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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안하고 고독한 존재
남재일 | 어떤 사람들은 당신 영화에 비주류를 향한 공감이 있다고 한다. 내가 보기엔 주류에 대한 반감이 더 큰 것 같은데, 본능적으로 동질감을 느끼는 부류가 있는가?
임상수 | 없다. (웃음) 주류에 대한 반감이 있다는 건 맞는 말이다. 하지만 비주류나 못사는 사람들, 약자들에 대해 연민은 갖지만 동질감은 못 느낀다.
남재일 | 그 말은 존재가 사회적으로 뿌리박은 장소가 없다는 얘기이고, 그렇게 되면 정치적 관점은 없을 수밖에 없다. 물론 사람들이 말하는 정치적 관점은 어떤 유형이든 계급성이 없는 그냥 단순한 지적 입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도 그렇다.
임상수 | 나도 정치적 관점이라고 내세울 만큼 어느 사회적 집단과 나를 동일시하는 데 익숙하지 않다. 그런 점에서 나는 불안하고 고독한 존재다. 한심하지 않은가. 배급사가 배급 취소하는 영화나 만들고 <조선일보>에 씹히기나 하고. (웃음)… 나는 정말 이게 마지
<그때 그 사람들> 후폭풍 [3] - 임상수, 남재일 대담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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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재일, 임상수의 정치적 입장과 영화적 태도를 묻다
임상수는 뭔가 건드린다. 바늘 혹은 표창 같은 걸로, 사회 혹은 그 안에 담긴 사람을. 그런데 불분명하다. 무엇을 혹은 누구를 위해 건드리는지. 그래서 그는 일단 청부자객처럼 보인다. 그의 의뢰인은 누구일까?
임상수의 영화는 사회적 소음을 불러일으킨다. 미혼여성의 야한 수다, 십대들의 음산한 비명, 아줌마의 요란한 신음, 절대 독재자 살해의 총성까지, 그의 영화는 시끄럽다. 그는 누구를 향해 외치고 있을까?
임상수는 모호하다. 여성 관객은 감정이입이 안 된다고 한다. 남성 관객은 저 사람 진심으로 여성에 대해 저리도 애정이 많을까 의심한다. 보수파들은 싸가지가 없다고 매도한다. 진보세력은 왜 우리 편에 서서 얘기하지 않으냐고 아쉬워한다. 영화제작자는 왜 그리 화끈하게 대중적이지 않냐고 분발을 촉구한다. 평론가들은 왜 그리 상업주의의 미련을 못 버리냐고 자제를 당부한다. 마초도 페미니스트도 아닌, 좌파도 우파도
<그때 그 사람들> 후폭풍 [2] - 임상수, 남재일 대담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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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31일은 역사에 오랫동안 남을 악몽의 날이었다. 이날은 사법부가 한국영화 위에 군림하여 한국영화를 통치하기 시작한 첫날이자, 직접 한국영화 창작에 뛰어든 첫날이다. 관객의 볼 권리를 박탈하고, 헌법의 사전심의 위헌 판정을 뒤집은 이 사태를 1·31 쿠데타라고 불러도 모자람이 없다.
