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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아>의 클로드 란츠만 감독의 신작 <소비보르(Sobibor), 1943년 10월14일 오후 4시>가 지난 10월17일 개봉됐다. 9월11일 뉴욕 테러사건 이후 가미카제식 테러부터 군사공격까지를 포함한 폭력사용과 그 정당성에 대한 논의가 일고 있는 시기에 2차대전중 나치수용소에서 유일하게 성공한 유대인 저항을 다룬 이 영화에 남다른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영화는 이 저항에 참여한 유대인 중 란츠만 감독이 <쇼아>를 준비하던 79년에 만날 수 있었던 예후다 레르너(Yehuda Lerner)의 증언을 기록한 것이다. 란츠만 감독은 <쇼아>의 일부로 들어갈 수 있었던 이 증언을 20년이 지난 뒤 독립된 영화로 만든 이유를 “<쇼아>가 죽음의 기록이었다면 <소비보르…>는 무방비상태의 유대인들이 폭력으로 재무장하며 자유를 되찾는 희망의 기록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소비보르…>는 란츠만 감독이 증언자 레르너에게 43년
[파리 통신] <쇼아>를 넘어, 죽음을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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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한강에 의문의 시체가 떠오른다. 이 사건을 뒤쫓는 오 형사(이정재)는 현장에서 발견된 명함 조각, 특수제작된 일제 안경테에 주목한다. 피살자 양달수의 방에 있던 사진을 쫓아 거제도를 찾은 그는 손지혜(이미연)의 한국전 당시 일기장에서 거제 포로수용소를 둘러싼 비밀에 접근한다. 포로인 손지혜를 사랑하던 황석(안성기)은 비전향 장기수로 50년 형을 살고 최근 출감했다.■ Review 영화 도입 부분, 화사한 신부가 잘못 던져 강물에 빠진 부케 아래로 시체가 떠오르는 장면은 <흑수선>이 앞으로 펼쳐나갈 세계를 암시한다. 이 장면은 살인사건을 파헤치는 오 형사가 그 사건 뒤 어딘가에 숨어있는 황석, 한동주, 그리고 ‘흑수선’이라는 암호의 손지혜와 만나는 곳이자, 50여년 전 뜨거운 피와 눈물로 얼룩졌던 과거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빤질하게 솟아있는 현재와 조우하는 순간이다. 시체는 마치 50년동안 잠들었다 되살아난 사신(死神)처럼 또 다른 죽음들을 불러
흑수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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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시카고의 여자경관 새론 포그(제니퍼 로페즈)는 살인범을 체포하려다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한다. 그 순간 범인을 덮친 정체불명의 남자, 부랑자처럼 보이는 행색의 그는 자신의 이름을 캐치(짐 카비젤)라고만 밝힌다. 새론은 과거를 짐작할 수 없는 캐치와 차츰 가까워지지만 마음의 문을 열수록 의문이 생겨난다. 캐치는 누구인가? 그는 어디에 살며 직업은 무엇일까? 마침내 캐치의 과거와 직면한 새론은 난감한 상황에 처한다.■ Review <조지 클루니의 표적> <더 셀> 등에서 제니퍼 로페즈는 라틴적 관능미로 유혹하는 여인이었다. <웨딩 플래너> 같은 예외적인 영화도 있지만 팝의 디바로 등극하면서 쏟아진 그녀의 뮤직비디오 역시 이런 이미지를 증폭시켜왔다. 하지만 <엔젤 아이즈>를 보려면 지금까지 봤던 제니퍼 로페즈를 잊는 편이 좋다. 그녀는 여기서 가족과 동료에게 위로받지 못하는 외로운 경찰관이다. <엔젤 아이즈>는 상처입
