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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e & Tortoise>, ‘토끼와 거북이’라는 이름의 보드 게임이 있다. 토끼 1번부터 토끼 6번까지 토끼 역할을 하나씩 나누어 맡는다. 이 게임은 레이싱 게임이다. 결승점에 제일 먼저 들어가는 사람이 승자다. 이런 종류의 게임에서 제일 중요한 거라면 역시 주사위 운이다. 한개, 혹은 여러 개의 주사위를 굴려 나온 눈만큼 전진한다. 아무리 기가 막힌 작전을 짰더라도 마음먹은 대로 주사위 눈이 나와주지 않으면 아무 소용없다. 그런데 이 게임에서는 사정이 좀 다르다. 놀랍게도 얼마나 나아갈지를 자기가 알아서 정한다. 그렇다면 무작정 내달리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그래서야 게임이 성립하지 않는다.토끼들이 달리려면 당근이 필요하다. 1칸을 가고 싶다면 1개만 먹으면 되지만 10칸을 가려면 55개, 결승점까지 64칸을 단번에 내달리려면 무려 2080개의 당근을 먹어야 한다. 처음에 주어지는 당근은 65개다. 호탕하게 한번에 다 해치우더라도 11칸밖에 가지 못한다. 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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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디오라는 매체의 확산을 기반으로 수많은 시네마 키드들이 생산되던 90년대 초반, <전함 포템킨>을 만든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과 <노스텔지아>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는 소련영화, 아니 영화 자체를 이해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관문이었다. 문제는 당시의 사회적인 상황에서 소련영화를 본다는 것이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다는 사실이다. 88올림픽을 기점으로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과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92년 초 소련이 해체되면서 독립국가연합이 탄생했다고는 하지만, 아직 한국은 노태우의 권위주의 정부 아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라서 그 두 감독의 작품이 담긴 비디오테이프들은 추적이 불가능한 비밀스러운 경로를 통해 시네마 키드들의 손에 들어오곤 했다. 그렇게 어렵게 구한 영화들은 비록 여러 번 녹화를 뜨는 과정에서 최악의 화질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었지만 말이다.그런데 그렇게 어렵게 구했지만,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들은 조그마한 TV를 통해 흔들리는 화면으로 보기에는 적절하
3인 3색,소설 <솔라리스>와 영화 <솔라리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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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비밀을 가진 낯선 사람들이 벌이는 심리공포영화 <아이덴티티>(Identity)가 북미영화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차지했다. 존 큐삭과 레베카 드모네이 등이 출연한 영화 <아이덴티티> 27일 미국과 캐나다 흥행업체들의 잠정 집계결과 지난 25일 이후 사흘간 1천700만달러의 개봉 첫 주 수입을 기록해 2주 연속 정상을 지켜오던 <성질 죽이기>(Anger Management)의 자리를 빼앗았다.애덤 샌들러-잭 니콜슨이 열연한 <성질 죽이기> 1천600만달러로 한 계단 내려서긴 했지만 최근 17일동안 모두 1억450만달러의 수입을 기록했다.제임스 맨골득 감독의 <아이덴티티>는 비바람이 심하게 몰아치는 날 비를 피해 모여든 낯선 사람 10명이 호텔에 발이 묶이면서 한 사람씩 끔찍한 죽임을 당하는 줄거리로 추리작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과 같은 긴장이 계속된다.새 영화 가운데 에드워드 번즈와 더스틴 호프만 주연의 <확신>
<아이덴티티>, 북미영화 박스오피스 1위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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빡빡머리에 환자복 차림으로 차태현에게 구애 공세를 퍼붓는 정신병자(MBC 드라마 「해바라기」), 눈밭에서 시청자들을 향해 "여러분, 부자되세요!"를 외치는 여인(신용카드 CF), 결혼 상대자가 자는 틈에 날계란을 삼킨 뒤 시치미를 떼는 조직폭력배 보스의 딸(영화 <가문의 영광>). 배우 김정은(27)이 그동안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통해 보여준 얼굴에서 연인을 만나기 위해 철조망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모습을 상상하기란 쉽지 않다.
