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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두 마리 양이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잠들기 위해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하고 헤아리는 한 소년의 머릿속에서 살고 있는 열 세번째와 열 네번째 양. 소년이 수를 세는 2초 정도밖에 만날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지는 방법은?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슬루페츠키의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는 이런 식의 엉뚱하고 따뜻한 동화 7편이 묶여 있다. 지은이의 상상력은 때론 발명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대표적 발명품은 ‘들고 다니는 횡단보도’. 미술을 공부한 지은이가 직접 그린 삽화도 수준급이다.장정일장정일, 구광본 등 지음/ 행복한 책읽기 펴냄/ 1만원지난 87년, 재기발랄한 시 <햄버거에 대한 명상>으로 김수영문학상을 수상한 뒤 90년대 신세대문학 논쟁, 포스트모더니즘 논쟁에 이어 외설시비까지 불러 일으키며 늘 십자포화의 과녁이 되어온 ‘불온한’ 작가 장정일. 그러나 장정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그는 후기산업사회의 삶을 그에 걸맞
책...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장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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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쨋놈 수능이 끝나고 만화가 다시 솔솔 집안 바닥에 널리기 시작한다. 수능성적은 예상대로 형편없지만 주눅들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그리고 사실, ‘예상대로’는 오늘의 입시제도에 비추면 행운에 가깝다. 한두 문제만 틀려도 전체 석차가 몇만등 떨어진다니, 제 실력보다 1, 2점 발휘 못했다고 꺼이꺼이 우는 학생들이 지천인 것이다.한때 우리집은 아파트 단지 내에서 일등 가는 만화대여 손님이었다. 아이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를 탐독했고, 무얼 보는지 궁금해서 나도 같이 탐독했더니 아예 만화를 빌려오면 내 책상 위에 미리 쌓아두는 거였다. 밀린 원고만 없으면 나는 그 순간이 술자리만큼이나 행복하다. 그때는 ‘일본만화의 폐해’라는 말이 유행하던 때였지만, 난 그 폐해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 너무 야하다는데, 아이들 성교육에 그토록 자연스럽고 적절한 게 없었다. 일본인들이 색(깔)에 강한 것은 짐작했는데, 냄새에 대한 감각 또한 유별나다는 것이 새로운 발견이었고 특히 위에 열거한 세 작품은
일본만화의 걸작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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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을 졸업하고 세상에 나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할까. 그것에 대해 미국의 ‘X세대’가 주류영화적인 어법으로 대답한 영화가 바로 <청춘 스케치>(Reality Bites)라 할 수 있다. 왜 ‘주류적’이냐 하면, 헤헤, 대답은 간단하다. 비주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왜 비주류적이지 않으냐, 헤헤, 대답은 다시 한번 간단하다. 주류적이기 때문이다.주류적이라 함은 그 대답에 대하여 좀더 래디컬하게 의미부여하기보다는 ‘스타일’로 접근하는 태도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 이 영화는 스타일로 접근한다. 미국의 ‘X세대’는 뭐 하는 애들이냐, 여피의 뒤안길이라 할 수 있다. 클린턴이 집권하기 이전의, 어려웠던 때의 미국의 젊은이들이 바로 ‘X세대’ 미국인들이다. 그들은 일자리가 없다. 그리고 일자리를 얻어 열심히 살아보려 했던 전 세대의, 기본적인, 삶에 대한 (그들 나름의) 열정이 도대체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이다. 그들의 전 세대는 그런 X세대의 태도를 퇴폐
<청춘 스케치>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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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 지음/ 세상의 창/ 1만2천원심영섭은 논쟁을 피하지 않는 평론가다. 논쟁이 풍부하지 않은 한국의 영화평단에서, 최근 2, 3년 동안 어떤 방식으로든 심영섭이 연관되지 않은 논쟁을 발견하기란 힘든 일이다. 멜로영화 논쟁, 김기덕 논쟁, 한국영화의 폭력성 논쟁에서 그는 매번 글과 말로 선명한 당파적 주장을 펼쳤다. 무엇보다 그의 글 자체가 종종 논란을 일으켰다. 김기덕의 <섬>을 맹렬히 비판한 심영섭의 글은 아마도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많은 반론을 불러일으킨 비평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개인적 체험 하나를 말하자면, 사설 영화비평 강좌에서 수강생들 가운데 반 이상이 심영섭의 글을 메타 비평의 텍스트로 삼은 걸 보고 놀란 적이 있다.심영섭은 당당하게 편파적이다. 이를테면 그는 “<섬>은 도식적이고 위험하며 퇴행적이다”라고 쓴다. 혹평받은 영화 <혹성 탈출>에 대해선 “팀 버튼이 <혹성 탈출>에서 해내지 못한 것을 다시 해낼 감독은 없으리라”
