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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덴더>의 상영을 앞둔 10일 오후 3시 BEXCO 현관에 서울서 왔다는 25인승 미니버스가 멈췄다. 예매 티켓을 찾으러 온 사람들 사이로 빠르게 스며드는 움직임이며, 영화가 끝나기 무섭게 다시 남포동으로 이동하는 품새가 도저히 19명의 그것이라고 보기 힘들다. 이들이 온라인 공연 관람 동호회인 “직진”의 회원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다음 날 아침 대영극장에서 <이든>을 꼼꼼히 챙긴 뒤 식사자리에서였다.
극단 새령에서 공연기획을 담당했던 배정은씨(26, 오른쪽 맨 뒤에서 두 번째)에 의해 올해 6월에 결성된 후 여러 편의 공연을 함께 보긴 했지만 영화제 단체 관람은 처음이란다.
식사 후 다시 BEXCO로 돌아가 <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보는 것으로 이들의 단체 일정은 끝이 난다. 원래대로라면 이들의 신원을 일일이 밝혀야 하겠지만, 19명의 이름과 나이를 쓰는데 지면을 모두 할애할 수는 없음을 이해바란다.
공연 관람 동호회 “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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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감독 차이밍량은 영화특구 부산의 단골 게스트로, 이곳에는 언제나 그를 열렬히 사랑하는 한국관객들이 기다린다는 걸 이미 안다. 그에 대한 답변인듯, 그는 자신의 신작 <거기는 지금 몇 시니?>에 대한 이야기를 끝내기도 전에, 최근 한국 영화의 이상기류를 짚고 싶어했다. 그는 지난 1년간 한국 영화산업의 성장을 지켜보며 “한국 영화의 목표가 다름아닌 헐리우드 영화였음을 알게 됐다”며, “흥행작들을 무조건 비판할 생각은 없으나, 흥행만이 능사라는 생각이 한국 감독들 사이에도 팽배함을 느꼈다”며 아쉬운 상실감을 토로했다.지난 해 PPP에 출품됐던 <흑안권>을 완성해 올 줄 알았다PPP에 출품될 당시 <흑안권>은 시놉 단계였다. 미라맥스와 일본의 제작자들이 관심을 나타내긴 했지만, 구체적인 계약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 후 유럽 쪽에서 합작을 제의했고, 결국 프랑스와 함께 제작하기로 했다. 아마도 내년 말쯤 촬영에 들어갈 것이다. 주인공은 역시 이강생이다
[인터뷰]“내 영화가 너무 어두워? 다른 영화를 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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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조폭코미디의 전성시대다. <조폭 마누라>의 흥행열기를 이어받은 <달마야 놀자>가 11월8일 개봉, ‘대박’의 전조를 보이고 있다. 제작사인 씨네월드는 개봉당일인 목요일 하룻동안 전국관객 7만여명을 동원, 주말이 지나면 전국 5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 예상했다. <달마야 놀자>는 수능이 끝난 다음날인 목요일 서울 47개, 전국 100여개 스크린에서 먼저 개봉했고 금요일부터 서울 60개, 전국 190여개 스크린으로 확대개봉했다.씨네월드는 당초 금요일인 11월9일 개봉하려 했으나 관객의 문의전화에 시달리던 극장쪽의 요청 때문에 개봉일을 하루 앞당겼다고 말한다. 실제로 평일인 목요일 하루만 전국 7만명을 동원한 것은 수능이 끝나면서 극장가로 쏟아져나온 수험생들이 대거 몰렸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로 보인다. 하락세로 접어든 <조폭 마누라>는 11월7일까지 전국 496만명을 동원했다. 배급사인 코리아픽처스는 11월11일경 전국 500만명이 넘을 것
<달마야 놀자> 대박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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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하게 말하자. 타이에 한번 출장을 간 이유로 ‘타이영화 담당자’가 됐지만, 나는 타이영화에 관해 잘 알지 못한다. 봤다고 해야 이번 부산영화제에 출품되는 작품 중의 다섯편을 포함해서 9편 뿐이며, 그중 8편은 비디오를 통한 것이니 제대로된 담당자라고 말하기도 힘든 형편이다. 사실 내게 타이에 관한 주된 인상은 불교의 나라, 관광의 나라, 그리고 출장 이후론 음식의 나라라는 느낌 하나가 추가된 정도다.아닌게 아니라 타이의 음식은 정말로 싸고 맛있다. 무리를 해서라도 지난 여름휴가를 타이에서 지내려 했던 것도 오리알을 얹은 게찜, 왕새우구이, 그리고 이름 모를 수많은 요리를 4인분씩 먹었는데 우리 돈 3만원만 지불했다는 행복한 기억 때문이다. 결국 타이영화에 대한 느낌도 이 기억의 영향권 아래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같다. 이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입에 침이 고이니 말이다. 사정이 이러니 이 글은 ‘타이영화에 관한’ 것이라기 보다는 ‘내 입에서 느껴지는 타이영화의 맛’에 대한 내용일 수