"코믹 전문배우로 낙인 찍혀 비극적인 연기는 못해보는 줄 알았어요. 영화를 찍는 동안 엄청나게 행복했지요. 이제 배우로서 여한이 없어요." 30일 개봉 예정인 김현성 감독의 <나비>(제작 태원엔터테인먼트)에서 눈물 연기를 펼친 김정은은 다시 생각해도 뿌듯하다는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나비>는 80년 삼청교육대를 소재로 젊은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 이야기를 그린 영화. 김정은은 군부 실력자의 애첩 혜미로 등장해 고향 애인
[인터뷰] 영화 <나비>의 주인공,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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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열기로 후끈 달아오른 전주로 오세요'.제 4회 전주국제영화제 개막 이틀째인 26일 전주에는 전북도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몰려 온 영화 마니아들이 본격적인 `영화여행'에 나섰다. 이들 영화팬들은 `자유.독립.소통'을 주제로한 국내외 30여편의 영화가 상영된 시내 10여개 행사장과 아트벼룩시장, 거리마임, 인간조각, 페이스프린팅 등 각종 이벤트가 열린 '영화의 거리' 등에 몰려 색다른 묘미를 만끽했다.이날 오전 전북대 문화관 2층 회견장에서 열린 개막작 `여섯개의 시선'을 만든 감독들의 합동인터뷰에도 국내 각종 언론은 물론 영화잡지 관계자, 영화팬들이 대거 참석해 이 영화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했다.이어 오전 11시부터 영화가 상영된 전북대 문화관과 건지아트홀, 덕진예술관, 아카데미, 덕진공원 등 주요 상영관에는 영화제 개막을 기다려온 마니아들의 발길이 이어졌다.또 낮 최고 기온이 섭씨 21도까지 올라가는 화창한 날씨 속에 영화의 거리와 덕진공원 등 풍성한 볼거리가 마련
전주, `영화` 열기로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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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회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여섯개의 시선>의 공식 기자회견이 26일 오후 1시 전북대 삼성문화관에서 열렸다. <여섯개의 시선>은 장애인, 범죄자, 아동인권, 외국인 노동자, 여성, 외모에 대한 편견을 등 우리 사회에 만연된 다양한 차별 문제를 다룬 옴니버스 영화. 박광수, 임순례, 정재은, 박찬욱, 박진표, 여균동 등 여섯명의 감독들이 참여했으며 인권위원회가 제작을 맡았다. 10분 분량을 기준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지원한 편당 5천만원의 예산으로 제작됐으며 장비와 현상은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지원됐다.김은희 프로그래머의 사회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박광수, 임순례, 정재은 감독을 비롯, 총감독을 맡은 이현승 감독, 백종학, 정애연, 이설희, 김문주 등 출연자가 참석했다.영화의 총감독을 맡은 이현승 감독은 "인권이 주는 교훈적인 이미지를 감추고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히며 "사회에 만연된 차별적인 요소를 감독들이 자유롭게 선택한 점이
개막작 <여섯개의 시선>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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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까지 특별한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디브이디 타이틀 두 편이 최근에 출시되었다. 1편보다 더욱 화려해진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과 미야자키 하야오의 명작 애니메이션 <이웃집 토토로>가 바로 주인공들이다.우선 <해리포터와…>는 극장에서는 물론 디브이디 시장에서도 많은 고정 관객을 확보한 전편의 여세를 몰아가고 있는 타이틀이다. 무엇보다 볼거리가 더욱 풍부해진 본편 영화에 맞춰, 한층 더 역동적이고 화려하게 꾸려져 있는 타이틀의 이모저모들이 눈길을 끈다. 그 중에서도 웅장한 오프닝 동영상에 이어, 선택되기 전에는 보이지 않게 처리된 메뉴화면의 투명 글자들은 범상치 않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한편 출시 전부터 관심이 집중되었던 색다른 자료들은 ‘호그와트 둘러보기’ 코너에 집중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원작자인 J.K. 롤링과 방대한 분량의 원작소설을 2시간짜리로 각색해야 하는 시나리오 작가와의 특별한 대화, 훌쩍 커버린 3명의 꼬마
<해리포터와 비밀의 방 & 이웃집 토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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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예쁘고 인기있는 십대 소녀 제시카(레이첼 맥애덤스)는 아프리카 토산품을 파는 상점에서 귀고리 한쌍을 몰래 훔친다. 집에 돌아오는 도중, 제시카는 좀도둑 클라이브(롭 슈나이더)를 놀리다가 그 앞에 귀고리 한짝을 떨어뜨린다. 그날 밤 각자 귀고리를 걸고 잠든 제시카와 클라이브. 귀고리에 마법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두 사람은 다음날 아침 뒤바뀐 몸을 발견하고 비명을 지른다.
