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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식의 생각’ 속으로 들어가는 것은, 치열한 정신의 불가마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다. 그 불가마 속에 일단 들어가면, 운동부족이었던 마음이 소금땀을 흘리고, 사고의 동맥경화를 초래하던 정신의 지방질이 그 적나라한 두께를 드러낸다.한국인에 대한 정신적 이지메가 횡행하던 시절, 16살 재일동포 소년으로 ‘나는 조센징’이라는 커밍아웃을 하고, 진정한 조센징이 되기 위하여 서울 법대로 유학올 때만 해도, 청년 서준식은 현대사의 제물로 예약된 자신의 미래를 내다볼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작된 ‘유학생 간첩단’ 사건은 그를 스물세살부터 불혹의 나이까지, 17년 동안 세상의 시야에서 사라지게 만들었다. 벽을 벽으로 느끼지 않았던 맑고 자유로운 눈한테, 군사정권은 7년의 실형과 10년의 보호감호처분을 내려, 오로지 벽만을 쳐다보도록 했던 것이다. 그러나 고문과 구타와 증오의 세월을 이겨낸 그가 바깥세상으로 가지고 나온 것은, 여전히 맑은 눈과 ‘어떤 벽도 인간의 존엄을 가둘 수 없다’는 늙
치열한 정신의 불가마 속으로,<서준식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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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 오브 스테이트>(Head of State)가 <브링 다운 더 하우스>(사진)의 4주연속 정상질주를 저지했다. 캘리포니아주 엔시노에 기반을 둔 북미영화 흥행집계 전문업체 '이그지비터 릴레이션스'가 30일 발표한 주말 사흘동안의 박스오피스 집계에 따르면 흑인배우 크리스 록이 주연과 감독을 맡은 코미디 드라마 <국가수반>이 1천400만달러의 추정 흥행수입으로 1위로 데뷔했다. 지난 주까지 3주 연속 선두를 달린 <브링다운...>은 1천250만달러로 한 계단 내려섰다.<국가수반>은 2004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통령 후보와 그 러닝메이트가 항공기 추락사고로 사망하자 흑인이 후보를 승계해 민중에게 솔직하게 접근해 인기가 치솟는다는 내용을 그린 코미디터치 정치풍자극.자기장의 활동이 멈춰 무방비상태가 된 지구를 구하기 위해 땅 속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 지구 특공대 이야기를 그린 <코어>(The Core)는 1천240만
<헤드 오브 스테이트> 北美영화 흥행 1위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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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일 나에게 영화 `해리 포터` 시리즈에 출연 해달라는 요청이 온다면? 그야말로 `마법' 같은 일이지만 얼마든지 당신에게도 닥칠 수 있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는 `해리 포터' 2탄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비디오 출시를 기념해 3탄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 단역 배우로 캐스팅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워너브라더스가 지난 21일까지 전세계 네티즌에게 가장 바라는 이벤트 경품을 물어본 결과 `영화 3탄 단역 배우 출연'(56%)이 `해리 포터 출연진과의 만남'과 `영화 3탄 비공개 시사회 참여'를 제치고 가장 많았다. 이에 따라 워너브라더스는 4월 18일까지 전세계에서 신청자를 접수해 1등 당첨자를 내년 개봉 예정인 3탄에 출연시킬 예정이다.국내에서는 워너홈비디오 코리아(http://www.whv.co.kr)나 해리 포터 공식 홈페이지(http://harrypotter.kr.waner)에 접속해 회원으로 등록한 뒤 신청하면 된
해리 포터 3탄에 출연하는 행운을 잡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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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10년 내내 위기였고 기회였다"
코리아픽쳐스 대표 김동주(39)씨가 잠적했다는 소문이 돈 것은 올해 2월부터다. 지난해 말부터 각종 언론 인터뷰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더니 코리아픽쳐스가 투자를 동결했다는 이야기가 돌았고 올해 2월부터 모습을 감추었다. 지난해 <일단 뛰어> <챔피언> <연애소설> <굳세어라 금순아> 등 투자작의 성과가 좋지 못했다곤 해도 <친구>로 한국영화 최고 흥행기록을 세운 회사의 대표가 갑자기 위기에 처한 듯한 이런 상황은 영화계에는 다소 불길한 암시처럼 보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융자본의 투자위축이 김동주씨의 잠적설과 맞아떨어진 것도 단순한 우연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2001년엔 <친구>와 <조폭 마누라>의 흥행으로 시네마서비스와 CJ엔터테인먼트라는 양대 메이저에 버금가는 시장점유율을 기록한 코리아픽쳐스가 영화시장에서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마저 감돌던 때였다.