타이영화가 맛있는 두세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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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년보다 한달이나 늦어져 열혈 영화팬들의 애를 태우던 부산국제영화제가 11월9일 드디어 막을 열었다. 추석과 대관문제로 개최 시기가 다소 늦어진 탓. 11월9일 개막해 11월17일까지 9일 동안 열리는 부산영화제는 60개국에서 건너온 201편의 풍성한 영화들로 기다림에 지친 관객의 허기와 갈증을 채우게 된다.올해 부산영화제에서는 대만의 거장 허우샤오시엔, 프랑스 누벨바그의 뮤즈 잔 모로, 조촐한 회고전을 여는 두샨 마카베예프 등이 관객몰이에 나선 것은 물론, 미지의 나라 미지의 감독들의 작품, 비인기 품목으로 알려졌던 다큐멘터리와 단편들도 유달리 인기를 끌고 있다. 개막일 현재 예매 좌석은 올해의 인기 장르와 감독을 점치기 힘들 만큼 넓게 분포돼 있으며, 그 비율이 전체 좌석의 60%에 육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국내 영화팬과 영화인들뿐 아니라, 해외 영화제 관계자들의 참여도가 높다는 것이 올해 행사의 또다른 특징. 특히 칸, 베를린, 도쿄, 산 세바스찬 등 해외 유수 영화
부산국제영화제, 장막을 걷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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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는 허리가 튼튼해”<버라이어티> 수석기자 데릭 엘리“한국영화의 미래는 매우 밝습니다” 10일 문을 연 프레스 센터에서 미국 <버라이어티>지의 수석기자 데릭 엘리는 시종일관, “한국영화의 힘은 탄탄한 중견감독층에 있으며, 올해의 영화제가 그러한 중견감독들의 새로운 도약의 장이 될 것”이라고 영화제를 추켜올렸다. 이미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통인 데릭은, 지난 85년부터 영화를 보기 위해 한국을 드나들기 시작했고, 부산영화제만해도 올해로 4번째 연이어 방문했다. 좋아하는 감독은 배창호와 허진호 감독이지만 새로운 발견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번 주에도 <버라이어티>에 <신라의 달밤>데 대한 호평을 올려놓고 왔다. 1년전부터는 즐거움 반, 의무감 반으로 거의 모든 한국영화를 놓치지 않고 본다. “남은 과제는 관객층이 두터워지는 것”이라고 조바심할 만큼 애정도 두터운데, <흑수선>? 놓칠 리 없지.축구도 영화도 공동개최?낯선 이름
피플 : <버라이어티> 수석기자 데릭 엘리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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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프랑스, 2001년, 130분 Austria, France, 2001, 130min감독 미하엘 하네케 오후 8시 BEXCO올해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남녀주연상 수상작. 음악학교 교사 에리카는 잔소리 심하고 이해심없는 어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다. 하루 종일 학생들을 상대로 레슨을 하고 집에서는 어머니에게 시달리는 삶에서 에리카의 유일한 탈출구는 포르노 영화를 보면서 다른 사람이 버린 휴지에서 정액냄새를 맡거나 자신의 성기에 상처를 내는 자위행위 뿐.어느날 자신의 수업을 받던 어린 제자 월터가 사랑을 고백해오자 그녀는 ‘보는 것은 그녀’ 라면서 자신이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겠다고 한다.섬뜩하고 마조히즘 혐의가 짙은 그녀의 ‘게임의 법칙’은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폭행과 강간으로 보답받는다. 이자벨 위페르는 겉보기엔 피아노 건반처럼 차갑고 도도하지만 사실은 피아노 뚜껑처럼 폐쇄적이고 음울한 열정을 간직한 신경증 환자 에리카를 섬세하게 연기, 심사위원 전원일치로 칸영화제 여우
