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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만화를 처음 본 것은 인터넷 만화사이트에서 연재를 시작할 때고 두 번째 본 것은 단행본에 수록될 리뷰를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책이 나온 뒤 세 번째 만남을 가졌다. 나와는 꽤 인연이 많은 책인 셈인데, 이 책은 세번의 만남 동안 전혀 다른 느낌과 재미를 주었으며, 만화에 대한 눈을 더 밝게 해주었다. 표면적으로 이야기의 줄기는 수업시간이나 다이제스트된 역사 이야기 속에서 만나 친숙해진 태조, 태종, 세종 3대에 걸친 조선조 개국 초기 왕조사다. 역사를 이끌어가는 민중 혹은 민중적 영웅을 주인공으로 그렸던 작가의 전작들(<장길산> <황색고래> <토끼> <삐리> 등)과 달리 임금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사실이나 3대의 이야기를 1권에 압축한 점도 전작과는 차별되는 <상자하자>만의 특징이었다.첫 번째 만남. 펜과 잉크, 붓과 먹이라는 가장 고전적인 재료를 사용해 그려낸 백성민의 만화를 웹이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만나게 된 것은 낯설고
백성민의 시대극 <상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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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집 <씨에스타>를 펴낸 박희정이 11월29일부터 12월31일까지 홍익대 앞 아티누스의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박희정은 <호텔 아프리카> <마틴 앤 존> 등의 작품을 통해 세련된 캐릭터와 감각적인 컬러 일러스트의 매력을 한껏 선보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 특징들을 그대로 엿볼 수 있는 50여점의 컬러 일러스트레이션 원화와 더불어 작가의 손때가 그대로 묻은 아이디어 스케치 30여점도 함께 전시된다. 그리고 거기에 박희정 아트팬시 제품도 곁들여진다. 개인 일러스트집 발간과 그에 따른 전시회라는 한국 만화사상 초유의 이벤트이며, 박희정 만화를 아끼는 독자들에게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문의 02-326-2326).명랑만화 시리즈 2차분출판 지난 8월 길창덕의 <꺼벙이>, 윤승운의 <두심이 표류기>, 신문수의 <도깨비 감투>, 박수동의 를 펴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바다그림판의 명랑만화 시리즈 2차분이 출판되었다. 이
박희정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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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 눈이 바다보다 넓게 내린다.” 눈발 가득한 바다를 바라보고 있던 스님은 아이의 목소리에 뒤돌아봤다. 대여섯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장님 소녀의 손목을 잡고 서 있었다. 아이는 또 말했다. “누나, 오늘 하늘이 저 스님이 입은 옷 색깔하고 같아. 저런 색을 뭐라고 하더라?” 스님은 재색이라고 말해줬다. “우리 누나는 그런 말 못 알아들어. 맞아, 생각났다. 맛없는 국 색깔이야.” 아이의 표현을 따르자면 ‘머리에 머리카락 씨만 뿌려져 있는 나물국 스님’은 그렇게 거지 남매와 처음 만났다.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설화 속 등장인물을 이처럼 생생하게 살려낸 것은 고 정채봉 선생이다. <오세암>에 등장하는 것은 고아 남매 길손이와 감이, 그리고 설정 스님. 숲에서 다시 만난 남매를 스님이 거둬들이고, 마침내 다섯살 길손이가 암자에서 성불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인기리에 방영된 TV시리즈 <하얀마음 백구>를 만든 애니메이션 제작사 ‘마고21’은 설악산 오세
돌 부처님이 입김으로 피운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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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허드슨의 홈 무비>라는 영화가 있었다. 제1회 혹은 2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었던 1992년작 다큐멘터리인데, 그 내용이 너무 재미있어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영화는 에이즈로 죽은 미남 배우 록 허드슨에 대한 것이었다. 그러나 딱딱하게 그의 삶을 다룬 평범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동성애자였던 그가 출연했던 30여편의 영화들에서 동성애 코드가 풍겨나는 장면들을 모아놓은 아주 특이한 내용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영화들이 제작되었을 당시의 관객이 그냥 스쳐지나갈 수밖에 없었던 장면들이, 그가 동성애자인 것이 다 알려진 지금의 관객이 보기에는 아주 의미심장하게 보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점 때문에 <록 허드슨의 홈 무비>는 관객을 시종일관 웃게 만들면서도, 한편으로는 자신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마초맨의 대명사로 살아가야 했던 불행한 한 인간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대단한 작품이었다.사실 지금도 여전히 그렇지만
