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드 루리 감독의 <라스트 캐슬>(2001)은 미국의 군 형무소인 트루먼 교도소를 배경으로 삼은, 여러 겹의 의미에서 시대착오적인 어떤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교도소 소장 윈터 대령(제임스 갠돌피니)은 고립된 작은 성채의 절대군주다. 적어도 삼성장군 어윈(로버트 레드퍼드)이 호송돼 오기 전까진 그랬다. 윈터는 이 작은 영토를 매우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자신이 대견스럽다. 껄렁패 왈짜들이 모이기 마련인 교도소란 늘 크고 작은 소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윈터는 때론 감시초소의 위협적인 고무총탄 조준사격으로 수감자들을 위협하기도 하고, 때론 옛 돌담을 복원하는 공사에 동원해 자긍심을 안겨주기도 한다.이 고립된 왕국에,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작전을 감행하다 부하 여덟의 목숨을 잃게 한 과실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삼성장군 어윈이 수감된다. 실전경험이 전혀 없는 윈터로서는 백전노장 어윈의 존재 자체가 큰 부담이다. 계급을 박탈당해 서로 경례하는 것조차 불법인 군 교도소 안에서 재소자들은
`절대군주` 반기 든 그들만의 군대
-
세계적인 교류 속도가 영화 만큼 빠른 매체도 없는 것 같다. 하나의 영화가 다른 나라로 팔려가 상품으로 유통되는 속도도 빠르지만, 각국의 화제작들이 전세계 영화 관계자와 비평가들에게 소개되고 평가받는 건 각종 국제영화제를 통해 거의 동시간적으로 이뤄진다. 한국에서도 매년 열리는 부산국제영화제에 가서 죽치고 앉아 있으면 최근 1년 사이 세계 영화의 경향을 두루 살필 수 있다.영화가 다른 매체보다 비교적 진보적이라고 느껴지는 것도 나라간 교류속도가 빠른 데 기인하는 듯하다. 자국만의 고유한 편견과 차별의 관습을 옹호하는 영화라면, 당연히 국제적 교류의 장에 나오기 힘들다. 영화의 교류는 당연히 그 관습에 반대하고 싸우는 영화에 손을 들어주는 쪽으로 작용하기가 쉽다. 세계화가 이처럼 국경을 넘어 사람들의 소통을 돕고, 나아가 약자와 소수자를 억압하는 나라 마다의 메카니즘을 들춰내 거기에 대항할 지혜를 함께 모색할 수 있게 해준다면 얼마나 좋은 것인가.그러나 근래에 얘기되는 세계화를 바라보
세계화의 그늘 응시하는 영화,영화인들
-
새해 들어서도 복합상영관의 급신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3일 상대적으로 문화 소외지역이던 구로구에 시지브이㈜(대표 박동호)의 열 번째 복합상영관 `시지브이구로10`(02-6737-2000)이 개관한 데 이어, 25일에는 영화사 화천공사(대표 박종찬)가 만든 복합상영관 씨네시티(02-1588-1555)가 강남구 학동 네거리에 들어선다. 시지브이는 지난해 23일엔 “여성을 위한 프리미엄 시네마”란 구호를 내걸고 스크린 다섯 개 규모의 `시지브이명동5`관을 개관한 바 있다. 시지브이는 오는 8월엔 스크린 7개의 목동관, 12월엔 스크린 8개의 수원관을 열 계획이다.지난 98년 최초의 복합상영관 시지브이강변11이 문을 연 이래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이 가세해 복합상영관의 스크린 수는 최근 급증 추세를 보여왔다. 지난해에는 복합상영관의 스크린 수가 89개 늘어 전국 818개 스크린 가운데 복합상영관 스크린 수는 197개로 넷 가운데 하나 꼴이 됐다. 올해는 복합상영관의 스크린이 75개
`스크린 5개는 기본`
-
복합상영관 메가박스를 운영중인 오리온그룹 계열사 미디어플렉스(대표 담철곤)가 영화제작 투자 및 배급 사업에 진출한다.미디어플렉스는 최근 `쇼박스(SHOWBOX)`라는 별도 법인을 설립하고 한국 영화에 대한 제작 투자와 외국영화 수입 및 배급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24일 밝혔다.미디어플렉스는 국내 제작 및 투자사들과의 협상을 통해 콘텐츠 확보를 추진하고 있는데다, 몇몇 주요 작품에 투자하기로 이미 결정한 상태여서 빠르면 올 하반기부터 배급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별도 법인 설립으로 오리온그룹은 케이블 TV와 멀티플렉스 사업에 이어 영화제작, 투자 및 배급분야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힘으로써 `종합영상그룹`으로 성장할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코엑스 점을 포함해 전국 32개 스크린을 운영하고 있는 메가박스는 오는 3월과 7월 대구와 부산 해운대에 10개씩의 스크린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서울/연합뉴스)
