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밤바’나 ‘아맛나’라는 아이스크림 이름을 기억하는가. 그들에게도 호시절이 있었는데 이제 배스킨라빈스나 하겐다즈에 밀려 누구도 거들떠도 안 보는 아이스크림을 우리집 앞 슈퍼에서는 판다. 엊그제는 그 앞을 지나다가 ‘바밤바’나 한개 사갈까 하고 안으로 들어갔더니 돈을 계산하는 탁자 위에 웬 하얀상자 하나가 거꾸로 뒤집어진 채 놓여 있는데 상자가 살살 움직이고 있었다. 이상해서 저 상자가 왜 혼자 움직여요? 했더니 아저씨가 상자를 들어올리는데 내 주먹보다 더 작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실뭉치처럼 엎어져 있었다. 얼마나 작은지 그만 내 입에서 아이구, 안타까운 탄식이 새어나왔다. 지금껏 그보다 더 작은 고양이는 보질 못했다. 다리에 아직 근력도 안 붙어 잘 걷지를 못해 비칠비칠거렸다. 태어난 지 한달이 아직 안 되었단다. 그런데도 틈만 나면 가버리는데 너무 작으니까 찾기가 힘들어 어디에 있는지 얼른 알아보려고 상자를 덮어놓은 거라 했다. 세상의 어린 것들만큼 기성세대에게 거울 역할을
꼭 안아주고 싶은, 두 친구들아
-
오늘 그와 함께 본 영화는 정말 너무 환상적이었다. 그 영화를 생각하니 그와 함께했던 즐거웠던 일들이 추억이 되어 밀려든다. 뭐 이런 얘기를 나도 가끔은 하고 싶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영화와 관련해 내겐 특별히 그런 기억이 없는 것 같다. 남자와 영화를 본 적이 없느냐고? 물론 그건 아니다. 여러 번 남자와 영화를 본 적 있다. 그렇다면 좋은 영화를 본 적이 없는가? 그건 결단코 아니다. 세상엔 너무나 좋은 영화가 많다고 생각한다. 단지 그 둘, 좋은 영화와 즐거웠던 연애를 연결시키기가 어려운 것이다. 좋은 영화를 본 기억은 많지만 대부분 혼자서 본 영화이거나 친한 여자친구와 본 영화가 대부분인 거 같다. 좋은 영화에 좋은 남자에, 너무 많은 걸 바랄 수는 없나 보다. 세상엔 그런 지나친 행복의 순간은 문득 떠오를 만큼 쉽게 일어나는 일은 아닌 거 같다.
나만의 좋은 연애 사연이 담겨 있는 영화를 기억해내는 것을 포기하고서, 오늘 내가 얘기하고 싶은 영화는 <전망 좋은
거기서 멋진 연애를 한 거죠? <전망 좋은 방>
-
우체통 앞에서 이어폰으로 라디오를 들으면서 편지를 하나씩 우체통에 넣고 있던 여자가 갑자기 라디오에서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놀라 환호성을 지르며 뛰어간다. 그리곤 한 전자상점에 몇명의 젊은이가 들이닥쳐서는 가게 안의 라디오 볼륨을 높이고는 들려오는 음악소리에 환호성을 지르며 상점 안을 미친 듯 뛰어다니며 외친다. “라디오에서 우리 노래가 나와! 우리 노래가!”미국의 국민배우(?) 톰 행크스의 감독 데뷔작 <댓 씽 유 두>는 그리 뛰어난 작품은 아니다. 그러나 그리 큰 탈없이 쉽게 편히 볼 수 있는 정도다. 흔히 영화보다 영화 속 음악이 더 각인되는 경우가 있는데, <댓 씽 유 두> 또한 그런 영화 중 하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싱글스>의 어떤 평처럼 영화보는 것보다는 포스터를 보며 영화음악을 듣는 게 더 낫다는 식의 악평을 들을 만한 영화는 결코 아니다.내가 이 영화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전의 꿈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음악을 즐겨들었거
민동현의 오! 컬트 <댓 씽 유 두>
-
