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이 창간 20주년을 기념하여 한국 영화계의 현재를 진단하는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류승완, 강형철, 윤종빈, 박정범 감독은 내놓는 작품마다 가장 뜨겁게 이슈를 생산해내는, 지금 가장 주목할 만한 감독들이다. 말하자면 현재 저마다의 자리에서 가장 ‘파이팅 넘치는’ 감독들이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로 독립영화의 대중적 호응을 입증한 후 <부당거래>(2010), <베를린>(2012) 등을 선보이며 장르적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류승완 감독, 데뷔작 <과속스캔들>(2008)의 성공과 두 번째 영화 <써니>(2011)에 이어 지난해 <타짜-신의 손>(2014)에 이르기까지 흥행하며 대중과 가장 가까운 자장 안에서 자기 색깔을 잃지 않고 전진하는 강형철 감독, 졸업작품 <용서받지 못한 자>(2005)로 주목받은 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와 <군도: 민란의 시대>(2014)를 통해 자신의 외연을 빠른 속도로 확장해가고 있는 윤종빈 감독, 그리고 <무산일기>(2010)로 평단의 찬사를 받은 뒤 여전히 타협하지 않는 작가정신으로 <산다>(개봉 대기 중)를 내놓은 박정범 감독. 이들이야말로 지금 한국 영화계의 ‘현재’를 진단하기 위해 만나고 싶은 감독들이었다. 각각 영화 제작방식, 작품 스타일은 다르지만 이들 모두 다변화하는 영화 환경에서 투자 문제를 고민하고, 끊임없이 대중과의 소통을 꾀하면서도 연출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는 데 있어 공통의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감독들이다. 지난 3월7일,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각자의 근황을 전하며 시작된 가벼운 토크는 지금 한국영화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인 투자, 제작방식, 지금의 대중영화 그리고 심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무거운 주제로 번져나갔다. 대담이 끝난 후 “<씨네21>이라서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는 류승완 감독의 말에 이어 붙이자면, 이날의 화두는 한국 영화계가 고민해나갈 지점임과 동시에 20주년을 맞은 <씨네21> 또한 지속적으로 붙들고 있을 문제들이다. 감독들의 대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류승완_우리가 무슨 정기적인 모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를 왜 이렇게 한자리에 모았나 생각해보니 그래도 친분이 있다. (웃음) 박정범, 윤종빈 감독은 미쟝센단편영화제에서 만나 친해졌다. 박정범 감독의 단편 <125 전승철>(2008)을 보고 그 영화에 나온 황병국씨를 <부당거래>(2010)에 캐스팅할 수 있었다. 윤종빈 감독도 <용서받지 못한 자> 이전에 봤었고 미쟝센영화제를 통해 알게 됐다. 그때는 윤종빈 감독이 출품한 섹션 심사는 안 했었는데 영화 잘 만드는 친구인 걸 들어서 알았다. 강형철 감독하고는 시사회장에서 자주 봤는데 그러다가 미쟝센영화제에서 보고 친해졌다. 어쨌든 서로의 영화에 대한 호감이 있던 거다. 대부분 감독들이 친해지는 건 서로의 영화에 호감이 있는 경우다.
윤종빈_류승완 감독, 강형철 감독은 미쟝센영화제에서 처음 보면서 친해졌고, 박정범 감독은 장률 감독이랑 술 마시면서 친해진 사이다. (웃음)
류승완_아주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니까, 이렇게 기회가 돼서 보면 서로 안부 묻고 그런다. 나는 요즘 <베테랑> 후반작업을 거의 마무리하고 있고, 지금은 CGI 몇컷 만지는 중이다. 뜻하지 않게 개봉이 8월로 밀렸는데, 이렇게 개봉까지 시간 여유가 있기는 처음이다. 후반작업하는 내내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내 작품 중 제일 편하게 한 것 같다. 이게 나쁜 점이, 하루는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있다가 하루는 불안하다가, 그 반복이다. 차라리 시간이 없으면 달려가기만 하는데 편하게 있다가도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2015) 예고편 같은 걸 보면 갑자기 밤에 잠이 오질 않는다. 황정민씨도 톰 크루즈 액션을 보고 전화해서 “감독님, 제가 트레일러에라도 올라갈걸 그랬어요” 한다. (일동 웃음) 심의를 일찍 받은 상태라 어차피 편집에 더이상 손을 댈 건 아닌데 이렇게 시간이 많이 남으니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게다가 나는 본격적으로 여름 시장에 개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원래 영화가 여름 컨셉으로 만들어진 것도 아니고. 그런데도 배급사의 배급 일정이 있고 그걸 따라야 한다. 개봉은 만든 사람의 의지만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거다.