코리아픽쳐스 나와 투자대행사 차린 쇼이스트 대표 김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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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영화 <시카고>는 정교하게 짜여진 장면들을 통해 플롯 전체를 실제 뮤지컬 무대에서의 공연장면과 동일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일은 실제 뮤지컬을 볼 때의 박진감을 영화 속에서 얻어보자는 전략으로부터 비롯된다. 실제의 연극이 영화와 가장 다른 점은 ‘동시성’의 구현에 있다. 다른 시간대의 광경이 한 무대에 동시적으로 존재하도록 꾸미는 데서 연극만의 독특한 매력이 시작된다. 반면 영화는 몽타주를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본질적으로 ‘순차적’이다. 영화 <시카고>는 가능한 한 뮤지컬 연극의 ‘동시성’을 영화화면 속에 구현하려고 노력한다. 영화의 플롯은 1920년대의 시카고에 존재하는 한 가상의 재즈 바에서 벌어지는 공연장면을 따라 전개된다. 스크린 밖의 관객은 영화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관객’과 더불어 공연 무대를 보고 있음으로써 실제 뮤지컬 무대 앞에 있다는 착각을 갖는다.1920년대의 시카고를 지배하던 음악은 말할 것도 없이 ‘재즈’다. 1차대전 이후 모럴의
재즈를 향해 쏴라,<시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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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요즘 사람들은 옛날 사람들보다 창조성이 없는 것 같기도 같다. 음대마다 작곡과가 있어 계속 입학하고 졸업하지만 연주회에서도, 음반사에서도 베토벤이나 모차르트만 늘 인기다. 소더비에서 최고가로 낙찰되는 것은 늘 고흐나 모네고, 미술관에서도 현대미술쪽은 어딘지 한산하다. 대중예술은 좀 낫다. 사람들은 아직 동시대의 노래나 포스터나 광고, 영화를 좋아한다.그런데 그건 대중예술의 역사가 짧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대중예술이 본격적으로 발화한 지 아직 100년도 안 되었는데 만드는 사람도, 소비하는 사람도 새로운 것보다는 예전 것의 리메이크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패션은 50년대, 60년대, 70년대, 그리고 80년대를 규칙적으로 순회한다. 영화도, 음악도 리메이크 열풍이다. 어쩌면 요즘 사람들의 역량이 선조들보다 떨어지는 게 아니라 인류에는 일정량의 창조성만 주어져 있어서, 그게 고갈된 다음부터는 새로운 아름다움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니면 아무거나 내키는 대로
천재의 시대를 넘어서,리메이크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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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켜라>의 장준환 감독(사진)과 의 이수연 감독 등 데뷔를 앞둔 신인감독들의 단편영화가 중앙시네마에서 상영된다. 중앙시네마는 영화사 미로비전과 함께 다음달 4-17일 매일 오후 7시30분 단편영화 정기상영회를 연다. 이번 상영회의 주제는 ‘그들의 과거가 궁금하다’로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지구를 …>의 장준환 감독의 단편 과 5월 개봉을 준비 중인 의 이수연 감독이 제작했던 <라>를 상영한다.
▲2001 이매진 = 자신이 전생에 존 레넌이었다고 믿는 한 정신이상자의 이야기. 불우한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정신 분열 증세를 보이는 주인공은 주변 인물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쳐 비극에 비극을 낳는다.
▲라 = 기타를 배우러 간 ‘나’는 기타 강사인 여자로부터 ‘라’음을 배운다. 그후 군에서 의가사 제대를 한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라’음이 주는 절대적 세계에 빠져든다.