누군가 강준만씨를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을 때 나는 주저없이 ‘근대화의 기수’라 말한다. 그는 ‘조선일보 문제’를 비롯해 지난 50여년 동안 한국사회의 작동원리가 되다시피해온 이런저런 전근대적인 습속들을 샅샅이 ‘발견’해냄으로써 한국인들이 비로소 근대적인 정신을 마련해가는 계기를 만들었다.강준만씨는 참 오지랖 넓은 사람이다. 그는 한국사회의 거의 모든 지점에 끊임없이 의견을 낸다. 그의 의견은 철저하게 제도 시스템의 테두리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세상을 바꾸려는 노력에는 여러 차원이 있고 늘 제도 시스템의 테두리가 충분한 건 아니다. 제도 시스템을 벗어나거나 벗어날 수 있는 지점에서 강준만씨의 의견은 종종 무리한 훈수가 되기도 한다. 특히 좌파적 활동과 관련한 그의 의견이 그렇다.근래 그가 좌파에 거듭하는 주문은 이른바 도덕적 순결주의에서 벗어나 시장과 언론 같은 오늘의 제도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얼핏 유익해 보이는 그의 의견은 실은 이치에 닿지 않는 무리한 훈수일
강준만
-
-
발길질을 주체할 수가 없으니 태권여인이라 불러다오! <킬러들의 수다>에서 자신이 사모하던 영어선생님이 결혼하려 하자 죽여달라고 킬러들에게 의뢰하는 여고생으로, <화산고>에서 억척스러운 검도부 부주장으로, SBS 드라마 <화려한 시절>에서 류승범을 쫓아다니는 버스 안내양 연실 역으로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공효진이 이무영 감독의 코믹 멜로 <철없는 아내,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에 캐스팅됐다.
<철없는 아내…>는 단세포적인 사고방식과 소심한 성격을 가진 물질만능주의자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여자인 ‘철없는 아내’ 은희와 이 시대 최고의 코미디언이지만 결코 웃지 않는 피곤한 인생을 살아가는 ‘파란만장한 남편’ 두찬, 그리고 철없는 아내 은희의 오랜 친구이자 적극적이며 능동적으로 자신의 인생을 개척해가지만, 단 한 가지 자신의 성격을 이기지 못한 나머지 비극적으로 발차기로 감옥을 드나들게(?) 되는 ‘태권여인’ 금숙이
<철없는 아내…>에 캐스팅된 공효진
-
<바닐라 스카이> 런던 첫 시사회장에서 이색 깜짝 이벤트가 열렸다. 톰 크루즈가 극장을 찾은 관객의 휴대폰으로 그들의 지인들에게 전화를 하는, 간단하고도 효과만점의 팬서비스. 관객은 너나할 것 없이 크루즈를 향해 휴대폰을 내밀었고, ‘당첨’된 이중에는 누알라 오리리라는 소녀도 있었는데 그녀의 어머니 엘레인 오리리는 톰 크루즈의 오랜 빅 팬이었다. 엘레인 오리리는 집에서 크루즈의 전화를 받고 기뻐 펄쩍 뛰었을까? 아쉽게도 그런 장면은 불발되고 말았다. 엘레인 오리리는 그 시간 전 애인과 긴밀한 통화를 하고 있었고, 다른 전화가 걸려 왔다는 신호음까지 들었지만 딸의 남자친구에게서 걸려 온 전화인 줄 알고 무시했다고 한다. “세상에, 그에게서 전화가 올 줄 알았겠어요. 단연코 헤어진 남자친구보다는 톰 크루즈랑 전화하는 게 백배 좋은데 말이에요.” 나중에야 진상을 알고 발을 동동 굴렀다고. “저는 그가 나이먹은 모습이 더 좋아요. 그는 나이들수록 더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지금도
<바닐라 스카이>에서 깜짝 전화 이벤트 연 톰 크루즈
-
“뮤직비디오를 향해 일발장진한, 장진입니다.” 충무로의 재간꾼 장진 감독이 뮤직비디오를 연출한다. 솔로 1집 <남자이니까>로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는 터보 출신 김종국의 후속곡 <행복하길>의 뮤직비디오는 오래 전 헤어진 두 연인이 극장에서 우연히 마주쳐 다시금 사랑을 느낀다는 내용. 액자형식으로 구성된 이 뮤직비디오의 마지막엔 극 속의 극의 커플과 현실의 커플이 동시에 만나게 된다고. 드라마 <여우와 솜사탕>의 유준상, <화려한 시절>의 박선영, 이주현, 고은미가 출연하며 1월 마지막주 촬영에 들어가 2월쯤 선보일 예정이다.
