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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점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 중 내가 좋아하는 유형과 그렇지 않은 유형은 이렇다. 좋아하는 유형은 우선, 자기가 볼 영화 알아서 보는 타입이다. 고맙게도 이런 유형들은 대개가 말이 별로 없다. 아무리 직업이라 할지라도 하루에 1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말을 걸어온다고 생각해보라.반면,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타입은 말이 많은 사람들이다. 물론 고객이 점주에게 물건을 고르기 위해 말을 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진주만> 언제 나와요?”라는 똑같은 질문을 하루에 50명 이상에게 듣는다고 상상해보라. 다른 예로 고객이 많이 하는 질문이 “요즘 뭐가 재미있어요?”라는 추상적인 질문인데, 나는 “어떤 장르로요?” 또는 “최근에 본 영화가 무엇이었죠?”라는 식의 구체적인 질문과 답변이 몇 차례 오고가야 비로소 그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런 성의없는 질문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자기가 볼 영화를 이미 정하고 온다는 사실이다. 또한 뻔히 알면서 확인차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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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ocalypse Now: Redux 1979년,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자막 영어, 한국어화면포맷 2.35:1오디오 DD 5.1지역코드 3‘apocalypse’라는 단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전율과 긴장감이 쏴악 돌 만큼, <지옥의 묵시록>은 특별한 아우라를 가진 영화다. 좋게 표현해서 ‘아우라’지, 온몸에 질척하고도 끈적하니 달라붙는 것이 마치 ‘인간에 대한 혐오감 100%만으로 만들어진 영화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다. 그 혐오감에 덧붙여 저산소 호흡증이라도 유발하려는 듯 기이한 긴장감을 지닌 장면들이 끝도 없이 나오고 또 나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정말 기력이 쇠하게 만들기까지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DVD에 손이 갈 수밖에 없었던 것은, 무엇보다 리덕스판에 첨가된 49분 분량의 삭제장면들 대해 어떤 서플먼트가 곁들여져 있지 않을까 하는 일종의 기대감 때문이었다. 특히 서플먼트로 극장용 예고편만이 달랑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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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재 목사가 우리를 부르더니 “서울에서 만세 불렀다, 우리한테는 이 태극기가 독립선언서다, 그러니까 이걸 만들어서 밤중에 경찰 몰래 두루마기 속에 넣어가지고 와라. 누구한테든 보이지 않게 주의해라.” 고런 부탁을 했어요. 집집이 돌아다니면서 임무를 다했는데, 고것이 회령에서는 서울보다 한달이 늦은, 양력으로 사월 초하룻날 일입니다.그 날이 보통학교 졸업식 날입니다. 예배당에서 열두시에 종을 치면 보통학교 졸업식장에 모인 학생들이 태극기를 들고 그냥 몰려서 나올 작정입니다. 나와서 우편국 앞에 모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거기서 최 목사님이 강행을 하고. 그 다음에 보통학교 선생 강창희라고, 이분이 애국자입니다. 이 강 선생이 학생들에게 나눠줄 만한 숫자의 태극기를 미리 학교에다 운반했습니다. 자기 앉는 책상에다 보자기를 펴고 밑에다 감춰놨습니다. 그럼 여기서 우리는 대기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사학년 아이가 뛰어왔습니다. “큰일났습니다. 강창희 선생님이 붙들렸습니다. 태극기가 발각이 됐습
