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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를 볼 때도 흘리지 않았던 눈물이 <오세암>을 보면서 흘러나왔던 개인적 체험을 일반화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더욱이 라이브액션영화와 애니메이션영화의 차이도 있으므로), 하여튼 다른 관객의 두눈에서도 예상되는 그 눈물은 대체 왜 나온 것일까, 곰곰이 돌이켜보았다. 그러자 이 애니메이션의 처음부터 미리 주어진 비극적 설정과 그것을 넘어선 숭고한 종교적 결말의 한가운데에는 ‘버려진 아이들’이 그 모든 것을 체현하는 존재로 서 있었다.
<오세암>은 감이와 길손이 남매가 엄마를 찾아 길을 가고 있는 도중에서 시작한다. 두 아이의 엄마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어디에 있기에 그들은 그토록 비현실적인 여행을 시작할 수밖에 없었을까? 나중에 감이의 기억이 엄마의 죽음을 우리에게 간접적으로 드러내긴 하지만, 앞을 못 보는 그녀의 기억과 달리 혹시 엄마는 그들을 두고 어디론가 떠나버린 것일지도 모른다. 영화의 배경이 언제, 어디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오늘날에도 아
버려진 아이의 신화, <오세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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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준호가 그려낸 80년대는 죽은 여자들의 질 속처럼 컴컴했다. 범인이 사라지고 난 자리, 텅 빈 터널의 동공의 이미지는 죽은 여자들을 가둔 농수로의 텅 빈 공허와 곧바로 연결되어진다. 그곳에 무엇이 있는가, 그곳에 무엇이 있었는가? 일종의 구멍으로서 현실을 제약하는 터널로서, 살인의 추억의 80년대 공기는 농수로의 질척질척하고 끈끈한 기운을 타고 죽은 여자의 질 속을 헤맨다. 강간, 연쇄살인, 메뚜기가 노니는 농촌 풍경. 여자들은 죽고 남자들은 죄의식에 빠진다. 이 이형접합의 이미지들 속에서 봉준호의 80년대는 또 다른 주석을 한국 영화사에 보탤 것이다.
그렇다면 <박하사탕>의 손, 고문을 가한 피해자의 똥을 묻히며 잔인한 웃음을 흘리던 영호의 손과 자신이 구타한 그리하여 기차에 치여 죽은 한 백치 청년의 피가 묻은 박두만의 손, <박하사탕>의 80년대와 <살인의 추억>의 80년대는 과연 어떻게 다른 것인가? 그리고 유치하지만 따뜻하게 포장된 <
범작이 될 수도 없지만 걸작이 될 수도 없는 <살인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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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돌아온다. 용광로에 온몸이 녹아 사라지는 순간에도, 엄지손가락을 곧추세우고 “나는 다시 돌아온다”고 말하던 그가, 돌아온다. 무려 12년 만에, 존 코너와의 약속을, 관객과의 약속을 지키러, 그가 돌아온다. 엄밀히 말하면 <터미네이터3>에서 돌아오는 이는 ‘그’가 아니고, 그와 같은 모델(T-800)의 또 다른 터미네이터다. <터미네이터3>에서도 인류 저항군의 지도자가 될 존 코너를 암살하기 위한 기계들의 노력은 계속된다. 10년 전 T-1000의 암살 위협에서 벗어난 존 코너는 기계들의 첨단 네트워크인 스카이넷의 추적을 피해 은둔자로 살아간다. 그런 존의 존재를 감지한 기계들은 한층 발전된 형태의 로봇인 터미네트릭스(T-X)를 파견한다. T-X는 섹시하고 아름답지만, 냉혹하고 잔인하며, 뛰어난 지능과 공격력, 심지어 다른 기계 장비들을 제어하는 능력까지 갖춘 여성 기계 로봇. 인간 저항군들은 존 코너를 지켜내기 위해 인간쪽 전투 병기인 터미네이터 T-80
내가 돌아온댔지!해외신작 <터미네이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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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혹했던 역사 속으로“충무로가 여기 이사를 왔네 그려.” 실미도로 가는 페리호 안에서 누군가 이렇게 말했다. 100명 넘는 취재진에 제작자, 투자자, 감독, 스탭, 배우를 합쳐 300명 넘는 인원이 모였으니 이런 말이 나와도 무리가 아니다. 지난 4월30일, 충무로 시네마서비스 사무실 앞에서 출발한 관광버스 6대는 인천공항을 지나 잠진항에 도착했다. 평소 무의도행 페리호가 출발하는 항구인 이곳은 이날 하루만 실미도행 페리호를 운항했는데 배에 가득 찬 사람들을 보니 강우석 감독의 ‘파워’가 새삼 느껴진다. 시네마서비스와 관련있는 영화인 가운데 이날 제작고사에 불참한 인물은 거의 없을 듯하다. 일간지, 주간지, TV 연예프로그램을 망라한 취재진 역시 강우석 감독의 새 영화를 지나칠 수 없었으리라. 20여분 배를 타고 실미도 세트장에 내린 취재진은 감독과 설경구, 안성기 등 배우를 보자마자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고 질문공세를 시작했다.♣ 이웃한 섬 무의도와 개펄로 연결돼 있지만 하루