서울중앙지법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아들 지만씨가 영화 <그때 그 사람들>의 제작사를 상대로 낸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일부 받아들여 다큐멘터리 세 장면을 삭제하지 않으면 상영할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렸다. 3분50초가량의 다큐멘터리가 없어지고 검은 무지화면과 침묵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사실상 법원이 제작한 것이나 다름없는 이 3분50초는 존 케이지가 1952년에 만든 <4분33초>를 넘어서는 파장을 일으켰다. 아무나 어떤 악기를 써서 연주해도 되는 4분33초간의 침묵의 음악과 법원이 만든 ‘3분50초’는 퍽 많이 닮았다. 존 케이지의 <4분33초>가 선입견을 깨뜨리며
<그때 그 사람들> 후폭풍 [1] - 법원의 삭제 결정에 던지는 궁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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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에버트
1 밀리언 달러 베이비(클린트 이스트우드)
2 킬 빌2(쿠엔틴 타란티노)
3 베라 드레이크(마이크 리)
4 스파이더 맨2(샘 레이미)
5 무라드(우스만 셈벤)
6 에비에이터(마틴 스코시즈)
7 바다스!(마리오 반 피블스)
8 사이드웨이(알렉산더 페인)
9 호텔 르완다(테리 조지)
10 언더토우(데이비드 고든 그린)
케네스 튜란
1 사이드웨이(알렉산더 페인)
2 인크레더블(브래드 버드)
3 밀리언 달러 베이비(클린트 이스트우드)
4 이터널 선샤인(미셸 공드리)
5 5개의 장애물(라스 폰 트리에)
6 프리머(셰인 카루트) 타네이션(조너선 코예트)
7 베라 드레이크(마이크 리)
8 화씨 9/11(마이클 무어)
9 만추리안 캔디데이트(조너선 드미)
10 귀향(안드레이 즈비야진체프) 굿바이 레닌(울프강 베커)
피터 트래버스
1 사이드웨이(알렉산더 페인)
2 이터널 선샤인(미셸 공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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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 Final Cut [3] - 평론가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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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우드는 지금 최고의 전성기”
<뉴욕타임스>의 베스트 10
“할리우드의 가장 고색창연한 레퍼토리인 싸움 영화를 만들면서, 클리셰를 가져오고 우려먹는 대신, 인간의 깊은 감정과 열망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보여준다.”(A. O. 스콧) “삶과 죽음, 그리고 그 사이의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존 포드와 하워드 혹스의 영화처럼 쉽고 편안하면서, 존 콜트레인의 영화처럼 깊은 울림이 있다.” (마놀라 다지스) “이스트우드는 지금 최고의 전성기를 보내고 있다.”(스티븐 홀든) <뉴욕타임스>는 2004년 선보인 영화 중에서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최고의 영화’로 꼽았다. A. O. 스콧과 마놀라 다지스는 <밀리언 달러 베이비>를 첫손에 꼽았고, 또 다른 평론가 스티븐 홀든도 6위에 올렸다.
스티븐 홀든이 1위로 꼽은 영화는, 뜻밖에도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나쁜 교육>이다. 미국 인디계의 중진과 노장들의 활약
2004 Final Cut [2] - 세계의 영화지들이 뽑은 2004년 베스트 10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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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음력 설을 맞은 한국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고 일본의 대표 영화지에서는 얼마 전 2004년 결산을 내놓았거나, 심지어 지금도 작업 중이다. 이들을 재촉해 2004년의 결산 보고서를 받아들었다. 나라별로, 매체별로 어떤 작품들을 2004년 최고의 영화로 꼽았는지 비교해보는 재미는 솔솔하다. 우리가 보았거나, 놓쳤거나, 기다리고 있거나, 듣도 보도 못했던 영화들이 그들 성적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미국의 <필름 코멘트> <빌리지 보이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 <타임> <뉴욕타임스>, 영국의 <가디언>, 프랑스의 <카이에 뒤 시네마>, 일본의 <키네마준보>가 선정한 2004년의 영화들은 매체와 개인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면서도, 미국 인디계의 중진과 거장들의 활약,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영화의 선전, 다큐멘터리의 르네상스 등 2004년 세계 영화
2004 Final Cut [1] - 세계의 영화지들이 뽑은 2004년 베스트 10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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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어디에도 가지 못하는 (혹은 원치 않는) 우디
다름 아닌 앨런이 언급한 화장실 유머의 기념비 <아메리칸 파이>로 스타가 된 제이슨 빅스와 인디영화의 요정 크리스티나 리치를 뉴욕의 20대 커플로 캐스팅한 <애니씽 엘스>는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그의 영화로서는 드물게 청춘로맨틱코미디의 외양을 띤 이 영화에서 우디 앨런이 택한 방식은 고집스럽다. 제이슨 빅스의 제리는 <브로드웨이를 쏴라>의 존 쿠색처럼 우디 앨런의 젊은 분신이며, 크리스티나 리치의 아만다는 21세기 버전의 애니홀이다. 두 사람과 친구들은 요즘 세대답지 않게 <맨해튼>에서 걸어나온 것처럼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입에 올리고 콜 포터와 빌리 홀리데이를 찬탄한다. 우디 앨런은 젊은 코미디 작가 제리에게 삶의 지혜를 가르치는 소심하지만 욱 하는 성질이 있는 60살의 겸업 작가 도벨이다. 영혼과 육신의 분리라고나 할까? 섹스와 인간관계의 번민
우디 앨런의 현주소 [2] - 근작 5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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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수입 소식이 뜸했던 우디 앨런의 영화가 웬일인지 올해는 세편이나 한국 관객과 만날 채비를 하고 있다. 2월4일 개봉하는 <애니씽 엘스>는 그 첫 작품. 수입사들이 계획대로 개봉을 성사시킨다면 2002년작 <할리우드 엔딩>과 오븐에서 갓 꺼낸 신작 <멜린다, 멜린다>도 연내에 스크린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찰리 채플린과 버스터 키튼, 막스 형제의 예에서 보듯 스스로를 연출하는 위대한 코미디언이 위대한 말년을 구가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35편의 영화를 만든 일흔살의 우디 앨런 역시 이제 웃어넘길 수 없는 문제다. 노장의 근작들과 오래간만에 조우하려니 문득 궁금해진다. 온갖 변화의 와중에 우디 앨런씨는 안녕하신가? 그의 현주소를 점검해본다.
