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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더풀 라이프 매주 월요일, 연옥엔 새로운 사람들이 도착한다. 이들을 반기는 면접관들은 죽은 이들에게 각자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하나를 고르라고 말한다. 그러면 연옥에서 일하는 자들이 그것을 영화로 만들고, 죽은 이들은 영화를 보며 영원의 시간 속으로 떠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아라타, 오다 레이카 출연, 백두대간 수입·배급, 상영시간 118분김봉석 보고나면, 사람이 좋아지는 영화 ★★★☆박평식 죽음이 어떻게 삶을 껴안을까? 무거운 질문에 가벼운 답변 ★★★■ 파라다이스 빌라2000년 여름. ‘파라다이스 빌라’라는 다세대 주택에 정체 모를 한 청년이 찾아온다. 인터넷 게임에 중독된 그는 이 빌라에 사는 사람에게 게임상의 사이버 무기를 도난당했다는 것. 청년의 출현과 동시에 빌라에서 살인이 잇따른다. 박종원 감독, 하유미, 이진우 출연 상영시간 96분심영섭 박종원 감독, 왜 이렇게 망가지나 ★★유지나 미스터리는 역부족, 그래도 공포감은 조성한다 ★★★홍성남 피는
원더풀 라이프/파라다이스 빌라/센터 오브 월드/잉글리쉬 브라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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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재소에서 인부로 일주일을 일한 적이 있는데 하루는 거기서 쓰러졌어요. 의사의 말이 자기 가슴을 짚어봐라, 왼짝 가슴을 짚어보니까 파딱파딱 하거든요. “이게 심장인데 당신은 물이 잡혀서 심장이 점점 오른쪽으로 이사갔다”는 겁니다. 수술합니다. 큰 대야를 가지고 하는데, 숨을 들여쉬면 확확 나오는데 사람 속에 무슨 물이 한 대야를 넘어요. 대야를 또 바꿨습니다. 그 바람에 갈비뼈가 이렇게 들어가면서 귀도 약해지고.크리스마스 날 예배당 가보니까 몸이 건강했거든요. 건강하니까는 봄부터는 축구를 했어요. 늑막염 앓는 사람이 축구가 다 뭐야. 기침이 나고 또 어떡해. 진찰하니까 늑막염이 재발했대요. 사형선고를 내려요. 하루 종일 하늘의 구름 보면서 죽는구나 생각하다 저녁 때 집에 들어갔어요. 어머니 보니깐 눈에 눈물이 있더라고. “낙심 마라. 믿음으로 고쳐야 한다. 교회 열심히 하고 운동하지 마라.” 근데 운동을 안 하고는 못 배기는 성질이거든. 이른 봄부터 늦은 가을까지 운동장에 가서 테니
나운규의 <아리랑>에서 영화의 힘 느껴, 배우가 되다- 윤봉춘(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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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해라>에서의 미셸과 파트리샤를 따라 파리의 샹젤리제를 묵묵히 따라오던 카메라의 움직임을 주목하게 된 것은 전에 없던 소박함과 진실함 때문이었다. 카페와 상점을 따라 줄곧 이어지던 화면은 단순한 진리, 곧 거기에 이미 삶이 있다는 것을 전달해준다. 기존의 영화와 젊은 영화를 양분했던 그들 나름의 영화찍기의 정신은 레일도 없이 휠체어에 앉아 밀며 찍던 카메라에서 이미 배어났던 것이다. 1950년대 후반, 영화의 정체성을 구하려는 영화 자체의 노력은 새로운 기술과 조우한다. 스튜디오 대신 야외에서 촬영이 진행되었고, 이에 따라 가벼운 카메라, 적은 조명, 수많은 보조기구 없이도 촬영이 가능한 장비들이 갖춰졌다. 이동이 쉽고 조작이 간편한 장비들 덕으로 적은 비용으로 빠르게 촬영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영화를 만드는 이들에게 더 많은 자유와 예술적인 실험을 가능하게 해주었다. 카메라와 맞닥뜨린 영화의 이 자기확인 절차를 통해 프랑스 누벨바그의 신호탄이 울렸으며
