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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 <2009 로스트 메모리즈>
2002-01-25

국내 SF영화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는 일종의 시험대였다. <예스터데이>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등 올 한해 봇물을 이룰 SF대작들이 새로운 장르로 정착할 수 있을지 그 향배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리트머스 종이였던 것. 게다가 서울이 여전히 일제 치하에 있다는, 역사를 뒤집는 이 황당한 발상이 어떻게 관객들의 입맛에 맞게 요리됐을지도 관심거리였다.모습을 드러낸 는 SF물의 모양새를 제법 갖추면서 더 이상 한국 영화가 규모와 기술에 주눅들지 않음을 입증한다. 물량공세의 위력이 컸다.80여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총격전과 폭발신, 대규모 세트 등에 공을 쏟았다. 친일논쟁을 유도했던 가상 역사도 `역사 바로 세우기`의 일환이었음이 드러난다. 제작진이 "시대만 미래로 옮겨온 독립군 영화로 비칠까" 걱정했을 정도로, 극전반에 깔린 감상은 `애국심`이다. 영화는 `1909년 안중근이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살해하는 데 실패했다면`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한다.복거일의 소설『비명을 찾아서』에서 모티브를따왔다. 빗나간 총알 한 발은 한국과 일본의 근현대사를 통째 비틀기에 이른다. 2차대전 당시 원폭은 베를린에 떨어져 일본은 승전국이 되고, 조선은 여전히 일본 통치하에 놓인다. 이후 88올림픽과 2002년 월드컵도 일본에서 개최됐다. 안중근 거사가 있은 뒤 정확히 100년 후인 2009년 경성. 광화문 사거리에는 조선총독부가 자리잡고 도요토미 히데요시상이 서 있다. 사람들은 모두 일본말을 쓴다. 일본 연방 수사국의 조선계 형사 사카모토 마사유키(장동건)와 그와 절친한 일본인 동료 쇼지로(나카무라 도루)가 주인공. 이들은 거물급 인사 `이노우에'가 주최하는 유물 전시장에 침투한 지하독립운동단체 `후레이센진(不逞鮮人)'의 테러를 진압한다. 후레이센진은 소탕됐지만 사카모토는 이들의 테러가 이노우에 재단과 관련이 있음을 알고 수사에 착수한다. 이 와중 사카모토의 집에 괴한이 침입해 그의 상사를 사카모토로 오인, 살해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야기는 새 국면으로 접어든다. 절친했던 동료 쇼지로가 갑자기 등을 돌리고, 수사국이 자신을 살인범으로 몰아가자 사카모토는 사건의 배후에 거대한 음모가 도사리고 있음을 알게 된다.현란한 액션은 <쉬리>의 그것을 떠올리게 하지만 가상 역사에 사실감을 실어주는 소품들과 미래의 분위기를 풍기는 첨단 시설은 무늬만 `SF`가 아님을 보여준다. 초반 하얼빈역에서 안중근의 거사를 재현한 장면도 명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그렇다고 볼거리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단순한 `SF액션'답지 않게 감정선을 자극하는 너무 많은 요소들이 곳곳에 깔려 있다. 두 형사와의 우정, 반군 소속의 여전사 오혜린과 사카모토와의 사랑, 후레이센진에 매수돼 동료의 총에 맞아 숨진 사카모토 아버지에 대한 애증까지 등장인물 간의 복잡한 감정들이 비장한 분위기의 배경 음악에 맞춰 쉴새없이 표출된다. 지나친 감상주의가 관객들의 감상을 빼앗아가 버리는 우를 범할 정도다. 사카모토가 자신의 정체성에 의문을 품고 자신의 동료에게 총을 들이대는 클라이맥스에서조차 관객들은 주인공에게서 한 발짝 뒤로 물러서고 만다. 긴박감이 넘쳐야 할 액션 장면에서 때때로 긴장이 풀려버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많은 내용을 담으려다보니 오혜린과 사카모토와의 관계, `시간의 문`에 관한 설명 등을 은근슬쩍 건너뛴 것도 개운치 못한 뒷맛을 남긴다.결국 문제는 드라마인가. 장동건이 일본어로 연기했고 <젠엑스캅> <동경공략>으로 얼굴을 알린 일본인배우 나카무라 도루가 호흡을 맞췄다. 일본의 거장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깜짝 등장한다. 이시명 감독의 데뷔작. 2월 1일 개봉.(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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