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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여, 도전하라 뒤집어라
2002-03-12

제4회 서울여성영화제, ‘다양한 나라, 다양한 여성의 경험’ 내걸고 4월4일부터 9일간 아트선재센터에서서울여성영화제가 네번째 출항을 알렸다. 서울여성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5일 아트선재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는 4월4일부터 12일까지 9일간 열리는 제4회 행사의 밑그림을 공개했다. 격년 행사에서 연례 행사로 바뀐 첫해, 서울여성영화제는 ‘다양한 나라, 다양한 여성의 경험’을 껴안고자 7개 부문에 걸쳐 21개국 80여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옥랑문화재단의 다큐멘터리 제작지원 프로젝트 ‘옥랑상’도 올 여성영화제에서 처음 신설, 진행한다.연례 행사로의 첫전환점인 올해 영화제의 대원칙은 ‘내실을 기한다’는 것인데, 올 프로그램의 특징도 그런 노력과 잘 맞물려 있다. 우선 아시아 여성 영화인들에 주목했다. “서구 백인 중산층의 이야기가 아니라, 비서구 주변부 여성들의 삶을 그린 영화들”을 소개하는 데 주력했다는 것이 남인영 프로그래머의 설명이다. 아시아영화 특별전 부문에 인도의 독립영화를 집중 소개하는 것이나, 이란의 페미니스트 감독 타흐미네 밀라니의 특별전을 마련하는 것이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또 다른 화두는 페미니스트 영화·비디오 액티비즘에 대한 고찰이다. 디지털 매체의 보급으로 영화가 여성의 삶을 직접적으로 표현해내는 수단으로 부각되는 이즈음의 매체 환경을 돌아보고 사례를 짚어보자는 것. 이 주제에 대한 대규모 국제포럼도 진행할 예정이다. 세번째 특징은 어제와 오늘, 내일의 여성들이 보여주는 비전을 조명한다는 것이다. 특히 귀엽고 온순하고 참하다는 전형성이 아닌, 도전적이고 강한 여성성을 선보이게 된다. ‘성의 무법자로서의 여성들’이라는 소주제를 달고 있는 한국영화회고전, ‘걸 파워’라는 이름으로 십대 여성들의 자유로운 도전들을 소개하는 딥 포커스 부문에서, 전복적이고 대안적인 여성상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새로운 물결 - 신선하게, 색다르게 ‘놀자’가장 대중적이면서도 신선한 작품들이 포진해 있는 부문은 역시 ‘새로운 물결’이다. 최근 세계 각 지역의 여성 감독들이 내놓은 작품들 중 주목할 만한 30여편의 장단편을 골라 놓았다. “영화를 보며 어떻게 놀 것인지를 생각했고, 여성에 대한 다른 면모를 발견하는 재미를 주고자 했다”는 것이 이 부문 프로그래밍의 주요한 기준. 이중 “가장 놀라운 발견”이라고 소개된 멕시코영화 <제비꽃 향기: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돼 있다. 계급에 따라 강간과 폭력의 문제가 달라질 수 있음을 고발한 작품. <제비꽃 향기>를 비롯해 이란 킴 론지노토 감독의 다큐멘터리 <가출소녀들> 등 성차의 문제를 계급 및 인종문제와 교차시킨 작품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 밖에 질리언 암스트롱의 신작 <샬롯 그레이>와 프랑스 스타 캐스트가 돋보이는 <따뜻한 인정> 등 유럽의 수작들과 임순례 감독의 <아름다운 생존: 여성영화인이 말하는 영화>와 이미연 감독의 <버스, 정류장> 등 한국 작품들도 만날 수 있다. 서남아시아 여성 영화인들의 작품들도 대거 소개된다. 아시아 특별전은 ‘인도 독립여성영화를 바라보는 한 시선’이라는 주제로 꾸며진다. 인도의 은밀한 풍습인 거세남들의 삶을 다룬 <봄베이 유너크>와 창녀의 눈을 통해 바라본 인도 도시의 군상을 그린 <칼리 사와르>가 그 작품들. 지난해 프랑스 누벨바그의 대모 아녜스 바르다의 작품 세계를 집중 조명했던 특별전 코너에서는 이란의 페미니스트 감독 타흐미네 밀라니의 대표작들을 소개한다. 국내 액티비즘 비디오를 주로 소개해온 여성영상공동체 부문에서도 해외 작품들을 포괄하기 시작했다. 아프카니스탄의 대표적인 페미니스트 단체인 혁명적 아프카니스탄 여성연합(RAWA)의 작품들을 소개하는 아프카니스탄 여성전, 전 지구화와 여성 노동전, 다른 삶의 양식전, 여성과 예술전 등의 네 가지 주제로 구성된다.