누벨바그의 산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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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의 영화가 공개적으로 다양한 논의를 만나는 것은 드문 일이라는 점에서, 김경현 교수의 정성스런 비판(<씨네21> 329호)을 받은 <고양이를 부탁해>는 아직도 행운이 끝나지 않은 영화다.김 교수의 비판 요지는 이 영화가 상업영화의 구조 안에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상업영화의 기본 원칙을 위반했다는 점이다. 그는 상업영화가 지켜야 할 가장 중요한 “게임의 법칙”으로, 극장 안에서조차 피곤한 질문에 맞닥뜨리는 것을 싫어하는 관객의 속성을 감안해서 “유치한” 질문을 가지고 이야기를 끌어가야 한다는 점을 들었다. 그가 내린 중요한 결론은 <고양이를 부탁해>가 예컨대 “주인공이 언제 섹스를 할까”와 같은 종류의 포장을 갖고 있지 않으므로 상업영화의 구조 밖으로 나가서 “예술영화”로 만들어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좀더 “리얼리즘”적인 질문과 스타일에 천착했더라면 “한국영화의 대안이자 미래”로 추앙받을 수 있었으리라고 진단한다.한국영화 안에서 예술영화
김경현 교수의 <고양이를...> 비판에 대한 반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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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립주택 <파라다이스 빌라>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이지만 속은 그렇지가 않다. 이웃집 여자와 불륜에 빠진 펀드 매니저, 어른들에게 몸을 파는 소녀, 이웃에게 정수기를 팔기 위해 옥상 물탱크에 흙을 퍼넣는 주부, 몰래카메라를 곳곳에 설치하고 테이프를 파는 학생들…. 서로 이웃에게 친절한 척하지만 그 안에는 선을 가장한 공격성이 도사리고 있다. 2002년 월드컵 축구 한일전이 생중계되는 날, 이 빌라에 이방인이 들어온다. 온라인 게임에서 무기를 도둑맞고 분노에 사로잡힌 재수생이 무기를 훔쳐간 다른 학생을 찾아왔다가 살인을 저지른다. 불륜을 은폐하려는, 물탱크에 흙을 넣으려는, 몰래카메라를 감추려는, 빌라 구성원 저마다의 음험한 계산이 도화선이 돼 한번의 살인이 연쇄살인으로 이어진다. 축구를 보며 내지르는 고함소리로 빌라가 떠나갈 듯한 가운데 가운데 7명이 죽어나간다.
7일 개봉하는 박종원(43) 감독의 5번째 영화 <파라다이스 빌라>는 전작 <송어> 처럼
<파라다이스 빌라>의 박종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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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문성근이 민주당의 대선후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노무현 지지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일찌감치 ‘안티 조선일보’와 노무현 지지운동에 열을 올리고 있던 명계남도 마찬가지이며, 이들의 친구인 이창동 감독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이들의 행보가 흥미로운 것은 이런저런 후원행사의 사회를 맡거나 강연에 나서 아주 ‘대놓고’ 노무현 지지를 표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단순한 바람잡이가 아니라 분명한 정치적 명분과 철학을 천명하고 있다는 점도 신선하고 인상적이다(그 명분과 철학을 소개하는 것은 사전 선거운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생략한다).우리나라 사람들은 정치적 견해처럼 선택적인 주장에 대한 자신의 성향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특히 연예인이나 운동선수처럼 대중적 지명도가 높은 사람들은 더욱 그렇고, 영화감독이나 배우들도 마찬가지다. 사정이야 다르지만 미국의 유명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정치 성향을 피력하는 것과는 너무 다르다. 스티븐 스필버그, 올
당파성의 도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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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처음 본 것은 1992년이다. 후배가 건네준 불법복사 비디오로 처음 본 작품이 <마녀의 특급배달>, 그때까지 난 이 천재감독의 이름도 몰랐었다. 그리고 다시 <이웃집 토토로>를 보았다. 후배를 붙잡고 물었다. “도대체 이 사람 누구냐?”
