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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8년 빅토리아시대의 런던, 빈민가로 알려진 화이트채플 지역에서 10주 사이에 5명의 매춘부가 난자당한 살인사건이 일어난다. 영국을 공포에 떨게 한 이 연쇄살인사건의 범인은 끝내 잡히지 않았지만 그의 별명은 지금도 연쇄살인마의 대명사로 쓰인다. 악마의 이름은 ‘난도질 잭’. <프롬 헬>은 난도질 잭에 관한 영화이다. 빅토리아시대 런던의 음울하고 창백한 분위기와 달빛에 빛나는 예리한 칼날을 떠올리면 <프롬 헬>의 이미지도 뚜렷해질 것이다. 물론 <프롬 헬>은 난도질 잭 사건을 소재로 만든 첫 영화가 아니다. B급 공포영화로 여러 번 각색됐던 이야기가 새로운 탄력을 받은 것은 앨런 무어와 에디 캠펠의 그래픽소설 <프롬 헬>부터다. 소설은 당시 떠돌던 루머를 토대로 난도질 잭이 영국 왕실과 관련있다는 음모론을 제기했다. 데뷔작 <사회에의 위협>부터 부패한 미국사회에 카메라를 들이댔던 휴즈 형제는 빈곤과 타락과 위선이 넘치던 빅토리아
해외신작 <프롬 헬>/ 살인광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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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배우 샬롯 콜먼(33)의 장례식이 현지 날짜로 11월21일 열렸다. 사인은 강한 천식발작. 장례식은 조용히 치러졌고, 가족들은 자세한 사항을 함구했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에서 휴 그랜트의 친구로 나왔던 그녀는, <마멀레이드 키우기> <오렌지만 과일은 아냐> 등 영국 TV드라마와 시트콤 <어떻게 당신이 날 원하나요?> 등에 출연하기도 한 영국배우. 로열 텔레비전 소사이어티 어워드를 타기도 했다. 평소 천식을 앓긴 했지만 심한 발작은 없었던 그녀가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한 이는 역시 배우인 어머니 앤 비치였다고. 전날까지만 해도 건강했던 터라 놀라움이 컸다고 한다.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배우 샬롯 콜먼 장례식 치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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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스타들이 터키에 있는 미군 부대를 위문방문한다. 조지 클루니, 맷 데이먼, 브래드 피트, 줄리아 로버츠, 앤디 가르시아 등이 터키 방문팀.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미국과 영국 군대를 격려하겠다는 게 명분이지만, 이번 방문에는 <오션스 일레븐> 홍보가 덧입혀져 있다. 배우들은 모두 <오션스 일레븐> 출연진.
12월5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첫 시사회를 연 뒤, 영화를 볼 수 없는 군인들을 위해 ‘위문 상영’을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영화시사를 한 뒤 군인들과 함께 ‘먹고, 얘기한다’는 계획이다. <오션스 일레븐>은 스티븐 소더버그가 만든 리메이크작. 프로듀서 제리 웨인트라웁은 “군인들에게 조금이나마 고향의 맛을 전해주고 싶어” 이같은 활동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웨인트라웁은 조지 부시 미 대통령의 친구이기도. 어딘가 ‘정치적’ 냄새가 나는 걸 부정할 수가 없다.
<오션스 일레븐>군단, 터키 미군 부대 위문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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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산한 강바람에 갈대가 너울대는, 제법 초겨울 정취가 물씬 풍기는 한적한 시골의 강변. 두 사내가 매서운 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 속에 뛰어든다. 한참 뒤 ‘컷’ 소리에, 강가에 몰려 있던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고 나온 두 사내는 추위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 이때, 다가온 한 사내가 한마디 내뱉는다. “업고 나오니까 하균이 얼굴이 잘 안 보이는데…. 강호가 한손으로 목을 잡고 끌고 나오면 어떨까?” 사내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사내는 다시 차가운 강물 속에 뛰어든다.
