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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와니와 준하>는 그 완성도와 상관없이 상당히 모범적인 영화라 할 수 있다. 드라마의 전개에 긴장감이 떨어지고 때로는 지나치게 손을 가한 것 때문에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대목이 없지는 않지만, 멜로와 애니메이션을 결합시키려고, 또 그 애니메이션과 등장인물들의 일상을 우회적으로 맞닿게 하려고 많은 노력을 한 것도 그렇고 장면 장면 신경을 쓴 흔적들이 보이는 것도 그렇다.젊은 시절에 겪게 되는 뼈아픈 사랑의 고통을 통해 결국은 무언가를 긍정하게 된다는, 일종의 성장영화인 이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음악은 그 시간축을 한축으로 놓고 미묘한 심리적 움직임들을 다른 한축으로 놓고 움직인다. 많은 영화들이 그러하듯, 앞의 축에서 주로 기능하는 음악들은 ‘선곡된’ 음악들이다. 용돈만 생기면 사 모았다는, 영민의 방에 오랫동안 보관되어 있던 LP들이 과거의 상태로 존재하다가 현재의 심리축으로 넘어오는데, 그건 준하가 영민의 방에서 LP를 트는 순간
왜소한 모범답안- <와니와 준하>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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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롭게 창간된 문학계간지. 편집인 이인성 편집위원 김예림, 박철화, 성기완, 함성호가 참여했다. 우리 문학에 드리운 패배주의와 그 이면을 이루는 맹목주의를 비판하며 우리 문학의 여러 판들이 활기차게 들끓는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특집은 지금 한국사회의 문화적 주류가 되고 있는 ‘엽기적 상상력’에 관한 글 5편. 김명인, 김혜순의 시와 윤후명, 이승우의 소설, 박이문 교수의 논문 ‘세계 문명권의 대화는 가능한가’와 장석남의 서해 기행 등이 실려 있다.
[책] <문학·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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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최초로 노벨상을 수상한 인도의 시인이며 사상가인 타고르의 대표시 선집. <불꽃> <반딧불이> <길 잃은 새>에 수록된 아포리즘과 <타고르 단편 선집>에 실린 세편의 편지도 함께 실려 있다. 시와 서신들은 발표된 순서대로 실었고, 타고르의 벵골어 시집 제목인 ‘황금 조각배’, ‘들새’ ‘남폿불’은 각부의 제목으로 달았다. 타고르 사상의 뿌리인 벵골의 강과 들판, 나무, 꽃, 사람들을 직접 촬영한 사진이 담겨 있어, <우파니샤드>와 인도인들이 지켜온 신성함의 전통에서 비롯된 타고르의 사상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책] <내 안에서 하나가 모두에 이르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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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행 제로 Ze(’)ro de Conduite감독 장 비고 프랑스 1933년 44분힘겨운 유년 시절에 대한 회고라는 점에서 프랑수아 트뤼포의 (1959)에, 학교라는 권위체제에 대한 과격한 반항을 포용한다는 점에서 린제이 앤더슨의 <만약에…>(1968)에 직접적인 영감을 준 작품이 바로 장 비고의 <품행 제로>이다. 영화는 학교가 강요하는 행동지침들을 따르지 못해 품행 점수 0점을 받는 소년들의 ‘시스템’에 대한 반항을 보여준다. 픽션영화로는 비고가 처음으로 만든 <품행 제로>는 그의 무정부주의적인 반항정신이 잘 녹아 있는 영화. 또한 급진적인 태도와 더불어 세밀한 리얼리즘과 초현실주의적인 감수성을 효과적으로 혼합한 창의성으로 영화사에 길이 남는 작품이기도 하다.랑주씨의 범죄 Le Crime de Monsieur Lange감독 장 르누아르 프랑스 1936년 80분거의 파산할 위기를 맞은 소규모 출판사의 사장이 회사의 돈을 갖고 사라지자, 직원인 랑주는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폴리티컬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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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fe Brasil>은 브라질에서도 가장 대중적인 음악이라는 ‘쇼루’(Choro)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프로젝트 음반. 브라질 음악계의 대부 카에타노 벨로소와 팝 디바 마리사 몽테 등 브라질의 정상급 뮤지션들이 참여했다. 벨로소가 만들고 몽테가 부른 <Onde Andras> <Brasileirinho> 등 고유의 4현 기타 카바키뉴와 만돌린의 현란한 기교를 바탕으로 플루트, 색소폰, 하모니카의 다채로운 화음과 즉흥연주가 풍요로운 음의 산책.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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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콜터는 60년대부터 아이리시 켈트 문화권에서 사랑받아온 대중음악 작곡가, 뮤지션, 프로듀서다. 하지만 대중적인 성공에 머물지 않고, 아일랜드 포크음악에 대한 애정을 갖고 뉴에이지의 세련된 실험을 계속해왔다. 신보 는 그가 자란 북아일랜드의 호숫가에 대한 기억을 담은 음반. 성장기의 소중한 추억과 가족을 잃은 아픔을 고스란히 묻은 ‘그림자 호수’와 삶의 음영을, 서정적인 뉴에이지 피아노와 물소리, 아일랜드 민요풍의 음악으로 투명하게 담아낸다. 시너드 오코너가 를 부르고, 리암 니슨이 의 내레이션을 맡았다.
