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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시간이 넘는 긴 러닝타임에 입이 딱 벌어지는 인도영화도, 눈 뜨고는 볼 수 없는 끔찍한 사지절단 호러영화도, 코흘리개들의 전유물이라고 치부되기 일쑤인 만화영화도 일단 한번 매력을 느낀 이들에겐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삶의 활력소이고 해방구가 된다. 극장에서 개봉영화를 관람하고, 인터넷에서 동영상을 다운받고, DVD로 희귀영화를 소장하는 것으로는 2% 부족함을 느낀다고 말하는 이들이 한 군데 모였다. 스크린 속 주인공들과 호흡하기 위해 함께 모여 영화를 감상하고, 영화 속 춤과 노래를 따라하고, 주인공들의 겉모습까지 재현하는 사람들. 영화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영화를 통해 삶을 바꾼 이들은, 시종일관 미소를 잃지 않았다. 무언가를 진심으로 즐기는 이들에게 일상의 지루함은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었다. 인도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호러타임즈, 애니세대 코스프레팀의, 조금은 낯설고 특이해 보이는 영화 향유법을 소개한다.
영화는 춤추고, 관객은 따라하고∼
춤추며 영화 보
특이한 영상동호회의 세계 [1] - 인도영화 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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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 찐 게 낫다고? 너무하지 않나?”
김선아는 씩씩했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제주도 촬영현장에서 만난 그의 눈에는 졸음이 가득했고, 얼굴엔 과로의 증표인 뾰루지의 흔적이 있었지만, 카메라 앞에만 서면 넘치는 에너지를 주체하지 못하겠다는 듯 천연덕스러운 코믹 연기와 애드리브로 스탭들을 웃기곤 했다. 김윤철 PD는 자신의 웃음소리 때문에 NG가 나기도 여러 번이어서, 큐사인만 주고 나가달라는 김선아의 애교스런 투정을 받았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도회적이고 섹시한 이미지로 어필했던 남성 화장품 CF 이후 김선아는 급격한 커브길을 돌아왔다. <몽정기> <해피 에로 크리스마스> <위대한 유산> <S다이어리>에서 소심하고 로맨틱한 대한민국 ‘평균’ 여성을 체현해온 김선아는 4년 만의 TV 출연작인 <내 이름은 김삼순>에서 그간 선보였던 ‘삼순이스러운’ 연기의 최대치를 보여주고 있다. 미모를 망가뜨리는 모험과 비슷한 연기의
‘삼순이’ 캐릭터 전성시대 [5] - 김선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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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식이, 너도 딴 여자랑 눈 마주치지 마”
“나 너무 비참하다. 그래, 둘이서 알콩달콩 로맨스를 만들어가셔.” 제주 파라다이스호텔 로비에 김선아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스탭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진다. 가업인 호텔 오픈 행사에 가짜 여자친구 삼순(김선아)을 대동하고 내려온 진헌(현빈)이 호텔 로비에서 옛사랑 희진(정려원)과 그의 친구 헨리(대니얼 헤니)와 마주치는 장면을 촬영하는 중이다. 삼순은 옛사랑의 등장에 마음이 흔들리는 진헌이 야속하기만 하다. 희진이 달려와 진헌의 팔을 잡아 끌자, 삼순은 이에 질세라 진헌의 또 다른 팔을 잡아 끈다. “너도 딴 여자랑 눈 마주치지 마. 나한테만 귀기울여.” 리허설을 하던 김선아는 현빈이 자기를 너무 째려본다고 PD에게 이르질 않나, 정려원과의 신경전에서 자긴 빠지겠다고 투덜대질 않나, 진헌과 희진 사이에 어색하게 가로놓인 삼순의 처지가 자신의 일인 양 서러운 눈치다. 신세 한탄의 주어가 ‘삼순이’가 아니라 ‘나’인 것을 보면
‘삼순이’ 캐릭터 전성시대 [4] - <…김삼순> 제주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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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순이 덕에 ‘음메~, 기 살어’
아는 건 <웃음을 찾는 사람들>의 삼식이밖에 없다. 삼순이에 대해 뭘 써야 하나 고민한다. 이래저래 머리를 굴려본다. 떠오르는 게 별로 없다. 기껏 한다는 생각이 그래도 24부가 아니라 아직까지 4부밖에 안 한 게 얼마나 다행이냐는 위안 아닌 위안이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작정하고 <내 이름은 김삼순>을 주말 동안 몰아 본다.