나는 촌놈이다. 인터넷 아이디도 ‘산골소년’이다.
사실 서울에 10년 넘게 살았고, ‘산골’을 떠나온 지는 그보다 훨씬 오래됐지만, 누군가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면 금방 촌놈 소리를 듣게 된다. 왜 그런가 하면, 대부분 만나는 사람들이 애니메이션이나 영화에 관계된 사람들인데 통성명 끝나고 맥주라도 한잔 하게 되면 으레 옛날에 봤던 영화,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요즘 즐겨보는 만화 등등이 단골 메뉴가 되고 그러면 금방 출신성분이 들통난다. 결정적인 건 이런 경우다.
“우리 동네에는 극장이 없어서 <로보트 태권V> 못 봤는데요.” 읍내에 극장이 생긴 게 언제쯤이었을까? 그나
길 잃으면 고양이버스 불러줘! <이웃집 토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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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은 전혀 발견하지 못할,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보고 싶어하지도 않을 영화들을 밤을 새워가면서 보는 이들이 있다.이들은 내장이 튀어나오고, 피가 넘쳐나는 유혈낭자한 영화들을 보면서도 까르르 웃어젖히며, 옛날 추억의 만화영화들을 보면서 주제가를 따라부르기도 하고, 어디서 구했는지도 모를 희귀한 영상들(지나간 CF 및 촌스럽기 그지 없는 일련의 뮤직비디오들)을 모아다가 그것들로 밤을 지새우곤 한다.비주류영화 사랑모임 ‘베드 테이스트’.피터 잭슨의 <고무인간의 최후> 원제목에서 따온 그들의 이름처럼 그들은 결코 평범하거나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것들에는 좀체 시선을 주지 않는다.나는 그들과 함께 혼자서는 도저히 찾아보지도, 보고 싶어하지도 않았을 무수한 영화들을 함께 보았다. 거기엔 <사우스 파크>도 있었고, 트로마의 악취미성 영화들도 있었으며, 가학적인 일본호러영화까지 그 종류도 다양했다.그러나 이들은 일부러 엽기스러운 것을 찾아다니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들
“미스터 박, 내 몸이 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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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에 관한 한 지금은 단연 판타지의 시대이다. 판타지는 아이들을 즐겁게 하고 어른들을 매혹하고, 문화산업을 위해서는 황금알을 낳는다. 오늘날 문자와 영상의 두 매체를 자유로이 오가며 대중을 사로잡는 판타지 장르는 공상과학 서사와 동화적 마법담이다. <스타워즈>가 공상과학쪽의 판타지를 대표한다면, 최근 미국에서 개봉된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은 마법담 판타지를 대표한다. 11월 추수감사절 연휴 사흘 동안 <해리 포터…>가 올린 입장료 수입은 최소 1억5천만달러 이상이라는데, 이는 <타이타닉> <스타워즈> <쥬라기공원> 같은 블록버스터들의 개봉 직후 기록들을 모두 경신한 것이다. <타이타닉>이 세운 사상 최고의 흥행기록을 <해리 포터…>가 갈아치우게 될 것 같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해리 포터…>의 12월 상륙을 앞둔 한국에서도 한바탕 예매권 매입 소동이 벌어졌다고 한다.판타지의
누가 마법에 걸렸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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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배우로 만든 건 <헤어>였습니다.” 가족은 목사가 되라 했고, 본인은 소방관이나 수의사, 투우사를 꿈꿨다는 십대 시절, 안토니오 반데라스(41)가 예정에 없던 배우의 길을 택한 건 밀로스 포먼 감독의 <헤어>(1979) 때문이었다고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영화 <헤어>는 오클라호마 출신의 젊은이 클라우드가 뉴욕에 오고, 다시 베트남전에 출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1960년대 브로드웨이 컬트 뮤지컬을 원작으로 한 작품. 반데라스는 <헤어>의 영화와 뮤지컬 버전을 모두 본 뒤 공연예술에 몸담기로 결심했단다.