[음반] 필 콜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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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드레 말로 식으로 말하면 대가의 예술작품은 그 하나하나가 세계의 정수(精髓)이다. 그것은 아무나 보여주지 못하는 심원함과 광대함을 풀어놓는 세계이기에 그 자체가 교훈인 그런 세계가 될 만하다. 광주영화제가 마련하는 ‘마스터스’는 그래서 대가라 불리는 이들의 현재가 어떤 모양인지를 살펴보고자 기획된 섹션이다. 그들의 현재를 살펴보는 것은 일단은 일종의 경이로움과의 대면이기도 하지만 오늘의 영화가 과연 어느 지점에까지 이르렀는가에 대한 점검이 되기도 할 것이다.자신의 영화에서 연극 무대를 자주 끌어들였던 누벨바그 세대 감독 자크 리베트는 또다시 무대를 향한 애정을 과시하는 영화를 만들었다. 리베트의 신작 <알게 되리라>는 연극을 올리는 무대라는 환경과 그곳에서 살고 있는 인물들을 경박하지 않은 가벼움과 유머 가득한 터치로 그려낸 일종의 풍속 희극이다. 영화는 현실과 무대의 경계에 선 연극 배우 카미유와 그 주변 사람들의 욕망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에 깃들여 있는 연극성을 찬미
마스터스-영화의 세월을 품은 거장의 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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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전성호는 서양화를 전공한 뒤 미국에서 미디어아트를 전공한 미디어아티스트. 서정적이면서도 사이버한 가상의 자연을 만들어낸다. 양은미는 전산학을 전공한 공학도로 이후 인터액티브 미디어와 컴퓨터그래픽을 전공했으며, 관객 참여가 강조된 작품들을 만들고 있다. 두 작가의 이번 공동전시는 테크놀로지아트를 놀이처럼 즐기며 감상할 수 있는 기회. 인간 본연의 감수성으로 돌아간 테크놀로지를 선보인다.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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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나리는 밤>을 선보였던 극단 후암이 ‘셰익스피어 프로젝트’ 중 첫 번째로 선보이는 작품. <햄릿> <리어왕> <맥베스>와 더불어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의 하나로 손꼽히는 5막짜리 연극 <오셀로>(othello,the Moore of Venice)는 셰익스피어의 37편에 이르는 희곡 중 가장 이해하기 쉽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인간의 사랑과 질투를 선명하고 강렬하게 묘사하고 있다. 흑인의 몸으로 사이프러스의 총독에 임명된 오셀로, 오셀로와 사랑에 빠져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하는 데스데모나. 부관으로 임명되지 못한 데 대한 복수로 오셀로를 강한 질투로 몰아넣는 이아고, 그의 처 에밀리아가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공연] <오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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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봉우 시인의 <휴전선> 시비를 세운다는 강태열 노시인의 결기 섞인 성화에 주눅들어 그만 임진각역까지 따라가서 역사 뒷마당에서 오들오들 떨며 어릴 적 늦가을날 뙤약볕에 두드러기 달래던 생각에 괜히 인생 자체가 을씨년스러워지는데 이시영 시인이 웬일로 나를 따로 보자더니 또 의외로, 오랜만에 ‘시 얘기’다.고형렬 시집. 어젯밤에 다 읽었는데 말야. 참 좋더라. 수준이 고르고. 명편도 많고. …. 그래, 이런 얘기를 하고 사는 게 편치. 역시 단체 실무책임 맡기에는 내가 늙었어… 나는. ‘아암. 좋을 거야. 좋고 말고. 그 친구 요즘 시는 내가 잘 알지.’ 그렇게 대답하면서 속으로는 그런 생각을 했고, 아무리 내가 유독 고형렬의 시를 좋아한다고 소문이 났단들, 그런 반응이 조금 미흡했던지 이시영은 며칠 뒤 시집출판기념회 연락도 챙겨주었다.시집 제목은 확실히 고형렬답다. 촌놈 행티 벗은 줄 알았는데, 허허. “가든이 집인데 또 ‘집’을 붙여요?” 하고 나희덕이 아주 가찹게(???