엔젤 아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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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교회와 왕권이 대립하던 17세기 프랑스. 추기경의 압력으로 왕실을 호위하던 총사대는 해산되고, 그중 일부는 암살당한다. 총사였던 아버지를 잃은 달타냥(저스틴 챔버스)은 원수를 갚고 왕실을 지키기 위해 총사가 되기로 다짐한다. 뛰어난 검사로 자란 달타냥은 파리로 향하지만, 리슐리외 추기경(스티븐 리어)이 득세한 상황에서 총사들은 힘을 잃은 지 오래. 추기경과 악당 페브르(팀 로스)는 왕실을 곤경에 빠뜨려 정권을 장악할 계략을 꾸미고, 달타냥은 총사대와 함께 이에 맞선다.■ Review 영화가 흠모해온 소설을 꼽는다면, 알렉상드르 뒤마의 <삼총사>는 그 목록의 상위권에 오를 게 분명하다. 이미 1910년대부터 영화화하기 시작한 이 작품은 구미를 막론하고 영화로, TV물로, 애니메이션으로 수없는 재탕을 거쳐왔다. 왕실과 교회를 둘러싼 갈등과 음모, 대의와 명예의 낭만이 유효한 시대에 기사들의 무용담은 스릴있는 모험과 액션, 로맨스라는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담보한 매
머스킷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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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대런(곽부성)과 알렉스(왕력굉)는 상하이의 신참 특수경찰. 알렉스의 여자친구가 디자이너로 참가한 패션쇼에 간 이들 앞에서 한 남자가 살해된다. 죽은 남자는 지방 암흑가의 대부 마문호의 측근. 난장판이 된 패션쇼장에서 대런은 살인범을, 알렉스는 피해자에게서 디스켓을 빼내 간 미모의 여인 노리카(후지와라 노리카)를 쫓지만 둘 다 놓치고 만다. 수사에 나선 두 파트너는, 대량의 마약 밀수와 함께 패권 장악을 꾀하는 마문호 수하의 토니(마크 다카스코스)와 그의 동업자 쿨리오(쿨리오)의 음모에 맞닥뜨린다.■ Review 당계례는 적어도 액션 연출의 재주는 있는 감독이다. 액션 지도 및 스턴트 감독으로 기본기를 다져왔고, 슬랩스틱의 타이밍과 와이어 액션의 조화가 돋보이는 <홍번구>와 <폴리스 스토리4> 같은 연출작으로 할리우드에서도 환대를 받은 바 있다. 신작 <차이나 스트라이크 포스> 역시, 액션의 장관은 기대할 만한 영화다. 합이 잘 들어맞는
차이나 스트라이크 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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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오키나와 공항에 세워진 관광버스에 12명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이들은 각기 다른 사연을 간직하고 있지만 목적은 같다. 빚이 늘어나 더이상 감당할 수 없자 보험금이라도 타서 가족들을 편하게 먹여살릴 계획이다.■ Review 일본엔 ‘죽음의 미학’이라는 전통사상이 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 미시마 유키오 등의 작가들은 아름답고 숭고한 죽음의 이미지에 자신을 기꺼이 맡긴 인물들. <자살관광버스> 역시 얼핏 보기엔 이러한 죽음의 미학을 계승하는 영화처럼 보인다. 영화 원제도 구로사와 아키라의 <이키루>(‘살다’라는 의미)를 패러디한 <안살아>다. 그런데 영화를 보노라면 이같은 첫인상은 점차 누그러진다. 죽음을 결심한 어느 인물 군상의 여정을 통해, 삶이 얼마나 즐겁고 유쾌한 것인지를 역설적으로 강조하는 거다. <자살관광버스>는 근엄한 포즈를 취하지만 사실은 호들갑스럽기 그지없는 블랙코미디다.<자살관광버스>엔 무기력한 남
자살관광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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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스 페로스>는 알렉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감독 데뷔작이다. 게다가 우리에게는 낯선 멕시코영화. 감독은 물론이고 배우나 스탭까지도 모두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이 이방인들은, <아모레스 페로스> 단 한편으로 아카데미는 물론이고 칸과 판타스포르투 등 수많은 영화제에서 자신들의 명성을 쌓아왔다. 그들의 이력을 살펴본다.1963년에 태어난 감독 알렉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는 라디오방송국 DJ, 영화음악 작곡가, TV영화와 광고 연출 등을 거쳐 <아모레스 페로스>로 장편 극영화에 데뷔했다. 91년에는 영화제작사인 제타필름을 창립했고, 95년에는 TV영화인 <Detras Del Dinero>를 연출하여 뉴욕국제TV영화제 등에서 수상했다. 99년에 <아모레스 페로스>를 만든 뒤, 올해 BMW가 기획한 인터넷 단편영화 프로젝트에서 리안, 왕가위, 가이 리치, 존 프랑켄하이머와 함께 연출을 했다. 시나리오를 쓴 기예르모 아리아가 호르단