먼저 약간의 진부함으로 여겨지는 것들. 주인공 김삼순(김선아)과 그의 적수이자 (아직까지는 가짜) 연인인 현진헌(현빈), 그리고 그의 옛사랑 유희진(정려원), 삼순의 옛사랑 민현우(이규한), 현우의 현재 애인 장채리(이윤미), 뒤에 유희진의 또 다른 파트너로 등장할 헨리 킴(대니얼 헤니)까지 그들의 관계 구성이 그다지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리고 척척 장단을 맞추며 서로 막가고 있는 김삼순과 현진헌의 관계가 재미있기는 해도, 그 한쪽 현진헌의 캐릭터는 솔직히 어디선가 많이 본 것의 변형인 듯
‘삼순이’ 캐릭터 전성시대 [3] - <…김삼순> 인기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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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가 아닌 일상의 판타지
<싱글즈>의 노혜영 작가는 “나난(장진영)은 내 모습에 가깝지만 동미(엄정화)는 우리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들을 해내는 캐릭터”라고 말하면서도 영화가 개봉하고 난 뒤의 에피소드를 덧붙였다. “일을 하고 싶어서 고민하던 후배가 <싱글즈>를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고 전화를 했다. 스물아홉이니까 결혼해야 한다는 주위 사람들에게 떠밀렸던 친구도 결혼을 미루기로 했다고 하더라. 괜히 민폐만 끼친 게 아닌지 모르겠다.” (웃음) 누구나 동미처럼 창업을 하고 미혼모가 되는 길을 감당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동미는 어느 정도 판타지다. 그러나 그 판타지는 백마 탄 왕자님이나 완벽한 솔메이트를 기다리는 동화가 아니다. 하고 싶고, 누군가는 할 수도 있는, 일상의 판타지인 것이다.
대부분의 드라마와 영화는 <싱글즈>와는 달리 작위적이긴 하다.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이신영(명세빈)은 치과 의사와 항문외과 의사, 병원장 아들
‘삼순이’ 캐릭터 전성시대 [2] - 김석윤 PD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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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계들은 가라! 삼순이가 간다!
케이크를 좋아하는 토실한 여인 한명이 2주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없는 저명인사가 되었다. 극히 일부는 농담인 줄로 알았다는 그녀의 이름은 김삼순, 나이는 서른, 홈페이지에 의하면 엽기발랄한 노처녀 뚱녀다. 초반부터 호조를 기록한 시청률을 감안하지 않더라도 <내 이름은 김삼순>은 몇년 전이었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캐릭터와 설정으로 눈길을 끄는 드라마다. 누가 그녀를 세상에 내놓았을까? 그러나 생각해보면 우리에게도 브리짓 존스는 있었다. <올드미스 다이어리> <결혼하고 싶은 여자> <싱글즈>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혼자 벌어 먹고살고, 나이가 많고, 가끔은 발을 헛디뎌 울기도 하는 노처녀들. 누가 ‘노처…’까지만 발음해도 파르르 떨던 삼십대 초반 여인들을 “그래, 우리 노처녀잖아, 그래도!”라고 떳떳하게 나설 수 있도록 해준 좋은 친구들이다. 소수의 은밀한 공감을 얻다가 전국으로 지
‘삼순이’ 캐릭터 전성시대 [1] - 드라마 속 캐릭터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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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번의 구타
쫓아라, 때려라, 웃어라
독립영화진영의 액션영화를 발견하는 텃밭인 4만번의 구타 부문은 출품작 수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어느 영화제에도 없는 섹션이다. 올해 컨셉은 코믹과 반전. 시리즈물로 작년에 이어 출품된 독특한 액션극 <어느날2>, 황당한 인질극 <내 남편을 구해라>, 중국집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소동극 <살인자들>은 액션과 스릴러라는 바탕 위에 유머를 양념처럼 첨가한 영화들. 엽기적인 치정극인 <목구멍 깊숙이>와 연출자가 ‘가정탈주극’이라 명명한 <결혼기념일>은 마지막 반전에 승부를 거는 작품들이다.
