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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파를 뒤로 하고 내려간 <하늘정원> 촬영지 삼천포는 외투가 필요없을 만큼 포근했다. ‘삼천포’ 하면 떠올리는 속담이 무색하게, 산과 바다가 조용히 서로를 어우르는 안락한 풍경 속에 자리한 아담한 건물, ‘Hospice Medical Center Garden of Heaven’이 이 영화의 촬영장소. 원래는 삼천포관광호텔이었던 건물을 병원으로 리모델링했다.<하늘정원>은 하늘나라로 곧 떠날 이들이 모여 마지막 위로를 주고받는 호스피스 병동을 무대로 그곳에서 피어나는 의사 최오성(안재욱)과 ‘스키루스’라는 병으로 죽음을 앞둔 환자 김영주(이은주)의 슬픈 사랑을 그리는 영화다. ‘병원 후원의 밤’ 행사신을 찍는 날, 병원 건물엔 밤늦게 종소리가 울려퍼졌다. 행사의 한 순서로 환자들이 단체로 <하늘가는 밝은 길이>라는 찬송가를 연주한 것이다. 하이라이트는 다른 환자들과 종 연주를 하던 김영주가 금세 쓰러지려 하자 최오성이 부축해 일으켜주는 장면. 삼천
지상에서의 마지막 입맞춤,<하늘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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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보여줄까”라는 카피의 멜로영화가 개봉되었다. ‘어떤 사랑’이 아니라 ‘그냥 사랑’을 보여준다니, 사랑의 일반론이라도 개진해보겠다는 겐가 그랬다. 영화는 특이한 에피소드에 의존하지 않고, ‘사랑 일반’에 관한 담론을 개진한다.‘문제적 사랑’이라고 하면 뭐가 떠오르는가 불륜, 동성애, 미성년자와의 사랑, 근친상간 등등. 그러나 이는 모두 ‘누구를 사랑하는가’에 관한 문제이다. 대상에 관한 금기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사랑할 것인가’를 고찰하는 것도 매우 중요한데, 상담심리학 등에서 이런 문제들이 다루어진다. 영화는 사랑에 관한 심리학적 고찰을 많이 포함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흔적들도 보여준다. 캠퍼스의 플래카드에 하필 “커플 상담을 통해 이성교제의 문제를 해결해드립니다”라고 쓰여 있고, “과잉일반화의 오류”라는(본래는 논리학 용어이나 상담심리학에서 ‘사고왜곡’의 대표적 예로 더 많이 쓰는) 전문용어가 여러 번 나온다. 억지라고(내 칼럼은~ 춘향전이야. 억지 춘
사랑의 방법 혹은 태도에 관한 `진보적` 영화 <마들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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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최고의 역사소설가는 시바 료타로가 첫머리에 꼽힌다. ‘요시카와 에이지가 책상 위의 원고지와 펜 하나로 소설을 탈고했다면, 시바 료타로는 트럭 한대분의 자료가 필요하다’는 말처럼 시바 료타로는 철저한 자료조사를 통해 일본인의 원형이 될 만한 역사적 인물을 잡아내고, 그 캐릭터를 생생하게 창조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다. 시바 료타로는 역사소설을 통해 일본의 전후세대에게 ‘일본인이 나아갈 길과 일본인의 원형’을 제시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 지난 1천년간 가장 위대한 일본인을 꼽았을 때 1위가 사카모토 료마였다. 전국시대를 마감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2위이고, 오다 노부나가는 3위였다.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이끌면서 에도 막부를 무너뜨린 사카모토 료마가 최고의 일본인으로 부각된 것은 상당 부분 시바 료타로의 덕이라 할 수 있다. 료마가 중요한 역사적 인물이기는 하지만, 현대 일본인의 귀감이 될 만한 영웅으로 정착된 것은 1962년부터 <산
시바 료타로의 역사소설 <료마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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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앤슨 하인라인의 유쾌한 SF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The Moon Is a Harsh Mistress>은 달세계 독립운동을 벌이는 일단의 혁명가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 혁명의 실질적인 수뇌는 마이크라는 슈퍼 컴퓨터인데, 자신의 존재를 비밀에 부치기 위해 애덤 셀렌(Adam Selene)이라는 가공의 선동가를 창조해낸다. 문제는 혁명이 무르익자, 애덤 셀렌이 더이상 숨어서 글만 발표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 인물이 되었다는 것이다. 마이크의 해결책은 애덤 셀렌이 등장하는 비디오 화면을 조작하는 것이다.