감독으로서 느끼는 한국영화에 대한 아쉬움
윤종빈_들리는 소문에 <베테랑>은 더이상 손보지 않고 지금 그대로 개봉해도 흥행된다고 하더라. 괜한 걱정을 하는 게 뻔하다. (웃음) 그런데 그 심정 나도 알 것 같다. <군도: 민란의 시대> 당시, 촬영이 그 전해 10월초에 끝났다. 개봉이 그다음 해 여름 시장인데, 너무 시간이 많이 남지 않나. 몰아칠 때가 오히려 스트레스가 덜한데 시간이 많으니까 이것도 곤란한 일이더라. CG팀 불러서 괜히 추가로 이런저런 제안하고 그랬다. 요즘은 <군도: 민란의 시대> 조감독이었던 이일형 감독 데뷔작인 <검사외전>이 촬영에 들어갔는데, 제작을 도와주고 있다. 원래 제작을 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그렇게 됐다. 이제 나도 내 거 해야지.
강형철_<타짜-신의 손> 끝나고 다음 작품을 안 하니 요즘 정말 편하다. 컴퓨터를 잘 켜지도 않을뿐더러 한글 윈도 프로그램이 없는 컴퓨터만 쓰고 있다. (웃음) 지금은 그동안 못했던 것들을 하는 시간이다. 영화 보고 책도 보면서 쉬고 있다. 영화 만들기 시작하면 오히려 영화를 안 보게 되지 않나. <타짜-신의 손>을 만들기까지 3년이나 붙잡고 있었더니 가지고 있던 내 밑천도 다 바닥난 것 같고. 차기작에 대해서 단편적인 아이디어는 있는데 그 생각들이 언제 합쳐질까를 기다리고 있다. 억지로 재봉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지금은 비워놓고 멍한 상태로 있는 시간이다. 그런 시간이 필요하다.
박정범_<산다>의 개봉(5월21일)을 앞두고 있지만, 이미 이 영화의 운명을 알고 있기 때문에 불안하지는 않다. 요즘은 다음 영화는 이렇게 하면 안 되겠다, 나도 이제 먹고살아야겠다, 하는 생각이 든다. (웃음) 단지 이 작품이 사람들이 기억해줄 수 있는 영화였으면 좋겠다. 러닝타임이 2시간40분이니 상영시간이 첫 타임 아니면 마지막 타임이 될 텐데 그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많이 보게 할 수 있을까 그 방법을 고민 중이다. 이번에 개봉하면 관객의 반응에도 좀 귀 기울이고 싶다. 특히 시스템적으로 고민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가졌다. 이것저것 다 떠나서 개봉하고 끝나고 나면 경비 싼 데로 여행가서 수영이나 했으면 좋겠다.
류승완_그럼 마케팅은 <정글의 법칙>에 출연하는 걸로? (일동 웃음) 그런데 최근 영화들은 좀 봤나. 요즘 내가 가장 흥미롭게 본 영화는 주로 미국 저예산영화들이다. <폭스캐처>(2014), <버드맨>(2014), <위플래쉬>(2014) 같은 작품들이나 박정범 감독 <산다>도 봤는데 대단히 흥미로웠다. 왕가위의 <아비정전>(1990) 보면 끈적한 열기가 느껴지지 않나. <산다>를 보니 반대로 건조한 추위가 느껴지더라. 어제는 임권택 감독님의 <화장>(2015)을 봤는데 102번째 영화를 만든 분께서 아직도 앞으로 나아가려고 몸부림치고 있다는 걸 느껴서 좋았다.
강형철_<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2007)와 <데어 윌 비 블러드>(2007)가 연달아 개봉하던 해를 돌이켜보면 정말 즐거운 시간이었다. 류승완 감독이 말한 대로 <위플래쉬> <버드맨> <폭스캐처> <언더 더 스킨>(2013) 같은 영어권의 저예산영화 중 정말 훌륭한 영화가 많더라. 그러다보니 문득 ‘최근 한국영화는 극장가서 못 봤네?’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엔 한국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었다. 지금은 극장에 가게 되면 나도 “이 영화 정말 좋을까”를 따지게 된다. 영화를 만들지 않을 때는 나도 한 사람의 관객이기 때문이다.