미치도록 잡고 싶었다
<패스오버>/ 안상훈/ 22분/ 2005년
강진안은 108일 전만 해도 형사였다. 연쇄살인범을 쫓던 그는 상부의 지시를 어기고 단독수사를 하다가 옷을 벗는다. 교회 창고에서 이제까지의 자료를 움켜쥐고 범인을 쫓는 진안. 범인은 피해자들의 살을 벗겨내고 해골로 남겨놓은
미쟝센단편영화제 [5] - 액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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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극지왕
코미디의 왕을 가려라
올해 코미디의 왕은 누가 될 것인가? 엎치락 뒤치락 돌발 상황으로 이어나가는 코미디에서 단번에 잘 짜여진 한방을 터뜨리는 코미디까지 10편의 작품들이 있다. <정말 큰 내 마이크> <서울 블루스> <Break Time> <하얀 풍선>처럼 조금만 더 기울면 비정성시 부문에 출품될 만한 무거운 주제를 코미디의 방식으로 소화한 영화들도 있다. 극영화들이 서로 비슷한 수위에서 경쟁하고 있는 반면, <양성평등> <멍크>가 보여준 애니메이션의 재치가 돋보인다.
웃고 있어도 눈물이 난다
<정말 큰 내 마이크>/ 우선호/ 22분40초/ 2005년
기죽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제대로 내며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더욱이 가진 것 없는 사람이 그렇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얼까? <정말 큰 내 마이크>의 주인공 만수는 당당하게 큰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는 큰 스피커가 아
미쟝센단편영화제 [4] -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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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악몽
발칙한 공포 혹은 무서운 상상력
실감나는 공포, 일상에 숨어 있는 판타지를 재현해야 하는 이 장르만큼 시각이미지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장르는 없을 것이다. 올해 절대악몽이라는 이름으로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는 영화들은 그 어느 해보다도 고급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한다. <2km 주유소> <토마토 바이러스> <터치> 등에선 <장화, 홍련>를 능가하는 벽지를 만날 수 있고, 능수능란한 특수효과와 촬영·편집기술로 완성된 <제4종조우> <완벽한 도미요리> <안녕아빠> <HD20948b> 등에는 완벽에 가까운 가상세계가 구현되어 있다. 실험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로 자유분방하고 창의적인 일부 영화들의 화법 또한 인상적이다.
반전을 기대하신다고요?
<미성년자 관람불가>/ 박신우/ 9분30초/ 2005년
폐쇄된 취조실. 험상궂은 형사와 하얗고 멀끔한 얼굴의 앳된 용의자가
미쟝센단편영화제 [3] - 공포·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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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사랑은 쉽지 않은 운명임을 보여주는 12편의 영화가 있다. 그중에서도 <관성의 법칙> <귀걸이> <Flower Shop>은 우연히 마주친 과거의 사랑이 더 가슴아프다고 말한다. 한편, 열쇠공과 여고생의 사랑을 다룬 <괜찮아>, 한국 남자와 베트남 처녀의 사랑을 다룬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 성적 소수자들의 사랑을 다룬 <이만큼만 가져갈게>, <동구밖 과수원길>은 그 차이 자체 때문에 힘든 여정이라고 말한다. 사랑은 정해져 있는 것이 없으니, 개인의 취향만으로 감상해도 상관없는 것이 바로 여기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부문이다.
내일의 사랑을 잃고 찍네
<토끼와 곰>/ 김효정/ 21분/ 2005년
유독 과거와 현재에 대한 사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영화들과 다르게, 또는 이미 서로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서 힘든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들과
미쟝센단편영화제 [2] - 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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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영화, 작은 고추가 맵다니까!