■ Review
스스로 완벽하다고 믿는 소녀에게 일어나선 안 될 일이 일어난다. 졸업무도회와 치어리더 경연대회를 3주가량 남겨놓은 어느 날, 머리가 벗겨져가는 못생긴 삼십대 남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영화 속에서는 누구도 믿을 수 없는 비극이지만, 영화 바깥으로 나오면 <스위치> <체인지>가 이미 써먹은 익숙한 설정. <핫 칙>은 그런 진부한 전제를 뒤엎기 위해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쇼> 출신 코미디언 롭 슈나이더를 동원해 기괴한 쇼를 보여
[씨네 Review] <핫 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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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출장에서 일찍 돌아온 미치(루크 윌슨)는 여자친구(줄리엣 루이스)의 그룹섹스를 목격하고 기겁한다. 낙담한 미치는 대학 안에 있는 집으로 이사하고, 오랜 친구들인 비니(빈스 본)와 프랭크(윌 파렐)가 그런 미치를 위로하기 위해 광란의 파티를 열어준다. 이를 계기로 삼총사는 남성클럽을 결성한다. 청춘을 되찾고 싶어하는 남성들이 밤마다 모여 광란의 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 Review
30대 초반이라면 20대의 여운이 가시지 않을 때이건만, 미치·비니·프랭크 삼총사는 너무 조로해버린 게 아닐까. 자기들 같은 ‘루저’(패배자)들을 모아 퇴행성 보이스카우트 같은 올드 스쿨을 만든다. 그들의 파티는 이유없는 반항이라기보다 두서없는 일탈로 흘러간다. 파이트클럽 같은 분위기의 지하실에서 러브젤을 잔뜩 풀어놓고 여자들과 레슬링을 즐긴다. 자기들끼리 대부를 정해놓고 마피아식 혹은 군대식 계율을 적용한다.
한쪽에선 삼총사를 가리켜 ‘루저’라고 손가락질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선
[씨네 Review] <올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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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택시운전사 다니엘(사미 나세리)은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스피드 내는 것을 낙으로 살고, 형사 에밀리앙은 애인이 임신 8개월이 지난 것도 모른 채 갱단 검거에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도심 한가운데 인라인스케이트를 탄 정체불명의 갱들이 나타난다. 총알택시 운전사와 소심한 형사가 다시 뭉칠 시간이 돌아왔다.
■ Review
속편의 계율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택시>의 속편이라면 전작보다 ‘더 강하고, 더 빠르고, 더 코믹한’ 것을 자동적으로 기대한다. <뤽 베송의 택시> <택시2>를 잇는 세 번째 시리즈인 <택시3>는 마르세유도 모자라 개선문과 에펠탑을 향해 돌진하던 불도저 같은 택시 묘기에 더해, 인라인스케이트, 자전거, 오토바이 등이 도시의 자동차 위를 질주하고, 눈밭을 가르며 비상하는 스키 묘기까지 덧붙인다.