윤종빈_몇몇 작품을 제외하고 요즘 한국의 메이저 배급사에서 만드는 영화들 보면 볼만한 게 없다기보단 너무 뻔하다는 느낌이 든다. 전형적인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그런 걸 뛰어넘는 작품도 1년에 한두편씩 나오지만 그 이상은 없다. 하지만 우리는 이곳의 현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안다.
류승완_사실 한국영화가 다 똑같다는 얘기는 내가 연출부를 하던 시절부터 있었다. 물론 나도 그런 점을 느끼기는 하는데, 그것보다는 이제 시대의 흐름이 크게 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인터넷이란 매체를 통한 영상문화의 소비방식이 안착되었다. 이로써 영화에 대한 정의 자체가 바뀌는 지점인 것 같다. 기존에 영화를 본다는 것은 특정 시간대에 극장에서 앉아 영사되는 이미지를 보는 방식을 말했다. 관객을 특정 공간과 시간대에 결박해놓는 걸 전제로 하는 거다. 생각해보면 영화만큼 관객을 통제하는 매체가 있나 싶다. 미술품은 비교적 시간을 선택해서 관람할 수 있고 음악은 들으면서 다른 걸 할 수 있다. 공연은 실제 사람이 무대에서 나와 호흡한다. 그런데 영화는 영사되는 이미지를 2시간 정도 꼼짝 못하고 봐야 한다. 제약 사항이 너무 많다. 이제 관객이 그런 관람 형태에 저항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요즘은 1.5배로 스킵하면서 봤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컴퓨터나 IPTV로 보니 가능한 거다. 만드는 사람들은 그 세대를 붙잡기 위해 더 빨라지고 자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거다. 마케팅 방식도 완전히 달라졌다. 포스터에 아트워크를 할 수 없다. 그림을 쓰면 애니메이션인 줄 안다. 어떤 스타가 나오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줘야 한다. 지금 영화 공부하는 친구들은 한국영화 호황기에 10대를 보낸 세대다. 영화를 예술이자 동시에 산업으로 받아들인 세대가 지금 20대다. ‘열정페이’ 논란도 영화, 패션 분야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되고 있고. 4대보험인 표준계약서도 그래서 만들어지고 있다. 자본의 사이즈가 커지고 회수해야 하는 사이즈가 커지니 영화계는 자꾸 안전하게 되는 거다. 독립영화도 디지털화되면서 작품이 많아졌다. 모든 영화들을 극장에만 걸려고 하는 시스템이 결국 문제가 되는 거다. 이 모든 변화들 앞에서 상대적으로 개봉영화에만 화살이 가니까, 한국영화가 뻔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거다. 이건 지금 당장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시간이 흐르고 나서 봐야 하지 않을까. 나도 현상이 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생각은 안 든다.
중요하고도 어려운 돈 이야기
강형철_상업영화에서도 개성 있는 작품을 보고 싶은데 그게 어렵다. 투자자와 관객 눈치를 양쪽으로 보니 그렇게 되지 않나 싶다. 포스터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런 환경 때문에 마음에 드는 포스터를 못 뽑아내는 것도 아쉽다. 워낙 <타짜>(2006)가 많이 알려진 영화이니 <타짜-신의 손>은 손 하나만 있는 포스터를 하고 싶었는데 반대가 심하더라. 그래서 그건 시나리오 표지에만 썼다. (웃음) 건방지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나는 전작들이 흥행을 했기 때문에 비교적 남의 눈치 덜 보고 자유롭게 한 편이었다.
박정범_류승완 감독 말에 동의한다. 어느 때나 그런 이야기가 나왔다. 나도 다음 영화는 상업영화를 준비하는데, 스스로 자기검열을 하게 되더라. <산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는 생각으로 했지만, 3시간짜리 영화는 내게도 마지막일 것 같다. 독립영화를 찍으면 스탭과 배우들이 가난하다. 그런데 돈이 되는 영화를 하기 위해서 하고 싶은 걸 포기하고 타협하는 게 맞는지 고민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내가 스스로 검열을 해서 사고를 편협하게 만든 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지금은 아예 백지로 돌리고 처음 영화 찍는다는 마음으로 해보려고 생각 중이다. 재미도 있고 가치도 있는 걸 만들고 싶다. 여기 있는 분들이 그러하듯 말이다. 나도 어디 가서 술값도 내고 그러고 싶다. (웃음)
윤종빈_감독들끼리는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사람이 사지 않나.
