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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생. 이제 스물넷이 된 그의 첫 느낌은 ‘식물성’이다. 호리호리한 체격과 모질거나 모난 구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얼굴 덕분이기도 하지만, 거기엔 <진주만>에서 에블린이 자신보다 친구 레이프를 더 사랑할까 두려워하는 파일럿 대니의 쓸쓸한 사랑의 여운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리라.
<진주만> <블랙 호크 다운>. 여름과 겨울을 잇따라 폭격한 두편의 전쟁영화에서 조시 하트넷은 포화 속의 이상주의자이자 아름다운 청년으로 다가왔다. 물론 일찍이 10대 공포영화 <패컬티>에서 마약을 제조해 팔던 소년으로, <할로윈 H20>에서 제이미 리 커티스의 아들로 스쳐지나가기는 했지만. <블랙 호크 다운>에서 조시 하트넷은 이상주의자 멧 에버스만 하사로 등장한다. 머리보다 몸이 앞서는 긴박한 전장에서 에버스만이 부상당한 동료의 동맥에서 솟구치는 피를 막기 위해 노력하는 위생병을 돕는 장면이 나온다. 자신이 어찌해볼 수 없는 절망적인
<블랙 호크 다운>의 조시 하트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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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밀한 감정 묘사에 찬사오, 한국에서 오셨어요? 어제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을 봤는데, 환상적이더군요. <고양이를 부탁해>는 내일 볼 거고, <봄날은 간다>는 그 다음날 볼까 생각중이에요.”제31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던 지난 1월27일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한 자원봉사자는 아이디카드를 건네며 대뜸 반가운 이야기를 건넸다. 이번 영화제에 출품됐던 한국영화는 장편 6편을 비롯해 모두 20편에 달한다. 경쟁 부문인 VPRO 타이거상 부문에 정재은 감독의 <고양이를 부탁해>와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가, 메인 프로그램 장편부문에 김기덕 감독의 <수취인불명>, 박기용 감독의 <낙타(들)>, 송일곤 감독의 <꽃섬>이, 메인 프로그램 단편 부문에는 문홍식 감독의 <선영의 편지>, 유선동 감독의 등 10여편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로테르담 관객 앞에 선보인 것.하지만 한국영화가 관심을
로테르담의 한국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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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Were Soldiers 감독·각본 랜달 월레스 출연 멜 깁슨, 매들린 스토, 크리스 클라인, 그렉 키니어 수입 튜브 엔터테인먼트 개봉예정 5월초기다랗게 자란 수풀 속에서 ‘잠복’ 촬영중인 <위 워 솔저스> 현장을 수색하기 위해 LA에서 북쪽으로 약 4시간 동안 차를 달렸다.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는 검은 소떼와 외딴집이 적요한 풍경화의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있을 뿐, 인적없는 산길을 1시간여 달렸지만 촬영현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얼마나 갔을까. ‘촬영현장’이라 쓰인 팻말과 화살표가 나타났다. 그러나 아무것도 없다. 다시 지프차로 갈아타고, 좁은 냇물을 건너고 울퉁불퉁한 산길을 몇분 동안 더 올라가자 비로소 거짓말처럼 탁 트인 공터가 모습을 드러냈다.한쪽엔 헬기 4대가 프로펠러를 펼치고 한가롭게 앉아 있고, 그 옆으로는 몇대나 되는 트럭들이 병정처럼 도열해 있다. 다른 한쪽에는 거대한 천막이 쳐진 가건물, 간이화장실도 보인다. 공터 한편에 수풀이 조용히 흔들
<위 워 솔저스> LA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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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설고 아름다운, 불명(不明)의 영화들을 찾아서어찌 보면 로테르담영화제는 좀 싱거운 영화제다. 다른 영화제들이 할리우드 스타를 모셔다가 화려한 축하공연을 해도, 살아 있는 최고의 거장들의 신작을 차지하기 위해 서로 치고 받아도, 로테르담에서 발굴한 유망주를 곶감 빼먹는 쏙쏙 `스카우트`해가도 이 영화제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독립영화, 젊은 영화, 대안영화, 실험영화, 새로운 영화, 다양한 영화, 비서구권 영화 등은 로테르담영화제가 추구하는 이상을 표현하는 말이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제의 규모와 권위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이 영화제를 찾은 게스트들은 5천명에 달하고, 34만5천여명의 관객이 극장을 들락거렸다. 올해는 재정이 늘지 않아 부득이하게 장편영화 수를 줄였다고 하는데도 200편에 가까운 작품이 영화제를 찾았고, 단편영화와 뮤직비디오 프로그램까지 더하면 500편이 넘는 작품이 20여개의 공간에서 상영됐다.생소한 프로그램, 열정적인 관객 이처럼 갈수록 많은