고형렬 시집 <김포 운호가든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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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영화제에서 소개하는 ‘일본의 두 거장’, 미조구치 겐지와 이마무라 쇼헤이는 각기 다른 시대에 활동한 만큼 둘 사이의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 두드러져 보이는 감독들이다. 예컨대, 다소 단순화해서 비교하자면 미조구치의 세계가 ‘우미(優美)의 미학’에 집중한 것이라면 이마무라의 세계는 ‘혼돈의 미학’을 보여주는 것이다. 두 감독은 공교롭게도 여성 캐릭터에 특히 치중한다는 점에서는 어느 정도 일치를 보이기도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두 감독의 영화들 속에서 여성들은 상이한 존재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드러날 것이다. 여하튼 이처럼 판이한 두 일본 감독들의 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는 일본영화사의 다른 두 양상들을 직접 관찰하고 비교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미조구치 겐지:영화게의 셰익스피어1889년 도쿄의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미조구치는 서양화를 공부하기도 했고 신문 광고 일러스트레이트 일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1922년 영화계에 입문하게 된 그는 와카야마 오사무의 조감독으로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 미조구치 겐지와 이마무라 쇼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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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결성 30주년을 앞두고 발매된 스웨덴 그룹 '아바'의 베스트 앨범이 대대적으로 홍보되고 있다. 홍보되는 물량을 보면 아직도 이들의 상업성이 시들기는커녕 대중음악 판에서 최고에 속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쩌다가 댄스 플로어에 가 보면, 쫘르르, 하고 별 쏟아지듯 터지는 피아노 인트로를 지닌 <Dancing Queen>은 여전히 파티의 분위기가 최고로 떠 있을 때 나오기가 십상이다. 이 노래가 나오면 어른 애 할 것 없이 환호성을 지르며 저마다 댄싱 퀸, 댄싱 킹이 된 듯 리듬에 몸을 맡긴다. 이들의 음반 중에서 예를 들어 브라이언 이노의 것들처럼 대중 음악사의 중요한 길목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 음반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들의 음악에 대한 보편적인 애호는 거의 모차르트의 음악을 방불케 한다. 도대체 무엇이 아바의 '영원한' 인기를 밑에서 지탱하고 있는 것일까.내 생각에는 '순수한 쾌락'으로서의 음악이라는 개념이다. 모든 역사적 의미를 배제하고 남는, 악기의 소리
아바 베스트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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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사용 L’emploi du Temps감독 로랑 캉테 프랑스 2001년 132분 로랑 캉테는 근래 등장한 영화감독들 가운데 아주 드물게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자기 영화 속에 끌어안으려 절실하게 노력하는 사람이다. 데뷔작 <인력 자원부>(1999)에서 프랑스의 한 금속 공장에 카메라를 들이댔던 그는 그 다음 작품인 <시간의 사용>에서는 회사에서 갑자기 해고당한 한 중산층 가장의 이야기를 통해 신자유주의 시스템 속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해 조심스럽게 살펴본다.벵상은 얼마 전 실직당한 처지이건만 자신의 그런 상황을 가족들에게 털어놓고 이야기하지 못한다. 대신 그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스위스에서 새로운 일을 얻어 바쁘다고 말한다. <시간의 사용>은 결코 서두르는 법 없는 차근차근한 발걸음으로 이 남자가 자신에게 맡겨진 시간을 사용하는 것을 관찰해간다. 그럼으로써 벵상이라는 인물의 불안한 초상을 꼼꼼하게 그려나간다. 올 베니스영화제에서 ‘오늘의 사자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 영 시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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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잔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늦봄의 전주, 여름의 부천, 늦가을의 부산으로 이어진 영화 축제의 달력에, 이제 한장이 더 늘어났다. 겨울이 싸늘한 걸음을 재촉하는 가운데 광주에서도 또 하나의 국제영화제가 시작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는 12월7일부터 14일까지 열리는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는 12개국에서 불러모은 140여편의 영화와 함께 첫걸음을 내딛는다. 국내에는 덜 알려졌지만 영화의 지평을 넓혀가는 신진 작가들과, 영화사에 또렷한 인장으로 남은 거장들의 작품을 포함해 60여편의 장편과 80여편의 단편이 광주극장 등 시내 4개 영화관에서 8일 동안 상영된다.이미 아시아영화의 장으로 자리를 다진 부산이나 판타지의 향연으로 개성을 갖춘 부천, 디지털영화를 비롯한 대안영화의 가능성을 찾는 전주까지 3개의 국제영화제가 있는 상황에서, 광주의 영화제 소식에 ‘또?’ 하는 의문이 앞설지도 모르겠다. 염정호 영화제 사무국장에 따르면, “광주가 5·18항쟁을 거치며 민주화의
2001 광주국제영상축제 올가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