“투우사를 할 뻔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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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잭슨, 팀 버튼, 조지 루카스. 이런 감독들과 함께 일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특권이다.” 영국 클래식 공포영화의 단골배우이며 <슬리피 할로우>에도 출연한 바 있는 노장배우 크리스토퍼 리(79)가 <반지의 제왕>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 등 요즘의 잇따른 대작 출연을, 영국 월간지 <엠파이어>와 인터뷰에서 자축했다. “모두 천재적인 자질을 지니고 있지만, 가장 편안하고 느긋한 타입은 조지 루카스”라고 루카스를 추켜세우기도. 그는 <스타워즈 에피소드2: 클론의 습격>에서 블루 스크린 액션까지 소화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천재들과 일하는 건 즐겁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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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코넬리가 리안 감독의 새 영화 <더 헐크>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 <더 헐크>는 마블코믹스사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유전실험을 하던 박사가 헐크로 변하며 일어나는 이야기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발레하는 아리따운 소녀 데보라로 영화 데뷔, 최근 <폴락>과 <레퀴엠>으로 상승세를 타온 제니퍼 코넬리. 그녀는 곧 있어 미국에서 개봉하는, 노벨상 수상자의 일생을 담은 휴먼드라마 <뷰티풀 마인드>에서 러셀 크로의 상대역인, 주인공 수학자의 아내를 연기하기도 했다.
<더 헐크>의 여주인공된 제니퍼 코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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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라면 믿고 맡기겠어요! 최근 <흑수선>에서 인상깊은 연기를 선보였던 안성기가 ‘하나 시네마신탁 명예펀드 매니저’에 위촉되었다. 시네마서비스, 로커스홀딩스, 하나은행이 은행권 최초로 개발한 ‘하나 시네마투자 신탁1호’는 일반관객으로부터 신탁자금을 모집하고 이 자금을 2년간의 신탁기간 동안 신규제작되는 한국영화제작에 투자하고 흥행실적에 따라 수익금을 배당하는 신탁상품. 지난 11월28일 하나은행 본점에서 가진 조인식에서 명예펀드 매니저로 위촉된 안성기는 “영화배우의 현장감각을 투자의사 결정에 반영할” 예정이라고.
믿을 수 있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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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위해서라면 이 한몸 부서지게 춤을 추리라! <해적, 디스코왕 되다>에 이정진, 한채영, 양동근, 임창정 등이 캐스팅되었다. 80년대 초 후줄근한 달동네촌에 사는 해적, 성기, 봉팔은 동네 양아치들과의 싸움질로 청춘을 불사르는 그렇고 그런 인생들. 그러던 어느날 해적 앞에 그의 마음을 한순간에 앗아간 예쁜 소녀 봉자가 나타난다. 봉팔의 여동생인 봉자는 똥지게를 짊어지고 똥을 푸는 오빠 대신 돈을 벌기 위해 룸살롱에 팔려간다. 이 소식을 들은 ‘해적삼총사’는 디스코텍 똘마니들과 한판 싸움을 벌이지만 결국 패배한다. 이때 디스코텍 큰형님은 ‘디스코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면 봉자를 내주겠다’는 제안을 한다. 시간은 단 일주일, 한눈에 반한 소녀 봉자를 위해 ‘해적’은 디스코왕이 되는 피나는 훈련에 들어간다. 정의와 의리로 뭉친 단순무식 터프가이 ‘해적’ 역은 휴대폰 CF, <좋은걸 어떡해> 등의 TV드라마, 영화 <해변으로 가다>에 출연했던 이정진이 맡았고
봉자야, 내가 구해줄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