류승완_일종의 보험이다. 내가 잘못되면 얻어먹을 수 있는.
윤종빈_<비스티 보이즈>(2008) 할 때만 해도 나도 정말 돈이 없었다. 상업영화지만 13억원의 저예산영화였다. 영화진흥위원회에서 4억원을 지원받았는데, 중간에 투자가 끊겨 집 담보 대출을 받을 뻔하고, 촬영이 일주일 정지됐다. 그때 디씨지플러스에서 편집본 보고 나머지를 투자하겠다고 해서 간신히 다시 촬영할 수 있었다. 그렇게 힘들게 했던 것들이 기억이 나서, 이제 다시 독립영화를 만드는 게 가능할까 싶다. 주변 사람한테 엄청난 민폐를 끼치는 건데, 그렇게는 못할 것 같다.
박정범_그래도 나는 스탭, 배우들에게 페이를 다 줬다.
류승완_대신 스스로에게 빚을 진 거지. (웃음)
윤종빈_한국에서는 독립영화를 정의하는 게 좀 힘든 것 같다. 시스템이나 투자사가 모두 혼재되어 있다.
류승완_시스템은 오히려 있다. 홍상수, 김기덕, 신연식, 박정범 감독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만들지만, 대부분 독립영화를 하겠다는 사람은 어떤 식으로든 시스템에 기대고 있다. 한국영화아카데미 시스템이든 영화진흥위원회 지원사업이든 서울독립영화제든 말이다. 90년대까지 있던 독립영화의 개념은 정치적 억압과 검열로부터의 독립이었고, 이제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이뤄야 하는데 그게 준비가 안 되어 있는 거다. 그 최전선에 있던 명필름의 이은 대표가 원래 장산곶매 출신 아닌가. 청년필름도 그렇고. 그다음 바통을 받은 사람들이 변화를 일으켰어야 했다. 서울독립영화제 조영각 프로그래머 등 과거 독립영화 시스템에 있던 사람들이 후배들이 어려우니까 지금까지 지켜주고 있는 것이다.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사람들이 21세기 시스템에 맞는 변화를 일으켰어야 하는데 여전히 디졸브 상태이기 때문에 혼란이 있다고 본다. <용서받지 못한 자>도 결국 중앙대학교 시스템 안에서 만든 거다. 그러니 비평계에서도 독립영화를 정리하기가 애매하다. 10년 전, 매체비평의 영향력이 있을 때는 그런 구획이 가능했는데, 지금은 그런 영향력이 없지 않나. 게다가 누구도 관심 있어 하지 않는다. 한국영화의 위기 중 하나는 이거다. 1990년대까지는 한국영화라고 접어주고 봐주는 게 있었다. 그땐 홍콩영화한테도 밀릴 때니까. 그런데 이젠 동급으로 본다. 관객에게는 한국영화건 외화건 똑같이 티켓 값 내고 들어간 작품이다. 지금의 젊은 관객에게 스크린쿼터에 대한 불만이 많다고 들었다. 스크린쿼터 자체가 상징적이고 유명무실해진 거다. 독립영화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이게 결국 상업영화와도 이어지는 이야기지 싶다. 한국영화가 1990년대 후반부터 10여년 동안 미국영화와 같이 극장에 걸려서도 예술적인 성취를 이뤄내고 자리를 잡았다. 관객은 우리가 그간 응원을 해줬으니 더 좋은 걸 보여주겠지 하는 건데 정작 작품으로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거다. 독립영화도 마찬가지다. 의외로 씨네큐브를 찾는 관객층은 점점 넓어진다. 그런데 대부분 외화 위주의 관람이다. 그런 점에서 <산다>처럼, 요즘 흥행이 될 만한 영화의 룰에 따르지 않고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영화가 더 반갑고, 박정범 감독을 인정하게 되는 것이다.