지난 11월 중순 전북 순창군의 섬진강 상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 성공 이후 메가폰을 잡은 박찬욱 감독의 새 영화 <복수는 나의 것>의 라스트신 촬영현장이다. 복수심에 가득찬 동진(송강호)이 딸의 유괴범 류(신하균)를 강물로 끌고 들어 가는 장면. 원래 오전에 찍기로 했지만 눈과 비가 오락가락하는 변덕스러운 날씨 덕분에 오후 4시가 넘어서 촬영이 진행됐다. 두 번
“왜 이렇게 사는 게 뜻대로 안 되니…”, <복수는 나의 것>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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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호한 암호들로 가득 찬 사이버세계, 하얀방에서 만난 사람들. 임창재 감독의 <하얀방>에 이은주, 정준호, 서태화가 캐스팅되었다. 오피스텔에서 극도의 불안과 공포 속에 한 여자가 죽는다. 코스프레 파티에서 춤을 추던 또 한명의 젊은 여자도 죽는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 심지어 타살인지 자살인지도 알 수 없는 의문의 죽음이 계속되자 사이버 수사대 최 형사는 배후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오랫동안 차기작을 골라왔던 이은주가 맡은 한수진은 자신도 저주의 대상이 될 위험에 빠지지만 사건을 피해가기보다 해결책을 찾기 위해 한걸음 더 사건 속으로 개입해가는 당찬 여성. 이은주는 여성스러우면서도 이지적인 방송사 프로듀서 한수진 역을 소화해내기 위해 오랫동안 길러온 긴 생머리를 과감하게 컷트했고 앳된 모습을 거세한 자리에 커리어우먼의 당당함을 심어넣었다.개봉중인 <흑수선>에 이어 <두사부일체> 촬영을 마치고 쉴틈없이 차기작을 결
<하얀방>에서 만나는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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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내 영화는 관념적이다”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개의 상을 휩쓴 직후지만 11월21일 만난 송일곤(32) 감독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과연 몇명이나 <꽃섬>을 보러 극장을 찾을까, 하는 걱정 때문이다. 지금까지 <꽃섬>이 확보한 서울시내 극장의 숫자는 8개관. 메가박스나 CGV 같은 멀티플렉스는 냉랭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그나마 지금 확보한 극장들도 얼마나 오래 영화를 걸지 미지수이다. 물론 그가 초조해하는 건 흥행을 해서 돈을 벌겠다는 욕심과 전혀 거리가 먼 것이다. 다른 모든 감독들과 마찬가지로 그도 자기 작품으로 관객과 대화를 나누고 싶은 것이다. 의기소침한 송일곤 감독의 표정에서 요즘 한국영화가 일구고 있는 성공신화의 이면이 드러난다고 하면 <꽃섬>에 해가 되는 일일까?누군가는 그만큼 상도 받고 해외에 이름도 알렸으면 된 거 아닌가, 라고 할지 모르지만 송일곤 감독은 “다음 작품을 찍을 수 있을까”라고 말한다. 전적으로 그가 돌파해야 할 현
<꽃섬>의 송일곤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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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척한 가을비 덕에 흙탕물을 뒤집어쓴 4인승 밴은 덜컹거리며 골목을 회전하고 있었다. 낮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동네, 부산시 남구 용당동. 창조적인 물품이 나오는 비옥한 토양같아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맨손을 무기로 불모지를 텃밭으로 가꾼 사람이 있다. “촬영에 관련된 장비들을 디자인하고, 생산하고, 개조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촬영장비제작업체 ‘밀리디’ 대표 안형국씨. 사람좋은 웃음을 ‘허허’ 지어보이다가도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뚝딱 뚝딱’ 만들어냈던 <한지붕 세가족>의 ‘순돌이 아빠’처럼 묵직하고 두툼한 그의 손을 통하면 세상에 안 만들어질 것이 없어보인다.뭐든 양보하게 생긴 얼굴이지만 이 사람, 일단 일 이야기가 나오면 세상 누구보다도 날카로워진다. “국내에서 헬기를 이용한 항공촬영업체가 7, 8군데되는데 그중 35mm카메라를 모형헬기에 달고 항공촬영에 성공한 경우는 우리가 최초라고 자부합니다. 업체들이 광고는 하고 있지만 촬영된 필름을 보자고 하면 증명할 수
`국내최초`, 그의 손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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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봬서 죄송합니다”라고 하진 않았지만, 내내 미안한 맘뿐이었다. 1991년 연극 <따라지의 향연>으로 무대에 선 지 10년이 넘은 여배우에게 ‘페이스’라니…. 글 양이 적은데 질문은 왜 그리 많았냐고 나중에 한소리 들을까봐 간단한 질문을 최대한 느릿하게 던졌더니, 눈썰미 좋고 도량 넓은 배우 오지혜(34)의 한마디. “저, 그냥 수다떨러 왔어요. <한겨레> 마니아인데 언젠가 한번 오고 싶었거든요.” 이야기 실타래가 풀리기 시작하자 예쁜 딸 분윳값 때문에 <한겨레21> 대신 <씨네21> 구독을 중지했다며 크게 ‘한방’먹이는 억척어멈 오지혜.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인희만큼 씩씩하다.