이 계획을 듣자, 이 소설의 화자이자 동료 혁명가인 마누엘은 질겁하며 외친다. “넌 목소리는 아주 잘하고 있어. 몇천 가지 결정을 1초 동안에 할 수 있는 정도니까. 하지만 비디오는 사정이 달라. 그걸 하려면 매초에 몇천만번이나 결정을 내려야 해. 마이크, 넌 너무 빨라서 나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을 정도야. 하지만 비디오 화면을 내보낼 정도로 빠르지는 못
SF로 본 <시몬>,코미디로 본 <시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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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영화 <다크니스 폴스(Darkness Falls)>가 골든 글로브상 시상식 이후 첫 주 북미영화 박스오피스에서 정상에 올랐다.150년전 폭도들에게 맞아 죽은 마틸다의 원혼이 덮고 있는 동네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을 소재로 한 소니영화사의 <다크니스 폴스>는 26일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 등 미국과 캐나다 흥행관계사들의 잠정 집계 결과 주말 사흘 동안 1천250만달러의 입장수입을 거둬 화려하게 데뷔했다.지난 주 1위였던 <캥거루 잭>은 1천190만달러로 2위, 한 계단을 내려섰다.르네 젤위거가 현란한 춤과 노래솜씨를 뽐낸 뮤지컬영화 <시카고>는 부분배급에도 불구하고 840만달러로 3위를 차지해 골든 글로브상 뮤지컬/코미디부문 최우수작품상 과 남녀주연상 등 3개부문 석권을 재확인했고 <신혼부부(Just Married)>가 747만달러, <국가안보(National Securty)>, <반지의 제왕:두개의 탑>이
<다크니스 폴스> 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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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는 독일문화원, 한국시네마테크협의회와 공동으로 다음달 7일부터 3일 간 ‘독일 되돌아보기’라는 주제로 영화제를 개최한다.상영작은 <독일영년>(로베르토 로셀리니), <밤과 안개>(알랭 레네), <독일 90>(장 뤽 고다르) 등 3편으로 전후의 폐허, 아우슈비츠 수용소, 독일통일 등 역사 속의 독일을 그린 영화들이다.오후 2시, 4시, 6시 등 하루 세 차례 상영되며 관람료는 5천 원.다음은 상영작에 대한 소개.▲독일영년(47년)= 전후 베를린의 실업, 굶주림, 전쟁의 상처를 묘사한 작품으로 <무방비도시>, <전화의 저편> 등과 함께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전쟁 3부작 중 완결편이다.암시장에서 히틀러 기념품들을 파는 한 소년의 비극적 삶이 파괴된 도시를 배경으로 감정의 치우침 없이 그려진다. 다큐멘터리 같은 사실성과 환각적인 판타지가 어우러진 걸작▲밤과 안개(55년)= 유대인 학살에 관한 가장 중요한 영화들
서울아트시네마 ‘독일 되돌아보기’ 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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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영화채널 OCN액션은 전설적인 액션 명배우와 떠오른 신예 악동 감독의 대표작을 방영하는 ‘액션 명감독 명배우’ 특집을 오는 2월 2일부터 매주 일요일에 편성한다.액션의 원조로 불리우는 스티브 맥퀸과 할리우드의 영원한 악동 로버트 로드리게즈 감독의 대표작 4편씩을 각각 오전 7시와 밤 10시 40분에 방영하는 것.스티브 맥퀸 편에서는 더스틴 호프만과 함께 열연한 대작 <빠삐용>(2월 2일)을 비롯, 2차대전을 배경으로 한 <대탈주>(9일), 재난 영화의 대표작 <타워링>(16일), 율 브린너, 찰스 브론슨과 함께 출연한 <황야의 7인>(23일) 등의 영화가 매주 일요일 잇따라 방영된다.로드리게즈 감독 편에서는 안토니오 반데라스 주연의 <데스페라도>(2일), 그가 기획자로 참여한 <황혼에서 새벽까지 2>(9일), 단 7천달러의 제작비를 들인 저예산영화<엘마리아치>(16일), 옴니버스 영화 <포룸>