“일본 경찰에게 고문 당해 병신이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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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년 제작된 <이지 라이더>의 출현으로 할리우드는 한 차례 홍역을 치른다. 이전까지 영화의 소재로 여겨지지 않았던 마약, 섹스, 록음악의 등장은 가히 혁명적이었으며, 영화 속 오토바이는 곧 저항과 일탈의 아이콘이 되었다. 이 영화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빛나는 성과도 있다. <이지 라이더>는 할리우드의 촬영시스템에 근본적인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세트촬영에만 국한돼 있던 당시의 풍토에 곧 야외로케이션 촬영을 위한 새로운 장비와 시도들이 이루어졌다. 고감도 필름과 가벼운 조명기구들을 찾게 되었으며 오토바이와 조명장비를 실은 트럭이 준비되었고 충격에 강한 컨버터블카에는 카메라와 베니어판이 설치되었다. 열악한 장비였지만 이제까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방식이 아닐 수 없었다. 촬영감독 라슬로 코박스의 거친 핸드헬드 카메라와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는 시대를 풍미할 자유로운 영웅상을 담느라 바삐 돌아가고 있었다.“단지 직업을 구하는 차원이 아니라 촬영은 곧
반항의 시대, 문화적 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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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홀랜드 드라이브멀홀랜드 드라이브를 달리는 차에 타고 있던 리타는 교통사고에서 겨우 살아난다. 배우가 되기 위해 LA로 온 베티는 출장을 떠난 숙모의 집으로 향한다. 숙모의 집에 들어간 베티는 몰래 숨어든 리타를 만난다. 모든 기억을 잃은 리타는 다이안이라는 이름만을 떠올린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 나오미 왓츠, 로라 엘레나 해링 출연, 감자 픽처스 수입·배급, 상영시간 146분김봉석 이런 것이 진짜 악몽 ★★★★박평식 컬트왕답게 짓궂도록 기억의 회로에 안개를 깔다 ★★★☆■ 갓 앤 몬스터30년대 공포영화의 거장 제임스 웨일은 거대한 저택에서 홀로 노년을 보내고 있다. 클레이튼이라는 젊은 청년이 정원사로 일하게 되자, 동성애자인 웨일은 그의 건장한 몸에 반한다. 그리고 그에게 그림의 모델이 되어 달라고 부탁한다. 빌 콘돈 감독, 이안 매켈런, 브랜든 프레이저 출연, 씨네탑 수입·AFDF코리아 배급, 상영시간 105분김봉석 인간은, 신이 창조한 괴물 ★★★★■ 스트레이트 스토리
멀홀랜드 드라이브/갓 앤 몬스터/스트레이트 스토리/무서운 영화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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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부산국제영화제 와이드 앵글 부문에 초청된 다큐멘터리 <아름다운 생존>을 보았다.임순례 감독이 연출하고,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과 여성영화인모임이 제작주체인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 최초의 여성감독 박남옥님을 비롯, 이 땅에서 감독으로, 제작자로, 촬영기사로, 조명기사 등으로 일하는 여성영화인들의 목소리를 담담하게 잡았다.박남옥 감독이 어떻게 그의 장편 첫 영화 <미망인>을 어렵게 완성하게 되었는지, 여성으로서 수적인 ‘희소성’이 어떻게 현실적 어려움으로 대체되었는지, ‘영화’라는 것이 자신들의 삶을 어떻게 사로잡고 뒤흔들었는지, 그 여성들은 잘난 체하지 않고, 엄살떨지 않고, 그냥 그렇게 식탁 앞에 앉아 수다떨듯 이야기하고 있었다.모 영화를 제작할 때 일이다. 크랭크인 전 영화의 목표와 위상을 공유함과 동시에 친목도모로 치러지는 워크숍에서 앞에 나가 마이크를 잡은 감독을 비롯한 스탭들은 좋은 사람들과 함께해서 기쁘다, 열심히 하겠다류의 다짐 같은 이야기를 주
여성영화인의 생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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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순간순간 변화하는 걸 즐기는 사람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이 나를 다시 보게 되었을 때 하는 말 대부분은 “야! 나 너 누군지 몰랐어. 너무 변해서 못 알아봤어. 아이라인 보고 알았다 야!”이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이런 내 취향은 주로 영화에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외향적인 모습이나 행동거지, 또는 말투 등이…. 물론 나라는 특이한 캐릭터가 혼합되어 남들은 내가 영화주인공을 패러디했다는 것을 잘 눈치채지 못하지만, 내 모습이 어느 영화주인공의 그것인 것을 깨닫고 가끔은 스스로 놀랄 때가 있다. 나는 반항적이고 도발적인 레옹을 사랑하는 소녀 마틸다가 되었다가 <청춘스케치>의 자유와 순수한 사랑을 갈망하는 엘레이나가 되기도 하고 엉뚱하게도 실존생활에서 절대 제정신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거침없는 <배트맨 포에버>의 포이즌 아이비라든가 캣우먼 같은 관능적이고 섹시한 여자만의 힘을 가진 그들만의 그것을 닮고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내 인생과 관련된 영화를 꼽