우디 앨런 필모그래피 since 1995
1995 <마이티 아프로디테>(Mighty Aphrodite)
1996 <에브리원 세즈 아이 러브 유>(Ever
우디 앨런의 현주소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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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습을 깨는 액션을 보여줄 기회다”
무술 _ 허명행
단련된 전문가가 펼치는 무술스턴트가 깡이나 악으로만 될 리 없다. 류승완 감독의 일련의 초기작이 사람들에게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독립영화에서는 차에 부딪히는 장면을 빼고 액션영화를 포기할 수는 없는 일. 그럴 때면 달려가야 할 곳이 한국무술스턴트의 요람인 서울액션스쿨이다. 무술스턴트 7년차 허명행(26)씨는 국가대표 무술감독 정두홍의 애제자이다. 눈썰미가 있는 사람이라면 김성수 감독의 인터넷 단편 <빽>, <올드보이>의 장도리신, <아라한 장풍대작전>의 고깃집신에서 짧은 머리, 동그란 눈의 그를 발견할 수 있다. “툭하면 건달 역으로 출연”해달라는 친구들의 제안으로 인연을 맺은 독립영화는 그에게 “상업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아이디어의 실험장”으로 자리매김했다.
* 어떻게 독립영화를 하게 됐나?
다른 파트와는 달리 무술은 “독립영화에
독립영화 찍는 충무로맨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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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영화는 한국영화의 밑거름이다”
조명 _ 이주생
이주생(44)씨가 영화 일을 시작한 것이 1979년의 일. 현재 조명감독협회 이사장인 그는, 스크린쿼터부터 스탭처우 개선까지 영화계의 크고 작은 현안을 두루 꿰고 있는 충무로의 큰어른이다. 후덕한 교장선생님처럼 점잖은 분위기가 인상적인 그는, 영화계가 너무 오랫동안 스크린쿼터에 매달린 탓에 장비 국산화, 배급 독점, 영화인 재교육 등의 중요한 사안들을 간과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한다. 이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것이 독립영화의 배급 시스템. 사전제작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단 한개의 독립영화 전용관이라는 그의 의견은, 애정을 기울여 완성한 영화들이 관객과 만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 어떻게 독립영화를 하게 됐나?
이주생씨가 조명감독으로 참여한 첫 번째 독립영화는 영화아카데미 2기 출신 박재호 감독의 <내일로 흐르는 강>(1996). <자유부인 1990>으로 박 감
독립영화 찍는 충무로맨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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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독립영화는 학생영화 혹은 습작영화와 같은 말이었다. 그러나 이제 영화과 졸업작품보다 그렇지 않은 독립영화가 더 많아졌다. 지난해 만들어진 독립장편극영화는 10여편에 달한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바로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도 좋을 정도의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들이다. 독립(단편)영화를 상업영화로 진출하기 위한 발판으로 삼았던 예전과 달리 나름의 판단으로 독립영화의 작업방식을 택하고 있는 감독들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독립영화의 이러한 성장은, 별다른 대가없이 전문적 기술을 빌려준 친구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고집과 끈기, 신념 하나로 무장한 독립영화인들에게 때로는 부담없이 작업을 함께하는 동료였고, 때로는 절실한 도움을 주는 선배였던 소중한 충무로 상업영화 무대의 친구들을 소개한다. 그중 일부는 ‘친구’라는 표현이 무색할 정도. 흥미로운 것은, 이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무슨 엄청난 희생정신으로 그 시간을 함께한 것이 아니었다”고 말한다는 사실.