(연합뉴스)
장편 데뷔 앞둔 신인감독 단편 상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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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랑거리는 얇은 커튼을 걷고 들어가면 눈부신 <하늘정원>이 펼쳐진다. 이동현 감독의 설명에 따르면 ‘하늘정원’이란, 생의 마지막을 기꺼이 맞이할 마음의 준비를 하는 곳을 뜻한다. 시한부 삶을 사는 주인공의 이야기지만 어둡게 그리지만은 않았다는 의도대로 홈페이지도 봄날처럼 따뜻하고 화사한 분위기다. 메뉴는 총 3막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다양한 동영상 자료들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제1막에서는 애즈원이 부른 주제가, 예고편, NG모음 동영상이 제공된다. 캐릭터를 소개하는 제2막에서는 안재욱, 이은주 두 주연배우의 메이킹필름과 충실한 인터뷰 동영상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특히 오윤홍, 송옥숙 등 빛나는 출연진들 소개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다. 제3막에는 게시판과 이벤트가 자리하고 있고, 연인과의 사랑지수를 알아볼 수 있는 궁합풀이 코너도 있다. 인터넷방송은 최근 4회까지 업데이트된 코너로 누구나 사랑에 관한 고민 사연을 올린 뒤 채택되면 뮤직드라마로 만들어져
의도된 슬픈 봄날,<하늘정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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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치자 돌아오다!캘리포니아 주립대학 교수인 빅터 핸슨이 저술한 <살육과 문명: 서구의 세계 제패에 기여한 9개의 전투>(Carnage and Culture)라는 책은, 서구 문명이 전쟁에 강한 이유를 그리스 문명의 영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전쟁이 끊이지 않던 그리스 도시국가들이 발전시킨 서구식 병법과 그 기저에 있던 그리스식 문화가, 그리스가 페르시아 함대를 격파한 살라미스 해전(기원전 480년)을 시작으로 비서구권과 벌어진 주요 전쟁에서 승리한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이 책이 주목을 받은 이유는 전쟁에서 이겨온 서구사회에 대한 우월주의 시각에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해 만들어진 문제점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서양인들은 테러와 기습 공격을 받아 우리가 당한 작은 희생을 놓고, 적이 ‘비겁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가 가한 노골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은 끔찍한 손실을 입히더라도 이를 ‘공정하다’고 한다”라는 저자의 의견에 함축되어 있다.
미국에서 TV시트콤으로 방영되고 있는 <나의 그리스식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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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과 작품 사이최근 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사장님을 만난 적이 있다. 모 대학 겸임교수도 하고 있는 그분은 이번에 그 대학 졸업생 6명을 자신의 회사로 데려왔다고 했다.“아, 그럼 졸업생 중 총몇명이 취업한 건가요?” “이게 다라고 하던대요.” “….”최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취업난도 더 심각해졌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그래도 좀 이름이 있다는 대학이 이 정도면 다른 곳은….(-.-;)한국 애니메이션 업계의 잠재된 문제 중 하나는 수요공급의 불균형이다. 전국에 개설된 만화애니메이션 학과가 114개(2002년 한국만화애니메이션학회 분석)라는데, 지난해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에 등록된 회사가 100개다. 한마디로 엄청난 공급과잉인 것이다. 정부와 학계, 업계가 이 문제를 심각히 고민하지 않으면 매우 곤란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대학 졸업생이 쏟아져나오는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독립애니메이션 감독들이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것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광고나