OCN액션, ‘액션 명감독 명배우’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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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6-16일 열리는 제 53회 베를린 영화제의 EFM(European Film Market)의 한국영화 홍보관에 한국의 5개 회사가 홍보부스를 마련한다.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25일까지 한국영화 홍보관에 참여의사를 밝힌 회사는 시네마서비스, CJ필름, 강제규 필름, e픽처스, 미로비전 등으로 <오버 더 레인보우>(감독 안진우), (김현석), <블루>(이정국), <몽정기>(정초신), <질투는 나의 힘>(박찬옥), <로드무비>(김인식), <복수는 나의 것>(박찬욱),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장선우), <라스트 신>(나카다 히데오) 등이 시사회를 통해 현지의 바이어들에게 공개된다.베를린 영화제의 EFM은 칸, 밀라노, LA 등 세계 3대 영화 견본시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토론토와 함께 5대 견본시 중 하나로 꼽히는 영화 시장.지난 52회 영화제에서는 <화산고>, <고양이를 부탁해&
베를린영화제 EFM에 한국 5개사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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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가 영화 <남극일기>(제작 미로비젼)에 캐스팅됐다.
<남극일기>는 1958년 이후 아무도 도달하지 못했다는 남극의 ‘도달 불능점’을 탐험하는 6명의 대원들이 험난한 여정 속에서 겪게 되는 공포를 그린 작품으로 단편 <소년기>, <베이비> 등으로 알려진 임필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
송강호는 강한 집념과 카리스마로 대원들을 이끄는 최도형 대장으로 출연한다. 오는 5월 말 크랭크인할 이 영화는 남극과 비슷한 풍경을 가진 뉴질랜드 남부에서 촬영될 예정이다.
(서울=연합뉴스)
송강호, <남극일기>에 캐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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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영화상(오스카상) 후보에 7번이나 올랐으나 한번도 수상의 영예를 누리지 못했던 아일랜드 태생의 배우 피터 오툴이 올해 명예 아카데미영화상을 받는다고 영화상 관계자들이 24일 밝혔다.
이로써 <아라비아의 로렌스> 등에서 보여준 강렬한 이미지와 깊고 푸른눈으로 유명한 올해 70세의 오툴은 오는 3월23일 제75회 아카데미영화상 시상식에서 마침내 골든트로피를 받게 됐다.
골든트로피와 함께 수여될 감사장에서 “그의 뛰어난 재능이 영화 역사상 가장 기억할만한 여러가지 인물상을 만들어냈다”고 오툴의 공적을 기릴 것이라고 영화상 관계자들이 전했다.
그는 첫 출연작인 1962년의 `아라비아의 로렌스'에서 영국의 전쟁 영웅 T.E 로렌스 역할을 비롯해 영화속의 인상적인 역할로 세계적인 유명세를 탔으나 그동안 아카데미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피터 오툴, 명예 오스카상 수상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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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외에 수출된 한국영화는 1천500만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화진흥위원회(위원장 이충직)가 주요 해외배급사로부터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최근 발표한 ‘2002년 국가별 수출현황’에 따르면 2002년 계약이 완료된 한국영화 수출액은 1천501만4천82 달러(한화 약 176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1천124만 달러(잠정 집계)에 비해 약 380만 달러 늘어난 액수며 전년에 비해 33.5% 증가한 것이다. 국가별로는 일본(658만 달러)이 전체의 약 44%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홍콩(148만 달러), 태국(82만 달러), 미국(68만 달러), 싱가포르(51만 달러), 프랑스(42만 달러), 독일(40만 달러) 등이 뒤를 이었다.