오리온그룹, 영화 배급사업 진출
-
-
"이젠 꿈도 일본어로 꿀 것 같아요."SF영화 (감독 이시명)에서 극중 대사의 70% 이상을 일본어로 연기한 장동건은 촬영 과정에서 고충부터 털어놓았다."일본어로 연기할 때 가장 외로웠습니다. 한국인 스태프들도 내 편이 아니구나생각하니까 눈앞이 캄캄했죠. 나카무라 도루씨가 직접 녹음해 준 대사를 따라하면서일본인과 말하는 속도를 맞추려고 노력했어요. 아무리 완벽하게 일본어 대사를 외워도 결국 감정은 우리말로 떠오르기 때문에 100% 몰입하기가 힘들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선택 과목으로 일본어를 배워 `히라가나' 정도만 알았다며 엄살을 떨었지만 장동건은 영화 속에서 완벽에 가까운 일본어 연기를 펼쳤다. 일본 배우 나카무라 도루가 시사회를 마친 뒤 "93% 정도는 일본 사람 같다고 말했다"고 자랑을 늘어놓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그가 이번에 맡은 역은 일본 연방 수사국에서 일하는 조선계 형사역. 철저히 일본인으로 자라났지만 훗날 일본 제국의 음모를 알게 된 뒤 조선인 편에 서서 싸운다.강
<2009 로스트 메모리즈> 장동건 인터뷰
-
국내 SF영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는 일종의 시험대였다. <예스터데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등 올 한해 봇물을 이룰 SF대작들이 새로운 장르로 정착할 수 있을지 그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종이였던 것. 게다가 서울이 여전히 일제 치하에 있다는, 역사를 뒤집는 이 황당한 발상이 어떻게 관객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됐을지도 관심거리였다.모습을 드러낸 는 SF물의 모양새를 제법 갖추면서 더 이상 한국 영화가 규모와 기술에 주눅들지 않음을 입증한다. 물량공세의 위력이 컸다.80여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총격전과 폭발신, 대규모 세트 등에 공을 쏟았다. 친일논쟁을 유도했던 가상 역사도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이었음이 드러난다. 제작진이 "시대만 미래로 옮겨온 독립군 영화로 비칠까" 걱정했을 정도로, 극전반에 깔린 감상은 `애국심`이다. 영화는 `1909년 안중근이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하는 데 실패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복거일의 소설『비명
새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
-
스크린쿼터문화연대를 비롯한 8개 영화단체는 23일 성명을 내고 “스크린쿼터 축소 내지 폐지 방안의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이들은 성명에서 “최근 재정경제부가 한미투자협정 체결을 위해 스크린쿼터의 축소를 주장하고 나선 것은 이제 막 봉오리를 터뜨리고 있는 한국 영화산업을 뿌리에서부터 뒤흔드는 일임과 아울러 스크린쿼터를 문화 다양성 유지정책의 성공사례로 평가하는 국제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밖에 △한일, 한미 투자협정 추진과정의 전면 공개 △문화 다양성을 지키기 위한 세계 각국의 움직임에 정부가 동참할 것 등을 요구했다. 이날 성명에는 스크린쿼터문화연대, 영화인회의,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독립영화협회 등이 참가했다.임범 기자isman@hani.co.kr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영화단체 성명
-
“너무 뜨거운 물 붓지 마아∼. 발에서 때밀려욧!” 코에서 울리는 특유의 오묘한 화음으로 엄정화가 제작부에게 말한다. 별로 안 뜨거우니, 걱정 말라고 하자 발을 쑤욱 ‘다라이’에 담근 그녀가 옷가지들을 신나게 밟아대기 시작한다. “자, 슛 들어갑니다” 하는 사인이 나왔지만, 꿀렁꿀렁 촉감이 좋은지 아예 물장난을 칠 기세다.
