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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동계급 출신, 일하지 않으면 안 됐다”
브리타니 머피 인터뷰
프랭크 밀러가 자신의 원작만화에서 가장 사랑하는 캐릭터는 웨이트리스 셸리다. 그녀는 베이신 시티의 다른 어떤 여자들보다 밝고 건강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8마일>로 깊은 인상을 남긴 바 있는 브리타니 머피(28)는 셸리보다 몇배 더 밝고 활기찬 여배우였다. 머피는 크게 웃고, 과장된 표현을 쓰고, 목소리 톤을 쉴새없이 높였다 낮췄다 하며 평범한 질문 하나를 던져도 마치 그런 질문은 처음 들어본다는 듯 열성적으로 대답했다.
-레드 카펫을 밟은 소감을 말해달라.
=이런 큰 영화제에 온 것이 난생처음이다. 내가 아주 큰 특권을 가진 것에 감사한다. 칸에 왔다는 것 자체도 영광스럽지만, 레드 카펫을 밟고 걸어가는 것은 정말 굉장한 경험이다. 이곳은 초청을 받아야만 올 수 있다. 여기 온 사람들은 모두 초청받은 것 자체를 자랑스러워하는데, 나도 그 일부가 된 것 아닌가. 전 지구적인 관점에서 정말
<씬 시티> 미리 보기 [5] - 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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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은 것? 오스카 감독상에 못 오르게 된 정도다”
<씬 시티> 공동감독 프랭크 밀러, 로버트 로드리게즈
프랭크 밀러(48)는 할리우드에 대해 가슴 아픈 기억을 몇개 갖고 있다. 결정적인 건 <로보캅2>다. 밀러는 <로보캅2>의 오리지널 스토리와 스크립트를 쓰는 동안 코믹북 작가의 크리에이티브를 억누르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제약 많은 제작 시스템에 혀를 내둘렀다. 그뒤로 밀러는 할리우드 근처에 점심 먹으러도 온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 그를 로드리게즈는 <씬 시티> 영화화로 설득하고 공동감독 자리에까지 앉혔다. 로드리게즈는, “누구에게도 구속받지 않을 것이며, 당신의 원작을 완벽히 재현할 것”이라고 몇번을 다짐했다고 한다. 코믹북을 영화로 끌어들인 것이 아니라 영화가 코믹북으로 변해버린 <씬 시티>를 들고 칸에 온 두 감독은 오래된 친구처럼 거리감이 없어 보였다. 외향적인 로드리게즈와 달리 밀러는 인터뷰 초반 기자들과 눈도
<씬 시티> 미리 보기 [4] - 감독·배우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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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씬 시티>는 범죄영화 버전의 <스타워즈>”라는 프랭크 밀러의 말처럼, <씬 시티>는 디지털로 창조된 신천지이며 블루 프린트의 마법이다. 특수효과 슈퍼바이저 역할까지 떠맡은 로버트 로드리게즈는 밀러의 책으로부터 뜯어낸 이미지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는 것을 원했다. “원작이 지닌 경천동지의 비주얼을 온전하게 보존하는 것이 첫 번째 목표”였기 때문이다. 프랭크 밀러가 그려놓은 이미지 속의 조명과 비주얼을 디지털의 도움없이 창조하는 것은 완벽하게 불가능한 미션이었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모든 장면을 그린 스크린 앞에서 촬영해 디지털 배경과 합성하는 작업이 필요했다.