김종국의 후속곡 <행복하길> 뮤직비디오 찍는 장진 감독
-
“제 가슴이 그렇게 힘이 있는 줄은 몰랐어요.” <몬스터즈 볼>로 오스카를 넘보고 있고 007 신작에도 배역을 따낸 할 베리가, 돌아보건대 “<스워드피쉬>에서 옷을 벗은 이후로 커리어가 점점 잘 나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할 베리는 <스워드피쉬>에서 반라의 누드를 선보였는데, 휴 잭맨을 아지트로 끌어들인 다음날 아침, 상체를 벗은 채 식탁에 앉아 책을 읽는 장면이 그것이었다. “알았다면 더 일찍 벗는 건데 그랬어요. 저는 노출은 잘못된 거라고 배웠거든요. 하지만 이젠 그게 편안해요. 토플리스 장면은 절 한명의 여자가 되게 했고, 또 한명의 아티스트가 되게 했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알았다면 더 일찍 벗을걸
-
<쉬리>의 여전사 김윤진이 ‘2002년 한·일 국민 교류의 해’ 우리쪽 친선 외교사절에 위촉됐다. 외교부는 그를 선정한 이유로 “일본에서 개봉돼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쉬리>를 통해 지명도가 높은데다 향후 국제적인 배우로 성장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김윤진은 앞으로 1년 동안 일본쪽 친선 외교사절인 배우 후지와라 노리카와 함께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 등 한국과 일본을 서로 알리는 역할을 하게 된다. 김윤진은 지난 1월21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민 교류의 해 일본쪽 개막식 행사와 1월28일에는 도쿄 국립극장에서 열린 한국쪽 개막식 행사에 함께 참석하는 등 대국민 홍보활동을 벌인다.
한일 친선 외교사절에 위촉된 김윤진
-
“<록키5>는 제 큰 실수였습니다.” 실베스터 스탤론이 <록키5>는 만들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아무런 영감도 메시지도 없는 영화”라면서. 하지만 그는 굽힐 수 없는 의지로, <록키6>를 만들기를 희망하고 있다. “나는 한번 더 하기를 원합니다. 이제는 내가 너무 나이가 많다고 사람들이 여길지라도 말이에요.” 스탤론은 현재 MGM사에 <록키6>의 아이디어를 제안했으나 ‘히트작을 만든다는 보장’이 없어 제작 약속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스탤론은 1976년 <록키> 출연 이후 2, 3, 4편에서 내리 각본·주연·연출을 맡았고, 1990년작인 <록키5>에서는 시나리오와 주연만 맡았다.
“<록키5>보다 잘 만들거걸랑요”
-
“저기요, 윗도리를 입으세요. 저도 팬티를 입고 있을 거거든요.” <프리퀀시>에서 무선통신으로 돌아가신 아버지와 교신을 나누는 아들 역을 맡아 인상적인 연기를 보였던 짐 카비젤이, 신작 <엔젤 아이즈> 촬영 중 상대역 제니퍼 로페즈에게 의외의 요구를 해 화제다. 짐 카비젤이 완전한 노출을 꺼린 이유는 종교적 소신 때문. 가톨릭 신앙과 아내에 대한 신의 때문에 직접적 섹스신을 피한 것이다. “아내에 대한 헌신과 사랑에 어긋나니까요. 또 종교적으로도요. 다른 이들이 다 제 생각에 동의하리라고는 생각 안 해요. 하지만 신의 말씀이 없었다면, 지금 여기서 제가 이 일을 하고 있지 못했을 거예요.”
