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향과 순수를 추억하는 따뜻한 동화“이건, 동화예요.”물 속에서 카메라가 천천히 헤엄치듯 수몰된 마을의 낮은 담장, 골목, 가게를 비추는 첫 장면부터 <화성으로 간 사나이>는 그렇게 말을 건다. 하얀 눈 쌓인 산 위에 외따로 서 있는 나무 오두막, 검은 밤하늘에 또렷이 보이는 화성, 털귀마개를 하고 빨간 자전거를 몰고 다니는 시골 우체부…. 영화 속 배경과 인물은 모두 예쁜 동화처럼 사람들을 맞는다. “지치셨나요 잊었던 이곳으로 오세요.”<화성으로…>는 성공적이었던 데뷔작 <동감>(2000년) 이후 김정권 감독과 작가 장진이 두 번째 만난 작품. 언뜻 보기에 영화는 ‘순수한 사랑’의 이야기다. 죽은 아버지가 ‘화성으로 갔다’고 믿는 소녀 소희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소년 승재는 꼬박꼬박 대신 답장을 쓴다. “화성엔 아무나 가냐. 대통령, 우주비행사, 그리고 편지 배달해야 하니까 우편배달부나 가지”라던 이 꼬마들의 말처럼 17년이 흐른 뒤에도 승재(신하
[새 영화] <화성으로 간 사나이>
-
인권운동사랑방이 매해 개최하는 인권영화제는 ‘영화’라는 매체가 궁극적인 인간성의 실현에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 확인하고 희망을 품어볼 수 있는 자리다. 오는 23~28일 서울아트시네마와 광화문 아트큐브에서 펼쳐질 7회 영화제는 ‘이주노동자’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다. 모두 33편의 국내외 작품 가운데 이주 노동자의 인권에 관련된 건 7편이다. 카메라의 시선은 미국 남미인들의 이민 역사(<도시>), 네덜란드에 취업한 남아프리카 간호사들의 갈등(<모험>), 한국의 산업연수생 제도 철폐문제(<우리는 이주노동자다>) 등 세계 곳곳에 가 있다. 올해는 1990년 유엔에서 채택한 ‘모든 이주노동자와 그 가족의 권리보호에 관한 국제협약’의 한국정부 가입문제가 관심을 끌고 있는 해다.지난해 ‘전쟁과 인권’을 내세웠던 영화제는 올해 역시 ‘미국의 전쟁범죄’를 또 하나의 섹션에 배치시켰다. 노엄 촘스키의 미국의 대테러전 비판을 담은 <파워 앤 테러>, 걸
[인권영화제] 이주노동자를 말하다
-
한국영상자료원(원장 정홍택)은 26∼30일 오후 2시 서울 서초동 영상자료원 시사실에서 김기(1929~) 감독 초대전을 마련한다. 29년 함경남도 함흥에서 태어난 김기 감독은 64년 <동백아가씨>로 데뷔해 87년 <유정>까지 80여 편의 작품을 연출했다. 당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동백아가씨>와 <여로>(73년), 김수현 작가의 작품을 영화화한 <상처>와 <청춘의 덫> 등을 히트시키며 한국적 멜로드라마의 전형이 되어온 영화 연출가다.흥남화학전문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전쟁 당시 단신으로 월남한 그는 <삼등과장>, <육체의 문> 등으로 알려진 이봉래 감독의 조감독으로 충무로 생활을 시작한다. 7년간의 조감독 생활 끝에 처음 메가폰을 잡은 <동백아가씨>는 당시 흥행기록에서 2위 영화를 멀찌감치 따돌리며 '대박'을 터뜨린 영화. 신성일과 엄앵란, 황해가 호흡을 맞춘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인 이
한국영상자료원 김기 감독 초대전
-
중국과 홍콩의 영화제작자들이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과 관련된 영화 2편의 제작에 착수했으며, 곧 촬영에 돌입할 예정이라고 BBC 인터넷판이 7일 보도했다. BBC는 우선 홍콩 만다린 영화사가 제작중인 스티브 정 감독의 `사스의 도시(The City of Sars)'가 이르면 오는 7월 개봉될 예정이라고 전했다.코미디 드라마인 이 영화는 강제로 격리당하면서 만난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와 사스 치료에 몰두하는 홍콩 의료진들의 애환, 사스로 파산한 한 기업가가 질병을 막기 위해 벌이는 노력 등 사스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3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다.BBC는 또 중국의 유명 여배우 공리(鞏利)가 중국에서 제작될 사스 영화에 출연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전했다. 출연이 결정되면 공리는 이 영화에서 환자의 치료에 헌신하다 결국 자신도 사스에 감염되는 간호사 역을 맡을 예정이다. 공리는 21편의 영화에 출연한 베테랑 영화배우로, '붉은 수수밭'과 '홍등', '귀주 이야기' 등에 출연해
