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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괴로워> 속 청춘의 30년 뒤…
정리 이주현 2012-08-07

배역-<10분>(가제)에서 주인공 강호찬의 아버지

TO 배우 안성기

안성기 선배님, 안녕하세요. 저는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님의 감독 데뷔작 <주리>에서 무전기 사용법이 미숙해 선배님께 꾸중을 들었던 연출팀 이용승입니다(꾸중을 들은 것을 마음에 담아두어 이 글을 쓰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비록 3일간의 촬영이었지만, 보고 또 봐도 감동적인 선배님의 명품 연기와 스탭 한명 한명에게까지 마음 써주시는 선배님의 인품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운 시간이었습니다.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습니다(물론 무전기 사용법, 3초 누르고 말해야 한다는 것도 확실히 배웠습니다).

제가 초등학생 때로 기억합니다. 명절 때 방영한 <개그맨>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선배님과 처음 만났습니다. 이후에 <투캅스> <칠수와 만수> <성공시대> <고래사냥> <기쁜 우리 젊은 날> <하얀 전쟁> <태백산맥> <남자는 괴로워> <영원한 제국> <축제> <킬리만자로> <인정사정 볼 것 없다> <실미도> <형사 Duelist> <라디오 스타> <페어 러브> <부러진 화살> 등등 대표작을 손에 꼽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작품에서 선배님의 주옥같은 연기를 보면서 영화감독의 꿈도 함께 키워왔습니다. 특히 최근작 <부러진 화살>은 선배님의 건재함을 확인할 수 있는 반가운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지금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에서 연출을 전공하고 있습니다. 입학과 동시에 진행된 장편 프로젝트 선정 과정을 통과해서 내년에 촬영이 들어갈 졸업작품을 준비 중입니다. 제가 만들 영화는 <10분>(가제)입니다. 현시대를 살아가는 순응적인 청춘의 모습을 현실감 넘치고 위트있게 담아내고 싶습니다. 꿈과 현실 사이의 딜레마에서 쉽게 선택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고민하는 이 시대 청춘의 자화상은 선배님의 1994년작, <남자는 괴로워>에 담긴 샐러리맨의 애환과도 맞닿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감히 ‘2014년판 <남자는 괴로워>’를 지향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선배님께서 주인공 강호찬의 아버지 역을 맡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급변하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직에서 떠밀려나와 무기력하게 시간을 버티면서, 그 피해의식을 자식에게 강요하는 인물입니다. 과거에는 조직의 부속품으로 살았고, 현재는 조직으로부터 버림받았으며, 삶의 중심이 자식들이었기에 노후가 준비되지 않아 미래는 불안하기만 한 이 시대 아버지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1980년대에는 무기력한 청춘을 연기하신 선배님이 30여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이제 그런 무기력한 청춘을 바라보는 우리의 아버지를 연기해주신다면,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무척 벅찹니다.

고작 반년 정도 장편 프로젝트를 준비해오는 상황에서도 많은 부침과 흔들림을 겪고 있습니다. 한편의 영화를 준비하는 데도 이렇게 진통이 따르는데 하물며 반세기가 넘는 시간 동안 한국영화의 얼굴로서 꾸준히 연기라는 한길을 걸어오신 선배님의 영화 인생에는 얼마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을까요. 새삼 존경스럽습니다. 선배님의 느릿하지만 꾸준한 한 걸음이 제 영화에도 담기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FORM 감독 이용승

감독 이용승은?

1980년생. 중앙대학교 영화과를 졸업하고 영상자료원에서 일하다 단국대 영화콘텐츠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다큐멘터리 <덤벼라 세상아>, 단편극영화 <런던 유학생 리처드>를 찍었다. <런던 유 학생 리처드>는 제9회 미쟝센단편영화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현재 감독 본인과 자신의 가족에 대한 다큐멘터리 <결혼기념일>의 마무리 작업 중이며, 이 다큐멘터리는 올해 말쯤 세상에 공개될 것 같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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