방식을 택한다. 납작 엎드려서 복종의 자세를 취한다. 도저히 역전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복종의 거북함을 지우기
<그때 그 사람들>을 보는 시각들 [2] - 4인4색 감상 ① 남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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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24일 저녁, 용산CGV 극장의 전관을 빌려 치른 <그때 그 사람들> 시사회가 끝난 뒤 제작사인 MK픽쳐스의 이은 대표와 이 영화의 프로듀서인 심재명 사장, 임상수 감독, 그리고 백윤식과 한석규 등 20여명의 출연진과 스탭 그리고 송강호를 비롯한 명필름의 지인 등 40명이 대학로 카페 장에서 술자리를 함께했다.
1월21일 영화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신청 1차 심리가 열린 직후였고 28일 2차 심리가 열리기 전이라서 그런지 25일 저녁의 그때 그 사람들 입가에선 영화 시사회를 마쳤다는 기쁨과 불안감이 묘하게 교차했다. 영화상영 가부에 대한 법원의 결정은 2월1일 이전에 나올 예정. 11개 극장을 차례로 돌며 관객과 인사를 나누고, 시사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정치적 질문의 포화에 갇혀 있던 탓인지 영화조차 보지 못한 백윤식과 한석규 등 출연진의 입가엔 피로감이 묻어나왔다. 혹시 있을지 모를 테러에 대비, 제작자와 감독에게는 보디가드가 따라붙었다.
처음엔 임상
<그때 그 사람들>을 보는 시각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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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2004년 9월26일 크랭크인해 12월5일 크랭크업한 현장은 유달리 분주했다. 다양한 액션이 담긴 적지 않은 규모의 영화를 달랑 두달 하고도 열흘 만에 찍어야 했기 때문이다. 강철중의 어린 시절 모습을 김상진 감독이, 오토바이와 자동차 액션장면을 장윤현 감독이 각각 촬영한 것도 이들 감독의 특기를 뽑아내자는 발상일 뿐 아니라 시간을 절약하기 위한 방편이었다. 그럼에도 이 정도 규모의 영화를, 그것도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80일 남짓한 기간에 촬영을 마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을 터. 이 때문인지 촬영장 주변에는 ‘그 영화, 시나리오 없이 찍는다며?’ 같은 괴담급 소문부터 ‘배우가 무슨 역할을 맡을지 모른 채 현장에 온다더라’는 기이한 소문까지 나돌았다. 대부분의 소문이 그렇듯, ‘땐 굴뚝 위의 연기’와 과장, 허풍이 만나 뭉게뭉게 피어오른 촬영장의 소문과 진상은 무엇이었을까.
첫 번째 소문: 의 ‘공공의 적’은 원래 마약범이었다?
“ 끝나면 를 할
<공공의 적2>의 모든 것 [3] - 5가지 소문과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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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18일 검찰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가졌다. 반응은 어땠나.
=송광수 검찰총장을 비롯해 600명이 넘게 왔더라. 영화를 보고나서 송 총장을 비롯해 대검 관계자들과 회식을 가졌는데, 송 총장께서 그러더라. “검찰이 뭐하는 사람들인지 알게 해준 것 같아서 고맙다”고. 다른 분들도 검찰을 미화했다기보다는 검찰이라는 조직을 제대로 설명해준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특히 영화 속에서 박근형씨가 “이 나라가 걱정이구만”이라고 말하는 장면은 “너무 많이 봐온 장면”이라며 맞장구를 치더라.
-완성작이 마음에 드나.
=정말 하고 싶었던 영화다. 아마 그동안 내가 만든 영화 중 유일하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담은 게 아닌가 싶다. 실제로 내 생각이 그대로 대사로 드러나는 부분도 좀 있다. 내가 정치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이번에는 사회적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다.
-예상했던 것보다 사회적인 메시지가 더 강하더라.
=세상이 그런 것 같다.