박정범_내가 직접 제작을 하는 이유는 아무도 안 하려고 해서다. <산다>를 하면서 정말 수많은 투자자들을 만나봤지만 다 거절당했다. 난 인건비도 월급제로 줬기 때문에 미니멀로 제작비가 3억원이 나온다. 운 좋게 투자사 산수벤쳐스를 알게 되고 전주국제영화제 프로그램인 ‘디지털 삼인삼색’에서 마케팅비를 지원해줘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경우가 보편적인 것은 아니다. 다음에 다시 독립영화를 한다면 지금보다 더 어려울 것 같다. 감독이 투자를 받아올 수 있을 만큼 스스로 존재증명을 해야 한다. 본전을 찾을 수 있는 감독이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는 다른 영화사와 상업영화를 같이해서 본전을 맞추면 좋지 않을까. 그때 제작사를 차려서 후배들과 조감독을 모아 진짜 우리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일단은 10만명이 들 수 있는 독립영화가 목표고 꿈이다. 그러려면 어쩔 수 없이 스타가 오거나, <한공주>(2013)처럼 독창적 연출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한동안 제작은 힘들다. 빚을 갚아야 하니까. 한편 할 때마다 빚이 올라가니, 빚이 나의 존재증명 같다. (웃음)
윤종빈_나는 제작사(월광)를 차렸지만 프로듀서가 있어서 제작자의 부담의 반은 덜어놓고 하는 거다. 본업은 감독이다. 내가 제작자로서 역할을 하는 건 기획, 시나리오 개발, 캐스팅, 작품의 방향성에 대해 이야기할 때다. 구체적인 프로덕션 진행엔 전혀 관여하지 않는다. 내 영화를 할 때랑 다르다. 나는 그렇게 간섭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내가 연출하는 건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제작은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 않나. 대신에 감독에게 내가 상업영화 판에서 시나리오 쓸 때나 캐스팅할 때나 경험했던 것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해준다. 내가 데뷔했을 땐 주위에서 그런 말을 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그때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솔직하게 내 경험담을 이야기해준다.
강형철_감독들이 제작을 하는 건 남의 눈치 안 보고 찍고 싶은 욕망 때문인 것 같다. 나는 앞으로도 제작을 안 하려고 한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할 줄도 모르고 재능도 없어서 감독만 하고 싶다. <과속스캔들>(2008)부터 항상 같이 하는 이안나 프로듀서가 그 부분의 부담을 많이 덜어준다. 그렇게 같이 일하는 사람들을 꾸려서 회사를 차릴 수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다른 데서 연출을 하는 게 더 맞다 싶다. 후배감독의 작품을 제작해주는 것 역시 아직 능력이 없지만, 제작을 도와줄 수는 있을 것 같다. 어디서 투자받고 이런 건 못하지만 시나리오나 콘티를 도와준다거나 하는 그런 부분은 내가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첫 번째, 두 번째 영화를 안병기 감독과 함께했는데, 안병기 감독이 나를 전혀 터치하지 않았다. 감독이란 족속들은 누구의 눈치를 보면 안 된다. 최종 오케이는 감독이 내야지, 그렇지 못하면 감독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기분이 든다. 안병기 감독은 나한테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하는 게 없었지만 뒤에서 일은 해줬다. 그런 식의 제작자로서는 괜찮겠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다.
류승완_나는 실질적으로 회사의 대표는 아니다. 외유내강 강혜정 대표가 운영하는 걸 같이 하는 것이다. 회사 본부장과 프로듀서가 있고, 나는 그중 한표를 가지고 있는 거다. 사실 제작이 더 힘들다. 봉준호 감독도 <해무>(2014)가 제작자로서 자신의 마지막 제작 영화라고 선언했다. 나도 감독이니까 감독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다른 포지션에서 보면, 감독이 하는 게 답답하다. 원래 훈수 둘 때 더 잘 보이지 않나. 후배들의 대본 보면 단점이 더 잘 보인다. 다른 영화를 하는 상황이면 괜찮은데, 제작사 대표로 같이 하는 사람한테는 더 조심할 수밖에 없다.
강형철_감독이 제작자로 나서는 걸 보면서, 한국영화 판에서 제작자가 많이 살아났으면 하는 마음이 더 커진다. 성공한 감독이라 투자가 수월한 경우가 아니라면, 새로 데뷔하는 감독이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경우는 제작자의 힘이 필요하다. 나도 같이 일하는 PD가 안정적인 제작사를 차릴 수 있도록 도와주고, 그 친구와 다른 좋은 감독들이 같이 일하고 싶어 하면 좋을 것 같다.