제31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폐막, <야생벌>등 3편 타이거상 수상, <고양이를 부탁해>는 특별언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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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다. 개화파 선비와 풍운아 화가가 수레에 차가운 시신을 싣고 바람찬 강둑길을 따라간다. 덜컹덜컹 무심하게 굴러가는 수레바퀴처럼 역사가 깊은 굴곡에 요동치던 1866년, 천주교 신도 8천명이 살해된, 병인박해가 일어났다.지난 1월 말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시간을 거슬러찾아간 현장도 바로 수많은 천주교도가 참수당한 형장이었다. 섬뜩할 정도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머리들이 주렁주렁 널려 있고, 목없는 시체들이 꽉 들어찬 구덩이가 깊게 팬 현장은 을씨년스럽게까지 느껴졌다. 영화에선 초반부에 해당하는 이날 촬영분은 김병문(안성기)이 개화파 동료의 시신을 찾는 와중에, 스스로 ‘천주쟁이’라 밝힌 기생 매향(유호정)이 희생되지 않았을까 걱정된 주인공 장승업(최민식)이 시체더미를 뒤지는 장면. 이제 마지막 촬영만을 남긴 여유였을까. 무겁게 느껴졌던 촬영장은, 막상 임 감독이 사인을 보내기만 하면 가뿐하게 움직였다. 결국 이날의 촬영은 리테이크도 거의 없이 물 흐르듯 끝을 맺었다. &
<취화선>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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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나다를까, 연례 행사처럼 거듭되던 스크린쿼터 흔들기가 올해도 어김없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가 상반기중에 한·미투자협정 체결을 추진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스크린쿼터도 줄일 것이라는 위기감이 부쩍 커진 것이다. 이에 대해 영화계에서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대규모 기자회견을 여는 한편 대표단을 통상교섭본부장에게 보내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 항의하는 등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영화계의 발빠른 대응을 보면, 사람도 세상도 늘 변화·발전한다는 건 맞는 말인가보다. 스크린쿼터 축소 기도에 대한 영화인들의 대응논리가, 초국적 자본논리를 앞세운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는 수준까지, 아주 멋지게 상향한 것이다. 그동안 스크린쿼터에 대한 영화계의 명분과 논리가 흘러온 걸 보면 흥미로운 점이 있다. 수년 전, 지극히 감성적으로 한국영화 ‘보호’를 읍소하던 주장에서 시작해, ‘수입대체 효과’가 큰 고부가가치 유망산업인 영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 스크린쿼터가 필요하다는 논리로 나
영화인들은 진보적인 사회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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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참 좋아했다. 대학생 때는 영화서클도 만들고 작지만 영화적 운치가 있었던 8mm필름으로 단편영화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굳이 구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컬트영화 비디오들을 모으기도 했다. 그리고 내 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울렁임들이 동요했던 많은 영화들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 새 나는 점점 영화가 재미없어지고 있다. 기껏해야 킬링타임용으로 ‘극장개봉 화제작’ 비디오나 대여하고 있다. 그리고 “저 이거 제가 본 건지 확인 좀 해주실래요?” 하고 점원에게 조회를 부탁하기 일쑤이다. 그나마도 끝까지 못보고 대체로 잠들어버리거나 설령 끝까지 본 영화도 가슴에 남긴커녕 단 하루만 지나도 내용을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피곤하다. 보잘것없는 내 삶일지라도 그것이 현실인 이상 그 어떤 영화보다도 치열하다. 영화란 게 어차피 픽션인데 리얼리티를 주장하는 편이나 정말 가당치도 않게 예술이랍시고 똥을 된장이라고 우기며 먹이려드는 영화는 더욱더 머리와 가슴을 피곤하게 한다. 그