촬영기간 단 2주, 밀러의 원작과 합성
사실, 영화 전체를 그린 스크린에서 찍어서 디지털 배경과 합성하는 방식은 2004년작 <월드 오브 투모로우>에서 약관의 케리 콘랜이 먼저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씬 시티>는 그보다 더 까다로운 작업을 요하는 프로젝트
<씬 시티> 미리 보기 [3] - 디지털 후반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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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밀러, 그래픽 노블 <씬 시티> 창조
1988년, <데어데블>로 명성을 날리고 있었던 만화가 프랭크 밀러는 배트맨의 어린 시절을 재구성한 그래픽 노블 <배트맨-영년>을 내놓았다. 배트맨은 더이상 영웅이 아니었고, 선과 악의 경계에서 구원을 찾아 헤매는 영혼이었다. 그로부터 1년 뒤에야 팀 버튼의 극장판 <배트맨>(1989)이 등장했다. 팀 버튼의 작품이 프랭크 밀러의 새로운 해석에 빚지고 있다고 주장한 미국 만화광들의 이야기도 일리가 있어 보였다. 어쨌든 때는 왔다. 돈과 명성을 얻은 프랭크 밀러는 어릴 적부터 꿈꾸어왔던 이야기를 그래픽 노블로 탄생시키기에 적절한 시절이 왔음을 깨달았다. “마침내 내가 그리고 싶은 것을 그릴 수 있는 명성과 자유를 얻었을 때, 나는 14살의 나이에 처음으로 상상했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었다. 트렌치코트를 입은 거친 남자들과 빠른 차를 탄 화끈한 여자들의 세계로.” 1991년에 출간된 <씬
<씬 시티> 미리 보기 [2] - 코믹북에서 영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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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펄프 문화의 최전선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은 프랭크 밀러의 코믹북 <씬 시티>의 영화화를 공식 발표하면서 자신이 원작만화와 작가의 오랜 팬임을 자처했다. 꼭 그렇게 공언하지 않더라도 로드리게즈의 <씬 시티> 영화화는 이상할 것이 없다. 로드리게즈는 미국의 펄프 문화를 즐겨왔고 그 자신이 같은 분야의 생산자임을 즐기는 감독이다. 온갖 장르의 싸구려 혼합물 <황혼에서 새벽까지>, 조악한 CG의 황당한 가족오락물 <스파이 키드>, 서부극 장르를 뻔뻔하고 유치하게 베낀 ‘엘 마리아치’ 신화담 <엘 마리아치>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멕시코> 등 그의 영화들은 단순명쾌한 오락물들이다.
<씬 시티>도 감독이 저 하고 싶은 대로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위의 영화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원작의 비주얼을 먹지대고 베껴내듯 은막 위에 옮겨보겠다는 결심이 로드리게즈를 다소 신중하고 진지하게 만든 듯하다. 조악
<씬 시티> 미리 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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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오직 영화만 한다
CG맨들이 으레 그렇듯이 강종익 또한 미대 출신이다. 홍익대 광고디자인학과 89학번인 그는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만 하더라도 미술은 그저 취미로만 생각했다”. 미술 선생님으로부터 “미대에 진학하는 게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고서야 그는 자신의 ‘재능’을 깨달았다. 돌이켜보면, 남다른 손재주는 순전히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초등학교 때에도 그는 방학숙제로 언덕의 경사도를 재는 각도기나 사제총을 만들어갔다. 그런 아들을 아버지는 항상 끼고 살았다. “집에 가면 아버지 군 시절 앨범이 있는데 그 안에 직접 그렸다는 그림들을 보면 재능을 물려받은 것 같긴 하다. 하여튼 어렸을 적에 놀러가고 싶어도 아버지는 나를 붙잡고 보일러 수리든 도배든 보조일을 시켰다.”
그래서인가. 미대에 진학하기로 했지만 그는 순수예술에 대한 동경이 별로 없었다. “회화보다 좀더 많은 사람에게 보이고, 나누는 디자인이 좋았다.” 그가 영화 CG 작업에 빠져들어 멈추지 않았던
인사이트 비주얼, 강종익 [2] - 빅 프로젝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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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디지털 필름 스튜디오
“Be The Real.” 인사이트 비주얼의 모토다. 이들은 가짜를 진짜처럼, 이미지를 실제처럼 만들어야 한다. 물론 처음부터 펼쳐놓은 블루 스크린이 마술융단이고, 똑딱이는 마우스가 요술지팡이였던 건 아니다. 한국영화 CG에 투신한 지 10년. 인사이트 비주얼 강종익 대표는 한국영화 CG 역사와 함께한 인물이다. 그가 애써 이룬 고통스런 진화의 과정은 한국영화 CG의 한계를 확인하는 지점이기도 할 것이다. 그가 어떻게 지난 10년을 한국영화 CG에 쏟아부었는지,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어떤 노력을 더했는지 그의 말을 들었다. 여기에 하반기 최대 기대작인 윤종찬 감독의 <청연>과 곽경택 감독의 <태풍>의 CG 작업에 관한 덧말을 붙였다.