프로듀서와 감독의 관계에 대해
류승완_김성수 감독이 그러더라.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은 좋은 프로듀서들과 일을 해놓고 헤어지고 나선 다시 함께 못한 것이다. 김성수와 차승재, 박찬욱과 심재명, 김상진과 김미희. 좋은 파트너들이 모두 성공작을 내놓고 다음엔 헤어진다. 그 당시는 워낙 격변기이었기 때문에 시대가 감독들에게 요구한 것도 있었다. 나는 회사를 차리고 싶어 차린 게 아니라, <짝패>(2006)가 CJ 저예산 프로젝트였는데 당시 CJ가 제작을 하던 때가 아니라서 법인을 만든 것이다. 내 성과 아내 성을 따서 외유내강이다. 난 페이퍼 컴퍼니라고 생각했는데, CJ에서 <짝패>를 좋게 보고 투자하겠다고 한 것이다. 그렇게 외유내강을 차리고 나서 2007년부터 한국 영화계의 빙하기가 왔다. 사무실 월세를 못 내고, 직원들 퇴직금 준다고 뮤직비디오, 광고를 찍으며 버텼다. 그리고 또 다른 환경으로 넘어오긴 했는데. 생각해보면 지금 강형철 감독의 방식이 맞는 것 같다. 한국영화의 장기적 관점으로 봐서는 2000년대 초반 같은 좋은 프로듀서들이 예전처럼 권력을 회복하는 게 맞다. 제작사들이 영세하니 공동제작을 하는 것도 좋다. 월광과 사나이픽쳐스가 가진 그런 합작 시스템들 말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기형적인 현상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감독들에게 하중이 너무 많이 가 있다. 사실 대중은 감독들이 영화에 대해 어디까지 관여하는지 모른다. 한국영상자료원에서 영화 발굴을 했다는 기사 댓글에 한 네티즌이 ‘임권택은 영화 100개를 찍었는데 본인이 한편도 안 가지고 있냐’며 탓하는 글을 써놨더라. 감독과 제작이 어떤 일인지 모르는 거다. 제작자라고 하면 엄청 부자인 줄 착각하기도 한다. 나는 심재명 대표 같은 스타 제작자들이 더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프로듀서하겠다는 젊은 세대가 나와야 한다. 영화과 가보면 모두 하고 싶은 일이 감독 아니면 배우이지 않나.
윤종빈_능력 있는 제작자가 적은 거지, 영화 한편을 총괄해서 이끌어갈 수 있는 제작사가 지금도 있긴 하다. 감독이 제작하고, 제작사들은 힘이 약해지냐는 이야기는 자본의 논리 때문은 아닌 것 같다. 제작자들이 능력을 더 개발할 필요가 있다. 제작사가 투자사를 연결해주고 대본 전달해주는 사람은 아니지 않나? 재능 있는 신인이 있으면 그를 어떻게 상업영화 시스템에 안착시켜서 재능을 빛나게 해줄 수 있을지 판을 짜는 게 제작자의 일이다. 지금은 그런 제작자가 적어서 문제인 거다. 더 분발해서 그런 역량을 길러야지 힘이 투자사에 넘어갔다는 건 단순한 논리다.
류승완_장기적으로 봤을 때 동료나 후배가 제작사를 차리겠다고 하면 말릴 거다. 앞서 봉준호 감독 이야기도 했지만 제작사를 차린 감독 중에 단 한번도 후회하지 않은 감독을 본 적이 없다. 1990년대 강우석 감독이 처음에 회사 만든 게 미국식 독립영화 방식이었다. 감독이 직접 투자를 받는 것이다. 예전엔 극장과 배급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제작투자를 했다. 그렇게 개인이 하던 것이 이제는 큰 기업이 하는 걸로 변한 것뿐이다. 감독은 자기 작품을 할 때 눈치를 안 봐도 자본에는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2000년대 들어서 감독들이 회사를 만들기 시작한 게 자신이 만든 영화에 대한 권리 때문이었다. 그때 제작사들이 지금 모두 사라졌다. 안타까운 게 내가 연출한 영화 <주먹이 운다>(2005)만 해도 지금 저작권자가 없다. 10주년이라 블루레이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걸 할 수가 없다. 그때 눈뜬 게 저작권 문제다. 내가 연출한 영화에 대한 권리가 감독한테 없고, 투자계약서 보면 권리가 이양된다. 한국의 투자 시스템이 이렇게 특이하다. 그래서 최근 한국영화에 대해 가지는 가장 큰 불만은 영화 시작 전 부분투자자들의 이름이 나오는 것이다. 심지어 그 크레딧을 앞에 한번, 뒤에 한번 넣어달라는 경우가 있다. 권력이 자본으로 너무 심하게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다. 나는 이게 전통적인 제작 시스템이 붕괴돼서 나타나는 현상 같다. 명필름, 영화사 봄 같은 회사의 프로듀서들이 살아남아야 한다. 이춘연 대표님이 제작한 <더 테러 라이브>(2013)가 성공했을 때 정말 좋았다. 씨네2000 같은 전통적인 제작사가 여전히 건재하다는 걸 보여주는 기분 좋은 일이었다. <화장> 역시 명필름 아니었으면 <화장>이란 원작으로 임권택 감독이 102번째 영화를 못 만들었다. 명필름이기에 가능했다. 영화사 집, 사나이픽쳐스 같은 곳들이 감독을 발굴하고 키워야 한다.
