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일 평론가가 2010년 <페어러브> 개봉 당시 <씨네21> 741호에 기고했던 안성기론에서 “안성기는 우리 모두이고, 우리 모두는 안성기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안성기 배우의 지난 필모그래피를 하나로 엮으면, 말 그대로 ‘안성기는 한국 사람을 연기했다’는 것이다. 그에 필적하는 단계로 접어든 배우를 꼽자면 단연 송강호일 것이다. 가령, 조선시대 영·정조 중 한 사람과 세종대왕, 그리고 현대의 대통령을 함께 연기한 적 있는 배우는 그 두 사람이 유일하다. 안성기가 <영원한 제국>(1995)에서 정조, <신기전>(2008)에서 세종대왕, 그리고 <피아노 치는 대통령>(2002)과 <한반도>(2006)에서 대통령을 연기했다면, 송강호는 <사도>(2015)에서 영조, <나랏말싸미>(2019년 개봉예정)에서 세종대왕, 그리고 <변호인>(2013)에서 나중에 대통령이 될 사람을 연기했다. 왕과 대통령 외에도, 두 사람은 10년의 세월을 두고 <남부군>(1990)과 <공동경비구역 JSA>(2000)에 각각 빨치산(이지만 ‘북한 사람’은 아니었다)과 북한군 중사로 출연하기도 했다. 그외에도 <마약왕>과 시대배경을 공유하지만 캐릭터는 전혀 다른 <효자동 이발사>(2004)의 이발사 등을 포함하면, 사실 송강호의 필모그래피를 구구절절 더 늘어놓지 않아도 그 또한 안성기 못지않게 ‘한국 사람’을 연기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송년특별호 커버 스타로 만난 송강호가 스스로 “<넘버.3>(1997)나 <초록물고기>(1997)의 삼류 건달, 그리고 <살인의 추억>(2003)의 시골 형사 박두만 같은 과거의 내 모습이 보였다”고 말한 것처럼 <마약왕>이 우리가 지금껏 보아온 송강호의 집대성과도 같은 영화라면, <스윙키즈>는 아이돌로 출발하여 물론 지금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도경수의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는 영화다. <카트>(2014), <순정>(2015), <형>(2016), <7호실>(2017)에 이어 <신과 함께> 시리즈를 거쳐 <스윙키즈>에 이르기까지(음악 활동을 병행하며 매해 신작을 내놓는다는 사실부터 놀랍다) 또래 ‘배우’들 가운데 가장 괄목상대한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윙키즈>는 소재의 발굴과 음악의 활용 등을 통해 강형철 감독 또한 한국영화계에 드문 감각을 지닌 연출자라는 사실도 증명한다. 한주 지나 김병우 감독이 <더 테러 라이브>(2013)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신작 <PMC: 더 벙커>까지 더하면 ‘연말이 명절보다 더한 성수기가 됐다’는 관계자들의 얘기가 그리 틀리지만은 않다.
그런 가운데 올해도 극장을 찾은 총관객수가 2억명을 돌파했다. 2013년 처음으로 2억명을 돌파한 이래 무려 6년 연속으로 이어진 기록이다. 2억명 돌파가 힘들어 보였던 지난해에도 12월에 <신과 함께-죄와 벌> <강철비> <1987>이 연달아 개봉하며, 결과적으로 역대 최고인 2억1987만 관객을 기록했다. 올해도 전망 자체는 2억명 돌파가 힘들어 보였지만 <마약왕> <스윙키즈> <PMC: 더 벙커>가 개봉하기도 전에 이미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에 힘입어 2억명을 돌파한 것이다. 이 정도면 지난해의 기록을 깰 것이란 전망도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무튼 이번 송년특별호의 특집은 2018년 연말결산이다. 올해도 이어진 기록에 축하를 보내면서도 갈수록 박스오피스로부터 소외당하고 있음을 고백하는 관객 또한 덩달아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해를 떠나보내며, 진지하게 생각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