나는 문화적 도발을 꿈꾼다, <블레이드 러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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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마법사란다, 모든 상처를 잊게 해주니 말이야」「하지만 흉터는 남아요」- 헤븐(heaven), V. C 앤드루스 -바다 건너에서 공부를 하지 않을 때면 즐겁게 드럭을 하며 살아가고 있는 친구 한 녀석은 둘 중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을 때면 고맙게도 가끔 연락을 하여준다. 그러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은근한 능선 때는 전화기 앞에 앉아서도 본의 아니게 통화를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목소리가 특정인에 한해서 출입이 자유로웠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공평하게 칩거해 있었기 때문에 딱히 더 미안해할 것이 없기는 했다. 뒤에 메일로 당시의 사정을 전해들은 녀석은 어제 처음으로 도자기 파이프를 사용해 봤는데 확실히 인생이 달라졌다는 둥 떠들고 나서는 킬킬 웃으며 뭐야, 그렇게 된 거라니 완전히 인어공주꼴 아니야, 라고 말했다.2초간 생각해본 뒤 한심한 팔자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카테고리로는 같이 묶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대가리쪽이 생선인 것 같아, 라고 대답했다. 이 나름대로
무능의 권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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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장이모의 <인생>이다. 역사의 오류를 그린 영화지만, 나는 그 역사의 오류 앞에서 끝내 선의를 잃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에 늘 감동한다. 장이모의 영화답게 <인생>의 배우들은 귀신처럼 연기한다. 브레히트가 이 영화를 봤다면, 공리의 연기에 몰입되어 ‘소격 이론’의 관념성을 자인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장난스런 상상을 한 적도 있다.좀더 사적인 차원에서라면, 앨런 파커의 <커미트먼츠>를 좋아한다. (한번쯤 밴드를 꿈꾸지 않은 청춘이 있을까만) 밴드를 꿈꾸었기에, 나는 밴드가 충분한 이 영화를 좋아한다. 심란스런 땅 북아일랜드의 젊은이들(실업연금을 타먹는 건달, 집에서 애보는 처녀, 정육공장 노동자, 허풍선이 난봉꾼…)이 모여 솔 밴드를 만든다. 밴드의 첫 연습날, 당구장 이층 창고에 ‘머스탱 샐리’가 울려퍼지는 장면은 언제 봐도 뭉클하다. 흑인도 아니면서 왜 솔을 하느냐는 질문에 밴드의 발의자가 대답한다. “아일랜드는 유럽의
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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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폭이 사랑할 때? <조폭 마누라> 신은경이 앤디 가르시아와 사랑에 빠진다. 한국영화사 캐슬인더스카이가 파라마운트사와 공동 제작하는 한·미합작영화 <뷰티풀 라이프>(Beautiful Life)에서 신은경은 의료 사고로 파산한 의사, 앤디 가르시아와 사랑에 빠지는 동양인 간호사 안젤라 역을 맡게 된다. 두 사람은 결혼 뒤 단란한 가정을 꾸리지만 행복은 잠시뿐, 신은경의 불치병으로 이내 눈물샘 넘치는 이별의 순간을 맞는다. 앤디 가르시아는 이 작품의 주연과 감독을 맡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신은경은 영어로 연기하게 된다. <뷰티풀 라이프>는 내년 1월 중순 미국 LA 등지에서 촬영에 들어가며, 파라마운트사가 배급을 맡아 내년 5월중 한국과 미국, 유럽 등 세계 45개국에서 개봉할 예정이라고.