영화 소재가 다양해져야
강형철_신인감독과 중견감독을 4편 기준으로 나눈다더라. 나는 아직까지 3편을 했으니 신인감독이라 생각하고 만든다. 류승완 감독 말처럼 나도 최근에 정지영 감독의 귀환을 보면서 정말 반갑고 든든했다. 나중에 후배들이 날 그렇게 생각해주면 감사하겠다. 나도 대학생 때 영화 찍듯이, 계속 공부하면서 영화만 생각하고 눈치 안 보고 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나만 잘할 수 있게, 그래서 제작자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류승완_내가 좀 낀 세대인데, 사실 어리다. 박찬욱, 김지운 감독님과 뭘 많이 해서 그렇지 원래 여기 있는 감독들 세대다. (웃음) 봉준호 감독도 자꾸 이쪽으로 갈아타려고 하는데 안 될 말이다. (일동 웃음) 오히려 나는 엄태화 감독(<잉투기>) 세대 정도가 아닌가. 인정하긴 싫은데 40대가 되니까 기성세대가 되더라. 언론에서 ‘액션 키드’라 부르던 시절도 있었는데 말이다. 나는 10대 후반, 영화계가 충무로라고 불리기 시작한 시절, 인쇄골목에 있던 식당 앞에 촬영버스 집합시키던 시절부터 영화를 시작했다. 데뷔작도 비디오 유통회사 자본이 넘어와서 완성할 수 있던 거다. <피도 눈물도 없이>(2002)는 충무로 토착자본인 시네마서비스 덕분에 할 수 있었고 <주먹이 운다>는 쇼이스트라는 전문 투자사가 생겨서 영화 투자 자본으로 만들었다. <짝패>는 대기업 자본을 받아서 온 거다. 내가 영화를 만들면서도 90년대부터 보면 롤러코스터 탄 것처럼 변화가 많았다.
윤종빈_무엇보다 한국영화의 소재가 다양했으면 좋겠다. 한국영화가 볼 게 없다는 이야기가 결국 소재의 반복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남성 위주다. 남성주인공이 액션으로 해결하는 패턴의 반복이다. 여성이 주인공인 영화도 상업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텐데. 나도 남자영화 많이 만들었지만 스스로도 싫증이 나고 피곤함이 있다. 그래서 감독들이 책임감까진 아니어도 대중이 사랑하는 여배우도 많이 기용하고 소재도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외연적 확대가 필요하다.