中.홍콩, 사스 영화 제작
-
-
<Home>심플리 레드 | 유니버설 발매브릿팝 솔 밴드 심플리 레드의 8번째 음반이자 3년 만의 신보. 마빈 게이와 스티비 원더의 팬이라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는 음반이다. 밥 딜런의 포크록 히트곡 <Positively 4th Street>과 자메이카의 레게 뮤지션 데니스 브라운의 레게 클래식 <Money in My Pocket>을 하우스 버전으로 리메이크했다. 펑키한 재즈 솔 넘버 <Lost Weekend>도 인상적이다. 21세기에 나온 음반치고는 고전적인 따뜻함이 흘러넘친다.<Apres Un Reve>로랜드 한나 | 강앤뮤직 발매2002년 11월13일 사망한 피아노의 거장 로랜드 한나의 유작앨범 <Apres Un Reve>가 발매되었다. 사망하기 불과 2달여 전에 녹음된 음반으로 슈베르트, 쇼팽, 루빈스타인, 드보르자크, 말러 등이 작곡한 9곡의 클래식 작품들을 재즈의 선율로 선보인다. 최근 클래식을 재즈로 편곡해서
[문화단신] ,<에곤 실레,벌거벗은 영혼> 외
-
그런데 하나의 영화는 누구의 것일까? 모든 스탭들의 이름은 기억에서 지워지고 주인공, 또는 감독의 이름만이 남아 영화의 제목과 함께 세월을 유영한다. 그렇다면 영화는 감독의 것, 주인공의 것인가? 사실, 도대체 이름으로 남는다는 것은 때로 얼마나 무의미한 일인가. 하나의 영화는 어느 누구의 것이 아니기도 하다. 내가 잘 아는 어느 영화감독은 “사람들은 모른다. 감독조차 모른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황야의 무법자>는 세르지오 레오네의 것인 줄 알지만 사실 그 영화는 엔니오 모리코네의 것이라는 것이다. 부당한가. 모리코네라는 이름이 또 다른 하나의 이름일 뿐이라면,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어느 경우 영화는 그 ‘음악’의 것이다.
<모노노케 히메>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1997년작이다. 하야오가 ‘은퇴작’이라고 선언했던 이 작품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가장 전형적인 구조물로 꼽을 만하다. 일본 특유의 토속신앙과 결부된 ‘정령숭배’에서 비롯하여 환경주의까지를 아
히사이시 조 음악의 정점,<모노노케 히메> OST
-
권위가 뒤틀리는, 그러나 일상의, 폭소자기처럼 질투심 많은 성격에, 매일 그렇게 남의 그거 보고 있는 거 알면, 가만있지 않을 거잖아!/ 그러는 자기는, 그 소심한 성격에 자기 때문에 이렇게 된 걸 알면 또 상처받을 거 아냐!/ …. (중략) 내게 그렇게…. 굵고, 단단했어?/ 그걸 몰라서 물어!(<이크> 소수 송재성 만화, <내. 연. 애. 는. 위. 기. 에. 처. 했. 다. > 중 풍선 속 대사)이렇게만 보면, 두 사람 사인은 연인이고 불륜관계고, 최소한 한 사람은 자기 직업을 속였다. 그 직업은, 미루어 짐작해서, 산부인과 의사? 아니다. 치질전문의다. 그럼, 무슨 얘기지? 만화는 처음부터 둘 다 남자고, 두 남자는 치질환자와 치질의사 관계고 곧 두 사람은 호모에로틱 관계다. 그리고, ‘그거’는 (여성기가 아니라 남자의 항문이고, 덧붙혀 누구나의 항문이다, 왜냐하면 ‘취향이 좀 색달’라서 치질을 얻은 여자 환자도 등장하고, 그녀는 ‘그게 굵고 좀 딱딱하’
<계간 만화 이크> · 주완수 만화에세이 <내 일본인 마누라 켄짱>
-
