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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군주` 반기 든 그들만의 군대
2002-01-25

로드 루리 감독의 <라스트 캐슬>(2001)은 미국의 군 형무소인 트루먼 교도소를 배경으로 삼은, 여러 겹의 의미에서 시대착오적인 어떤 전쟁에 관한 이야기다.교도소 소장 윈터 대령(제임스 갠돌피니)은 고립된 작은 성채의 절대군주다. 적어도 삼성장군 어윈(로버트 레드퍼드)이 호송돼 오기 전까진 그랬다. 윈터는 이 작은 영토를 매우 효과적으로 다스리는 자신이 대견스럽다. 껄렁패 왈짜들이 모이기 마련인 교도소란 늘 크고 작은 소란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윈터는 때론 감시초소의 위협적인 고무총탄 조준사격으로 수감자들을 위협하기도 하고, 때론 옛 돌담을 복원하는 공사에 동원해 자긍심을 안겨주기도 한다.이 고립된 왕국에,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작전을 감행하다 부하 여덟의 목숨을 잃게 한 과실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삼성장군 어윈이 수감된다. 실전경험이 전혀 없는 윈터로서는 백전노장 어윈의 존재 자체가 큰 부담이다. 계급을 박탈당해 서로 경례하는 것조차 불법인 군 교도소 안에서 재소자들은 어윈에게 머리를 쓰다듬는 변형된 방식으로 거수경례를 하기 시작한다. 절대군주가 용납할 수 없는 새로운 카리스마가 등장한 것이다.지략과 용기를 겸비한 덕장 어윈은 단숨에 윈터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고무총 사격, 물대포, 헬리콥터 따위-을 파악한다. 해병대와 특무상사 출신 죄수들이 참모로 모이자 장군은 이 중세적 성채에 석기시대의 수단을 동원해 공격을 감행한다. 식당의 양은쟁반은 방패로 변하고 새총 화염병과 산소통 박격포가 감시초소를 박살낸다. 심지어 가공할 투석기는 교도소 구석구석을 내려다보던 윈터 왕국의 심장부인 행정실을 박살낸다.여기까지 이르면 영화는 미국의 숱한 실패한 전쟁에 대한 한풀이 굿마당으로 변해버린 듯하다. 미군은 교도소에 갇혔어도 이토록 일사불란하고 용맹스러우며 무엇보다 명예를 소중히 여기는 참군인들이다. 빛나는 성조기의 게양으로 끝나는 이 영화의 연출의도는 지극히 진지하다. 그럼에도 그 성조기 제국의 바깥에 있는 이들의 눈에는 이 `교도소 대소동`이 지금껏 미국이 벌인 병정놀이가 실은 `찻잔 속의 폭풍`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풍자화로 비친다는 건 참으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5일 개봉.이상수 기자lees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