프랑켄슈타인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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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땅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을 마지막으로 보았어. 앞으로는 그녀의 선물 외에는 그 어떤 것도 아름답다고 하지 않겠어.”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엘프에 대해 좋지 않은 감정을 갖고 있던 드워프 김리가 엘프 여왕 갈라드리엘을 만난 뒤 모든 것이 달라진다. 김리는 이후 여행에서 엘프인 레골라스와 단짝으로 행동하며 ‘엘프의 친구’란 별칭을 얻었으며, 후일 레골라스를 따라 드워프에게는 금지된 신의 땅 서역으로 떠난다. 김리의 인생을 바꿔놓은 갈라드리엘의 아름다움과 위엄은 어떤 것이었을까?<반지의 제왕>이 영화화되고 케이트 블랑슈가 갈라드리엘 역을 맡는다는 게 알려지자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아무리 아름다운 배우더라도 책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 게 분명했다. 인간의 아름다움엔 한계가 있기 때문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그림으로 아무리 아름답게 그리더라도 그건 어디까지나 이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 현실적 아름다움일 뿐이다. 구체
컴퓨터 게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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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39) 감독의 <원더플 라이프>(1998)는 자기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 언제였을까 돌아보게 만든다.영화의 배경은 죽은 뒤 모든 영혼들이 거쳐가야 하는 간이역인 ‘림보역’이다. 이곳에서 죽은 이들은 1주일 머물며 수요일까지 자기 삶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한 장면만 떠올려야 한다. 림보역에서 근무하는 도우미 영혼들은 그 주의 마지막 날 이들이 떠올려낸 행복한 순간을 영화로 만들어 상영해준다. 그러면 죽은 이들은 그 행복했던 기억만을 안고 영원 속으로 사라진다. 다른 모든 나쁜 기억은 잊은 채.죽음 이후의 세계가 영화의 설정처럼 이토록 동화 같고 아기자기하다면 죽을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렇게 행복한 선택조차 어떤 이들에겐 쉽지가 않다. 와타나베 할아버지 같은 이가 그런 경우다. 대동아전쟁과 전후 일본사회를 살아오면서 현실에 안주하거나 만족하지 못했던 그는 어느 순간을 영원히 기억할지 선뜻 선택하지 못한다. 자신의 삶을 인정하지 못하기
<원더풀 라이프>언제 가장 행복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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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 출신 윤제균 감독의 스크린 데뷔작 <두사부일체>가 12월14일 극장개봉을 앞두고,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미리부터 그 열기가 뜨겁다. 게시판의 현재 글목록 수 2718. 3천을 육박하는 숫자다. ‘대박이 틀림없다’는 격려성 글에서 ‘조폭영화는 지겹다’는 비판성 글, 그리고 만화표절시비에 대한 열띤 논쟁까지. 내용의 좋고 나쁨을 떠나 <두사부일체>에 대한 관심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최근엔 ‘가장 존경하는 선생님께 하고픈 말 한마디’라는 이벤트 덕분에 ‘선생님 사랑해요’ 일색이다. 게시판의 후끈함에 비해 About Movie, Gallery, Episode로 구성된 기본 메뉴의 내용은 평이하고, 콘텐츠와 콘텐츠를 담은 전체 홈페이지의 어울림은 된장찌개를 수프볼에 담아서 먹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About Movie 코너에서 ‘재미없는 영화는 죄악’이라는 감독의 변을 읽고 온 탓일까. Gallery 코너에 준비된 메이킹필름과 티저예고편을 보고 신나게 웃다가,
<두사부일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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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풍연가>의 박대영 감독이 만든 블랙코미디. 사업에 실패한 병환의 가족들은 우연한 기회에 보험금을 타게 된다. 이때부터 가족들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온갖 사건을 벌인다. 여러 군데 보험에 가입한 뒤 사고를 가장해서 돈을 타기 시작하는 것. 어느날 보험회사 직원인 충언이 나타나자 병환은 딸과 그를 결혼시켜버린다. 병환은 더 많은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살인을 궁리한다. 이범수와 정준 등 출연배우들이 코믹연기를 과시하고 있다.