“그래도 임순례 감독님은 촬영하면서 양이 안 차셨나 보더라구요. 저한테 편지를 쓰셨는데 인희의 아픔이 덜 묻어난다고 하시대요.” 극중 인희야 어렸을 때 품었던 가수의 꿈을 채소 한단에 묶어 내파는 처지가 됐고 거기에 남편까지 잃었는데, 자신은 지금
“연기밖에 난 몰라”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오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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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인가 사이코인가? 이것은 <라이프> 1949년 8월호 세 페이지짜리 컬러 기사 ‘잭슨 폴록, 그는 미국 현존의 가장 위대한 화가인가?’가 내놓은 질문이다.이제 시장(市場)은 이런 질문을 부적절한 것으로 돌려버린 지 오래되었다. 오늘날은 ‘뜨거운 이슈 잭슨 폴록’, ‘쿨한 이슈 잭슨 폴록’, 또는 ’영화 잭슨 폴록’이 문제일 뿐이다. 에드 해리스가 감독하고 주연한 <폴락>은 <라이프>가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매우 놀란 듯한 그 예술가의 얼굴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제 스타예술가가 태어난 것이다.폴록은 어느 지점까지는 반 고흐의 패러다임을 따른다. 그는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고 고통받았다. 성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었으며 불쌍할 정도로 스스로 청해 고행의 길을 걸었다. 그러나 반 고흐와 달리 폴록은 그의 생전에 영광을 보았고 그뒤 죽었다. 그는 바스키아와 마찬가지로, 성공도 실패도 제대로 자기 품에 받아안을 능력이 없는 그런 미국인이었다.예전의
<폴락>, 고흐의 고뇌, 브랜도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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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칸 뷰티> 이전
내 이름이 이상하다구? 동의해. 아빠가 에스토니아 출신이고, 엄마 조상이 그리스인이라서 내 이름이 조금 이국적이지. 난 로드아일랜드에서 나고 자랐는데, 13살에 우연히 모델일을 시작하면서 식구들을 졸라 LA로 이사왔어. 피자 CF에도 출연하고 시트콤에도 출연했지만, 학교 생활을 등한시하진 않았지. 난 절대 모델로는 성공 못했을 거야. 알다시피 내 키는 160cm가 간신히 넘걸랑. 오죽하면 학교 때 별명이 ‘콩’(bean)이었겠어.사람들은 내가 학교를 주름잡는 치어리더나 메이 퀸이었을 줄로 알지만, 정반대였어. 학교에서 난 눈에 띄는 아이가 아니었지. 사교적이지도 못했고. 그저 촌스런 교복 대신 와일드하고 펑키한 옷을 입고 싶어한 평범한 소녀였어. 그러다 같은 드라마에 단역 출연하면서, <노웨어> <키스 더 걸> 같은 영화에도 얼굴을 내밀게 됐지. 좀 비중있는 역할로 나온 건 <캐리2>부터야. <아메리칸 파
난, 품고 싶은 게 많아! <아메리칸 뷰티>의 미나 수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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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놀란 모양이었다. 무슨 몸무게가 고탄력 고무줄도 아니고 어디 가서 지방흡입을 받은 것도 아닐진대, 지금 눈앞에 보이는 설경구는 1달 전 보았던 설경구가 아니었다. 올해 여름 무섭게 몸집을 불렸던 설경구가 <공공의 적> 촬영을 마치고 다시 날렵하게 변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다이어트 비디오 찍자”는 말이 안 나오는 게 용할 정도다.