<아모레스 페로스> 제작진과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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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옥타비오와 수잔나’. 옥타비오는 형수인 수잔나를, 결혼하기 전부터 사랑했다. 옥타비오가 보기에, 낮에는 슈퍼마켓에서 일하고 가끔씩 강도로 변하는 형 라미로는 수잔나를 폭력적으로 대한다. 옥타비오는 함께 도망치자고 수잔나를 유혹한다. 마침 옥타비오의 애견 코피가 시비가 붙은 투견을 물어죽이자, 투견장에서 돈을 벌 계획을 세운다. 코피는 연일 승리를 거두고 옥타비오는 번 돈을 모두 수잔나에게 갖다바친다. 그러나 수잔나와 형은 옥타비오의 돈을 몽땅 갖고 도망친다.‘다니엘과 발레리아’. 다니엘은 가정을 버리고 정상의 인기를 누리던 패션모델 발레리아와 동거에 들어간다. 새로운 보금자리를 보고 기뻐하던 발레리아는 그러나, 채 기쁨이 가시기도 전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휠체어를 탄 채 아파트로 돌아온 발레리아. 다니엘이 직장에 나간 사이 애견인 리치와 노는 것이 발레리아의 유일한 낙이다. 어느날 마루에 뚫린 구멍으로 들어간 리치는 끙끙거리기만 할 뿐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며칠
아모레스 페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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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대에 태어나 9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중국영화계에 등장한 젊은 감독들은 전 세대의 탐미적이고 현실우회적인 영화들을 비판하고서 현실에 뿌리박은 리얼리즘영화들을 주로 만들어왔다. 개념상으로 다소 불분명함에도 어쨌든 그들 젊은 중국감독들을 ‘6세대’라고 부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북경자전거>를 만든 왕샤오솨이(王小帥, 1966∼)는 장위안(張元, 1963∼), 허젠쥔(何建軍, 1960∼) 등과 함께 6세대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인물이다. 상하이에서 태어난 왕샤오솨이는 베이징영화학교에서 영화를 공부했다. 베이징영화학교에서 같이 공부한 장위안의 데뷔작 <어머니>(1990)의 시나리오를 집필하기도 했던 그는 93년에 자신의 첫 장편을 내놓았다. <나날들>이란 제목을 가진 왕샤오솨이의 데뷔작은 이제 막 헤어지려 하는 연인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영화는 예전의 사랑도, 열정도 잃어버린 남녀를 주로 갑갑한 방 안에 몰아넣고 이야기를 전개시킴으로
왕샤오솨이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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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많은 팬을 가진 <러브레터>의 이와이 슈운지(38) 감독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릴리 슈슈의 모든 것>이란 작품을 들고 왔다. 이 작품은 감독과 제작자를 연결시켜주는 창구인 부산프로모션플랜(PPP)을 통해 한국의 튜브엔터테인먼트(대표 김승범)가 제작을 맡은 것이어서 부산과는 인연이 깊다.