TV영화...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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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툼레이더>를 감독한 사이먼 웨스트 감독의 1997년작. 카메론은 뜻하지 않은 살인으로 감옥에 가게 된다. 모범수로 복역하던 그는 사랑하는 아내를 만나기 위해 수송비행기인 콘에어에 탑승한다. 흉악범들이 비행기를 탈취하자 카메론은 범죄자들의 행동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제 비행기는 라스베이거스 한복판으로 향한다. 존 쿠색, 존 말코비치, 스티브 부세미 등 성격파 배우들이 여럿 출연하고 있지만 극의 밀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
TV영화... <콘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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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교향곡>을 만든 장 들라누아 감독작으로 장인 기질이 농후한 연출자의 작품세계를 접할 수 있다. 파리의 보쥬 광장에서 여성들의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한다. 매그레 서장은 범인을 잡기 위해 연극을 벌이기로 한다. 가짜 범인을 잡아들여 이를 미끼로 진짜 범인을 유혹하자는 것. 이본느라는 여성을 추적하던 매그레 서장은 그녀의 남편을 만난다. 남편 마르셀이라는 인물을 조사하던 서장은 그가 범인임을 확신하지만 동일한 사건이 일어나자 당황한다.
TV영화... <매그레 서장, 덫을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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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액션영화로 찰스 브론슨의 냉소적인 연기가 일품이다. 죄수생활을 하던 죠는 프랑스로 이주해 아내와 단란하게 살고 있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던 죠에게 동료였던 로스가 이끄는 갱들이 방문한다. 로스 일행은 죠의 배신으로 감옥에서 허송세월을 했던 것. 복수를 위해 로스는 자신들이 꾸미는 사건에 죠를 끌어들이려고 한다. 로스는 죠의 아내와 딸을 인질로 잡고 협박한다. 테렌스 영 감독은 시리즈 중에서 <닥터 노> 등을 감독했다.
TV영화... <배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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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감독 이형표 출연 김승호<EBS> 12월9일(일) 밤 10시10분“얘야, ‘하도’라는 게 뭐냐?” 어느날 아버지가 딸에게 묻는다. “하도라뇨? 아, 하트요, 심장.” 자상한 딸의 대답에 오히려 아버지는 덜컥 놀란다. “아니, 그럼 요즘 사람들은 염통을 사랑하는 이에게 준단 말이냐? 기브 마이 하트? 이런 몹쓸….” <서울의 지붕밑>은 유쾌한 코미디다. 아버지가 딸의 결혼을 극구 반대하지만 그들 사랑을 허락하게 되고, 집나간 아들을 용서하게 된다는 이야기구조는 낯선 것이 아니다. 이미 TV드라마를 비롯한 주류문화에서 하나의 익숙한 ‘패턴’이 되어버렸으니까. <서울의 지붕밑>은 같은 동네에 옹기종기 모여사는 여러 세대들의 이야기다. 그들은 양의사와 한의사로서 다른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가치관도 다를 수밖에 없다. 한의사는 말끝마다 “우리 조상들은 말이야”라며 자신을 뽐내고, 양의사는 “과학 기술의 진보”를 운운한다. 영화는 이렇듯 전통과 근
이형표 감독의 <서울의 지붕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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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감독 곽경택 출연 유오성12월8일(토) 밤 10시영화 <친구>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특정한 지역성의 강조, 복고풍의 영화라는 점, 극히 남성적인 장르영화라는 것. 이 밖에도 여러 원인을 들 수 있겠지만 영화 <친구>가 거둔 거대한 상업적 성공을 설명하기엔 역부족이다. 아마도 <친구>는 국내 대중영화가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지점’을 모색했다는 의미를 지니지 않을까? <친구>는 외견상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 미국 갱스터영화와 별다른 차별점을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이 영화가 한국적인 정서와 문화,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남성이 살아남기 위해 겪을 수밖에 없는 몇 가지 중요한 ‘통과의례’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점. 사회적 성공과 ‘홀로서기’를 위해선 이제까지 자신을 억압했던 부권과 맞서 싸워야 하고, 우정까지 사사로운 것으로 취급해야 하며 무엇보다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폭력’을 감내
케이블영화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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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ventures of Priscilla, Queen of the Desert 1994년,
감독 스티븐 엘리엇 출연 테렌스 스탬프, 가이 피어스, 휴고 위빙 자막 영어, 한국어 화면포맷 와이드스크린 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여자가 되고픈 세 남자의 고단하고 힘겨운 여행을 담은 호주산 로드무비. 일명 ‘드랙퀸’이라 불리는 여장 남자에 대한 이야기로 ‘프리실라’는 이들이 타고 가는 버스를 뜻한다.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되어 많은 비평가들의 지지를 얻었다. 아카데미 의상상을 수상할 정도로 많은 의상이 사용되었다. 돌비 디지털 2.0만을 지원하는 사운드와 빈약한 서플이 아쉽지만 주제가인 <I Will Survive>의 흥겨움만은 오래 남는다.
프리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