“남성들이 만든 영화를 소개하는 유일한 부문”인 한국영화회고전은 멜로와 코미디를 거쳐 올해는 ‘성의 무법자로서의 여성들’을 소개한다. 주유신 프로그래머는 “관습적이고 피학증적인 1970년대 호스티스물이나 철저히 남성 관객을 겨냥해 관음증적 쾌락을 제공하는 80년대 에로물과 달리, 여성의 섹슈얼리티와 젠더의 문제가 전복적인 방식으로 드러난 영화들”로 선별했다고 소개했다. 양성구유자의 비극을 그린 <사방지>, 미혼모의 성적 판타지를 따라간 <야행>, 남성을 성적으로 심리적으로 지배하는 여인을 공포스럽게 묘사한 <묘녀>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밖에 지난 98년 “한국 최초의 레즈비언영화”로 발굴 소개된 바 있는 <금욕>도 상영 목록에 추가될 예정이다.특정 주제에 관한 영화들을 모아 소개하는 딥 포커스 부문은 ‘걸 파워’라는 이름으로, 10대와 20대의 젊은 여성들이 만들고 등장한 새로운 세대의 여성주의 영화들을 상영한다. 방자하고 오만하고 강한 ‘쾌걸/여걸’들의 삶과 꿈을 소개하며, 토론의 장을 마련하고 색다른 쾌락을 선사한다는 취지. 미국과 유럽의 여성영화들이 소개되는데, <카우치 인 뉴욕>으로 잘 알려진 샹탈 애커만의 1984년작 단편 <춥고 배고픈> 등이 대기중이다.단편경선 - 한국여성영화, 이만큼 컸다!여성영화제에서 유일한 경쟁부문인 단편경선은 회를 거듭할수록 양적으로 질적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다. 지난해부터 아시아 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한 단편경선 부문에는 올해 한국을 비롯해 중국, 홍콩, 일본, 타이,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 아시아 전역에서 총 145편의 작품이 출품됐고, 이중 16편의 작품이 예심을 통과, 영화제 기간에 관객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16편의 본선 진출작 중 13편이 한국 국적이라는 것은 최근 한국여성영화의 성장을 가늠케 하는 흐뭇한 결과. 임성민 프로그래머에 따르면 올해는 특히 20대 초반의 신인감독들이 강세라고. 영화적 소재도 몇 가지 재미난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일상에서 느끼는 억압을 ‘엽기적으로’ 풀어보인 작품들, 그리고 카메라를 든 다양한 연령대의 여성들을 등장시킨 작품들”이 많다고 한다. 이들 작품 중에서 최우수상 1편, 우수상 2편, 관객상 1편을 선정해 폐막식에서 시상한다.부대행사도 풍성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열렸던 국제포럼은 올해 ‘아시아에서의 여성주의 영화·비디오 액티비즘과 이미지의 권력’이라는 주제로 열린다. 북미 최고의 여성영화 배급사인 WMM 대표 데브라 짐머만, 아프가니스탄 여성해방단체 RAWA 등이 사례 발표와 토론에 참여할 예정. ‘쾌락과 위반의 영토, 여성 섹슈얼리티’, ‘여성주의적 주체로서의 소녀’ 등 부문별 포럼도 마련돼 있다.이 밖에 여성영화인들이 서로의 경험과 의견을 나누는 ‘아시아 여성 영화인의 밤’, 아시아단편경선 출품자들이 한데 모이는 ‘우리들의 밤’, 여성영화 상영과 가수 이상은의 공연이 동시에 진행되는 ‘씨네콘서트’ 등 활기찬 만남들도 예정돼 있다. 개폐막작 예매는 3월25일부터 27일까지, 본예매는 3월25일부터 4월4일까지 실시하며, 일반 관람료는 5천원, 심야상영 관람료는 1만원이다(www.wffis.or.kr).박은영 cinepark@hani.co.kr

<사진설명>1.지난 3월5일 아트선재센터에서 열린 서울여성영화제 프로그램 발표 기자회견, 이혜경 집행위원장과 변재란 부집행위원장을 비롯, 남인영,주유신,김선아,임성민,권은선 프로그래머가 참석해 올 행사의 밑그림을 공개했다.2.새로운 물결 부문 상영작이자 개막작인 <제비꽃 향기: 아무도 믿지 않는다>3. 타흐미네 밀라니 특별전의<숨겨진 반쪽>4.`성의 무법자로서의 여성들`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한국영화회고전의 <사방지>5. 아시아단편경선 작품<봄산에>▶ 특별전 주인공 타흐미네 밀라니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