2003년 초. 윤종찬 감독은 <청연>의 CG 파트너를 구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800컷 이상이 CG가 필요한데다 10억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라 스케줄
인사이트 비주얼, 강종익 [1] - CG 10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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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영화의 권태를 돌파하다
세드릭 칸은 별안간 나타난 프랑스의 젊은 감독이다. 영화학교 출신도 아니고, 프랑스영화의 지적 전통 안에 서 있지도 않다. 그러나 그의 영화는 정체하고 있는 프랑스영화에서 삐죽 솟은 희망이다. 그의 세 번째 장편영화 <권태>(1998)가 뒤늦게 한국에서 개봉하는 것을 계기로 <씨네21>은 공식적으로는 처음 만나는 미지의 감독에게 질문을 묶어 보냈고, 그는 서면으로 답변을 보내왔다. 그 답변들을 중심으로, 덧붙여 이전의 인터뷰들을 참조하면서 ‘세드릭 칸에 대해’ 소개하려고 한다.
기존의 대가들만으로 힘겹게 명맥을 유지해가는 프랑스영화의 위기 속에서 세드릭 칸의 출현은 신선했다. 대개 유명 영화학교 출신의 젊은 감독들이 겉멋과 치기의 수렁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때문에 그의 자리는 더 빛이 났다. 그는 동세대의 다른 프랑스 감독들이 주로 거치는 정식 교육과정을 밟아 영화를 공부한 인물이 아니다. 20대 초입부터 이미 각본과
<권태>의 세드릭 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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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섬
자신이 연출했던 TV시리즈 <차이나 스미스>의 캐릭터를 약간 변형해 만든 누아르영화. 11일 동안 촬영한 초저예산영화지만 팽팽한 구성이 돋보인다. 사립탐정 마이크 캘러헌은 옛 연인 프레네시로부터 남편 줄리언을 범죄 집단에서 구해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줄리언은 세계적인 물리학자를 납치하는 범죄에 참여하고 있었던 것. 레즈비언을 암시하는 장면은 알드리치다운 면모. 영화 초반부, 프레네시는 나이트클럽에서 남성의 옷을 입고 등장한다. 프레네시가 사람들 앞에서 여성에게 키스하는 장면은 프로듀서가 적극 만류했다고 한다.
아파치
알드리치의 출세작. 최후의 아파치 전사 마사이에 관한 이야기다. 전설적인 족장 제로니모가 백인들한테 항복한 뒤 플로리다로 이송되던 마사이는 열차 안에서 탈출한 다음 체로키 인디언이 백인들과 함께 생활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는 옥수수 씨앗을 받아 살던 곳으로 돌아오지만, 아파치족의 기개있는 삶은 사라진 지 오래다. 인디언을 완전한 주체로 세웠다는
로버트 알드리치 회고전 [2] - 상영작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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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를 사랑한 남자, 장르를 파괴한 남자
장르의 컨벤션이라는 우상과 보수적인 가치를 파괴하길 서슴지 않았던 로버트 알드리치 감독의 회고전이 6월18일부터 28일까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꽉 짜여진 장르영화의 틀로 영화를 익힌 뒤 훗날 이를 비틀고 전복했던 그는 미국 평단에서는 크게 인정받지 못했지만, 프랑스에서는 장르 전복, 자유로운 스타일, 풀어진 캐릭터 등으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필름 누아르의 걸작 <키스 미 데들리>를 비롯해 <베라 크루즈> <어택> <지옥까지 10초> <베이비 제인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가> <조지 수녀의 살해> <그리솜 갱단> 등 그의 대표작 13편이 소개되는 이번 행사에서는 알드리치 감독의 열렬한 팬인 박찬욱, 오승욱 감독이 참여하는 심포지엄도 열릴 예정이다. 로버트 알드리치의 영화세계와 상영작 소개를 덧붙인다.
“로버트 알드리치의 예술적 기질에는 뭔가 있다. 그것
로버트 알드리치 회고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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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찍고 때로 연애하니 어찌 기쁘지 아니한가
“난 주연을 맡은 남녀 배우에게 반드시 하룻밤을 같이 보내라고 한다. 화학작용은 그만큼 중요하다”라고, 블록버스터 전문인 어느 할리우드 감독은 말했다. 하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알아서들 짜릿하게 눈 맞아 뜨거운 사랑으로 촬영장을 불태운 커플들이 있으니, 바로 이들. 일도 하고 연애도 하고, 참 얄밉고도 부럽지 않은가.