당신은, 뭘 어쩌겠다고 살고 있소? <매그놀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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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에는 누구나 극도로 두려워하는 것이 있게 마련이다. 우연히 들은 무서운 이야기에 겁에 질려 화장실에도 가지 못하고 어머니의 빨랫감을 추가하여 분노의 폭탄을 맞았다든가 이야기책에서 읽은 괴물이 금방이라도 자신의 방 문을 열고 오지 않을까 무서워 이불을 푹 뒤집어쓰고 밤을 새우는 정도의 경험을 지금은 모두 웃고 넘길 수 있지만 당시의 절절한 무서움이란.이 시기의 공포에는 몇 단계가 있다. 먼저 유아기를 갓 넘어서서는 어떤 거대한 상상의 존재(공룡 따위)에 대해 무조건적인 두려움을 느끼며, 사리를 어느 정도 아는 어린이 시절에는 좀더 구체적인 존재를 두려워하게 된다. 어린이 생매장 납치범이 탈옥했다는 뉴스를 보았을 경우 납치범이 반드시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지목하여 찾아올 것이라는 식의 공포감이다. 성인들이 보기에는 당연히 농담 같은 말이지만 아이 자신에게는 리얼한 무서움이다. 아마도, 이 세상에는 말도 안 되는 우연이 존재한다는 것을 갓 감지하기 시작하는 시기이기 때문 아닐까. 그
김현진의 오!컬트 <엑소시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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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완서 선생의 어린 시절이 소재가 된 소설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는 작중 주인공 소녀 완서가 난생처음 식민지 시대 서울의 공공도서관을 찾아갔던 이야기가 나온다. ‘국민학교’ 시절 어느날, 소녀 완서는 국어책에 나오는 도서관 찾아가기를 실행키로 하고 짝꿍 복순이와 함께 경성 공립도서관(지금의 롯데백화점 자리)과 경성 부립도서관(지금의 조선호텔 건너편)을 차례로 돌다가 간신히 어린이 열람실로 안내된다. 그날 완서가 빌려 읽은 책은 <레 미제라블>을 아동용으로 고쳐 쓴 <아아, 무정>인데, 꽤 두터운 책이어서 완서는 도서관 문닫을 시간까지 다 읽지 못한다. 대출이 허락되지 않았기 때문에 소녀는 못 다 읽은 책을 그냥 두고 오는 수밖에 없다. 그때의 심정을 작가는 소설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내 혼을 거기다 반 넘게 남겨놓고 오는 것과 같았다.”“그날 이후 공일날마다 도서관에 가서 책 한권씩 읽는 건 내 어린 날의 찬란한 빛”이 되
도서관 없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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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 신화가 재현될 수 있을까. 최근 미국 부시 대통령의 대북 강경 발언으로 한반도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국내 영화사들이 한반도의 분단현실을 소재로 영화 2편을 기획, 관심을 끌고 있다.쿠앤필름과 힘픽쳐스는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배우 한석규를 캐스팅해 영화 <이중간첩>을 공동제작한다. 이 영화의 시대배경은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이었던 80년대. 남파된 이중간첩과 남한 내 연락책인 고정간첩(고소영)과의 이룰 수 없는 애절한 사랑을 그린다.이중간첩을 다루지만 북한을 극의 전면에 내세우지는 않는다. 쿠앤필름은 "지난 79~83년 남한의 격변기를 무대로 역사 때문에 삶의 질곡을 겪는 개인의 내면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런가 하면 <간첩 리철진>을 제작한 영화사 씨네월드도 다시 한번 북한을 소재로한 영화를 기획중이다. 올 추석 대목을 겨냥해 추진되고 있는 이 작품은 북한 고위층의