심영섭 평론집 <영화, 내 영혼의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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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엔터테인먼트 산업들도 다 그렇지만, 게임을 만드는 데 새로운 아이디어는 대단히 중요하다. 화려한 그래픽이나 뛰어난 인공지능을 갖추려면 많은 돈과 뛰어난 기술이 필요하지만, 그런 것 없이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얼마든지 멋진 작품을 만들 수 있다. 리듬액션게임이란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 <비트 매니아> 등도 사실 기술적으로 따지면야 대단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오락실을 휩쓸었다. 그렇지만 아이디어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도 있다.국내에 출시된 걸 아는 사람도 별로 없는 <위저드 앤 워리어>라는 게임이 있다. 올드 게이머라면 최고의 롤플레잉게임 중 하나로 꼽는 <위저드리> 시리즈의 5편에서 7편까지의 디자인을 맡았던 D. W. 브래들리가 디자인한 게임이다.<위저드 앤 워리어>는 이른바 ‘정통’ 미국식 롤플레잉게임이다. 제일 먼저 해야 하는 건 캐릭터 작성이다. 종족과 성별, 직업이 다른 여러 캐릭터를 만든다. 주막에서 함
진부해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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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학교 <화산고>가 12월14일 극장 개봉을 앞두고 홈페이지의 문을 열었다. 기존 영화 홈페이지의 틀을 조금 흔들어 영화 자체의 이야기는 최소한으로 줄인 대신, 화산고 신입생들을 위한 학교 안내서같이 꾸며진 홈페이지. 화산고가 배출한 무술인으로는 이소룡, 성룡, 이연걸이 있다는 믿거나 말거나식의 황당한 학교 역사도 읽을 수 있다. 학교의 역사와 학생회, 교우회 그리고 학교의 이곳저곳를 둘러봤다면, 영화 <화산고> 코너에 준비된 배우들의 동영상 인터뷰와 동영상 코너에서 볼 수 있는 MTV 스타일의 예고편 그리고 갤러리 코너의 스틸과 영화 <화산고>가 준비하는 또다른 프로젝트인 만화와 게임 프로젝트를 살펴보는 것도 좋겠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는 기본 메뉴와는 별도로 준비된 10개의 공간. 학교 구석구석에 포진되어 있는 핵심인물과 주요 사건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메이킹필름과 예고편, 스틸사진에 게임을 뒤섞어 같은 콘텐츠라도
<화산고>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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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영화 마니아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그다지 호들갑스러운 성격은 아니다. 예를 들어 꼭 보고 싶은 영화가 있으면 시사회는 못 가더라도 최소한 개봉 첫날에는 봐야 한다든지, 사고 싶은 비디오나 DVD가 있으면 반드시 출시날짜를 기다렸다가 출시되자마자 산다든지 하는 성격이 아닌 것이다. 더 깊이 생각해보면 딱히 좋아하는 배우가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특정한 감독에 대한 무조건적인 애정을 가지고 있지도 않다. 어떤 때는 우리나라 영화에 대한 특별한 애착을 가진 사람들을 보며, ‘나를 영화 마니아라고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에 빠지기도 하니 말이다. 그러나 내가 영화 마니아가 될 최소한의 자격은 갖추고 있다고 안심시켜주는 것이 하나 있으니, 바로 영화 <스타워즈> 시리즈에 대한 나의 애정이다.그런 애정은 여러 곳에서 발견된다. 우선 태어나서 유일하게 ‘반드시 시사회에서 봐야 한다’고 지정해놓고 시사회를 참석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던 상황을 돌파하고 기어이 본 영
나의 최고, 그들의 최악 <스타워즈: 에피소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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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어느날 갑자기 자신이 남들과는 다른 특수한 능력을 지닌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늘을 날 수 있고 맨손으로 콘크리트 벽을 부숴버리고 눈에서는 레이저빔이 나온다면…. 길은 세 가지다. 전세계를 순회하며 마술쇼나 서커스단의 ‘진기명기’의 주인공이 되든지, 국가의 특수기관에 납치되어 실험체나 특수공작원이 되든지, 자신의 능력은 최대한 숨긴 채 자신이 속한 도시나 지역의 정의의 영웅이나 나쁜 악당이 되어야 한다. 우리가 만화나 애니메이션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대체로 세 번째의 경우다.꿈을 좀더 키워 세계를 지키는 영웅이나 세계정복을 노리는 악당도 될 수 있겠지만, 앞서 말한 능력 정도로는 악당이 된다 해도 어느 정도의 첨단무기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 알기 힘드니 국가권력이나 군대를 상대하긴 힘들 것이고, 선한 편이 되더라도 성탄절에 모든 어린이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산타클로스가 아닌 이상 넓은 지구를 혼자서 감당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게다가 해결해야 될 일이 동시에 발생
