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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를 엿먹인 “꼴통” 반골 아저씨카메라와 펜으로 세상과 맞서 싸우는 다큐멘터리스트 마이클 무어 스토리김봉석/ 영화평론가 lotusid@hanmail.net마이클 무어는 놀라운 인간이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직설적인 발언도 충격적이었다. 그렇게 우아하고 고상한 자리에서, 너무나 직설적인 언어로 ‘부시, 부끄러운 줄 아시오’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은 많지 않다. 그건 마이클 무어의 평소 하던 행동 그대로다. 무어는 결코 참지 않는다. 무어는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는다. 시상식장에서 환호와 야유가 함께 쏟아진 것처럼, 마이클 무어는 논쟁과 대결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그가 건방지고 무례하다고 비난한다. 다큐멘터리를 보면, 때로 그건 분명하다. 하지만 그는 애초부터 평범하고 상식적인 사고와 태도를 비판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이건, 찰턴 헤스턴이건 마이클 무어는 고개를 뻗대고 정면에서 치받는다. 그는 직접적인 방법으로 본질에 파고들기를 원하고, 자신의 영화와 책을 통해서 그가
<볼링 포 콜럼바인>과 마이클 무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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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와 ‘압수’의 일생그런 환경이었으니, 마이클 무어가 어린 시절부터 반골이 된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마이클 무어는 어린 시절부터 곳곳에서 ‘금지’와 ‘압수’의 수난을 당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만든 학교 신문은 압수당했고, 중학교 2학년 때 쓴 크리스마스 연극 대본은 공연 금지를 당했다. 어떤 내용일지는 보지 않아도 알 것 같다. 발표 시간에는 지역 내 환경오염 현황을 슬라이드쇼로 만들었고, 고교를 졸업하기 직전 18살의 나이로 출마하여 지방교육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되었다. 학교 시절부터 마이클 무어는 자신이 알아낸 것을 글로 쓰고 강력하게 타인에게 주장하는 것을 꺼리지 않았다. 무어는 대학을 나온 뒤 신문기자로 일하면서도 사사건건 부딪쳤고, 주간지 <미시간 보이스>를 직접 발간하기도 했다.1986년 마이클 무어는 샌프란시스코의 정치 잡지인 <마더 존스>의 편집진으로 참여하지만, 5개월 뒤 ‘사상적 이유’로 해고된다. 마이클 무어는 누구의 밑에서, 타
<볼링 포 콜럼바인>과 마이클 무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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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 포 콜럼바인>은 `재미`를 무기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그중 `5%만이라도` 행동에 나서기를 촉구한다.그 태도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다 해도, 이 새로운 야만의 시대 혹은 럼스펠드의 말처럼 ‘4차대전’의 시기에 마이클 무어의 전술이 필요하다는 것은 확실하다. “<끔찍한 진실>이나 을 보았다면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가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많은 일을 해결해주었다는 것을 알 것이다. 카메라는 정의를 향한 공평한 무기이다. 무엇보다 좌파에서 원하는 일을 성취하는 수단으로서 별로 사용하지 않는 유머감각 또한 엄청난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여기 내가 즐겨 인용하는 마크 트웨인의 한 구절이 있다. 웃음을 비난하는 행위에는 견딜 수 없다. 나는 이 구절을 좋아한다.”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터리는 분명, 너무나도 재미있다. 이렇게 재미있는 다큐멘터리는 이전에 본 적이 없었다. 이렇게 중요한 이야기를, 그렇게 끔찍한 사건들을 고발하는 데 농담을 사용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