분단현실 다룬 영화 제작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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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필름이 <와이키키 브라더스> O.S.T 발매와 동시에 2월8일 8시에 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기념콘서트를 연다. 오지혜, 황정민, 박원상 등 출연배우들은 카메라 앞에서 불렀던 극중 삽입곡들을 이날 무대에서 다시 한번 열창할 예정. 오지혜의 <사랑밖에 난 몰라>, 황정민의 <골목길>과 <사랑사랑사랑>, 박원상의 <칠갑산> 등이 기본 레퍼토리다. 극중 세 친구들의 유년 시절 우상이었던 밴드로 출연한 ‘오 브라더스’가 게스트로 나와 <청진항의 파도> 등 3곡을 불러젖힌다. 200장의 예매분은 이미 동이 난 상태. 아쉬운 이들은 O.S.T로 달래야 할 듯하다. 2월4일 발매되는 앨범에는 <내게도 사랑이> <불놀이야> <세상만사> 등 총 33곡이 수록되어 있으며, 이 밖에도 감독이 직접 고른 영화 속 명대사 모음, 메이킹 필름을 위주로 구성한 영화의 뮤직비디오 등이 보너스로 담겨 있다.▣
[제작사 동향] <아유레디?>촬영마친 눈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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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승승장구하던 FBI 요원 제이크 말로이(실베스터 스탤론)는 어느날 경찰만 노리는 연쇄살인범에게 동료를 잃고, 애인인 메리(디나 마이어)도 잃는다. 죄책감과 상실감 때문에 알코올 중독에 이른 말로이는 전직 경찰 등 수사요원들의 재활을 돕는 요양센터 디-톡스에 보내진다. 그러나 말로이가 입원한 직후부터 디-톡스의 환자들이 하나둘 살해된다. 사체에 남겨진 메시지 ICU가 자신을 향한 경고임을 알게 된 말로이는 복수를 위해 범인을 찾아 나서지만, 폭풍우가 밀려오면서 철저히 고립된 디-톡스에는 서로를 향한 의심이 쌓이기 시작한다.■ Review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실베스터 스탤론의 영화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같은 날 개봉한다. 한 시대를 풍미한 액션스타들의 최근 행보를 지켜볼 수 있다는 건 반가운 일이다. 특히 전작 <캅랜드>에서 무기력한 보안관으로 변신해 “이제 비로소 배우가 됐다”는 극찬(!)을 이끌어낸 실베스터 스탤론의 경우는 더욱 궁금증이 인다. 그 사이 &
[Review] 디-톡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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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평온한 나날을 보내던 LA의 소방관 고디 브루어(아놀드 슈워제네거)는 어느날 끔찍한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콜롬비아영사관이 있는 빌딩 앞에서 브루어를 기다리던 아내와 아들이. 테러리스트가 장치한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콜래트럴 데미지' (무고한 희생자)가 된 것이다. 조금 늦게 도착하여 상처를 입은 채 가족의 죽음을 지켜봐야 했던 브루어는 자신의 분노를 달랠 길을 찾는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콜롬비아의 게릴라와 협상을 준비하고 있고, 법인인 '울프'(클리프 커티스)는 이미 사라져버렸다. 브루어는 직접 응징하기로 결심하고, 콜롬비아로 떠난다. 정글을 헤매던 브루어는, 분노심만 남아 있는 울프에게 넌덜머리가 난 울프의 부인 셀레나 (프란체스카 네리)를 만난다. 한편 브루어가 콜롬비아로 들어간 것을 안 CIA 요원 브란트 (엘리아스 코티야스)는 그를 이용하여 울프의 조직을 일망타진할 계획을 세운다.■ Review 미국에 적대적인 테러리스트의 폭탄테러에 무
[Review] 콜래트럴 데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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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검사·변호사 출신 작가들, 할리우드에서 승승장구변호사들이 할리우드로 몰려들고 있다.22일치 <LA타임스>는 요즘 들어 부쩍 늘어난 변호사 출신 TV 작가들의 활약을 `전직 변호사들의 클럽`(The Ex-Lawyers Club)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기껏해야 자기 하나밖에 모르고 서류뭉치나 들고다니는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TV나 영화 속에서 놀림받던 변호사들이 이제 스크린 속에서가 아니라 화면 뒤에서 자신들의 생생한 경험을 이야기로 만들어내는 강력한 작가군단으로 등장한 것은 최근 몇년 들어 뚜렷이 부각된 트렌드다. 인기드라마인 <보스턴 저스티스>(The Practice), <앨리 맥빌>(<앨리의 사랑만들기>·Ally Mcbeal), <보스턴 퍼블릭>(Boston Public)의 작가인 전직 보스턴 검사 출신 데이비드 E. 켈리를 필두로 <CBS>의 ‘CSI’(Crime Scene Investigation)의 작가
[LA 리포트] 변호사, 법정 밖에서 더 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