유하 감독의 재기작 <결혼은, 미친짓이다>의 막바지 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곳은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산동네 금호동 언저리다. 주머니보단 마음이 넉넉한 부부들이 첫 보금자리로 삼기에 적당할 듯한 옥탑방에서 사이좋게 빨래를 밟고 있는 준영(감우성)과 연희(엄정화)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샘이 날 법도 한데 사정은 간단치 않다. 이날 촬영분은 결혼한 지 두달밖에 지나지 않은 연희가 남자친구였던 준영을 찾아와 빨래를 하는 등, ‘딴집 살림’을 시작하는 대목. 이날 이후 연희의 옥탑방 체류시간은 점점 길어지고 아예 ‘본가’로 돌아가기 싫어하게 되기도 한다
<결혼은, 미친짓이다> 촬영현장
-
시속 30km쯤 되었던가. 버스가 방콕을 벗어나자, 매일 회전목마 돌듯 시내만 운전하던 버스기사는 초행길이 무서웠던지 꼭 거북이처럼 달린다. 게다가 길을 물으려 다른 기사에게 전화를 걸고 오더니 영 표정이 시원치 않다. 상크라부리로 가는 길이 위험하다는 소리를 전해 들은 이 맨발의 타이 아저씨는 날이 어둑해가기 시작하는데 “나 죽으면 책임질 거냐고, 버스 전복되면 어떡하냐고” 길 중간에 차를 세우고 꼼짝도 않는다. 마음 같아선 대신 운전대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지만 결국 근처 동네를 수색해서 빨간색 고물버스 하나를 섭외했다.쾡하게 팬 눈의 한 동네 노인은 버스 주변에 서서 ‘상크라부리? 상크라부리?’ 하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린다. 하긴, 방콕에서 북쪽으로 500km가 넘는 거리에 위치한 깡촌, 타이 총 73개현에서 그 말만으로도 엄청난 시골을 의미한다는 ‘부리’라는 말이 끝에 붙은 3곳 중 한곳. ‘자살관광버스’가 아니고서야 빳뿡거리의 안락한 마사지실을 뒤로 하고 그 험한 오
어드벤처 무비 <아 유 레디?> 타이 촬영현장
-
BOX OFFICE (서울) 1월19일 - 20일순위TITLE개봉일스크린좌석수서울주말서울누계(전야제)전국누계1반지의 제왕2001.12.315216,84898,200956,0002,697,5002디 아더스2002.01.11295,37177,000306,000592,0003더 원2001.01.18296,64251,57067,800184,1004에너미 라인스2001.01.18286,68041,50053,500132,0005나쁜남자2002.01.11204,50036,500156,400378,8006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2001.12.14256,07035,0001,600,0003,800,0007두사부일체2002.12.08225,17226,300176,5003,158,3008몬스터 주식회사2001.12.2171,50212,200513,000955,0009호타루2001.01.1891,3895,5006,70013,50010마리이야기2002.01.1178704,64244,19886,764# 참고사항
BOX OFFICE (서울) 1월19일 - 20일
-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 2002년 시네마테크 라인업 발표스즈키 세이준, 장 뤽 고다르,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베르너 헤어초그, 장 르누아르, 구로사와 아키라, 프리츠 랑,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작품목록만으로도 영화사의 한장이 채워질 쟁쟁한 감독들의 회고전이 2월부터 차례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지난해 12월29일 발기인대회를 거쳐 1월25일 창립총회를 갖는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이하 협의회)가 내놓은 올해 시네마테크 프로그램의 윤곽은 영화애호가들이 입맛을 다실 만한 것이다. 지금까지 확정된 프로그램은 2월18일부터 24일까지 7일간 열리는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과 3월20일부터 4월3일까지 열릴 장 뤽 고다르 회고전. 스즈키 세이준 회고전은 문화학교 서울이, 장 뤽 고다르 회고전은 하이퍼텍 나다에서 준비하는 행사다. 올해 회고전 프로그램의 첫장을 여는 스즈키 세이준은 장르규칙을 파괴하는 급진적 내러티브를 선보인 독특한 감독. 폭력과 유머의 이중주로 유명한 스즈키 세이준의 걸작 <
영화사 걸작들, 모두 모여라!