<실미도> 제작고사 및 추모제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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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불이 꺼지고, 영화의 막이 오르면, 이런저런 오프닝 크레딧이 뜨고 사라진다. 그 끄트머리에 긴 여운을 남기며 박히는 크레딧이 있으니, 바로 ‘A FIlm By…’(아무개 감독의 영화) 라는 ‘인장’이다. 그런데 최근 할리우드에는 이런 유형의 크레딧이 서서히 사라져가고 있다. 영화가 공동 창작 예술이라는 인식이 업계 내에, 그리고 감독들 사이에도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는 뜻일까?
<버라이어티>가 인용한 통계에 따르면, 90년대까지만 해도 감독 소유 또는 주체를 뜻하는 ‘A FIlm By’의 크레딧을 쓴 감독이 70%에 달했지만, 최근에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영화 중에서도 이런 크레딧을 쓰는 예가 5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본래 이런 식의 크레딧을 쓰지 않는 감독들도 꽤 많은데, 그중에는 스티븐 소더버그, 클린트 이스트우드, 샘 멘데스, 조엘 코언, 고어 버번스키, 스티븐 달드리, 롭 마셜, 프랭크 다라본트, 커티스 핸슨, 크리스 놀란, 우디 앨런 등의 스타 작가감
창작의 주체는? A FIlm By‥ 크레딧을 둘러싼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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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 불가능한 대중의 감응지점을 포착하고, 그 빠른 변화의 길목에 이정표를 세워야만 하는 저널리즘 비평의 태생적 속성은 때로 정확한 통찰의 시간을 갖기 어려울 만큼 물리적 긴급함에 얽매이게 된다. 이런 와중에 생겨나는 성급한 판단과 오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평론가 시절 명쾌한 직관으로 나쁜 영화와 좋은 영화를 분류해내던 프랑수아 트뤼포조차 몇달 사이에 브레송의 영화에 대해 비판하고 또 ‘수정’한 적이 있을 정도이다. 판단착오의 기준으로 쓰여진 오해와 실수의 비평들은 감응속도만큼이나 빠른 대중의 망각속도에 떠밀려 물의없이 사장되기도 한다. 혹은 후세의 의견들에 의해 격렬한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오히려 부활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의 어떤 영화를 비판하기 위해 이전에는 비판의 대상이었던 영화를 도리어 비교우위의 근거로 삼는 엉뚱한 사태를 빚어내기도 하는 것이다. 얼마 전 의 특별기고가 스티븐 파버가 ‘수정주의 비평의 역사’라는 논점하에 미국 저널리즘의
비평가들의 마음바꾸기, - 어제는 범작, 오늘은 수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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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대박을 터뜨린 연극 <늘근 도둑 이야기>가 지난 4월27일 막을 내렸다. 마지막 공연에는 노짱이 관람을 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혹자는 구시렁댈지 모르겠지만, 대통령이 소극장에서 연극을 관람하는 세상은 재미있고 신나는 일이다. 연극 역시 신나고 웃음으로 넘쳐났다. 1989년 동숭아트센타 개관기념으로 첫 공연을 할 때만 해도 사회적 부조리를 신랄하게 헤집던 ‘풍자’가 지금은 ‘개그’로 희화화되어 사람들을 마구마구 그냥 웃게 만든다. 연극을 보러 간 날 명계남, 박철민, 최덕문 등 주연배우들과 조촐하게 맥주을 한잔 마셨다. 모처럼 대학로에서 흥행연극이 나와서 모두들 신나했다. 한편으론 연극판이 옛날 같지 않아서 전반적으론 매우 힘들다는 푸념도 늘어놓았다. 함께한 일행 중 연극 출신의 유명 배우에게 몹시 궁금한 게 있었다. 최민식, 조재현, 송강호, 유오성 등 연극계 출신의 스타 연기자들을 떠올리며 질문을 던졌다. “당신들의 고향은 연극인데, 스타가 되고 나서는