탱크걸, 이웃집 소녀 <파워 퍼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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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에서 주관하는 ‘2001 대한민국만화문화대상’ 시상식이 지난 11월23일 오후 2시 서울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렸다. 올해 출판만화 대상은 만화가 장진영의 <삽 한 자루 달랑 들고>가, 영상만화 대상은 씨네픽스의 TV시리즈 <큐빅스>가 수상했다. <삽 한 자루…>는 전세금을 털어 강화도로 내려가서 농사를 지으며 만화를 그리는 작가 자신의 귀농일기, <큐빅스>는 인간과 로봇이 공존하는 근미래를 무대로 큐빅스란 로봇과 소년의 모험을 그린 SF애니메이션이다. 그 밖에 부문별 수상작으로는 출판만화대상 저작상에 강경옥의 심리 미스터리물 <두 사람이다>, 출판상에 이우일의 <우일우화>, 학습만화상과 공로상에 각각 김지훈·신성식의 <만화 과학사 신문>과 신문수의 <꼬마공룡 티사>, 신인상에 홍연식의 <키요라>와 정경아·원종우의 <빠담빠담>이 선정됐다. 영상만화대상은 우수상에 동우
<큐빅스>, 2001 만화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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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보면서 다시금 실감이 났다. 뉴욕에 간 쿠바의 할아버지들이 쌍둥이 빌딩을 가리키며 감회에 젖은 모습을 보면서 말이다. “이제 저건 없어요. 할아버지.” 리키 마틴의 뉴욕공연 녹화 방송에서 다시 느꼈다. ‘웰컴 투 뉴욕 시티’라며 장막이 걷히는 순간 드러나는 쌍둥이 빌딩. “열정의 청년이여, 이제 그건 없다네.” 상상할 수 없던 거대한 사건이 벌어졌고, 더욱 상상할 수 없는 전쟁의 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도대체 누가 그 일을 벌였는지는 여전히 오리무중. 하지만 나에게는 자꾸만 떠오르는 또다른 의문이 있다. 그들은 어디에 있었을까?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맨, 수많은 위기로부터 미국을 구해냈던 그 초능력 영웅들은 어디에 있었는가? 스파이더맨, 너야말로 영원한 뉴요커가 아니었나?최근 <뉴욕 데일리 뉴스>는 ‘만화가 심각해지다. 슈퍼 히어로들까지 세상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과 <스파이더 맨>을 펴내고 있는
만화와 현실, 영웅과 민중의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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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N 액션 수·목 밤 9시30분(현재 시즌1이 평일 오후 2시50분부터 재방송중) 미국 드라마를 보다보면 영화가 드라마화되었거나 드라마를 영화화했거나 하는 경우를 자주 만나게 된다. <나인 투 파이브> <스타트렉> <X파일> <아담스 패밀리> <로빈슨 가족/ 로스트 인 스페이스> 등등. 이 대열에 <스타게이트>가 합류했다. <인디펜던스 데이>의 단세포 감독 롤랜드 에머리히의 작품으로, 스타게이트라는 인위적 웜홀을 통해서 다른 행성으로 간다는 이야기다. TV시리즈로서 영화에 크게 밀리는 것이 있다면 제작비의 규모이다. “영화화가 되면 화면도 커지고 옷도 커지고 구두도 커지죠”라는 데이비드 듀코브니의 명언을 뒤집어서 생각하면 된다. 게다가 영화 <스타게이트>가 블록버스터SF라는 점을 감안할 때 TV시리즈로서 <스타게이트>는 누가 뭐래도 값싼 티가 난다는 것이 좀 문제다. 배우가 바뀐 것
문화상대주의적 SF시리즈 <스타게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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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케빈은 뉴욕 법률회사에 스카우트된다. 회사의 회장 존 밀튼은 유달리 케빈에게 관심을 보이고 그에게 성공가도를 달리게 부추긴다. 한편, 케빈의 아내 매리앤은 이상한 환상을 보기 시작한다. 편집증적 증세를 보이던 매리앤은 정신병원에 갇히는 신세가 되고 만다. 아내를 잃은 슬픔에 잠겨 있던 케빈은 존 밀튼의 진짜 정체를 알기에 이른다. 키아누 리브스와 샤를리즈 테론 등이 출연하며 테일러 핵포드 감독은 <사관과 신사> <백야>로 잘 알려진 연출자.
TV영화... <데블스 에드버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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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2차대전이 종전으로 치닫는 중이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전개되는 해변에선 부대원들이 해변에 침투하기 시작한다. 밀러 대위는 놀라운 지휘력으로 전투를 승리로 이끈다. 한편 라이언 일가의 네 아들은 모두 전쟁에 투입된 상태인데 미국 행정부에선 세명의 아들이 전사했으며 이 소식이 같은 날 라이언 부인에게 통보됨을 알게 된다. 마지막 아들을 구하기 위한 특별명령이 내려진다. 스필버그 감독이 아카데미를 겨냥해 만든 영화.
TV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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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복판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하자 서부경찰서 강력반엔 비상이 걸린다. 깡패 같은 베테랑 형사인 우 형사와 그의 파트너 김 형사 등은 주범이 장성민이라는 사실을 파악한다. 하지만 이 범인은 변장에 능한 탓에 여간해서 검거하기 힘들다. 형사들은 장성민의 여자인 주연의 집을 무단으로 침입하는 등 수사망을 조금씩 좁혀간다. 이명세 감독의 완벽주의자 기질이 드러난 작업. 감독의 동화적 스타일이 전면에 부각되면서 장르적인 재미까지 고루 갖췄다.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