<볼링 포 콜럼바인>과 마이클 무어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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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은 나눌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모두 혼자니까.<미소>가 만들어낸 ‘작은 신화’에 처음으로 박수를 보낸 건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다. 개막작으로 공개된 <미소>는 요즘 상업영화가 쓰는 제작비의 20%도 안 되는 규모로 만들어진 초저예산영화다. 여러 차례 엎어질 뻔했던 위기를 겪었음에도 스크린 안에서 그런 흔적들을 찾기란 힘들다. 16㎜나 디지털카메라가 아닌 35㎜로 촬영한 화면에는 수많은 로케이션 장소에서 완성도 있게 찍은 컷들, 심지어 근사하게 뽑아낸 항공촬영까지 등장해 그 예산으로 도저히 가능할 것 같지 않은 장면들을 쏟아낸다. 엄청난 고집이 있었다. 오로지 이 작품을 위해 프로듀서의 고행길을 자처한 임순례 감독, 시나리오와 캐릭터가 좋다는 이유로 무보수라는 상황까지 수긍한 배우 추상미, 단 한 가지도 타협하지 않았다는 박경희 감독, 편집기사와 연출부로 헌신한 여성 스탭들, 연기라는 모험을 기꺼이 택해준 송일곤 감독 등.험악하게 데뷔전을 치른 박경희
초저예산영화 <미소>의 감독과 배우가 말하는 `미소의 고행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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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퀴어아카이브는 5월 2∼7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일본 퀴어 웨이브-료스케 하시구치ㆍ오키 히로유키 특별전'을 개최한다. 료스케 하시구치는 2001년 칸 영화제 초청작 <허쉬!>, 93년 베를린 영화제 초청작 <스무살의 미열>, 96년 로테르담 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 <해변의 신밧드> 등을 통해 성장기 게이 소년이나 청소년의 불안한 삶을 탁월하게 그려낸 아시아의 대표적인 퀴어영화 감독.오키 히로유키는 다큐멘터리, 비디오 다이어리, 포르노그라피, 설치미술 등을 넘나들면서 게이의 정체성에 관한 다양한 영상실험을 시도해왔다. 올해 로테르담 영화제는 그의 특별전을 마련하기도 했다.하시구치의 장편 3편과 함께 <친구 마쓰마에의 죽음을 위한 영상>, <G8>, <마>, <마음의 한복판>, , <매혹적인 풍경> 등 히로유키의 장단편 15편이 낮 12시부터 하루 4차례씩 상영된다(2일과 7일
일본 퀴어영화의 대표감독 초청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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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14∼25일 프랑스에서 개최되는 제56회 칸 국제영화제의 초청작이 23일(한국시각) 오후 발표됐다. 장편 경쟁부문 20편 중에는 프랑스 영화(6편)와 미국 영화(3편)가 강세를 띤 반면 아시아 영화는 이란 1편, 중국 1편, 일본 2편, 터키 1편 등 모두 5편만이 포함됐다. 한국 영화 가운데 기대를 모았던 전수일 감독의 <파괴>와 김기덕 감독의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 홍기선 감독의 <선택> 등은 초청작 리스트에 오르지 못했다.한국 영화는 공식 초청작의 비경쟁부문이나 `주목할 만한 시선' 등에도 진출하는데 실패해 올해 칸을 찾는 우리 영화는 전선영 감독의 <굿나이트>(비평가 주간), 신상옥 감독의 <상록수>(회고전), 단편 <사연>(死緣)(박종우ㆍ감독주간)과 <원더풀 데이>(김현필ㆍ시네파운데이션), 특별상영 형식으로 소개되는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비평가주간) 등 5편에 그쳤
56회 칸영화제 공식 출품작 리스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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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2003년, 감독 곽재용 출연 손예진, 조승우컴퓨터 화면 앞에서 자판을 두드리며 쓰는 이메일 대신 손에 연필을 들고 편지를 쓰던 순간의 설렘, 수시로 이동전화를 통해 사랑하는 사람의 일상을 체크하는 대신 그 혹은 그녀의 소식을 담은 편지를 날라주실 우체부 아저씨를 기다리는 순간의 초조함, 비오는 날 평소 마음에 들어 한 사람의 우산 속으로 뛰어들까 말까 고민하던 순간의 두근거림, 사랑하는 사람이 언제 올까 기다리며 탁자 위로 성냥을 하나씩 쌓아보던 순간의 들뜸…. 이제는 이런 것들을 보고 유치하다고 말하기보다는 왠지 “클래식하다”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고전적인 유치함이 주는 아름다움에 대해 이해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영화를 그다지 많이 본 편은 아니다. 그리고 그뒤엔 영화를 보고자 하는 일종의 ‘용기’가 부족했던 기억이 자리하고 있다. 60년대의 형제 많은 집 맏이로 태어난 이들이라면 이 부족한 용기의 원인을 다소 이해해줄 수 있을지 모