<공공의 적2>의 모든 것 [2] - 강우석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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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석 감독의 신작 <공공의 적2>가 공개됐다. 사실, 이 영화에 대한 관심은 <실미도>의 1천만 관객 신화를 이어나갈 것이냐는 쪽보다는 ‘강우석 감독 최고의 영화’ 또는 ‘한국 장르영화의 이정표’라는 평가를 받았던 <공공의 적>(2001)의 영화적 성취를 계승할 것인가에 쏠린다. 그건 <공공의 적>이 안겨준 충격이 너무나 컸던 탓에 불가피해 보인다. 거대한 캐릭터의 힘 하나로 관객을 쥐락펴락했던 이 영화는 한국 상업영화의 새로운 지평을 연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공공의 적’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설경구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며, 강철중이라는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가는 이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에 대한 주목도가 남다른 것도 이런 탓이다. <공공의 적> 시리즈 2탄의 실체와 강우석 감독의 이야기, 그리고 그리 쉽지만은 않았던 제작과정을 돌아본다. 편집자
“1편보다 못하다는 소리는 죽어도 듣고 싶지 않았다.” <공
<공공의 적2>의 모든 것 [1] - <공공의 적2> 어떤 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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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은 사랑의 아이러니에 관한 영화
-<외출>은 어떤 이야기인가. 감독이 고른 단어로 직접 듣고 싶다.
=인수라는 남자가 있다. 콘서트 조명감독이다. 삼척 국도에서 아내 수진이 교통사고로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크게 걱정하며 달려간다. 아마도 그는 아내를 사랑하는 것 같다. 그러나 아내와 함께 사고당한 동승자 경호가 연인이었음을 알자 감정은 혼돈으로, 분노와 배신감으로 변한다. 차라리 자기가 다쳤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차라리 죽지 그랬니?”라는 마음으로 아내를 바라보는 것이다. 경호의 아내 서영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서영과 인수는 이 일을 친척이나 친구에게 알리지 않는 부류의 사람들일 것이다. 병원 앞 모텔에 장기 투숙한 두 사람은 계속 스치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사랑하게 된다. 그러나 비밀과 공감대가 그들을 이어주는 고리는 아니다. 복수심은 더욱 아니다. 둘은 이런 상황이 아니었다면, 오히려 그냥 불륜이었다면, 더욱 많이
허진호 감독의 <외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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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진호 감독의 <외출>은 지금 막 시작되려 한다. 1월19일 강원도 삼척 현지 테스트 촬영으로 외투의 마지막 단추를 잠그고 나면, 곧바로 겨울바람 속으로 나아가 크랭크인이다. 4년 만인 그의 세 번째 장편은 여느 때보다 조금 소란스레 시동을 걸었다. 한류 격랑의 꼭대기에 선 배용준과 아시아 관객에게 인지도가 높은 손예진의 캐스팅은 <외출>(제작 블루스톰, 투자 쇼이스트)에 쏠린 시선의 무게를 부쩍 늘려놓았다. 그러잖아도 허진호 감독의 <8월의 크리스마스>는 아시아의 동료 감독과 관객에게 사랑받았고 <봄날은 간다>는 홍콩, 일본(어플로즈 픽처스, 쇼치쿠)과 합작으로 만들어졌으며, 비평가들은 그의 영화를 설명하기 위해 허우샤오시엔이나 오즈 야스지로를 거명해왔다. 허진호 사랑론의 3장을 기다리는 관객은 우리만이 아니다.
이번에도 그의 영화에는 남자와 여자가 있고 이별이 있다. 그리고 죽음이 서성인다. 보통의 경우라면 프레임 바깥으로 밀려
허진호 감독의 <외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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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의 마음을 열게하는 그만의 연출 방식
마이크 니콜스는 배우 복이 많은 편이다. 심지어 <울프>나 <너 어느 별에서 왔니?>처럼 ‘감독님, 왜 이런 영화를 만드셨나요?’라고 묻고 싶어지는 영화들도 출연진은 화려했다. 40년 가까이 영화를 만들어오면서, 니콜스와 특별한 인연을 맺은 배우들도 있다. 잭 니콜슨, 메릴 스트립, 에마 톰슨 등은 다양한 작품에서 그에게 힘을 보탠 충성스런 배우들. 잭 니콜슨처럼 까다롭기로 유명한 배우도 “당신이 부른다면 언제든지”라며 달려오곤 한다. 그가 배우 조련에 비상한 능력이 있다는 것은 결과로도 입증됐다. <누가 버지니아 울프를 두려워하랴>의 엘리자베스 테일러, <애정과 욕망>의 앤 마거릿, <워킹걸>의 멜라니 그리피스, <버드 케이지>의 네이선 레인 등 ‘연기파’로 공인된 적 없던 배우들이 그를 통해 ‘일생일대’의 연기를 펼쳐 보일 수 있었다. <클로저>의 네
<클로저> 감독 마이크 니콜스 [2] - 자타공인 걸작 베스트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