연극과 영화의 아름다운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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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 액션 스릴러 에로 코미디를 기대하시라.”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다기에 그럼 하겠다고 했죠.” “전 최민식 선배가 출연한다기에 그럼 내가 감독하겠다고 했어요.” 박찬욱 감독과 배우 최민식은 이렇게 만났다. 지난 4월29일 열린 <올드 보이> 제작발표회에서 털어놓은 이야기는 마치 신혼부부가 언제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해 말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상대방 몰래 서로 사랑하던 이들이 마침내 약혼발표를 하며 그들의 만남을 추억하는 듯한. 듣기에 따라 낯간지러운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감독과 배우의 친밀감이 관객에게 나쁠 것은 하나도 없다. 박찬욱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찰떡궁합이 입증한 대로다. <올드 보이>는 여기에 한 사람을 더한다. 최근 캐스팅이 확정된 유지태, 그는 최민식과 대결하는 인물로 등장한다. 유지태의 마음이 <올드 보이>에 끌린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박찬욱, 최민식이라는 이름이 주는 두터운 신뢰감을 따라
<올드보이>의 박찬욱,최민식,유지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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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존시(데미안 루이스)와 헨리(토머스 제인) 등 친구들은 한 아이를 불량스런 학생들의 위협에서 구해준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존시 등은 신비스런 능력을 하나씩 지니게 된다. 그리고 존시를 비롯한 네명의 친구들은 더욱 강한 우정을 공유하게 된다. 2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존시가 갑작스럽게 교통사고를 당한다. 그는 잠시 사망했다가 다시 눈을 뜨는데 어렸을 적 환상을 보았노라고 헨리에게 말한다. 사냥여행을 떠난 헨리 일행은 어느 길 잃은 사냥군을 구조해주면서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사냥군은 끔찍한 출혈과 함께 사망하고 정체불명의 괴물이 헨리와 친구들을 공격한다.
■ Review
‘드림캐처’란 북미 인디언들 사이에서 전해오는 하나의 상징물이다. 잠잘 때 머리맡에 손수 만든 드림캐처를 매달아놓으면 악몽을 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쁜 꿈을 걸러내고 좋은 꿈만 받아들이게 된다는 의미다. 영화 <드림캐쳐>를 보고 있으면 어느 정도 제목의 속뜻을 이해할 수
개인적 판타지를 거쳐 군국주의의 기운까지,<드림캐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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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여성지 기자 앤디(케이트 허드슨)는 매번 일주일을 못 넘기고 남자에게 차이는 한 동료로부터 칼럼의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즉 남자가 싫어할 온갖 짓을 다해 결국 버림받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어떤 점이 남자들을 정떨어지게 하는지”를 역설적으로 증명하겠다는 것. 결국 한 파티에서 근사한 남자 베리(매튜 매커너헤이)를 유혹하는 데 성공한 앤디. 그러나 광고 에이전시에서 근무하는 베리 역시 사장과 “10일 안에 여자를 꼬셔서 파티장에 데리고 오겠다”는 내기를 한 상태. 이렇게 ‘10일 안에 헤어져야만 하는 여자와 10일간은 만나야만 하는 남자’의 도박 같은 연애는 시작된다.
■ Review
사람의 심리란 ‘이렇게 하면 성공한다’는 ‘Do’ 리스트보다 ‘이렇게 하면 망한다’는 ‘Do not’ 리스트에 더욱 흥미가 생기는 법인가보다. 여기 이 여자도 그렇다. 앤디는 ‘남자에게 버림받을 만한 모든 것’을 조목조목 집어냄으로써 그것을 피한다면 사랑을 얻을 수 있을 거라 생각
도발적이고 쿨해 보이는 연애담,<10일 안에 남자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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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존 말코비치 되기>로 명성을 얻은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니콜라스 케이지)은 괴짜 난초 수집가 존 라로쉬(크리스 쿠퍼)에 관한 저널리스트 수잔 올리안(메릴 스트립)의 논픽션 <난초도둑>을 각색하라는 주문을 받는다. 소심하고 사색적인 찰리는 각색이 풀리지 않자 신경쇠약을 일으키는데, 찰리의 경박한 쌍둥이 동생 도날드(니콜라스 케이지)는 시나리오 강좌에서 배운 상업영화 공식에 맞춰 써낸 스릴러 각본이 비싼 돈에 팔리는 쾌거를 올린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찰리는 경멸해 온 시나리오 강좌를 청강하고 원작자가 숨긴 진실을 찾기 위해 올리안과 라로쉬의 뒤를 밟는다.