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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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2000, 224분 India, 2000, 224min감독 아슈토쉬 고와리커 오후 12시 씨네4관<춤추는 무뚜>가 영 취향에 맞지 않아 인도영화라면 고개를 젓는 관객에게 적극 추천할만한 발리우드발 흥행작. 우리에겐 생소하지만 영연방권에서는 인기 높은 스포츠 크리켓을 소재로 했다. 물론 크리켓과 크로켓을 구별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도 즐겁게 볼 수 있는 배려가 충분하다.영국이 인도를 식민지로 보유하고 있던 19세기 중반, 인도의 한 마을 주민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내리지 않는 비 때문에 애간장을 태운다. 가장 큰 문제는 라가안이라는 이름의 곡물세를 내지 못하는 것. 결국 세를 감면해 달라는 청원을 하기 위해 통치자를 찾아간 주민들은 크리켓을 하고 있던 영국군으로부터 한 가지 제안을 받는다. 마을 주민이 영국군과 크리켓 경기를 벌여 이기면 3년치 라가안을 면제해주겠다는 것. 하지만 지게 되면 3배의 세를 바쳐야 한다. 결국 청년 부반을 중심으로 주민들은 난생 처음 크리켓 배
라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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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01, 116분 USA, 2001, 116min감독 조엘 코언 오후 4시 BEXCO1949년 여름 캘리포니아 북쪽의 소도시. 이발사 에드 크레인(빌리 밥 손튼)은 하루 종일 무표정한 얼굴로 서서 사람들 머리를 깎아준다. 어느날 이발소를 찾은 한 남자가 그에게 돈이 될 만한 사업을 소개한다. 1만달러만 있으면 지긋지긋한 이발소 생활을 청산할 수 있다고 생각한 크레인은 궁리를 한다. 어떻게 하면 1만달러를 구할 수 있을까? 그는 바람난 아내를 떠올린다. 아내의 정부를 협박해서 1만달러를 뜯어내자는 엉뚱한 생각에 깊이 빠져든 것이다.40년대 필름누아르 스타일을 빌려 흑백으로 찍은 이번 영화는 사소한 욕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큰 재앙으로 변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감독은 이것이 “<포스트맨은 벨을 두번 울린다> <이중배상>의 작가 제임스 M. 케인의 세계에서 따온 것”이라고 밝혔다. 평범한 인물이 유혹에 빠져 타락으로 치닫는 것은 케인의 소설에서 자주 등장하
[포커스]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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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1958, 87분 Korea, 1958, 87min감독 신상옥 오후 2시 대영2관6년 전 제1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상영된 <지옥화>를 보았을 때의 느낌은, ‘그때, 우리에게 저런 영화가 있었다니’ 하는 것이었다. 58년작인 이 영화는 6.25로 인해 ‘지옥의 땅’으로 변해버린 한국사회에 켜켜이 쌓여있던 모순들을, 양공주와 건달이라는 주변인들을 통해 ‘육화’시킨다. ‘미국’으로 표상되는 물질적 욕망을 쫓는 양공주 소냐, 그녀의 애인이자 기지촌에서 밀수와 포주 노릇을 하는 명식과, 그런 명식에게 어머니의 사진을 들이밀며 고향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하는 형 동식, 이 세사람이 이루는 삼각구조만으로 <지옥화>가 어디로 향하는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그러나 이런 주제의식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캐릭터 묘사와 내러티브의 전개 방식이다. 특히 최은희가 그려낸 소냐가 그렇다. 이 ‘요부’는 양공주라는 신분을 비천하게 여기기는커녕, 그로써 새로운 욕망을 꿈꾸며, 명식과
[포커스] 지옥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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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0시30분부터 파라다이스 호텔 2층 그랜드 볼 룸에서 열린 개막 리셉션은 동서양에서 몰려든 수백명의 게스트와 취재진들로 북적거렸다. 비행기 연발로 7시30분 개막식에는 참석하지 못했던 영화제 심사위원장 허우샤오시엔 감독은 김해공항에서 BEXCO까지 헬기를 타고 도착, 11시 무렵 도착인사를 할 수 있었다.