신은경, `앤디 가르시아와 연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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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의 유력 경제주간지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The Far Eastern Economic Review)가 ‘아시아의 변화를 주도한 인물(Making a Difference)20인’에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를 커뮤니케이션부문 수상자로 선정했다.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는 잡지발간 55주년을 기념해 정치가, 사회운동가, 법률가, 기업인 등 총 6개 부문에 걸쳐 아시아지역 국가에서 변화를 주도한 인물을 뽑았다. 심재명 대표는 1992년 명필름을 창립한 이후 <접속> <해피엔드>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영화를 잇따라 히트시키며 명실공히 명필름을 메이저 영화사로 성장시켜놓은 당사자. 그는 지난 5월 남편인 이은 감독과 함께 <버라이어티>가 뽑은 주목할 만한 프로듀서 명단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심재명, 아시아의 변화를 주도한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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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17일 성황리에 6번째 축제의 막을 내린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제14회 유럽영화상 시상식에 공식게스트로 참가한다. 오는 11월29일부터 12월1일까지 베를린에서 열리는 2001유럽영화상 행사중 김동호 위원장은 ‘영화제의 미래’라는 주제로 열리는 세미나에 참석한다고. 아시아 유일의 발제자로 참가하는 김 위원장은 ‘아시아영화의 진흥을 위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역할’에 대해 발제를 할 예정이다. 베를린영화제의 디터 코슬릭, 카를로비 바리영화제의 에바 자오랄로바, 선댄스영화제의 제프 길모어 등 9개 주요 영화제 집행위원장들이 참가한다. 세미나는 12월1일 시상식에 앞서 열릴 예정이라고.
유럽영화상 시상식 공식게스트, 김동호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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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어스 브로스넌이 <피플> 매거진이 선정하는 ‘생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자’로 뽑혔다. <피플>이 밝힌 선정이유는, “그의 저돌적이고 유혹적인 영화 속 역할 때문이 아니라 브로스넌 자신의 성격과 카리스마, 흠없는 외모”. 뒤를 잇는 섹시남은 막상막하 승부를 벌인 브래드 피트라고. 노장을 과시하는 리처드 기어와 영원한 도망자 해리슨 포드, 그리고 조지 클루니가 그뒤를 이었다. 지난 6월 줄리아 로버츠와 헤어진 벤자민 브랫도 6위에 올라 눈길. 영화계 밖에서는 첼리스트 요요마가 가장 섹시한 클래식 아티스트로 선정됐으며, 멕시코 대통령 비센테 폭스는 가장 섹시한 세계의 지도자로 꼽혔다.
피어스 브로스넌, `생존하는 가장 섹시한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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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숨기지 않겠습니다. 우린 사귀고 있어요. 만난 지 얼마 안 됐고 아주 행복해요. 케이트와 함께하는 행복을 표현할 수 있어 기쁩니다.” <아메리칸 뷰티>의 샘 멘데스 감독. 그의 ‘뷰티’는? 케이트 윈슬렛이란다. 최근에 이혼한 윈슬렛과 교제하고 있다고, 샘 멘데스 감독이 한 인터뷰에서 밝혔다. 윈슬렛이 남편 짐 스레플톤과 이혼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그녀는 다른 상대가 개입돼 있지 않다고 밝혔었다. 샘 멘데스 감독 역시, “행복해서 어쩔 줄 모르겠다”는 말에 덧붙여 윈슬렛의 이혼에 자신이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케이트 윈슬렛의 새 애인, <아메리칸 뷰티>의 샘 멘데스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