왜 그땐 몰랐을까,<클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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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을 맞아 OCN 등 영화채널들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특집으로 안방극장을 노크한다. 영화채널 OCN은 `가정의 달 특집'으로 어린이날인 5일 오전 10시부터 <스파이 키드>(사진), <스페이스 잼>, <아나스타샤>등 어린이가 주인공인 영화 3편을 연속 방영한다. 또한 어버이날인 8일에는 가족애를 다룬 <아빠를 업고 학교를 가다>(오전 7시)와 <질리언의 27번째 생일에>(오후7시)가 방송된다.액션채널 수퍼액션은 5일 오전 8시에 방영되는 <화이트 스콜>을 시작으로 <경찰견 셜록>(오전 10시 40분), <골든 차일드>(오후 1시30분), <컴퓨터 우주탐험>(오후 3시 30분), <워터 월드>(오후 5시 40분) 등 어린이를 주인공으로 한 액션 어드벤처물 4편을 연속 편성한다.또한 애니메이션 채널 투니버스는 5∼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총
[케이블TV] OCN 등 5월 `가정의 달` 특집 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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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이 못생긴 사람들의 할리우드라면 할리우드는 단순한 인간들의 워싱턴이다.”라고 존 매케인이라는 미 공화당 상원의원이 말했다는데, 전통적으로 민주당에 우호적인 할리우드를 “머리도 나쁜 것들이 잘난 척하기는” 하고 비꼬는 보수정치인의 다소 악의적인 농담이라 크게 신경 쓸 것 없다. 그런데 곰곰이 다시 생각하다보면, 그의 놀라운 통찰력 앞에 머리를 조아리게 된다.나도 특히 요즘 들어, 매케인 의원처럼, 할리우드와 워싱턴의 유사성을 절감한다. 과연, 쇼비즈니스의 천재들이야, 하고 말이다. 할리우드와 워싱턴은 모두 ‘웰 메이드 무비’를 곧잘 찍으며 전 지구적으로 막강한 마케팅 파워를 자랑한다. 전세계가 할리우드와 워싱턴이 제공하는 퍼포먼스의 고정관객이다.그저 한 가지 차이가 있다고 한다면, 할리우드 제품은 때때로 즐거움을 선사하는데 워싱턴 제품은 번번이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는 것이다.<시카고>를 보고 나오면서 나는 ‘오락도 이쯤 되면 열광할 만하고, 사기라도 이 정도면 속아줄
중요한 건 카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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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는 끝났소. 당신은 당신의 탁월한 상상력을 원망하도록 하시오. 때때로 탁월한 것들은 단지 그 탁월성 때문에 희생되기도 하는 것이오. 그 탁월함의 내용이야 다르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그런 희생을 받아왔소.” - 이승우, <수상은 죽지 않는다>
거대한 광기는 그에 걸맞은 정교한 논리를 필요로 한다. 즉 그것은 스스로의 환상을 실현시킬 하나의 세계를 필요로 한다. 장준환 감독의 데뷔작 <지구를 지켜라!>가 보여주는 것은 바로 그러한 세계이다. 근래 보기 드문 최고의 데뷔작이라는 세간의 평가가 결코 빈말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이 영화는, 생각건대 일반적인 오해와는 달리 여러 장르들의 혼합과 인용을 통해 구성되는 하이브리드(hybrid) 장르들과 아무런 관련도 없다. 또한 <지구를 지켜라!>는 영화광적 감수성과 B급 취향으로 단단히 무장되어, 경박한 영화광들에게 경쟁의식에 사로잡힌 숨은그림찾기의 유혹을 불러일으키는 그러한 영화도 아
<지구를 지켜라!>를 격찬 할 수밖에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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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많은 남자를 안아야지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를 보면서 약간 놀라운 감정의 경험을 했다. 거의 첫 장면부터 마르코를 보면서 영화 내내 그를 안아주고 싶다는 느낌이 너무나 맹렬하게 든 것이다. 여기서 안고 싶다는 건 ‘후끈 달아오는’ 욕망의 미지근한 표현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두팔에 힘을 주어 상대방의 어깨를 감싸고 싶다는 말이다. 