올해로 내가 영화를 공부하기 시작한 지 꼭 10년이 되었고, 한국 영화사에 본격적으로 매달린 것은 이제 4년 남짓 되었다. 이 과정에서 배운 가장 분명한 사실은 이영일이라는 인물은 영화사를 공부하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는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이영일의 한국영화사 강의록>은 이 산이 얼마나 넘기 힘든 거대하고 험난한 산인지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산 증거일 것이다.<이영일의 한국영화사 강의록>은 한국예술연구소가 엮어낸 ‘한국예술아카이브총서’ 시리즈의 두 번째 책자로, 2001년 타계한 고 이영일 선생이 영상원 영상이론과 전문사 과정에서 1999년 2학기부터 2000년까지 3학기 동안 한 마지막 강의를 기록한 것이다. ‘강의록’이라고 하는 이 책의 구성방식은 그동안 이영일의 저서에서 보여줬던 한국 영화사의 대표적인 비평가로서 그리고 영화사학자로서의 면모와 더불어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교육자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영화광으로서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해준다.
한국 영화사의 거대한 산, 이영일,<이영일의 한국영화사 강의록>
-
게임, 특히 롤 플레잉 게임에서 운명이란 말은 꽤 자주 들먹거려진다. 운명의 아이가 어른이 되어 운명의 전사로 성장하고, 운명의 동료들과 함께 운명의 적과 맞서 세계를 구할 운명을 수행한다. <테일즈 오브 데스티니2>처럼 아들이나 딸이 부모의 대를 이어 또다시 운명의 전사로 세계를 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운명의 동료와 운명의 적이 새롭게 함께하는 것은 물론이다.운명이란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 아니,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 그리스 비극의 많은 주인공들이 이 질문에 답하려고 했지만 아무도 성공하지 못했다. 비슷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현실의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게임에서만은 이 질문의 답이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쉽다.일본 롤 플레잉 게임은 흔히 단선 진행 롤 플레잉 게임이라고 불린다. 많은 경우 미리 정해진 경로가 있어서 그대로 따르며 플레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을 A에 도착하면 다리가 끊어져 있다. 고쳐서 대령해야 마을 B로 갈 수 있다. 이번에는
절대적 운명,<테일즈 오브 데스티니2>
-
<살인의 추억>이 4월25일 개봉하면서 1980년대에 실제로 일어났던 화성연쇄살인사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86년 1차 살인사건 이후 10차 사건까지 발생했지만 범인을 잡지 못한 미결사건이기에 더욱더 관심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봉준호 감독은 인터뷰에서 “범인이 하루빨리 자수해서 벌을 받기를 바란다”고 했고 시사회에 참석한 현직 형사들은 “공소시효가 끝난다 하더라도 끝까지 수사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 홈페이지(www.salin.co.kr)에서도 영화관람 뒤 범인을 추리하는 글이 올라오는 한편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추리소설 사이트(www.mysteryhouse.co.kr)의 100대 살인사건 메뉴에서는 이 사건의 경위를 한눈에 볼 수 있다.참여연대, ‘1·25 인터넷대란’ 손해배상 청구참여연대가 지난 1월25일 발생한 인터넷대란과 관련해 정보통신부와 KT,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장을 제출했다. 소송의 원
[인터넷 뉴스] 재조명되는 화성연쇄살인사건 외
-
그야말로 ‘난리’다. <씨네21>에 약 8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인터넷과 영화가 만나 만들어지는 이야깃거리들을 찾아 글을 써왔지만, 이번과 같은 경우는 없었다. 1편이 개봉된 지 약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미국 개봉을 코앞에 두고, 인터넷이 온통 흥분의 도가니로 변해 있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런 흥분의 포화상태는 아주 다양한 방면에서 포착되고 있다. 우선 워너브러더스사의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서만 이 영화의 예고편이 무려 450만번이나 다운로드받아져, 역대 워너브라더스사가 개봉했던 모든 영화들의 예고편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였다. 또한 Yahoo!에서 운영되고 있는 개봉예정작 정보 코너인 ‘Upcoming Movies’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가 2000년 이후 지금까지 가장 많은 네티즌들이 방문한 영화라고 공식 발표하기도 했다. 더 나아가 <USA Today>는 <매트릭스2 리로디드>의 흥행성적이