■ Review
포기하자. 아무래도 이보다 간략히 말할 방도는 없다. 그러니까, <어댑테이션>은 작가 찰리 카우프만이 우리가 지금 보고 있는 영화의 시나리오 쓰기에 어떻게 실패했는가에 관해 찰리 카우프만이 쓴 시나리오로 만든 영화다. 실제로 <존 말코비치 되기>가
적대적인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는 적응 노력,<어댑테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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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말 많고, 참견하기 좋아하는 7명의 누이들 틈에서 자란 배리 이건(애덤 샌들러). 여자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붙이지 못하는 소심한 남자 배리는 누군가 길에 버린 풍금을 발견하고, 사무실에 갖다놓는다. 바로 그날, 한 여인을 만난다.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사무실 옆 카센터를 찾아온 레나(에밀리 왓슨)는 배리에게 자동차 키를 맡기고 간다. 여동생의 직장 동료였던 레나는 배리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고, 두 사람은 펀치에 한방 얻어맞은 것처럼 아찔한 사랑을 시작하게 된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레나를 만나기 전,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폰섹스 업체에 전화를 걸었던 배리는 협박에 시달린다. 고개의 신상정보를 빼내 가족과 직장에 알리겠다는 악질 사기꾼에게 걸려든 것이다.
■ Review
<펀치 드렁크 러브>는 <매그놀리아>의 한 에피소드를 빼내 곱게 다듬은 듯한, 작은 사랑 이야기다. 70년대 포르노 업계의 흥망성쇠나, 이리저리 얽힌 인물들의 상
당신 정말 괴상해요‥ 그리고 사랑해요 <펀치 드렁크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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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해서 나는 시장(市場)이 마음에 안 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은 모든 상품에 대해 생사여탈권을 갖는 최종심급의 법정이다. 하지만 이 법정은 공정하지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도 않고 의리라는 것도 없으며 어른에 대한 예의조차 없다.시장이 공정한 법정이라면, 촬영만 11달 걸리고 후반작업에 5달 동안 공들인 <화산고>가, 제작발표회 한 지 세달 만에 극장에 걸린 <두사부일체>에 그렇게 형편없이 깨지지는 않았어야 한다. 고등학교와 깡패라는 성분은 같았는데, <화산고>의 죄라면 구태의연한 관습에 복종하지 않았으며 작품의 완성도에 지나치게 신경을 썼다는 것일까. 또, 시장이 정치적으로 올바르다면, 2002년의 최고 흥행작은 <가문의 영광>이 아니라 <오아시스>가 됐어야 했다. 또한 이 시장이 한 가닥 의리라도 있다면, <친구> 때 열광적으로 헹가래치다가 <챔피언> 앞에서 뿔뿔이 흩어져 감독으로 하여금 졸지에
좋은 제작자 한 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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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가 돌아가신 게 10년 가까이 된다. 아버진 평생 회사원이셨다. 소심하고 무기력한 회사원…. 하지만 안락한 회사원. 그 시절 최루탄 뒤집어쓰고 집에 들어오면 프로야구를 보시다 늦게 들어오는 나를 혼내시는 아버질 보며 그 당시 난 비웃었다…. ‘젠장! 평생 회사원이나 해라’ 하면서 혼자 몰래 아버지 담배 를 훔쳐 피우며 내 방에서 저주의 말을 뇌까리곤 했다. 그는 내가 보기에 친구도 없었다. 어린 시절 친구에 대해 아님 하다못해 대학 시절 친구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없었다. 오로지 술 마시면 만화책(박수동의 <번데기 야구단> 같은 책)을 사들고 들어와서는 우리 3남매를 약올리면서 혼자만 보시다가 잠들어버리곤 하셨다. TV 속의 아버지들을 보면 친구들이랑 술 마시며 추억을 이야기하거나 동네 사람들하고 잘도 어울리던데… 참 내 아버진 전화오는 것을 못 봤으니 필시 어른왕따일 거야 하며 생각해보곤 했다.갑자기 이런 생각을 한 까닭은 비가 마치 여름 장마처럼 우줄우줄
아버지의 뚱보친구는 어디에‥ <스탠 바이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