증가율은 태국(328%), 싱가포르(232%), 홍콩(142%) 등 동남아시아 지역 국가들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연합뉴스)
지난해 한국영화 해외수출고 1천500만 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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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원 감독은 좀처럼 청을 거절하지 못하는 부류다. 후덕한 인상 그대로다. 그래서 여기저기서 무료 강의를 도맡곤 한다. 그런 그도 <송환>(가제)에 관한 이야기만큼은 아껴왔다. 인터뷰 제의를 한 것만 해도 지난해만 수차례. 모두 “다음에 하자”고 미루었다. 세 번째는 차마 거절하지 못해서인지 “만나서 이야기나 나누자”는 승낙까지 받아내는 데 성공했으나, 갑작스런 아버지의 병세 악화로 만남은 기약없이 미뤄졌다.
새해 들어 그가 다시 미완성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편집 작업에 돌입했다는 소식이 전해져왔다. 독립영화계의 대소사를 맡아왔던 자리도 이미 후임자를 물색한 뒤 <송환>의 편집 작업에만 몰두할 것이라는 전언도 함께 들려왔다. 10년 동안 대상이라기보다 가족처럼 지냈던 비전향 장기수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송환>. 그동안 완성하지 못한 채 품고서 서성였던 이유는 무엇일까. 30여년 동안 가슴에 적갈색 수인표를 달고 0.5평에 몸과 정신을 의
김동원,장기수,그리고 <송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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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잘하시는지, 남쪽 새각은 하시는지
돌아보면, 송환이 이뤄지던 날의 촬영만큼 그가 힘들어 했던 적도 없었다. 다들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던 판문점에서, 객관을 의식한 카메라를 들고 묵묵히 서 있어야 했던 날의 씁쓸한 기억은 지금도 선연하다. 계속되는 환송회 일정에 결국 탈진한 채 앰뷸런스에 실려 판문점을 넘어야 했던 조창손 선생의 모습을 보면서 그는 “카메라를 던져버리고 싶었다”고 털어놓는다. 어쨌든 선생들이 떠나고 난 뒤 “찍어놓은 화면들을 보면서 어떻게든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 정한 그는 포커스를 달리해야 했다. 이전처럼 체제의 폭력을 비판하거나 결기어린 선생들의 신념만을 전면에 내세울 순 없었다. 상황은 변했고, 카메라가 개입하는 지점도 달라져야 했다. 가장 가까이서 지켜봤던 조창손 선생을 중심으로 등장인물을 줄이고, 지난 10년 동안의 카메라와 대상의 관계가 변화하는 양상을 담기로 했다.
하지만 아산요양원에서의 대면, 봉천동에서의 생활, 후원회원들과의 북한산 피크
김동원,장기수,그리고 <송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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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여 꿈길에서 발자국을 남길 수 있었다면, 문 앞 돌길이 닳아 모래가 되었을 것을(若事夢魂行有跡 門前石路半成砂). 비전향 장기수 선생들의 꿈길을 따르기에 김동원 감독에게 10년은 부족한 것이었을지도 모른다. 명절 때면 선생들의 얼굴이 어른거린다는 그로부터 <송환>에 담지 못한 이야기를 들었다.
-10년 동안 찍었으니 카메라 기종도 가지각색이겠다.
=맞다. 방송용 유메틱부터 VHS, 베타, 6mm까지 안 쓴 게 없다. 기종만 놓고보면 열댓 가지 될 거다. 편집 과정에서 화질 조정하는 데 애먹고 있다.
-첫 만남에서 두려움도 느꼈다고 했는데.
=내 나름대로 진보를 맛보기 시작했고, 또 많이 태를 벗었다고 생각했었던 때였는데. 남파 간첩이라는 말을 듣고 그런 기분이 들었다. 아직도 내 의식 속에 레드 콤플렉스가 남아 있구나 했다.
-조창손 선생에게 더 이끌린 이유가 있나.
=아무래도 집이 가까워서 뵐 기회가 더 많아서였을 것이다. 성격은 두분이 많이 달랐는데 김석형
김동원,장기수,그리고 <송환> [3] - 김동원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