<릴리…>는 이지메(따돌림), 원조교제, 청소년 범죄와 폭력 등 십대 아이들이 성장기에 치르는 열병을 이와이 특유의 감성적 어법으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주인공 유이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또래집단에서 ‘왕따’를 당한다. 그의 유일한 피난처는 십대들의 우상인 릴리 슈슈라는 가수의 음악. 유이치는 ‘필리아’란 별명으로 릴리 슈슈의 홈페이지를 만드는데 거기서 ‘푸른 고양이’라는 또 다른 마니아를 만난다. 유이치가 중학교에 진학해 만난 호시노는 과거 이지메 당했던 경험 때문에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 끝에 이젠 모든 아이들 위에 군림하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인터뷰] 이와이 순지, “감성적으로 한국과 가까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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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시골에서 막 베이징에 올라온 구웨이(추이린)는 퀵 서비스 배달원으로 취직하게 된다. 일한 몫으로 600위안을 지불하면 회사에서 지급한 자전거를 가질 수 있다는 것에 그는 더욱더 열심히 일한다. 그런데 자전거 대금을 거의 치러갈 무렵 구웨이는 그만 자전거를 도둑맞고 만다. 허탈해진 그는 자기가 알아볼 수 있다는 표시를 해두었다는 자기 자전거를 찾아 거리를 헤맨다. 결국 그는 자기 자전거가 다른 소년 지안(리빈)이 타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로부터 구웨이와 지안, 두 소년 사이에 무지막지한 자전거 쟁탈전이 벌어지게 된다. ■ Review 소년이 이제 거의 자기 손에 들어올 찰나에 있던 자전거를 그만 잃어버리고는 막막해하던 때였다. 그때, 베이징의 거리는 자전거를 탄 사람들의 무리를 한도 끝도 없이 그야말로 마구 ‘토해내는’ 곳으로 보여진다. 확실히 베이징은 자전거의 도시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그걸 눈으로 확인한 순간 소년이 가졌을 상실감, 박탈감은 더욱 크
북경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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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베일을 벗은 김기덕 감독의 일곱번째 작품 <나쁜 남자>는 이를테면 `김기덕표 미녀와 야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야수가 미녀를 얽어매는 방식은 동화와 달리 극악하고 폭력적이다.사창가의 깡패 한기는 우연히 길거리에서 만난 여대생 선화의 말끔한 얼굴에 눈길을 빼앗긴다. 그러나 자신을 벌레 보듯 피하는 선화의 눈길이 그의 삶에 고여있던 분노를 폭발시킨다. 백주대낮에 선화에게 강제로 키스했다가 극심한 모욕을 당한 한기는 인신매매 조직의 수법으로 선화를 사창가의 창녀로 전락시킨다.박탈감과 오기와 복수의식으로 똘똘 뭉친 듯한 존재인 한기는 매일 밤 비밀 유리를 통해 사창가의 선화를 감시한다. 선화는 사창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지만 폭력의 창살 밖으로 탈출할 길이 보이지 않는다. 선화가 이 야수에게서 언뜻 인간의 얼굴을 느꼈을 때, 한기는 비로소 선화를 놓아주려 한다. 그러나 선화는 예전의 자신으로부터 이미 너무 멀리 떠나와 있다.김 감독은
김기덕표 미녀와 야수 <나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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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X OFFICE (서울) 11월10일 -11일순위TITLE개봉일스크린좌석수서울주말서울누계(전야제)전국누계1달마야 놀자2001.11.075918,279203,600297,500820,5002물랑루즈2001.10.26206,29837,400305,000549,0003킬러들의 수다2001.10.12256,61735,400823,9002,090,0004조폭 마누라2001.09.28184,33620,6001,431,9005,072,5005스코어2001.11.09164,09212,50015,50038,0006런딤2001.11.10183,32912,30013,10016,7007왕의춤2001.11.10132,2969,80010,90019,5008트레이닝2001.11.03122,0835,00047,30096,2009아멜리에2001.10.1955633,500128,200192,80010와이키키 브라더스2001.10.2724723,40048,30078,300# 참고사항1) 배급위원회 회원사 및 자사
BOX OFFICE (서울) 11월10일 -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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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중 최근 벌어지고 있는 국제정세와 맞물려 화제를 모으고 있는 「칸다하르」.이란 출신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칸다하르」는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있는 아프카니스탄 집권 탈레반의 거점도시를 배경으로 촬영한 영화로 올해 칸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이미 세계적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영화는 목숨을 걸고 촬영한 감독의 의도대로 아프간의 처참한 상황을 전세계에 호소하기 충분할 정도로 `희망'이 없었다. 아프간 출신의 캐나다 여성 저널리스트 나파스는 `일식에 맞춰 자살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아프간에 남아 있는 동생으로부터 받고 칸다하르로 동생을 찾아 떠난다.이란 국경에서부터 칸다하르로 향하는 과정을 소형 녹음기에 기록하며 사막을 건너는 그녀 앞에는 오랜 내전으로 기아와 질병에 고통받는 난민들의 모습이 가감없이 펼쳐진다.특히 강압적인 이슬람 제도속에서 차도르를 한 여성 난민들의 삶은 더욱 그러하다. 이 곳에서 할 수 있는 여성들의 유일한 즐거움은 차도르속에 감춰질 망정
희망없는 영화 <칸다하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