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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성철 편집장] 올해 칸국제영화제가 쏘아올릴 별은
주성철 2019-05-17

제72회 칸국제영화제가 지난 5월 14일 개막했다. 올해는 장영엽, 김현수 기자가 칸으로 떠나 생생한 소식을 전해줄 예정이다. <씨네21> 칸 라이브 방송을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달할 예정이며 거기에 더해 댓글로 궁금한 영화, 만나보고 싶은 경쟁부문 감독들을 알려주면 이후 취재에도 적극 반영할 생각, 이라고 장영엽 기자가 시키지도 않은 일을 더 하겠다고 의욕적으로 SNS에 썼기에, 나 또한 순수한 독자의 심정으로 이렇게 이야기를 전해본다. 영화제 개막과 동시에 보내준 소식에는, 전세계 영화기자들이 빼놓지 않고 보는 칸국제영화제 <버라이어티> 데일리 1호에 ‘South Korea Needs to Clean Up Biz’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승리 사진이 대문짝만하게 실린 기사도 있었다. 한국영화 소식이 자주 실려도 시원찮을 판에,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역시 짐 자무시의 개막작 <데드 돈 다이>가 가장 궁금했다(자세한 내용은 50쪽 장영엽 기자의 리뷰 참조). <패터슨>(2016) 이후 만든 영화가 좀비영화라는 것도 흥미롭고, 무엇보다 <데드맨>(1995)과 <커피와 담배>(2003)에 출연했던 이기 팝과 15년 만에 다시 만난 영화라는 것도 호기심을 자아낸다. 배우로도 익숙한 이기 팝의 경우,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의 <크로우>(1994)의 원작자인 제임스 오바르가 크로우 캐릭터 디자인을 할 때, 긴 머리를 흘리듯 늘어트린 이기 팝의 공연 직후 모습에서 따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 인연 때문인지(?) 이기 팝은 <크로우2: 천사의 도시>(1996)에 악당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기 팝의 영화’를 얘기할 때 가장 유명한 것은 토드 헤인즈의 <벨벳 골드마인>(1998)일 것이다. 영화 속 두 주인공 브라이언 슬레이드(조너선 리스 메이어스)는 데이비드 보위로부터, 커트 와일드(이완 맥그리거)는 이기 팝과 루 리드로부터 영향받았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다. 특히 게이 작가 오스카 와일드적 정서가 지배하고 있는 <벨벳 골드마인>은 “우리는 모두 시궁창에 있지만 그중 누군가는 별을 바라보고 있다”는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내내 떠올리게 만든다. 자신이 성소수자임을 깨닫고 시궁창 같은 삶을 견뎌내고 있는 영화 속 아서(크리스천 베일)에게 브라이언 슬레이드와 커트 와일드는 별 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굳이 오스카 와일드의 말을 언급한 이유는, 이번호에 실린 칸국제영화제 개막 기사를 인용하여 “세계는 녹아내리고 있고, 지도자들은 폭력과 분노와 거짓말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그들은 허구의 이야기를 지어내며 사람들이 그 허구가 진짜라고 믿게 한다. 나는 예술가로서 마음을 열고 내가 생각하는 것을 영화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심사위원장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의 의미심장한 발언이 겹쳐져서다. 한편의 영화는 페미니즘은 물론 기후변화까지(<데드 돈 다이>는 기후변화 때문에 생겨난 참사를 다루고 있다) 무엇이든 얘기할 수 있다. 그리하여 한명의 예술가가 사람들을 (오스카 와일드가 말한) 시궁창에서 구원해줄 수는 없을지라도 희망의 별 정도는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칸국제영화제도 우리에게 그런 별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한편, <김군>의 강상우 감독도 이번호에 실린 대담에서 <벨벳 골드마인>을 언급하고 있다. <김군>의 김군을 찾아나가는 과정과 <벨벳 골드마인>의 글램록 스타를 찾아나가는 과정에서 비슷한 점을 찾아보는 것 역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이다. 그렇게 장르와 스타일이 달라도 좋아하는 영화들은 어떤 식으로든 만나게 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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