아내를 위해, 옷은 입은채로!
-
신은경이 달콤쌉싸름한 로맨틱코미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로 돌아온다. 그가 맡은 역은 약간 덜렁대지만 마음씨 따뜻한 결혼정보회사의 커플매니저 효진으로, 회원인 샐러리맨 현수의 미팅을 주선하다 그에게 빠져드는 역할이다. 아카데미 18기에 재학중인 27살의 여성감독 모지은씨의 장편 데뷔작. <북경반점> 등을 만들었던 영화세상에서 제작하며, 2월20일쯤 크랭크인한다. 현재 휴식을 취하기 위해 영국 런던에 머물고 있는 신은경은 <좋은 사람…>에 쓸 의상을 직접 고르는 등 효진이 될 준비를 착실히 하고 있다고.
신은경, 로맨틱 코메디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로 돌아온다
-
“저런 년은 지가 6만원짜리인 걸 빨리 알아야 돼!” 낮고 건조한 목소리, 낯선 얼굴. 미소의 흔적을 찾기 어려운 무표정에 얼핏 김여진과 정경순을 떠올리게 만드는 배우. 영문도 모른 채 사창가에 팔려온 선화에게 적도 동지도 아니었던 <나쁜 남자>의 포주 은혜의 존재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내내 궁금증으로 남았다. “어제 좀 과음했나봐요. 미장원도 못 갔네요” 다소 부스스한 짧은 파마머리로 스튜디오 문을 열고 들어오며 자신을 김정영이라고 소개하는 그는, 제법 걸쭉한 나이의 냉소적인 중년 여성을 상상했던 것과 달리 “서른한살, 쥐띠예요”라는 경쾌한 대답을 날린다.
‘연극인 환영!’ 상명대 연극반을 거쳐 95년 극단 한강에서 <산재> <전태일> <단장곡> 등 결코 가볍지 않은 작품들과 함께 자신의 무게감도 늘려나갔던 그의 눈을 영화쪽으로 돌리게 한 건 <실제상황> 배우모집 광고의 마지막 줄. “컷없이 한번에 가는 영화라니 이건 한번
<나쁜 남자>의 창녀촌 포주역 김정영
-
“하루하루 내가 무얼 하나 곰곰이 생각해보니/ 거진 엇비슷한 의식주로 나는 만족하더군/ 은근히 자라난 나의 손톱을 보니/ 난 뭔가 달라져 가고/ 여위어가는 너의 모습을 보니/ 너도 뭔가…/ 꿈을 꾸고 사랑하고 즐거웠던 수많은 날들이/ 항상 아득하게 기억에 남아 멍한 웃음을 짓게 하네.(후략)”(이병우 작사·작곡 <출발>, 어떤날의 <어떤날 2집> 중에서)누군가의 소개로 만났다고만 하기엔, 그와 그녀는 너무 어울리는 한쌍이다. 기타리스트 이병우씨와 환상의 소녀 마리. 거칠고 연약한 일상의 결을 기타의 떨림에 실어나르는 이병우와 어른이 돼버린 한 소년의 성장기, 그립고도 아릿한 기억의 동화를 들려주는 애니메이션 <마리이야기>는, 어쩌면 필연적인 만남이라 할 만큼 닮은 어떤 빛깔을 공유한다. 무감한 일상 속에 잊고 싶지 않았던, 그러나 망각 속에 묻어둔 꿈, 소중한 추억, 혹은 잃어버린 무언가에 대한 은은한 그리움.이를테면 은근히 자라나는 손톱, 어딘지
<마리이야기> 음악, 이병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