운좋은 애니메이션 감독 이고르 코발료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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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고올은 고양이의 숲> 출간마스무라 히로시의 메르헨적인 판타지 <아타고올은 고양이의 숲>(대원씨아이 펴냄)이 뒤늦게 국내에 번역되어 나오고 있다. 조용한 주택가의 자동판매기와 담 사이의 좁은 틈으로 밤마다 많은 고양이들이 기어들어간다. 그곳은 밤의 세계, 고양이들이 말하고 노래하고 마법을 부리는 신비의 세계 아타고올이다. 유럽풍의 옷을 입은 소년들이 고양이들과 더불어 이 숲에 나쁜 짓을 벌이는 존재들을 물리치는 등 매일밤 색다른 공간에서 색다른 사건들이 이어져 나온다. <아타고올> 시리즈는 1976년 <만화소년>에 연재가 시작된 작품으로, 일본 만화계에서도 매우 독특한 세계의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풀 어헤드! 코코> 완결 <원피스>와 더불어 소년 해양모험만화 붐을 일으킨 요네하라 히데유키의 <풀 어 헤드! 코코>(시공사 펴냄)가 전 29권으로 완결되었다. <풀 어헤드! 코코>는 ‘팔콘 문명’
[만화가 화제] <아타고올은 고양이의 숲> 출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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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요네즈 형제의 취업 대혈투서기 2010년 부도 직전의 통신업체 NOT 도모코(NTT 도코모의 패러디)에 근무하던 오이카와 시게루. 말많고 먹성좋고 매너없는 뚱보 남자. 그날 밤도 망신창이가 될 정도로 술에 취해 길거리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뭐 여느 때와 크게 다른 모습 같지도 않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날 아침 깨어난 곳이 신기하게도 10년 전 대학생 시절의 자취방 앞이라는 사실. 그저 우연이거니 해서 방문을 열어보는데, 맙소사, 방 안에 서 있는 건 바로 10년 전의 자신이 아닌가? 지금보다는 조금 날씬하고 젊어 보이지만 여전히 너저분한 행색에 마요네즈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취업 준비생이다. 왠지 과거의 오이카와가 측은해진 미래의 오이카와는 10년 뒤면 부도가 날 회사를 내던지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으라고 권한다. 그리고 두 오이카와의 멍청하고도 맹렬한 취업 전쟁이 시작된다.‘나’를 위한 도라에몽?사상 최악의 취업대란, 실업률 몇년 사이 최고, 20대 청년실업 문제…. 비슷비슷한 단어
로드리게스 이노스케의 <오이카와X2 취업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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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목한, 그리고 아름다운 가족의 기억만을 간직한 채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의 행복은 얼마나 소중한 것일까? 그러나 그런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할리우드의 살아 있는 지성 덴젤 워싱턴의 감독 데뷔작 <앤트원 피셔>는 그 절망스런 기억과 회복의 경위를 가슴으로 얘기한다. <필라델피아> 등을 통해 따뜻한 감성의 인격체로 할리우드 흑인 배우의 새로운 이미지상을 추구해온 덴젤 워싱턴의 첫 감독작은 그답게 인간애의 회복을 어루만지는 영화다. 덴젤 워싱턴은 이 영화에서도 역시 자상한 해군 정신의학과 장교 역을 맡고 있다. 해군 정신의학과 장교 제롬 데본포트(덴젤 워싱턴)는 해군 병사 앤트원 피셔의 상담치료를 맡게 된다. 과격함으로 똘똘 뭉친 앤트원 피셔는 좀처럼 입을 열지 않는다. 그러나 제롬의 진실함은 앤트원의 상처를 하나둘 불러낸다. 태어나기 두달 전 살해당한 아버지. 그리고 감옥에 있었던 어머니. 어린 시절 강도한테 살해당한 친구. 앤트원은 제롬과의 대화, 그리고
상처와의 대화,해외신작 <앤트원 피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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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재야! 나 이번주 일요일날 마라톤 하러 서울 간다.”“웬 마라톤? 야 임마! 너 같은 배불뚝이가 어떻게 마라톤을 해.”“이눔의 짜슥이 이 헹님을 무시하네. 국제마라톤대회에 정식으로 참가하는 거야, 임마!”“그래? 아무래도 구라치는 것 같은데, 어쨌든 서울에 오니까 끝나고 소주나 한잔 하자.”지방에서 변호사 노릇을 하고 있는 친구에게서 걸려온 느닷없는 전화 통화다. 올해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0주년이 되는 해고, 나이는 마흔줄로 접어들었다. 변호사 친구는 작달막한 키에 대머리이고, 85kg이 넘는 비대한 몸집이다. 누가 봐도 영락없는 구질구질한 40대 아저씨다. 특급호텔 커피숍에서 차를 주문하고, 서빙하는 아가씨를 옆에 앉히려고 떼(?)쓰는 걸 보면 시골 다방에서나 죽쳐야 어울리는 지방유지다. 이런 친구가 마라톤을 뛰다니! 그것도 국제마라톤대회에 정식으로 참가한다는 것을 믿으라고? 에라! 이 미친놈아. 누구한테 사기치려고 작당하는 거야?지난 3월16일 오전 8시, 2003 동
영화는 마라톤 인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