독립영화 찍는 충무로맨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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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긴 설연휴 식구들과 보내는 시간도 많으시죠? 하지만 해마다 재탕 범벅인 TV프로그램 보는 것도 지겹고, 너무나 많은 걸 아는 처지에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것도 머쓱하고. 그렇다면 이번 연휴에는 가족과 게임을 즐겨보세요. 아빠에게 대전 신청도 해보시고, 엄마와 자동차 경주도 해보고. 친구들과 노는 것과는 다른 따뜻하고 편한 재미가 있습니다.
괴혼~ 굴려라! 왕자님 / 塊魂
이상한 별나라의 이상한 왕자님은 아바마마의 명에 따라 사라진 별들을 되살리기 위해 덩어리를 만들어야 한다. 어찌된 영문인지는 몰라도 그 덩어리의 재료는 모두 지구에 있다나. ‘로맨틱 접착 액션’이라는 설명이 붙은 이 게임의 진행방식은 무척이나 단순하다. 플레이어는 모든 것을 붙일 수 있는 공을 굴려 덩어리를 만들기만 하면 된다. 덩어리를 키울 수 있는 재료는 작은 압정에서부터 지우개, 연필, 주전자, TV 등 생활도구는 물론 길가는 여고생, 운동하는 옆집 아저씨도 예외가 될 수 없다. 대신에 단숨에
<씨네21> 설 특별 프로그램 [6] -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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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9년 소개된 <캔디캔디>와 그 애니메이션의 열풍에 힘입어 한국 순정만화의 독자층과 그 시장이 형성되었다는 것은 일종의 상식이다. 그리고 뒤이어 <베르사이유의 장미> <유리가면> 등의 해적판이 소녀들의 손아귀에서 진동하고 있었다. 맛을 본 소녀들은 더 많이 읽기를 원했고, 그 틈을 타고 해적판 및 일본소녀만화의 번안물이 그녀들의 손에 쥐어졌다. 80년대 ‘순정만화’는 한국에서 여성들이 최초로 전유한 자신들만의 욕망을 위한 매체이자 장르, 혹은 욕망의 구조물이 되었다. 20년이 지난 지금 한국 순정만화는 어디쯤 있을까?
(Caution: 여기에서 제공하는 순정만화의 다이제스트는 몇몇 대형 히트작들을 완전 무시하는 등 편향된 시각과 무례한 요약, 일방적인 오독으로 가득 차 있음)
80년대 - 최초의 순정세대, 그리고 최초의 ‘여성’ 세대
80년대 중반, ‘온전한 자신의 창작 이야기’로 데뷔한 일련의 작가들에 의해 창작순정물의 시대가
<씨네21> 설 특별 프로그램 [5] - 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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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사무라이> 七人の侍
1954년 / 구로사와 아키라 / 206분 / 1.33:1 풀스크린 / DD 1.0 일본어 / 출시번호 2
DVD 출시 초기였던 97년만 해도 이 새로운 매체를 구입해야 하는지 머뭇거렸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레이저 디스크 시절부터 명가였던 크라테리언이 <위대한 환상>과 <7인의 사무라이>를 99년 출시하자 그제야 많은 이들이 DVD 소장을 시작했다. <7인의 사무라이>의 경우 크라테리언 레이저 디스크가 절판되어 고가에도 구할 방법이 묘연했는데 그보다 나은 퀄리티로 저렴하게 DVD가 나왔으니 유혹을 견디기 힘들었던 것이다. DVD는 지역코드 All 및 복원과정이 담긴 초판이 애초 발매되었으나 일본쪽과의 라이선스 문제로 절판되어 현재는 희귀본이 되었다. 이후 출시된 재판은 지역코드가 1번으로 변경되었고 복원과정이 삭제되어 출시되었다. 88년 LD 출시를 위하여 녹음된 일본 영화학자 마이클 잭의 코멘터리가 D
<씨네21> 설 특별 프로그램 [4] - DVD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