<매트릭스2 리로디드>로 흥분하고 있는 네티즌
-
1mm의 산전수전지루하다. 뭔지 모를 12개의 입방체가 화면을 가득 메우고 있다. 그렇다고 색깔이 강렬한 것도 아니다. 자세히 보니 입방체가 하나씩, 둘씩 움직인다. 팸플릿에 소개된 러닝타임은 12분. 설마 12분 동안 입방체가 조금씩 움직이는 모양새만 바라보라는 건 아닐 테지. 그러나 기대를 무참히 저버린 채 영상은 성실하고 꾸준하게 비슷한 운동을 반복한다.솔직히 말하면 김재관의 <삼차원 입방체의 비의성(秘意性)-그 회화적 해석>은 이화여자대학교박물관이 주최한 특별전 ‘미술 속의 만화, 만화 속의 미술’에 소개된 11편의 애니메이션 가운데 가장 재미없는 작품에 속했다.그런데 무엇 때문일까. 지루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했던 작품이 울림을 준 이유는…. 정해진 프레임 안에서 추상적인 입방체들이 일정하게 운동하다가 여러 개로 분열하고 서로 겹치기도 하는 영상은 충격적이지 않다. 재미도, 서사구조도 없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게 있다. 바로 소리다.처음에 들리는
삼차원 입방체의 비의성(秘意性)-그 회화적 해석
-
200년 전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온 고택의 요리집 일승암. 그곳에서 맛과 서비스의 전통을 이어오는 젊은 안주인 오센.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먹듯 간단히 이 만화에 대해 말하라면 이 정도가 적당하다. 사실 그 정도로 충분히 말해줄 수 있는 만화들도 없지 않다. 하지만 부족하다. 부족해도 많이 부족하다.평면을 배반하는 입체연재만화의 에피소드 앞에 펼쳐지는 제목 페이지는 그저그런 장식일 경우도 있고, 만화가의 그림 솜씨를 뽐내는 수단이 되기도 하고, 본편의 많은 내용을 함축하는 상징의 페이지가 되기도 한다. 기쿠치 쇼타의 <오센>(세주문화사 펴냄)에서는 그와는 또 다른 역할, 이 만화의 모호한 성격에 대한 안내판이 되고 있다. 두쪽으로 펼쳐진 제목의 장을 보라. 우키요에(浮世繪)에서 뽑아올린 듯한 훌륭한 평면의 문짝과 기묘하게 기울어진 병풍은 멋들어진 고풍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그 가운데에 어울릴 만한 인물은 역시 오카노 레이코의 <음양사>에서처럼 동양화의 선으로 빚
천하일품 요리집,기쿠치 쇼타의 <오센>
-
할리우드보다 못한 세상같으니
생각해보니 화성연쇄살인사건이 일어났던 기간(1986년부터 91년까지)은 내가 양 갈래 땋은 머리에 포플린 스커트를 나풀거리던 중·고등학생 시절(이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마는 언제나 짧게 커트한 머리와 건장한 체격에 <품행제로>의 중필이가 메고 다니던 운동가방을 어깨에 척 걸치고 다녀 험악한 연쇄살인범이라도 지체없이 통과시켰을 그런 소녀 시절을 보냈다. 아무튼)과 얼추 겹친다.
그때 화성연쇄살인사건은 친구들 사이에서 간간이 화제가 되고 또 나의 경우 외할아버지가 사건이 일어났던 바로 그 동네는 아니었지만 화성군 어디에 살고 계실 때라 ‘다시는 외갓집에 놀러가지 말아야지’(초등학교 졸업한 뒤 한번도 가지 않았지만)라는 결심도 했다. 그러나 연쇄살인사건이란 머나먼 나라의 이야기 같아서였는지 특별히 강한 인상으로 남아 있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를 떨게 했던 공포의 관심사는 봉고차 인신매매범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나를 비롯한 학생들 대부분은 일
아가씨, <살인의 추억>을 보고 무력감에 빠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