브래드 피트 & 안젤리나 졸리
from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 (2005)
애정지수 ★★★★
그렇다, 사랑은 봄날 가버리듯 변하고 성실한 사랑은 보답받지 못한다. 제니퍼 애니스턴과 함께 할리우드 최고의 잉꼬커플로 자리매김했던 그 남자, 영화에서 수없이 여배우들과 러브신을 연출해도 우리가 그는 괜찮을 것이라 믿고 또 믿었던 그 젠틀하고 핸섬한 남자 브래드 피트도 어쩔 수 없었다. 썰면 세 접시 나올 것 같은 입술과 보기만 해도 숨막혀 죽을 듯 풍만한 보디라인을 소유한 안젤리나 졸리
영화 찍다 탄생한 커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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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역시 리듬이다”
-데뷔 때부터 염두에 두었던 사극 장르를 드디어 일곱 번째 영화로 만들었다. 그 기분이 궁금하다.
=담담하다? 이런 표현은 맞지 않는 것 같고. 시작했고, 찍었고. 그렇게 끝나가는 것 같다. 그냥 일상 같다.
-아쉬움 같은 건 없나.
=오랜만에 현장에 왔기 때문에 스탭들도 많이 바뀌었고, 상황도 많이 바뀌었다. 시간에 맞춰야 하고, 제작 측면에서도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고. 전에는 늦어지면 기다렸고, 또 기다리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시대가 바뀐 거다. 조금 안달복달했다고 할까? 그런 것들은 조금 아쉽다. 하지만, 한마디로 말하긴 힘들다. 이제는 확실히 영화란 무엇인가보다는 영화를 만든다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화두로 옮겨온 것 같다.
-프로모션용 클립을 보고 스탭과 배우들이 좋아했다고 하던데.
=자신들이 작업한 것이 이런 그림으로 이렇게 완성되는구나, 하는 걸 보고 좋아했던 것 같다.
-<형사&
<형사 Duelist> 제작현장 [3] - 이명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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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 - 액션영화? 아니 영화액션!
정체불명의 빨래들이 가득한 옥상 위에서 추격전을 벌이던 형사와 용의자가 육탄전에 접어들고, 서로의 팔을 잡고 힘겨루기를 하는 이들의 모습이 일순 달밤에 탱고를 즐기는 연인의 모습과 겹치는 장면을 기억하는가. <인정사정…>의 모든 액션 시퀀스 중 어느 것 하나 예상가능한 것은 없었다. 고속촬영과 저속촬영은 물론이고, 다양한 색감과 기법을 최대한 활용하여 자신이 파악한 영화적인 액션을 스크린에 옮겼던 이명세 감독은 촬영에 들어가기 전, 강동원에게 무용을 배우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강동원과 하지원이 중요한 대결장면에서 진짜 탱고를 췄다는 소문이 들린다.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이들이 대결장면에서 탱고에 버금갈 만큼 화려하고 야릇한 동작을 선보이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이명세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강조하는 것은 “액션영화가 아닌, 영화액션”. 사실적인 것도 아니고, 그럴듯해보이거나, 단순히 멋져보이는 액
<형사 Duelist> 제작현장 [2] -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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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듯, 눈 내리듯, 이명세의 영화가 온다
2004년 11월 마지막 날 이명세 감독이 오랜 공백을 깨고 드디어(!) <형사 Duelist>의 촬영을 시작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씨네21>은 그 촬영현장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지켜보려 애를 썼지만, 오랜만에 메가폰을 잡아 까다로운 액션을 연출하느라 여념이 없는 감독의 작업 현장에 초대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형사 Duelist>가 5월27일 오후. 모든 매체를 대상으로 하는 촬영현장공개 일정을 알려왔다. 공개시간은 단 2시간. 애타게 기다렸던 이명세 감독의 현장을 그렇게 스치듯 관망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씨네21>은 주저하는 제작진을 설득하여 현장공개를 전후로 조금 더 머물러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 결과 5월27일부터 29일까지, 조용하고 차분하게 마지막 촬영에 여념이 없는 촬영현장을 방문했고, 공식현장공개 일정 중에 프로모션용 클립을 감상했다. &
<형사 Duelist> 제작현장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