-
2000년 3월 출범한 영화사 LJ필름은 <수취인 불명>에 이은 두번째 작품 <나쁜 남자>가 7억원짜리 저예산 영화임에도 지난 20일까지 개봉 열흘 만에 전국관객 38만명을 동원하는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그보다 이 영화사에 기대를 갖게 하는 건 앞으로 예정돼 있는 라인업이다. 이미 LJ필름에서 두 편을 내놓은 김기덕 감독 외에 <해피엔드>의 정지우, <파이란>의 송해성, <여고괴담2>의 민규동·김태용, <인터뷰>의 변혁 등 제작자들이 잔뜩 눈독을 들이는 감독들의 차기작이 줄서서 대기하고 있다. 감독 이름만 놓고 보면 LJ필름은 단연 충무로 최고의 다크호스이다.
이 영화사 이승재(38) 대표가 직접 전하는 차기작들의 개요는 이렇다. 정지우의 <두사람이다>는 강경옥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고, 장르로 치면 미스테리 멜로에 가깝다. 한 가문이 선대의 저주를 받아 세대마다 가족끼리 서로 죽이는 살인사건이 벌
영화사 LJ필름 이승재 대표
-
<공공의 적>은 시네마서비스라는 영화 배급사 대표로 더 바쁜 강우석 감독이 <생과부위자료 청구소송>(1998) 이후 3년 만에 메가폰을 잡아 내놓은 작품이다.영화는 선이 굵은 두 남자의 대결구도로 압축된다. 한 축은 강철중(설경구)이란 강력계 형사다. 동료들은 골프 따위의 호사취미에도 은근히 관심이 있지만, 이 친구 서랍에선 오로지 모나미 볼펜 한 자루만 데구르르 굴러다닐 뿐이다. 이른바 `독수리 타법`으로 조서 꾸미는 일조차 서툴다. 물론 사회정의 실현에 몸 바치겠다는 어설픈 정의의 사도는 아니다. 오히려 폭력배보다 더 폭력적인가 하면 수사중 마약을 빼돌려 팔아먹으려 드는 타락한 `민중의 지팡이`다.다른 축은 조규환(이성재)이란 펀드매니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떻게 돈을 굴려야 하는지에 관한 한 동물적 감각을 지닌 냉철한 분석가다. 문제는 이 친구의 합리적 외모 속에 냉혈동물이 한 마리 숨어 있다는 데 있다. 가령 그는 접촉사고 낸 자신을 꾸짖은 늙은 택시
악받은 형사와 악독한 범인의 대결
-
<휴먼 네이처>는 <존 말코비치 되기>로 1999년과 2000년 미국의 각 지역 영화 비평가협회에서 주는 각본상이란 상은 거의 모두 휩쓸었던 찰리 카우프만이 두 번째로 쓴 시나리오다. <휴먼 네이처>의 아이디어는 <존 말코비치 되기>만큼이나 독창적이고, 유머러스하며 재기가 넘친다. 하지만 아이디어는 뼈와 살을 갖추고 하나의 드라마로 완결된 모습을 갖춰 가지 못한다. 카우프만은 아이디어를 힘있게 밀어붙여 깊이있는 얘기를 만들어가기보다는 그저 아이디어를 툭툭 끊어 던져 놓는 식이어서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본성이 어떻게 억압되고 왜곡되었는가를 보여주려는 그의 의도는 한 편의 영화로서보다는 하나하나의 장면으로만 전해진다.구성은 상당히 독특하다. 세 명의 주인공인 라일라(패트리샤 아퀘트), 퍼프(리스 이판), 네이선(팀 로빈스)이 각각 경찰 취조실, 의회 청문회장, 저승 입구 대기실에서 서로 다른 진술을 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후회하느냐”는 질문에
야생과 문명의 선택 <휴먼네이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