“경찰제복 맞춘다고 사이즈를 묻길래 아무리 살이 쪄도 허리 사이즈 32인치면 될 거라고, 그것만 준비하라고 그랬죠. 근데 현장 와서 입어보니 참 기가 차서…. 결국 재봉선 터서 앞부분만 가리고 찍었다니까. (웃음)” 세상의 때와 오물에 절은 남자, 짊어진 삶의 무게를 느끼지 못할 만큼 무감각해진 인간. 강우석의 신작 <공공의 적>에서 ‘단순무식과격’한 악질경찰 강철중을 담기 위해 설경구는 비대해져야 했다. 대결구도에 있는 이성재가 냉철한 펀드매니저의 외양을 한 잔혹한 살인마 조규환에 가까워지기 위해 헬스로 몸을 단련시켜야 했듯
<공공의 적>의 설경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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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치 않은 일복이 터져 토요일 오후까지 사무실에 나가 컴퓨터 자판을 두드리고 있는데(신문사는 대체로 토요일이 쉬는 날이다), 시인 S가 전화를 했다. 집에 전화를 했더니 아무도 안 받아 혹시나 하고 해봤다, 그 신문사에는 휴일도 없느냐고 너스레를 떨더니, 또다른 시인 Y와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러 가기로 했는데 끼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날 해치우기로 마음먹은 일이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보는 것도 미룰 수 없는 숙제인 듯해(영화는 훌륭한데 관객이 들지 않아 <고양이를 부탁해>처럼 곧 간판을 내릴 거라는 걱정스러운 얘기를 여러 차례 들었다), 거충거충 일을 작파하고 시네코아로 갔다.영화를 보면서 나는 조마조마했다. 이 영화에 대한 찬사를 자주 드러내 기대지평이 한껏 높아져 있던 터라, 혹시라도 그만큼이 아니면 어쩌나 하는 조바심이었다. 그리고 순간순간 그 걱정이 아슬아슬하게 현실화하는 느낌도 받았다. 특히 몇몇 배우들의 대사 연기
아저씨, <와이키키 브라더스>에 감동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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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30일부터 12월2일까지 아트선재센터에서, 장.단편 애니와 다큐멘터리 상영빛과 그림자의 마술빛과 그림자의 마술사 로테 라이니거의 실루엣 필름 상영회가 열린다. 오는 11월30일부터 12월2일까지 아트선재문화센터에서 열리는 ‘로테 라이니거, 실루엣 필름’은, 실루엣 애니메이션 기법의 창시자로 알려진 독일의 여성 애니메이션 작가 로테 라이니거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행사. 유럽 최초의 장편애니메이션으로 알려진 장편 <아크메드 왕자의 모험>과 단편 6편, 로테 라이니거의 작업에 대한 짧은 다큐멘터리가 상영된다.실루엣 애니메이션은 인물과 배경을 종이로 오려서 만들고, 뒤에서 조명을 비추어 그 그림자와 흑백의 이미지로 표현하는 기법이다. 국내에서는 올해 개봉했던 미셸 오슬로의 <프린스 앤 프린세스>로 소개된 바 있다. 종이로 오려낸 공주 의상의 레이스 무늬나 발명가 마녀의 요새 같은 성에 빛을 비추어 실루엣의 장관을 보여준 오슬로도, 로테 라이니거의 후예인 셈이다. 실
로테 라이니거의 실루엣 필름 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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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과 병행 199편 상영, 11월 28일~ 12월 2일 시네마 오즈와 코엑스에서 새로운 영상예술의 현재에 관한 풍성한 보고, 서울넷페스티벌이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관객과 만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뉘어 진행되는 서울넷페스티벌 행사 중 오프라인영화제는 11월28일부터 12월2일까지 서울 신사동 시네마 오즈와 코엑스 그랜드컨퍼런스룸에서 열릴 예정. 올해 서울넷페스티벌은 온라인 상영작과 오프라인 상영작이 완전히 구분되어 있으며, 총상영작은 18개국 199편에 달한다. 지난 11월1일부터 열린 온라인영화제(www.senef.com)가 웹아트, 플래시애니메이션 등 컴퓨터상으로 보기 적합한 짧은 작품들 위주로 편성되어 있다면, 이번 11월28일 시작되는 오프라인영화제는, 디지털 장편영화들의 경쟁섹션인 ‘디지털 익스프레스 오프라인’을 비롯해 ‘극장용’ 메뉴로 마련돼 있다. 대니 보일, 마이크 피기스, 앙드레 테시네 등 유명감독들의 최신 디지털 화제작 모음인 ‘퍼스펙티브 디’, 미주
SeNef 2001, 날아라, 디지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