단편 장르영화들의 잔치 미쟝센단편영화제가 6월23일(목)부터 29일(수)까지 제4회 행사를 맞는다. 올해도 예년처럼 감독 12인이 집행위원단을 맡았고, 각각 본선에는 비정성시(사회드라마)에 16편,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멜로드라마)에 12편, 희극지왕(코미디)에 10편, 절대악몽(공포 판타지)에 16편, 4만번의 구타(액션 스릴러)에 9편이 올라 있다. 개막작 1 “본선 진출 감독들의 동영상 자기 소개서” <Moving Self-Portrait 2005>와 개막작 2 <특산품 수출 주식회사>(얄마리 헬렌더)를 위시하여 장르별 패기로 넘쳐나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올해는 특히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모아 상영하는 비경쟁 부문”을 신설했고, 영화제 본선 출품작을 DVD나 VHS로 일반인에게 판매하는 행사 “MGFF 마켓”도 열린다. <씨네21>은 올해 출품작 중 장르별로 4편씩의 영화를 소개하고, 그중 한편을 ‘씨네
미쟝센단편영화제 [1] - 사회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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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촌(村)
전근대적 영웅과 근대적 영웅이 짝패를 이루는 버디무비 장르. 그러나 관객의 눈길은 전근대적 영웅에게 쏠리게 마련이다.
대표작 | <살인의 추억> <목포는 항구다> <마지막 늑대>
제작 중 | <야수> <이대로, 죽을 순 없다>
한국형 경찰영화는 전근대적 영웅의 기념관이라 할 만하다.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박중훈은 전혀 쿨하지 않은 전근대적 정서의 소유자다. 고문을 아무렇지도 않게 행하고 점쟁이의 말에 혹하며, 용의자에게 거침없이 분노를 폭발하며, 욕설을 늘 입에 달고 사는 그들에게서 관객은 오히려 애정을 느낀다. 그들의 비과학적인 수사태도는 작게 여겨지고 그들의 열정과 헌신은 크게 다가온다. 그들의 짝패는 통화 기록을 제시하거나(<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장동건), 라디오 신청곡 엽서의 시간대를 캐면서(<살인의 추억>의 김상경
경찰영화가 몰려온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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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흥(興)
코미디 기반 남성 액션영화의 일종으로 대중적이며 소구력 강한 장르.
대표작 | <투캅스>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공공의 적> <목포는 항구다> <잠복근무> <마지막 늑대>
제작 중 | <이대로, 죽을 순 없다> <강력3반>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10편의 경찰영화가 쏟아지는 유행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사생결단>의 프로듀서인 심보경 MK픽처스 이사는 남자배우 중심 기획 영화가 많이 늘어났음을 꼽는다. 남자배우들이 택할 수 있는 직업 가운데 경찰만큼 다양한 소재와 장르를 소화할 수 있는 게 드물고, 범죄를 소탕하는 데서 대리만족을 주고, 과감한 액션으로 시각적 쾌락까지 주니 경찰 이상의 직업을 사실상 찾기가 어렵다.
할리우드 경찰영화와도 다르고 홍콩 경찰영화와도 다른 한국적 리얼리티가 묻어 있는 한국형 경찰영화의 계보는 지금껏 최고의 짝패 배우들을 선
경찰영화가 몰려온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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꿇어! 우형사, 강형사 납신다
안녕하십니까. 전국 방방곡곡에 널리 퍼질러 앉아 계신 독자 여러분. 한국 영화현장의 속살을 낱낱이 실시간으로 까발려드리는 충무로 사건 25시입니다. 오늘은 한국 영화사들이 형사들을 집중 양성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드리겠습니다. 4년 전 조직폭력배들을 음성적으로 길러 큰 재미를 본 충무로 영화사들, 이제 경찰을 길러 전성기를 다시 누려보겠다는 건데요. 어째 4년 전 12월에 저희들이 무협지로 재구성한 조폭영화 프로그램을 재연하는 느낌입니다. 벌써 10군데에서 형사들을 양성하겠다고 나섰는데요. 양아치 출신 형사도 있고 30대 여성 강력반장도 훈련 중이라는군요. 벌써 다섯편은 실전 훈련 중이고 다섯편은 양성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니, 왜 갑자기 지금 형사들을 기를까요. <투캅스>를 비롯해서 <살인의 추억>까지 훌륭한 경찰영화로 충무로는 벌써 단맛을 본 적이 있는데요. 경찰청 산하 경찰들이 잡지 못하는 범인, 충무로가
경찰영화가 몰려온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