김동호 위원장의 소개로 마이크를 넘겨받은 허우 감독은 “헬기를 타고 왔는데, 하늘에서 내려다본 부산이 아름다웠다. 부산영화제가 발전하길 빈다”고 인사했고, 역시 늦게 도착한 폴 클락 뉴커런츠 심사위원도 “5번째 부산을 찾는다. 부산영화제 심사를 맡게 되어 영광”이라고 인사를 건넸다. 이날 개막 리셉션에는 김동호 위원장과 프로그래머들을 비롯, 이용관 교수, 임권택, 이광모, 김기덕 감독, 배우 안성기, 강수연, 윤정희, 백건우 부부, PPP 수석프로그래머 정태성씨 등이 참석했다
개막파티에서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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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포동 극장의 거리가 영화제 개막에 맞춰 새 단장에 여념이 없다. PIFF 광장에 슬레이트 모양의 거리 안내판과 이전 영화제의 포스터를 바닥에 새긴 장식물 등이 새로 설치됐고, 나무에는 50만개의 눈꽃등이 매달려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키고 있다.
또 KBS, MBC 등이 주관하는 야외무대가 설치됐고, 각 영화 관련 단체와 업체들의 홍보부스가 자리를 잡았다. 한국독립영화협의회와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부산영상위원회를 비롯, 좋은영화, OCN, <씨네21> <프리미어> 마이비카드 등 총 18개의 부스가 행인을 맞이할 준비를 갖췄다.
PIFF 옷 입는 남포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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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늦진 않았다. 9일 밤 현재 티켓이 매진되지 않은 영화들이 아직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10일 상영작으로는 은자들의 도시 라다크에서 펼쳐지는 영적인 러브스토리 <삼사라>, 이란 마지아르 미리 감독의 <끝나지 않은 노래>, 신상옥 감독의 전복적 느낌의 리얼리즘 영화 <지옥화>, 오픈시네마 작품인 코언 형제의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와 <컨텐더> 등의 표가 남아있다.
11일 상영작 중에는 <장벽을 넘은 사랑>만이 매진되지 않았고, 12일 작품 가운데는 <꽃섬> <아당가맨> <내친구 알리> <순애보> <얄라 얄라> <풀타임 킬러> <록스타 유괴사건> <쏜 데 마르> <사형수의 감방> <풍경> 등의 작품이 관객의 발길을 기다리는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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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게스트와 언론활동을 지원하는 각종 부대시설이 오늘부터 본격 가동된다. 남포동 남포문고 5층에 설치된 PIFF 센터는 영화제 기간동안 ID센터, 프레스센터, 비디오룸이 위치하며 주요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주 사무실이다. 오전9시부터 오후7시까지 운영되며, 정오부터 오후1시까지는 점심시간이다.
전화번호는 244-6987이고 프레스 센터의 연락처는 245-8953이다. 10층의 페스티벌 카페 ‘꿈’(248-6528)에서는 영화제 게스트들의 인터뷰가 주로 이뤄지게 된다. 오전10시부터 새벽2시까지 운영될 예정. PIFF광장 내 부산극장 대각선 맞은 편의 ‘Seattle’s Best Coffee’에 설치된 PIFF 게스트 라운지(오전9시∼오후8시30분)는 초청인사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ID 카드 소지자 중 입장권 발급 가능 대상자로 등록된 게스트의 경우, 무료입장권을 발급받을 수 있다.
게스트와 언론활동 지원, 남포문고 5층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