언제나 무색무취, 무념무상으로 영화를 보기 때문에 영화담당 선배로부터 “이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년”이라는 말을 태연자약한 포즈로 듣는 나로서는 정말이지 ‘쎈’ 경험이 아닐 수 없었다. 더 놀라운 건 태어나서 어떤 남자에게도 마르코를 볼 때만큼 안아주고 싶다는 느낌이 강렬하게 든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관계에 있어 철저히 유물론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내가 스크린의 허상을 보고 그런 느낌이 들었다는 건, 음… 이 영화가 작가가 의도한 바에 있어 대단한 성공작임을 드러내는 표시가 아닐까(어머, 웬 잘난 척?). 인터뷰에서 알모도바르는
아가씨 <그녀에게>를 보고 남성관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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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둥이는 어떻게 단련되는가. 루이 15세가 통치하는 18세기 프랑스. 바람둥이 ‘팡팡’은 잠시 즐긴 여자와 어쩔 수 없이 결혼을 해야 하는 곤란한 상황에 빠진다. 결혼식장에 소처럼 질질 끌려가던 그에게 우연히 만난 아드린느라는 보헤미안 여인은 “당신은 군대에서 명예를 얻을 것이고 앞으로 왕의 딸과 결혼할 운명”이라고 예언한다. 결국 팡팡은 억지 결혼식장을 빠져나와 ‘7년 전쟁’ 시대의 군대에 자원한다. 병사로 가는 중 공주와 왕의 애첩을 강도에게서 구하게 된 팡팡은 감사의 뜻으로 다이아몬드 튤립을 선물받게 되고 이후 모든 이들은 그를 ‘팡팡 라 튤립’이라고 부른다. 그는 정말 아드린느의 예언대로 왕의 딸과 결혼할 수 있을까?.뤽 베송이 제작하고 <택시2> <택시3> <와사비: 레옹 파트2>의 제라르 크라브지크 감독이 연출하는 <팡팡 라튤립>은 <인도차이나> <여왕 마고>의 뱅상 페레가 잘생긴 바람둥이 기사 ‘팡팡’으로
튤립의 기사,해외신작 <팡팡 라튤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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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2142년 지구에선 푸른 하늘을 볼 수 없다. 잿빛 공기를 마시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오염물을 태워 에너지를 얻고, 선택받지 못한 자들을 도시 바깥으로 몰아낸다. 수하는 에코반에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이 건설한 도시 마르의 청년이다. 에코반 건설에 관여한 과학자 노아로부터 에코반이 오염물질을 얻기 위해 마르를 파괴하려 한다는 정보를 얻은 수하는, 에코반의 음모를 막고자 10년 전 떠나온 도시로 돌아간다. 그곳엔 수하를 잊지 못하는 첫사랑의 연인 제이와 제이를 사랑하고 지켜주려는 시몬이 에코반 경비대원으로 살아가고 있다.<원더풀 데이즈>는 100억원에 달하는 제작비가 투입된 애니메이션이다. <스타워즈 에피소드2> 제작에 사용된 소니 HDW-F900 카메라와 프레지어 렌즈, 하루 사용료 250만원을 호가하는 합성시스템 인페르노 등이 동원됐고, 정교한 미니어처 세트를 실사촬영해 배경으로 활용하는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기법을 두루 활용했다. 그러나 비싸게 만들었다
세달 뒤,원더풀 데이를 위해‥ <원더풀 데이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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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진 시간은 5분, 그 안에 교육적인 내용을 재미있게 어필하라! 유구한(?) 역사를 지닌 수많은 어린이 교육 프로그램의 삽입애니메이션은 그동안 어려운 사명을 부여받고 소임을 다해왔다. 이른바 ‘TV 유치원애니메이션’은 의도했건 안 했건 새내기 제작사들의 등용문 역할을 해온 곳이다. 애니메이션이 소개되는 방송 채널이 지극히 한정된 상황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이렇게 만들어진 5분 시리즈는 따져보면 꽤 된다. 비슷한 형식에 비슷한 주제, 언뜻 별반 다를 것 없을 듯한 이들 작품은 의외로 막강한 개성을 자랑한다. 만든 곳, 만든 사람이 모두 다르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말이다.2002년 9월부터 12월까지 KBS TV유치원을 통해 방영된 26부작 5분 클레이애니메이션 <궁금해요 핑퐁> 역시 ‘교육적인 내용을 재미있게’라는 사명을 짊어지고 이 땅에 태어났다. 호기심 숲속에 사는 파란 토끼 핑과 분홍 토끼 퐁을 주인공으로 하는 <궁금해요 핑퐁>은 일단 만화적인 연출이 무척
바람은 왜 부는 거예요? <궁금해요 핑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