제임스 본드처럼 등장한 실베스터 스탤론의 카메오 출연(그는 뤽 베송과 <람보4>
[씨네 Review] <택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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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람이 미치니까 한국영화 좋아지네”
박찬욱(40·오른쪽) 감독은, 지난 25일 개봉한 봉준호(34·왼쪽) 감독의 영화 <살인의 추억>과 구원이 있다. 3년 전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를 개봉할 즈음에 <살인의 추억> 원작인 김광림의 희곡 ‘날 보러와요’를 영화로 만들 생각을 하고 판권을 사러갔다가, 이미 봉 감독이 채간 뒤라는 걸 알았다.
대신 박 감독은 <복수는 나의 것>을 찍었고, 다음달부터 동명의 일본만화를 각색한 <올드 보이>의 촬영에 들어간다. 박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만화 ‘<올드 보이>가 재미있어서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말을 봉 감독으로부터 들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올드 보이>를 자신이 찍는 건 일종의 복수인 셈이다. 두 감독은 서로 친한데다, <복수는 나의 것>과 <살인의 추억>은 최근 한국영화에서 드물게 누아르 분위기의 범죄영화라는 공통점이 있다. 여
[영화 대담] 누아르 범죄영화로 관심몰이, 박찬욱- 봉준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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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독립, 소통’을 내건 제4회 전주국제영화제가 25일, 열흘간 영화장정의 막을 올렸다. 이날 저녁 7시 전북대 문화관에서 배우 문성근, 문소리씨의 사회로 열린 개막식엔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김홍준 부천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이혜경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 개막작 <여섯개의 시선>의 박광수, 박진표, 박찬욱, 임순례, 여균동 감독과 배우 지진희, 변정수, 장진영, 신애씨, 앙드레 김 등이 참가했다.
오는 5월4일까지 계속되는 전주영화제엔 모두 35개국 170여편의 영화가 전주시 고사동 영화의 거리를 비롯해 7개관에서 상영된다. 전주/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5월 4일까지 전주는 영화축제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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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산업 X-RAY 점유율 45% 시대의 고민, 8대 과제로 짚어본 한국영화산업진단 시리즈지난해 영화산업 전체의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투자사와 제작사의 사업 수익을 기준으로 볼 때 2001년에는 290억원의 흑자였던 것이 2002년에는 477억원의 적자로 돌아섰다. 투자총액 2300억원 가운데 극장수익과 부가판권을 포함해서 회수된 금액이 1840억원, 작품 한편당 손실액은 6.3억원이다(자료제공: IM픽처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해 영화산업의 수익률을 -18%로 집계했다.쉽게 말해 100원 투자하면 20원쯤 손해보는 장사를 했고 영화를 만드는 족족 6.3억원씩 까먹느라 바쁜 한해를 보냈다는 거다. 자본이 줄줄이 도망가고 남아 있는 투자도 위축되었으며 제작현장이 얼어붙어 있다는 풍문은 전혀 놀랄 일이 아닌 셈이다. 반면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45%를 넘나들고 박스오피스는 여전히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호황 속의 위기, 어찌된 영문인가?우선 관람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진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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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배우들, 적정 개런티는?한국영화산업 진단 시리즈 1편 - 흥행의 수혜와 보상을 체계적으로 나눌 수 있는 스타 개런티 해법찾기배우란 어떤 존재인가. 너무나 익숙한 듯이 보이는 이 물음이 던져지는 순간 우리는 망연자실해진다. 답변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서는 영화의 생산과 소비를 중재하는 산업요소로서의 배우를 조망한다. 특히 현장의 위기 의식, 제작 합리화에 대한 영화계 전반의 문제의식과 연결지어 배우의 합리적인 개런티를 둘러싼 각계의 논의를 취합할 것이다. 한국 영화산업이 과도기를 현명하게 통과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나서는 데 도움이 되기를 소망한다. - 편집자김소희 기자 cwgod@hani.co.kr흔히 영화산업은 스타시스템이라고 한다. 시스템이라는 단어 앞에 스타가 붙은 이 말은 영화산업 각 분야의 최전방에 서서 시스템을 통합하며 이끌고 있는 스타의 역할을 도상학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스타 혹은 배우가 작품으로서의 영화와 산업으로서의 영화에서 차지하는 위
창간 8주년 연속특집1 - 충무로 리포트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