류승완_지금 한국 영화계에 필요한 것은 새로운 세력들이 나타나 활기를 찾는 것이다. 독립영화 방식이건 기존 주류 영화계 안에서든 말이다. 다행히 새로운 영화들이 여전히 만들어지고 있다. 나영길 감독의 <호산나>(2014)나 홍석재 감독의 <소셜포비아>(2014)가 대표적이다. 또 하나는 나는 한국 영화계에 50대 감독들이 없는 게 위험해 보였다. 정지영 감독 같은 분이 <부러진 화살>(2011)로 재기한 건 스펙트럼이 넓어지는 좋은 현상이다. 여기서 20대, 30대 감독들이 조금 더 과격하게 나와야 한다. 나 역시 새로워지려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균형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항상 중박 영화가 없다는 이야기만 나온다. 하지만 <끝까지 간다>(2013) 같은 좋은 중박 영화가 있지 않나. 노력하면 불가능하진 않을 거다. 그리고 IPTV 시장의 성장을 보면 유통방식에 대해서도 새롭게 접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내가 아는 스탭 중 하나가 IPTV용 에로영화 스탭으로 일했는데, 그 제작사가 충무로 인쇄소를 하던 사람들이라고 하더라. 야설을 인쇄했는데 좋아서 판권을 샀다고 하더라. 출판을 하다가 돈이 되니까 웹툰 사업을 했는데 잘돼서 IPTV용 영화까지 손을 댔다. 그야말로 창조경제 아닌가. (일동 웃음) 사실은 어렵게 생각할 게 없는 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이 로망 포르노로 영화를 시작한 것과 같은 거다. 로저 코먼 감독도 무슨 대단한 예술을 하려고 한 게 아니라 자기 방식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만들다보니 계속 작품을 생산할 수 있었던 거다. 이런 것과 마찬가지로 인터넷이든 IPTV든 새로운 활력을 찾아서 위협적인 영화가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최근에 <위플래쉬>를 무려 24회차에 찍었다는 것을 듣고 놀랐다. 우리가 너무 방만하게 영화를 찍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한국영화의 오랜 고민, 심의 그리고 그 이후
윤종빈_덧붙여서 나는 심의 문제가 심각하다고 본다. 심의가 좀더 완화됐으면 좋겠다. 너무 보수적이다. 15세냐 18세냐에 따라 투자사는 투자금액과 수익성을 예상하기 때문에, 현장에서 받는 압박감은 정말 크다. 요즘 보면 갈수록 더 심하게 보수적으로 심의를 하고 있지 않나. 이게 한국영화 발전의 큰 족쇄다. 여름 시장, 겨울 시장, 추석 시장, 설 시장 같은 시장 들어가려면 15세 이상 관람가가 되어야 하는데, 솔직히 그것이 감독의 창의성이나 비전까지 위협하는 지경에 이른다. 텐트폴 영화(투자배급사의 라인업에서 가장 흥행성적이 높아 다른 영화의 손실도 만회할 수 있는 작품)라는 기준에 무조건 맞추니 창작의 자유에 큰 제한이 있다. 아직까지 이런 경직된 심의 방식이 유지되는 현실이 슬프다. 기준도 모호하다. 심의하는 사람의 기분 따라 바뀐다. 제작가협회나 투자사나 이 문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상영가를 세분화해야 하고 완화해야 한다. 또한, 상영가는 권고하는 것이지 강제성을 지니면 검열이 된다. 외국에서도 그 이하의 나이는 보호자 동반을 하면 관람할 수 있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는 주제가 반사회적이라고 청소년 관람불가가 나왔다. (웃음) <살인의 추억>(2003)도 15세 이상 관람가였는데. 그러고 보면 심의가 예전에는 더 자유로웠는데 정권이 바뀌더니 더 심해졌다. 대한민국은 결국 표현의 자유가 없는 나라다. 제한상영가는 대법원에서 위법이라고 판결을 내렸음에도 영화진흥법 개정을 안 한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주도로 관련 법 개정하는 게 정상이다. 빨리 이 부분에 대한 검토가 있어야 하고, 바뀌어야 한다.
강형철_심의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권력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여진구는 자기가 찍은 영화를 볼 수 없다. (일동 웃음) <써니>는 처음에 청소년 관람불가를 받았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선정성이 높다’ 가 이유였는데,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류승완_심의 문제는 정말 심각하다. 영화계에서 협의된 사람들이 심의를 해야 한다. 좀 다른 이야기인데, 영화와 영화제는 매체와 함께 성장을 했다. <키노>와 <씨네21>과 부산국제영화제와 충무로가 같이 성장했는데 지금은 그것이 무너지고 있다. 언론이 무너지고 영화제가 휘청거리는 등 산적한 문제들이 많다. 그걸 영화 만드는 사람들이 모르는 게 아니다. 극복하는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
박정범_이런 와중에도 계속 영화를 했으면 좋겠다. 나도 많은 관객을 만나고 싶은 열망이 있다. 관객이 내가 마음속에 담고 있는 걸 흥미진진하게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나. 이제 시작한다는 느낌이 더 커지고 있다. <씨네21>이 20주년이 되어서 이렇게 이 자리에 모였지만, 앞으로 20년 후에도 나는 여전히 영화 찍는 사람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20년쯤 후에는 난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 2000호쯤 때 다큐멘터리 감독으로 인터뷰해주면 좋겠다. (일동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